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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233화 (23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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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한복판으로(2)

나는 본격적으로 마신결을 익히기 시작했다.

내공이 십 갑자가 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마신결은 어려웠다.

내공의 증가는 확실히 한 무인을 강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진 않다.

사용할 수 없는 초식을 사용할 수 있고, 더 오랫동안 싸울 수 있다는 것이지 사 갑자에서 십 갑자가 되었다고 두 배 반이 더 강해진다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지금 나의 경우만 봐도 그러하다.

여전히 마신결을 자유롭게 펼칠 수 없었다. 내력이 자유롭게 운용되지 않았고, 몸은 물먹은 솜옷을 입은 것처럼 무거웠다. 작은 동작 하나에도 의구심이 생겼고, 그것은 결국 확신의 부재로 이어졌다.

그럴수록 나는 마신결의 구결을 외우고 또 외웠다. 누가 옆구리를 쿡 찌르면 곧바로 줄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숙지했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되어도 제자리걸음만 했다.

이해가 되는 듯하다가 다시 생각해보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못한 천마가 한마디 거들었다.

[방법이 틀린 것 아니야?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봐!]

[함부로 그래선 안 될 것 같은데?]

[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사실 그에 대해 생각해본 바가 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쉬운 무공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뭐? 쉬운 무공? 너 지금 혈뢰천화공을 무시하는 것이냐?]

[오해하지 마. 그런 뜻은 아니니까.]

[그럼 무슨 말이지?]

[당신 어떤 무공을 보면 그것을 익히는 데 얼마나 걸려?]

[일 각? 길면 반 시진?]

[그렇지. 구결은 보는 순간 다 이해되고. 한두 번 해보면 실제로 초식도 쓸 수 있고. 한 며칠 몰두하면 대성에 이르고. 그게 우리 실력이지?]

[그렇지.]

[한데 우리가 처음 무공을 배웠을 때도 그랬나?]

[뭐?]

[처음 무공을 익히던 날 기억나? 난 기억난다. 대체 이게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몰라서 허둥대던 그날이. 괜히 무공을 배운다고 했나, 후회하던 그 순간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혹시 이 마신결도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처음 무공을 배울 때처럼, 이 무공과 우리와의 수준 차이가 그만큼 난다는 의미지.]

다시 말해 마신결의 수준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지금 우리 수준이 오래전 처음 무공을 배웠던 그 어린아이의 수준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이 마신결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완전히 수준이 다른, 체계가 다른 무공을 익히려는데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그래도 자꾸 반복해서 하니까 처음보다는 낫다. 계속 연습해보는 거지.]

나는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하지만 너무 어려웠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이건 아니었다.

[안되겠다.]

[포기하려고? 포기하지 마!]

[포기 안 해. 대신 새로운 시도를 해야지.]

[무슨 시도?]

[천기심환공으로 당신을 만나야겠어.]

[여기서 천기심환공을 쓰려고? 안 돼!]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딴 틀은 깨어버려!]

[이 미친놈아, 안 돼!]

천마의 만류에도 천기심환공을 발동했다.

스스스슷.

순식간에 이곳 연무장을 기준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텅 빈 그곳을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었다.

[실패했나? 이봐, 어디에 있나?]

그러자 저 멀리서 천마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그랬으면 두고두고 놀릴 수 있었겠지? 이놈아, 아무 대책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 잘못하다가 시험이 실패로 끝나버리면 어쩌려고?]

[그렇게 쉽게 끝나버릴 시험이 아니란 것, 당신도 느끼고 있잖아? 그리고 인생이 뭐 꼭 대책이 있어야만 되는 것도 아니고.]

[꼰대에서 벗어나라니까 아예 방탕하게 살려고 하는군.]

[하하하.]

그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이곳에 온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였다.

[그리고 내가 전에 말했지? 다리 아프니까 좀 작은 곳을 만들라고 했지?]

[미안해. 기준점 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

천마가 내 앞까지 걸어왔다.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지만 그 역시 아주 반가워하고 있었다.

[당신 도움이 필요해.]

내 말에 천마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 * *

천왕군이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천소선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낯선 느낌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단지 겉모습이 달라진 것 이상의 거리감이었고, 그 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때때로 천왕군의 몸에서 이상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성질의 그것은 결코 좋은 느낌을 주지 않았다.

‘……할아버지.’

자신도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니다. 강호인들이 악인이라 부르는 사람이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긴 했지만 할아버지와 자신은 적어도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너무 가공할 무공 때문이겠지 싶다가도,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은 눈빛을 대할 때면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 흉내를 낼 때의 섬뜩함을 지울 수 없었다.

“소선아.”

“네.”

이렇게 자신을 부를 때는 분명 예전 그 할아버지였다.

“다른 모습으로 오너라.”

“네?”

“여인의 모습으로 오라고.”

천소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남자와 여자 양쪽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괴로워했으며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그에 대해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한데 저 경솔하리만치 당당한 태도는 무엇일까?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진심이다.”

천소선은 한 가지 기대를 품었다.

혹시 자신의 천형(天刑)을 고쳐주려는 것이 아닐까? 할아버지는 분명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냉랭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거절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잠시 후 천소선이 다시 등장했다. 마철군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바로 그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다.

“보기 좋구나.”

천왕군의 칭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천소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천왕군은 거침이 없었다.

“앞으론 이 모습으로 다녀라.”

“이 모습으로 지내라고요?”

“그렇다.”

“그게 끝입니까? 저를 고쳐주려고 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천왕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천소선에게 물었다.

“지금 모습이 더 보기 좋은데 왜 고치려고 하느냐?”

천소선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할아버지는 진심으로 의아해하고 있었다. 지금 손자에 대한 그 어떤 배려심도 가지지 않은 상태였다.

천소선은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조손간의 사적인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할아버지에게는 지금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가 아예 없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할아버지가 아니다.’

대법의 부작용 같은 것일까? 아니라면 그 대법의 결과로 이렇게 변해버리는 것일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

천소선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자신을 향한 눈빛에는 손자를 보는 시선이 아니라, 여인을 대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바닥을 향한 그의, 아니 그녀의 눈빛이 심연처럼 깊어졌다.

* * *

천마와 함께 본격적인 수련에 돌입했다.

그냥 마음속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함께 몸을 움직여 수련한 후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내가 한번 해보지.]

천마가 직접 나서서 무공을 발휘했다.

[과연 이 부분은 확실히 이상하군.]

천마와 나는 여러 동작을 함께 펼치며 그 결과에 대해 토론했다.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고, 다른 부분도 있었다. 양쪽 경우 모두 수련에 도움이 되었다.

나는 서둘지 않았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도 않았다.

이렇게 마음을 가졌다.

나는 이제 막 무공을 시작한 초심자라고.

* * *

천마와 수련을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다.

허공을 붕 날았던 내가 바닥에 내려섰다.

꽝!

쩌어어어억.

강력한 진각에 바닥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갔다.

내지른 검에서 엄청난 검기가 날아갔다.

쇄애애애애애액!

엄청난 검기가 끝없이 멀리 떨어진 연무장을 지나 저 멀리 있는 성벽까지 날아갔다.

꽝!

성벽이 완전히 박살 나서 무너졌다.

내가 다시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수라명왕검을 사방으로 내질렀다.

쉭! 쉭! 쉭! 쉭! 쉭! 쉭! 쉭!

십여 가닥의 검기가 사방을 찢어발겼다. 바닥이 파헤쳐지고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한바탕 검기를 쏟아낸 후 바닥에 내려섰다.

옆에서 지켜보던 천마가 말했다.

[그나마 처음보다 좀 나아졌군.]

확실히 처음과는 달라졌다. 하니까 조금씩 변해갔다.

반복해서 연습하니까 불편하던 동작도 점점 나아졌다. 잘못 이해했던 부분들도 고쳐나갔다.

아무리 마신결이 어려워도 나와 천마가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었다.

이렇게 마음 놓고 다 때려 부수는 것도 천기심환공 내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라면 마신성을 이렇게 부셔버려서는 안 될 일이었으니까.

한바탕 수련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데 천마가 불쑥 물었다.

[걱정 안 되냐?]

[무슨 걱정?]

[바람둥이가 무슨 걱정이겠냐? 두고 온 여자들 걱정이지.]

[잘 있겠지. 그리고 여자들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해줘.]

[후후. 하긴 무슨 일이 생기면 새 여자를 만나면 되지.]

내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왜 걱정이 안 되겠는가?

하지만 최대한 걱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사람의 걱정 중에 정말 필요한 걱정은 채 이 할도 안 된다더라.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고, 나머지조차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걱정이라더군.]

[태평하군.]

[긍정적인 거겠지.]

다시 벌떡 일어나서 수련을 시작했다. 이 긍정을 지탱하는 유일한 것은 최선을 다한 노력뿐이었으니까.

* * *

다시 그로부터 한 달 후.

난 연무장 가운데 서서 정면의 웅장한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리에 차고 있던 수라명왕검이 스르륵 뽑혀 나와서 허공에 떠올랐다.

이기어검술을 날리듯 정면을 겨눴다. 물론 지금 나는 어검술을 날리려는 것이 아니었다.

사르르르르.

다음 순간 수라명왕검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진짜 검이 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라명왕검 모양을 한 검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일곱, 여덟.

총 여덟 개의 수라명왕검 모양의 검기가 진짜를 중심으로 둥근 원을 그렸다. 이제 정면을 향해 겨눠진 검은 모두 아홉이었다.

내가 눈을 번쩍 뜨던 바로 그 순간.

주위의 검기가 회전하면서 발출되기 시작했다.

슉!

날아간 검기가 정면에 있던 건물에 박혔다. 보통의 검기와 달랐다.

건물과 충돌하는 순간, 수라명왕검 모양의 검기가 폭발했다.

꽈아앙!

폭발력이 어마어마해서 건물 한쪽이 통째로 날아갔다.

하지만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슉! 슉! 슉! 슉! 슉!

중앙의 진짜 수라명왕검이 계속 검 모양의 검기를 만들어냈고,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회전하며 계속 발사되었다.

굉음을 내며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정면의 건물을 가루가 되도록 무너뜨린 후에도 검기는 계속 발출되었다. 무너진 뒤쪽의 건물이 박살 났고 그 뒤쪽의 건물도 무너졌다.

그야말로 검기로 이뤄진 검은 끝없이 날아갔고, 심지어 발사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슉! 슉! 슉! 슉! 슉!

꽝! 꽈앙! 꽝! 꽈아아앙! 꽝!

수라명왕검 모양의 검기는 보이는 모든 것을 박살냈다.

이윽고 회전하던 검기의 검이 서서히 멈추더니 마지막 검기를 날려 보냈다.

허공에 떠 있던 수라명왕검이 다시 검집으로 들어왔다.

더는 검기를 발출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으니까.

검기가 날아간 곳은 초토화되어 있었다. 건물도, 성벽도, 바위도…… 그 모든 것이 다 사라져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해냈구나!]

[그래, 드디어.]

이 어마어마한 공격이 마신결 중 검법의 첫 번째 초식이었다.

마신검 제일초식 환검천폭(環劍天爆).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한지 사십여 일 만에 드디어 첫 번째 초식을 발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게 첫 번째 초식이라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

마신결의 검술과 관련한 초식은 모두 일곱 개였다. 그 일곱 초식의 첫 번째 초식이 바로 환검천폭이었던 것이다. 첫 번째 초식치고는 너무 거창하고 화려했으며 강력했다.

스스스스슷.

천기심환공에서 빠져나오자 다시 눈앞에 멀쩡한 성과 성벽의 모습이 보였다. 천기심환공 덕분에 초식의 위력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언제나 처음이 어려운 법.

[자, 이제 첫 번째 초식을 배웠으니 속도를 내보자고!]

[후후, 좋지.]

천마 역시 기분이 고조되어 있었다. 그 역시 이 어마어마한 무공에 어찌 심장이 뛰지 않겠는가?

아직은 그에게 고마움을 말하지 않았다.

내가 중앙의 건물을 돌아보았다.

이차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바로 그 건물이었다.

기다려라. 최대한 빨리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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