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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219화 (219/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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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 (2)

아귀견이란 말에 혈루는 물론이고 곁에 있던 적요와 서불패까지 깜짝 놀랐다.

아귀견은 매혈상인의 독문무공 중 하나로 막대한 내공과 심력소모는 물론이고, 선천진기까지 소모해야 하는 사술이었다.

그야말로 비장의 한 수로 사용되는 그것을 처음부터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몇 마리를 풀 작정이시죠?"

적요의 물음에 매혈상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전부."

적요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설마 여기에 있는 전부를 다 소환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다 소환해서 풀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 진법을 깨지 못할 거다."

"맙소사!"

적요가 놀라 혈루와 서불패를 쳐다보았다. 그들도 아귀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 '전부'가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알았다.

아귀견은 살의에 허기진 혈견이었다.

한 사람의 피로 한 마리의 아귀견을 소환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전부 다 소환하겠다는 뜻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 숫자만큼 소환하겠다는 뜻이었다. 혈검의 숫자만 이백.

소환되는 아귀견은 그 재료가 된 피의 주인에 따라 강함이 정해진다. 쉬운 비유로 일반 사람의 피로 만들어진 아귀견이 개라면, 이들 혈검의 아귀견은 호랑이다.

당연히 적요와 혈루, 서불패의 피로 만들어진 아귀견은 훨씬 더 강할 것이다.

적요는 다시 한 번 이 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저 진법이 그렇게 대단한 진법이라고 여기세요?"

"저 진법이 그렇게 대단한지는 알 수 없지. 우린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죠?"

"적어도 저 진법을 만든 자는 대단한 자니까. 놈이 만든 함정이라면, 저 진법은 죽음의 진법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에는 죽음으로 맞서야겠지."

적요는 물론이고 혈루와 서불패까지 긴장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혈상인은 그 어떤 방심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그녀가 혈검주에게 명령했다.

"이곳 모두의 아귀견을 소환할 것이다. 모두 준비시켜라."

“지엄하신 명을 받듭니다!"

혈검주가 가까이 있던 수족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 아래로 전달되면서 이백 명의 혈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커다란 항아리를 가져왔다. 사람을 뜯어먹는 지옥개가 그려진 무시무시한 항아리였다.

"피를 모아라!"

혈검주의 명령에 가까이 있는 혈검들부터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이 비수로 자신의 팔뚝을 베어서 피를 항아리에 모았다.

돌아가면서 피를 모았는데, 이백 명에 달하는 숫자였다.

적요와 혈루, 서불패도 피를 내놓았다. 특히 서불패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는데, 명령을 거절하지는 못했다.

분위기상 거절할 수 없을뿐더러 매혈상인이 먼저 자신의 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모든 피가 다 모이자 그 항아리 앞에서 매혈상인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와 항아리 주위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적요와 혈루, 서불패까지 모두 피와 관련된 사술을 배운 자들이었다.

하지만 매혈상인의 것은 자신들이 익힌 사술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악함의 근원적 깊이가 달랐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악이라는 느낌.

스스스스슷!

항아리에서 나온 붉은 기운이 적운처럼 뭉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더니 이내 한곳에 모여 어떤 형상을 만들었다.

그것은 문이었다.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그것은 마치 지옥문을 연상케 했다. 매혈상인의 주문이 더욱 빨라졌다. 그녀는 지금 엄청난 선천지기와 내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주문이 극에 달하던 순간, 지옥문이 활짝 열렸다.

"크르르릉!"

문에서 커다란 개가 한 마리 걸어 나왔다.

두 눈은 물론이고 몸에서도 온통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는데, 드러낸 이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아귀견은 개처럼 생겼지만, 보통의 개와는 차원이 달랐다. 호랑이보다 강한 힘과 생명력을 지닌 것들이었다. 짐승이 아니라 그야말로 마물이라 부를 존재들이다.

뒤따라 아귀견들이 걸어 나왔다.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아귀견들이 문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백 마리가 넘는 아귀견들이 나왔지만 계속 나왔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내뿜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혈검들조차 몸을 떨었다. 같은 편인 매혈상인이 펼치고 있는 사공이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껴야 했던 것이다.

이제 문에서 나온 개는 이백 마리가 넘었다. 피를 제공한 이들의 숫자만큼 나온 것이다. 아귀견들 중에서 유난히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긴 것들이 있었다.

바로 적요와 혈루, 서불패의 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리고 위풍당당하게 마지막 아귀견이 걸어 나왔다. 몸집이 집채만큼 거대했으며 두 눈에서는 모든 아귀견을 압도하는 강력한 광기를 흘려내고 있었다.

바로 매혈상인의 피로 만들어진 아귀견이었다.

다른 아귀견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만들었다.

좌우로 적요와 혈루, 서불패의 피로 만들어진 아귀견들이 뒤를 따랐다.

매혈상인의 아귀견이 크게 울부짖었다.

크아아앙!

나머지 아귀견들이 일제히 울부짖기 시작했다.

선두에 선 아귀견들이 달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백여 마리의 아귀견들이 달려가서 어른 키보다 높은 벽씨검문의 담을 훌쩍 넘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과연 진법은 확실히 있었다. 아귀견들이 담을 넘고 장원의 중간쯤 내달렸을 때, 그것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마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듯, 뒤따라 내달리던 아귀견들도 모두 안으로 사라졌다.

***

쿠르르릉.

진법이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두 번째 진법 구역에 백표와 나란히 서서 첫 번째 구역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로진 입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시뻘건 기운을 내뿜는 개들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천마가 이 개들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아귀견이다.]

[아귀견?]

[과거 검마가 혈락여제를 상대했을 때, 이 아귀견을 사용했다고 했다. 함께 갔던 본교의 고수들이 모두 이 아귀견에게 당했지.]

[성왕보가 말한 매혈상인이 혈락여제의 후예라는 확실한 증거군.]

[그렇지.]

미로진이 발동해서 바닥은 물론 사방 벽에서 암기가 발출되었다.

온갖 종류의 암기가 날아가서 아귀견들에게 박혔지만, 그것들은 몇 발의 암기로는 죽지 않고 피를 흘리며 사방으로 날뛰었다.

그러다 한 마리가 죽으면 또 다른 아귀견들이 달려들었다. 몰려드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귀견들이 몸으로 달려가 벽에 부딪쳤다.

꽝! 꽈앙!

금이 간 벽을 또 다른 아귀견이 달려가서 부딪쳤다.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모조리 다 부수고 있었다.

원래 미로진은 억지로 부수려하면 공격이 더욱 거세진다.

쉭쉭쉭쉭쉭쉭!

수십 발의 강침이 날아가 아귀견들의 몸을 꿰뚫었다. 고통에 울부짖으며 벽으로 달려가 부딪쳤다. 금이 가 있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 마리가 쓰러지면 또 다른 아귀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야말로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마치 이렇게 묻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많은 암기를 쏴 봐라, 우릴 다 죽일 수 있나?

그 붉은 기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며 백표가 말했다.

"이런 무지막지한 공격은 과거 마교와의 전쟁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네."

내가 쉽게 공감하자 대번에 천마가 끼어들었다.

[웃기는군. 우린 이보다 열 배는 더 무지막지했다!]

[열 배?]

[아니라고? 이거 왜 이래? 아무리 우리가 졌다지만, 우리 혈천신교야!]

[그래, 당신들도 무서웠지. 인정해. 하지만 저 정도로 무지막지하진 않았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옥의 한 광경을 보는 것만 같았다.

무서운 살기를 뿜어내는 아귀견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끝없이 밀려드는 모습은 정말 두려운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결국 진법이 뚫리고 말 겁니다."

백표의 걱정에 내가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뒤쪽에서 갈사량과 송화린, 그리고 흑표대가 두 번째 진법을 만들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갈사량이 이쪽으로 걸어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전부 다 달라붙어서 서둘러 진법을 만들고 있었지만 오늘 내로 완성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는 이유는, 일차 진법이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두 번째 공격이 며칠 후에 있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고생이 헛되지 않을 터인데, 지금 벌어지는 상황으로 볼 때 첫 번째 진법이 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차라리 일차 진법이 화염진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갈사량의 말처럼 첫 번째가 화염진이었다면 아귀견을 태워버리며 더 잘 버텼을 것이다.

사실 미로진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진법이었다. 미로진의 매서운 공격도 공격이지만, 미로에 갇혔다는 심리적 공포감이 크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없이 밀려드는 아귀견에게는 그런 공포심 유발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진이 파훼되어도 아쉬워할 것 없소. 진법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으니까. 만약 저것들이 곧바로 우릴 공격했다고 생각해 보시오."

내 말에 갈사량과 백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표쯤 되는 경험과 실력자라면 저것들을 상대로 잘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인들은 저 아귀견들이 달려드는 모습만 봐도 오금이 저려 제대로 싸우지 못할 것이다.

"저 공격을 버텨내는 진법도 정말 대단합니다."

백표의 감탄에 동의했다. 대단한 진법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

천마가 넌지시 자랑했다.

[이거 본교의 진법이잖아?]

[그렇지.]

[믿어. 저깟 개새끼들에게 안 뚫린다.]

쿠르르르릉!

그때 미로의 벽들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벌써 미로진은 삼분지 일 이상 뚫린 상태였다.

특히 선두에 선 세 마리의 아귀견들이 눈에 띄었다.

덩치가 더 컸고, 더 빠르고 강했다. 하는 행동도 달랐다. 놈들은 영리하게 암기를 피하면서 다른 아귀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내달리던 아귀견들이 놈들의 지휘하에 암기를 피하며 영리하게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두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래, 당신네 진법이 저깟 개새끼에게 뚫리게 둘 순 없지.]

내가 훌쩍 진법 안으로 뛰어들었다.

당연히 피아구분을 하지 못하니 진법이 나를 향해서도 암기를 쏘았다.

내가 진법에 들어가서 아귀견을 죽이지 않은 이유였다.

진법의 공격도 막으면서 아귀견을 죽여야 했으니까, 내공소모가 두 배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진법 내부의 한정된 암기를 내게 사용하게 하는 것도 아주 비효율적인 선택이었다.

상대가 어떤 패를 가졌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진법을 지키다가 내공을 다 써버린 상태에서, 상대가 다른 방법으로 단숨에 미로진을 파훼해 버린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챙챙챙챙챙챙챙!

사방에서 쏟아지는 암기를 튕겨내며 특별해 보이는 세 마리의 아귀견들을 향해 허공을 날았다. 딱 저놈들만 없애고 다시 빠져나갈 것이다.

암기를 피하며 벽을 부수고 있던 첫 번째 아귀견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를 물려고 쩍 벌린 입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겨 나왔다. 다른 놈들과는 달리 이놈의 냄새에는 독기가 섞여 있었다. 만약 내가 만독불침이 아니었다면 그 냄새 때문에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꽝!

첫 번째 아귀견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박살냈다.

푹푹푹푹푹푹!

날아드는 암기를 놈의 시체를 방패삼아 막으며 두 번째 아귀견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암기와 다른 아귀견들이 달려들었다.

촤아아악!

막아서던 아귀견들이 잘려 나갔고, 날아든 암기는 내가 지나간 자리에 뒤늦게 박혔다.

내가 노린 두 번째 아귀견이 공포심을 느끼고 달아나려고 몸을 돌렸다. 나와 싸우다가 등을 보인 결과는 인간이나 짐승이나 마찬가지였다.

쉬이이이익!

촤아아아악!

내 검기에 놈의 몸통이 세로로 갈라졌다. 아무리 대단한 기세라 하더라도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었다.

내게 더 위협적인 것은 이 와중에도 나를 향해 날아드는 암기들이었다.

툭툭툭툭툭툭툭!

쉭쉭쉭쉭쉭쉭쉭!

바닥에서 수십 개의 강침이 튀어 올랐고, 사방에서 암기가 비처럼 쏟아졌다.

진법의 공격을 피해 튀어 올랐을 때, 내가 노렸던 세 번째 아귀견이 피할 틈도 없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악!

놈이 내 팔을 사정없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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