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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237화 (23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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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될 것인가?(1)

마신결이란 말을 처음 듣는 순간부터 분명 나와 운명적으로 닿아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마신이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운명의 이끌림대로 걸어왔을 뿐이다.

“제 선택이라고요?”

“그래, 자네의 선택에 따라서 마신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 게다가 마신이 되고자 한다고 해서 모두가 마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네.”

“그게 어떤 선택입니까?”

“마신결의 대성을 이루면 마신이 될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열릴 것이네. 선택은 그때 자네가 하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그 결정을 해야 했으면 너무 난감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나는 불멸이란 말이 가진 양날의 검을 알 만한 나이가 되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이 축복만은 아니란 것을.

“그럼 오늘은 이만 헤어지세.”

“다시 뵐 수 있는 것입니까?”

“사람의 앞일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때 천마가 말했다.

[잠시 저분을 뵙게 해다오.]

[알겠다.]

내가 노인에게 말했다.

“앞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가 어르신을 뵙고 싶어 합니다.”

“좋네.”

허락이 떨어지자 내가 천기심환공으로 이 방을 만들었다.

노인은 원래부터 이 새로운 방에 있었던 것처럼 제자리에 있었다.

천마가 모습을 보였다.

그가 곧장 노인에게 큰절을 올렸다.

[마신을 뵙습니다.]

노인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그대의 신이라 생각되는가?]

[그렇습니다.]

천마가 그렇게 여기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마신결을 알고 있을 것이며, 이 천기심환공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천마가 고개를 들어 노인을 쳐다보았다.

[아니십니까?]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누군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네.]

노인이 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원래 아무것도 없던 벽에 문이 생겼다. 노인이 그 문을 열고 사라졌다.

언젠가 내가 마신결의 대성을 이루면, 다시 저 시험의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난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의 나는 알 수 없었다.

이제 이곳에는 천마와 나만 남았다.

[드디어 다 끝났군.]

[고생했다.]

[이봐, 천광이.]

[왜?]

[우리 악수나 한번 하자.]

천마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천마가 흠칫 물러서며 말했다.

[무슨 개수작이냐?]

그가 정말 부끄러워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천마가 다시 빠르게 말했다.

[어느 강호에 무림맹주와 마교교주가 악수하는 일이 있다더냐?]

[무림맹주와 마교교주 말고 하진이와 천광이로 하자.]

순간 천마의 얼굴이 격정이 스치며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어린놈이!]

[전에 그랬잖아? 나랑 몇 살 차이도 안 난다고.]

그때 일이 생각났는지 천마가 피식 웃었다.

[망할 놈! 이번 한 번뿐이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굳이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 악수에 그에 대한 내 고마움이 다 들어 있었으니까.

이제 그에게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마신결을 전수해주는 대신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뭐지?]

[자리를 오래 비웠으니 우선은 돌아가지.]

내 가족과 수하들부터 챙기라는 배려였다.

고민 없이 대답하는 것을 보니 이미 이렇게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 일단 돌아가자.]

* * *

무림맹 대객청으로 고수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바로 무림맹의 기별로 모여든 각 문파의 수장들이었다.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자리에 앉았다. 거의 대부분 참석했지만,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조직이 천망회였고, 산동 벽씨검문과 송가장, 양소방도 포함되어 있었다.

암흑상계 쪽에는 벽리단임이 밝혀졌지만, 아직 천왕군이나 마철군 쪽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 불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 외에도 불참한 문파들이 다수 있었다.

“이상한 소문을 들었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사람은 정인문(正人門)의 문주 충양(沖楊)이었다. 주위에 있던 이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이도방주(利刀?主) 주명(走命)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문 말씀이시오?”

“무림맹에 변고가 생겼다는 소문이었소.”

“변고라니요?”

충양이 대답을 망설이다가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반란이 있었다고 하오.”

순간 주위에 정적이 깃들었다.

그때 충양 옆에 앉아 있던 대검문주(大劍門主) 홍종(紅淙)이 고개를 내저으며 단정했다.

“헛소문이오. 이번에 멸마단이 마교에게 당하는 바람에 온갖 소문들이 다 나고 있소.”

“그렇다면 다행이오만.”

그때 대객청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마철군을 선두로 천왕군과 천소선이 함께 들어왔다. 외모는 젊은 남녀였기에 마철군의 호위무인처럼 보였다.

특히 천소선의 아름다운 외모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군웅들은 알지 못했다. 마철군의 좌우에 선 두 사람이 무림맹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벌어진 모든 죽음은 마교의 소행으로 떠넘겨졌다.

마철군이 어두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굳이 심각한 상황을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그는 어둠 그 자체였으니까.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을 이곳까지 모신 것은 마교의 악행으로 강호의 정기가 크게 훼손되고 중원에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안은 몰라도 마교 문제는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리는 일이었다.

“이번에 본 맹의 조사에 따르면 마교가 중원의 여러 문파에 깊이 파고들었다고 합니다.”

생각지 못한 말에 장내가 웅성거렸다.

“그래서 본 맹에서 한 가지 방책을 생각해냈소.”

문이 열리며 무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이 든 쟁반에 단약이 쌓여 있었다.

“마인을 색출해내는 탐마단(探魔丹)입니다. 만약 마교와 어떤 교류를 가졌다면 이 약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모두들 흠칫 놀랐다.

“물론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 강호동도분께서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확실히 하는 것이 좋겠지요. 자, 한 분씩 나와서 복용하시지요.”

물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모두의 얼굴에 불쾌함이 깃들었다.

그때 누군가 나섰다.

“우릴 부른 이유가 고작 마교의 잔당으로 의심하기 위해서였소?”

그는 바로 앞서 무림맹 반란을 언급했던 정인문주 충양이었다.

“설령 우리 중에 마교의 끄나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방법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오. 난 이만 물러가겠소.”

그가 돌아서 나가려던 그때였다. 천소선이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충양!”

그러자 충양이 격분하며 돌아섰다.

“감히!”

맹주라도 화가 날 일인데 이름도 알지 못하는 젊은 계집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슁!

퍼억!

이마에 구멍이 뚫린 충양이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그는 천소선이 날린 광살풍을 피하지 못했다.

쿵.

모두들 경악했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었다.

무림맹주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 상황이 자신들을 놀래게 해주려는 연기라고 여겼다.

하지만 충양의 이마에서 나온 피가 그의 얼굴과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이게 무슨 짓이오!”

충양과 가까운 사이였던 서협문주(西俠門主) 곡주(谷周)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웅!

이번에는 한줄기 바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퍼어엉!

곡주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일장으로 그를 죽인 사람은 천왕군이었다. 그는 앞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천왕군과 천소선이 발휘한 놀라운 한 수에 놀라기에 앞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림맹주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무차별적인 살인이라니?

마철군이 나직이 말했다.

“마교와 손을 잡은 자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소.”

마치 조금 전에 죽은 두 사람이 마교와 손을 잡은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군웅들은 알고 있었다. 저들 두 사람은 마교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만약 저들이 마교와 관계가 있었다면 맨 처음에 나서서 이곳을 떠난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 모두 복용하시오.”

저 단약이 탐마단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닐 것이다. 자신들을 조종하기 위한 독약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서서 말려야 했다. 뭔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 되었다.

참지 못하고 다혈질이고 과격한 성격으로 유명한 막대위가 나섰다.

“이 약이 탐마단이란 증거를……”

후우웅!

퍼어엉!

꺼낸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의 몸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졌다.

역시 천왕군의 손바닥이 그를 향해 있었다. 그의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주위에 있던 이들은 공포에 떨었다.

마치 천왕군은 이곳에 있는 모두를 다 죽여도 상관없다는 듯 차갑게 모두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마철군이 가장 선두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리듯 말했다.

“복용하시오.”

더는 감히 거부하지 못했다.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서 탐마단을 복용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대로 그것은 탐마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일정 기간마다 해약을 복용해야 하는 극독이었다.

만약 해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극심한 고통으로 힘들어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무서운 독이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독을 복용했다.

모두들 분노의 눈빛으로 마철군을 노려보았다. 마철군은 괴로웠다. 자신이 결코 원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여인의 설득에 넘어갔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했으니까. 그냥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나 억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군웅들에게 독약을 먹일 줄은 몰랐다.

천소선이 나서서 말했다.

“탐마단에는 작은 부작용이 있어요. 정기적으로 해약을 복용해야 하지요.”

모두들 굳은 표정을 지었다. 내심 ‘개소리 하지 마라’라는 공통된 마음이었다.

“다행히 부작용을 완치시킬 치료약이 있긴 하지만 귀한 약이라 그 숫자가 제한되어 있어요.”

일부에게만 약을 주겠다는 뜻이었다.

천소선이 그 속셈을 드러냈다.

“오늘 불참한 이들은 무림맹을 배신하고 마교에 붙은 자들이에요. 오늘부터 그들을 반란을 일으킨 자들로 간주하고 강호공적으로 삼겠어요. 이들을 붙잡아 온다면 치료약을 받을 자격이 있겠지요?”

모두들 대체 우릴 어떻게 보고 그딴 말을 지껄이느냐는 말을 참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

군웅들이 대객청을 나가고 세 사람만 남자 마철군이 천소선을 보며 말했다.

“저들이 동료를 배신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오.”

그러자 천소선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럴까요? 저들 중 상당수는 누구보다 먼저 오늘 불참한 문파의 수장을 죽이기 위해서 움직일 거예요. 내기해도 좋아요.”

“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천소선은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할아버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천왕군이 나른한 어조로 천소선에게 말했다.

“너는 암흑대상의 행방을 찾아내라.”

* * *

복건성 무이산을 나선 나는 빠르게 호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신영풍보 중 마신지로를 수련하고 있었다. 마신지로는 눈에 보이는 위치까지 순간이동 하듯 움직이는 그야말로 엄청난 경공술이었다.

십 갑자의 웅혼한 내공을 바탕으로 계속 반복해서 수련했다.

그러자 점차 이동하는 거리가 멀어졌다. 처음에는 불과 몇 걸음을 이동하다가, 일이 장을 이동했고, 이제는 십여 장을 순식간에 이동했다.

계속 반복해서 수련했다. 이 수법은 마신결의 성취와는 따로, 마신영풍보의 성취와 관련이 있었다. 자고로 경공술의 실력을 늘리는 방법은 오직 움직이고 달리는 방법이 최고였다.

번쩍하는 순간, 십여 장을 이동했다. 다시 번쩍하면 또다시 십여 장을 이동했다.

그렇게 달려가던 나는 밥을 먹기 위해 들른 객잔에서 생각지 못한 소식을 들었다.

술을 마시던 무인들이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들었나? 이번에 마교와 손을 잡은 문파들을 모두 색출해 냈다더군.”

“망할 놈들! 정파이면서 마교와 손을 잡다니!”

“한두 문파가 아니라고 들었네.”

“그들 모두를 강호공적으로 선포했다지?”

“새 맹주가 잘하고 있어.”

“암, 정말 제대로 된 맹주가 뽑혔네.”

“마교를 뿌리 뽑으면 이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지.”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곧장 어떤 문파가 강호공적으로 몰렸는지 알아보았다.

과연 짐작대로 벽씨검문은 물론이고 송가장과 양소방, 천망회까지 모두 공적이 되어 있었다. 이미 여러 문파가 마교와 손잡은 것으로 몰려 멸문을 당한 상태였다.

[심상치 않군. 마철군이 저지른 일이라고 하기에는 사건의 규모가 너무 크군.]

[암흑상계 놈의 짓인가?]

[물론 그들일 수 있지. 아니라면 그 배후노인일 수도 있고.]

나는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암흑상계의 음모는 뒤에서 조종하는 은밀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일은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야말로 강호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만 같았다.

[뭐 누구든 상관없다. 그냥 싹 다 쓸어버릴 작정이니까.]

내 말에 천마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아주 듣기 좋은 말이야.]

[자, 돌아가자.]

허공을 박차 올랐다.

쉬이이익.

마신지로의 수련은 나중으로 미루고, 가장 빨리 이동할 수 있는 마신비행으로 허공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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