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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230화 (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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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결(5)

사내가 고개를 돌려 천소선을 바라보았다.

천소선은 자신을 향한 그 눈빛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단 한 번도 이런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살기도 아니었고, 증오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차디찬 조소가 담긴 것도 아니었다.

무덤덤한 눈빛을 보는 순간 오금이 저렸다. 내공이 장장 육 갑자인 자신인데,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소선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천소선이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

"그래, 나다."

천소선은 당황했다. 사내에게 할아버지의 모습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맞다면 그는 젊어진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대법이 성공한 겁니까?"

“그래. 성공했다."

"정말 할아버지십니까?"

"그래, 나다."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천란이니 당연히 할아버지가 맞을 것이다.

'한데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완전체가 되신 것인가?'

바로 그때였다.

툭.툭.툭.툭.툭.

그때 다시 그곳으로 또 다시 서너 발의 진천뢰가 굴러들어왔다.

"조심하십시오."

천소선이 재빨리 돌아서며 두 팔을 벌리며 호신강기를 펼쳤다.

하지만 진천뢰는 터지지 않았다.

천소선이 두 눈을 부릅떴다.

바닥에 있던 진천뢰가 허공으로 떠오르며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꾸우욱. 꾸우우욱. 꾸욱.

원래 이렇게 충격이 가해지면 진천뢰는 터지기 마련이다.

한데 이렇게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음에도 진천뢰는 터지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버젓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투두두두둑.

허공에 떠 있던 진천뢰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원래 무엇이었는지 이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천소선이 다시 천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사내는 천란에서 일어나 서 있었다. 벌거벗은 몸에서는 마치 환골탈태라도 한 것처럼 빛이 나고 있었다.

그는 천소선의 할아버지인 천왕군이 맞았다. 새로운 육체로 거듭난 그는 자신의 힘과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단전에서 엄청난 내공이 느껴졌다.

하지만 주체할 수 없을 이 강력한 힘은 단전의 내공에서 비롯 된 것이 아니었다. 온몸에서 솟구쳐 오르는 근원적인 힘이었다.

천왕군이 손을 내뻗자 한옆에 개어져 있던 옷이 날아가서 저절로 허공에 펼쳐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옷을 입혀주는 것처럼, 옷은 자연스럽게 천왕군에게 입혀졌다. 그 수법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단지 허공섭물 이상의 어떤 능력이었다.

"나가자."

"네, 할아버지."

천왕군이 머리 위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꽈아아아아앙!

가벼운 손짓에 천장이 통째로 날아갔다.

동그란 구멍으로 하늘이 보였다.

천소선은 경악했다. 자신도 마음을 먹으면 천장 정도는 날려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먼지 가루 하나 날리지 않게 통째로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 구멍은 마치 사포질이라도 한 것처럼 매끈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손바닥으로 발출한 장력이었음에도 말이다.

'인간의 무공이 아니다.'

천소선은 이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대법이 정말 성공했고 할아버지는 완전체가 되었음을.

정말이지 이 대법을 성공시키기 위해 할아버지와 자신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

정말이지 춤이라도 추며 웃음을 터뜨려야 할 순간이었다.

자신은 이렇게 기쁜데, 정작 당사자인 천왕군은 마치 그런 과거 따윈 다 잊었다는 듯 너무나 담담했다.

천소선은 이 알지 못할 낯선 거리감에 내심 두려움을 느꼈다.

휘익.

천왕군이 먼저 몸을 날려서 위로 올라갔다. 그 뒤를 따라 천소선이 몸을 날렸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주변에 수백 명의 무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멸마단과 철기단의 무인들이었다. 무림맹의 정예답게 하나하나가 고수들이었다.

멸마단주 마중열이 가차 없이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무인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쇄애애애애애액!

곧이어 정적이 내렸다.

천왕군이 손을 내밀고 있었고, 그 손바닥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앞을 달려들었던 무인들도, 그들 뒤에 서 있던 무인들도, 그 무인들 뒤에 세워진 건물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단 한수에 수십 명의 고수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시체조차 남지 않았기에 누가 죽었는지조차 지금은 알 수 없었다.

모두들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여전히 그들은 수백 명이었지만 누구 하나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모두를 짓눌렀다.

이런 엄청난 한수는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개와 호랑이라도 되어야 싸워볼 마음이라도 생길 것이다.

한데 지금은 상대는 호랑이이고 자신들은 먼지 같은 느낌이었다. 애초에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비교를 해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법, 마중열이 다시 공격명령을 내리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슁.

다시 들려온 한 줄기 바람 소리.

천소선의 손가락이 마중열을 향하고 있었다.

마중열이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서 핏물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육 갑자가 된 천소선의 광살풍은 더욱 빨라졌고 강해졌다. 그냥도 막기 어려운 공격이었는데, 앞서 천왕군이 보여준 한 수에 넋이 나가 있었으니, 마중열은 이 공격을 막지 못했다.

"공……격……."

마지막 명령조차 채 다 내리지 못하고 마중열이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천왕군이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차라리 비웃었다면 이렇게 무섭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기분 좋게 싱긋 웃었는데 주위가 싸늘해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천왕군이 무인들을 보며 말했다.

"돌아가서 전해라. 이젠 나를 찾지 않아도 된다고."

그 말은 무서운 말이었다. 이쪽에서 찾아가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천왕군이 앞장 섰고 천소선이 뒤따랐다.

무인들은 그들이 걸어가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감히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그곳을 떠나갔다.

***

흑암거해진의 세 번째 진법인 해일진이 완성되었다.

미로진에 이어 화염진, 거기에 드디어 해일진까지 완성되자 갈사량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안가는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진 것이다.

"고생하셨습니다."

백표의 치하에 갈사량이 고개를 내저었다.

"자네와 흑표대가 돕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흑암거해진을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네. 수고했네."

"아닙니다, 군사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갈사량이 백표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백표가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숙소 확장공사는 어떻게 되었나?"

"벽씨검문과 송가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거의 다 끝나 갑니다."

"다행이군."

그때 삼안각의 수하가 달려 들어왔다.

"급보입니다."

전해진 소식에 갈사량이 깜짝 놀랐다.

"무슨 일입니까?"

백표의 물음에 갈사량이 보고의 내용을 전했다.

"천소선에 관한 소식이라네. 무림맹에서 그자의 행방을 알아내고 멸마단과 철기단을 보냈는데 오히려 크게 당한 모양이네."

"천소선에게 당한 것입니까?"

백표의 물음에 갈사량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아니라 아주 젊은 사내가 함께 있었는데, 그의 무공이 무시무시했다는군. 목격자들의 말로는 단 일수에 수십 명의 고수들이 죽었다고 하네."

"믿기 어렵군요."

더구나 새파랗게 젊은 고수라고 했다. 하지만 수 많은 목격자가 있는 이 보고가 잘못된 보고일 리 없다.

원래라면 기뻐할 소식이었다. 천소선쪽과 암흑상계, 그리고 무림맹이 서로 분열되고 싸우는 것은 이쪽에 유리한 일이었으니까. 일부러라도 분열책을 써야했으니까.

하지만 갈사량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더구나 벽리단마저 부재중인 상황이 아니던가?

갈사량이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뭔가 일이 벌어지려하고 있네."

그것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주 불길한 어떤 것이었다.

***

쉬이이익.

나는 몸을 꼿꼿이 세운 채 팔짱을 끼고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바로 마신비행이었다.

보통 이렇게 높은 곳에서, 이 정도 속도로 날아가기 위해서는 검을 타고 날아가는 어검비행술을 발휘해야 했다.

하지만 마신비행은 검 없이 혼자서 이렇게 하늘을 날 수 있었다.  그것도 허리를 꼿꼿이 세운 도도한 자세로.

게다가 보여지는 대단한 신위에 비해 내공소모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마신영풍보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래로 성의 전경이 보였다. 성이 전체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건물 각각의 위치와 모양을 마치 설계도를 내려다보듯이 볼 수 있었다.

그랬기에 발견한 사실 하나.

마신성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무서운 마귀의 얼굴 모양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놀랍고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원스러운 비행을 마치고 나서 건물의 옥상으로 내려왔다.

솜털처럼 가볍게 내려서는 부드러운 착지였다.

그렇게 하늘을 날아다녔음에도 내 숨소리는 평온했다. 정말이지 나는 마신결의 시험을 떠나, 순수하게 이 무공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마신영풍보에 있는 모든 무공을 전부 연마했다. 두 번째 방문 위에 이렇게 적혀 있었으니까.

<책자에 적힌 내용을 모두 익히면 이 문이 열릴 것이다.>

처음에 이론만 모두 숙지했을 때 문 앞에 서 보았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머릿속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무공을 구사할 수 있어야 문이 열리는 모양이었다.

저 멀리 떨어진 건물의 지붕을 바라보고 있던 내가 몸을 날렸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잉.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질러서 건너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던 건물의 지붕 위로 내려섰다.

처음 구사했다가 벽을 뚫고 들어갔던 바로 그 마신일보였다.

하지만 이젠 제법 그럴듯하게 거리 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이런 무공이 존재하다니?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

무공에 관한 자부심이 드높은 천마가 이런 말까지 했으니, 마신영풍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그 외의 경공과 보법 역시 엄청난 것들이었다.

마신암영 (魔神暗影).

마신일보나 마신비행이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마신 암영은 공격을 목적으로 했다.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상대의 배후에서 그림자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보법인 것이다.

앞서 마신일보나 마신비행이 그렇듯, 일반적인 무공의 은신술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었다.

만약 상대가 마신암영으로 나를 공격해 온다면 나는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수직으로 상승하며 여러 움직임을 펼칠 수 있는 마신부운(魔神浮雲)과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며 그 길을 막아서는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마신탄영(魔神彈影), 시야에 보이는 곳이라면 그곳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최종초식인 마신지로(魔神之路)까지.

특히 마신지로는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무공이었는데, 이론적으로는 저 멀리 까마득한 산이 있다면 그곳까지 한 순간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볼 때 정말 마신이 되어야만 발휘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말도 안 되는 무공이었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두 세걸음 떨어진 곳까지는 순간이동 하듯이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마신영풍보 다음에 배울 무공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이 보법에 걸맞은 무공이라면 그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부푼 마음으로 다시 처음의 그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마신영풍보의 모든 초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도달한 경지는 이제 겨우 삼 성에 불과했지만, 그렇다고 이 시험이 대성을 이루라는 시험을 아닐 것이다.

문 앞에 서는 순간.

스르르르롱.

내 성취를 어떻게 알았는지 두 번째 시험의 방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이 마신성에는 어떤 초월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이번에도 하나의 탁자에 하나의 서책이 놓여 있었다. 앞서의 마신영풍보의 비급과는 달리 이번 비급은 아주 두꺼웠다.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전율했다.

마신결 (魔神訣).

마신의 무공이 적혀 있는 비급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정면에 또 다른 문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대가 가야 할 길을 정한 후 이 앞에 서면 문이 열릴 것이다. >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방의 시험이 끝이 아님을. 내가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마신결의 첫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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