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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174화 (17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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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의 영혼(1)

마철군의 입술이 신비여인의 입술에 닿았다.

그냥 살짝 닿았을 뿐인데 그의 온몸에 뇌전이 흐르는 쾌감이 느껴졌다.

마철군은 여러 여자를 만나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이렇게 매혹적인 여인은 처음이었다.

모든 남자의 이상형일 것이라 해도 좋을 것 같은 여인.

그 여인과의 첫 입맞춤이었다.

본능에 이끌린 마철군이 좀 더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다.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가슴에 손을 대려 한 것이다.

바로 그때, 여인이 가볍게 마철군을 밀어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마철군은 순순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저 아름다운 입슬에 입맞춤을 한 것만 해도 꿈만 같았다.

“바람이나 쐬러 갈까요?”

“그럽시다.”

두 사람이 나란히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모습에 밖을 지키던 맹호단 무인들이 깜짝 놀랐다. 분명 맹주의 침소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그녀가 나온 것이다.

“괜찮네. 내가 은밀히 부른 사람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그리고 근처에 있을 테니 뒤따라 올 필요 없네.”

“네, 알겠습니다.”

마철군이 신비여인과 함께 맹주전을 나섰다. 하늘에 뜬 만월이 오늘따라 신비롭게 느껴졌다.

“전에 당신이 말했지 않소? 직접 찾아오라고.”

“그랬지요.”

“대체 어디로 찾아가면 되오?”

“스스로 찾아내야지요. 당신은 그럴 만한 힘을 지녔잖아요?”

기분이 좋은 말이었지만 막연한 말이기도 했다.

‘좋아, 내가 반드시 찾아내겠소.’

그런 결심이 얼굴에 드러났고 신비여인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마철군은 그녀와 함께 말없이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곳곳에서 경계를 서던 무인들이 깜짝 놀랐다. 맹주가 여인과 함께 산책을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여인이 너무 아름답다는 사실에도 놀란 것이다.

마철군은 그런 반응이 기분 좋았다.

대체 어디서 이런 아름다운 여인이?

역시 무림맹주님이시구나!

그런 선망과 존경심이 느껴졌으니까.

그녀가 은밀히 침소에 찾아왔을 때와는 기분이 달랐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솔직히 맹주가 되었을 때보다 더 기뻤다.

‘미쳤군.’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기뻤으니까. 이 여인에게 미친 것은 확실했다.

그렇게 맹 내부를 거닐다가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만병고였다. 마철군은 그녀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왔다. 설마 의도적으로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마철군이 커다란 건물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이곳은 만병고요. 무림맹 무기들을 보관하는 곳이오.”

“구경하고 싶어요.”

“어려울 것 없지. 갑시다.”

마철군이 그녀를 데리고 만병고로 들어갔다. 밖에서 지키고 있던 무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역시 비슷한 놀람에 마철군은 다시 한 번 기뻐했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텅 빈 복도를 걸어가다 여인이 발걸음을 멈췄다.

“잠시만요.”

“왜 그러시오?”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그녀가 부드럽게 마철군의 몸을 잡아당겼다.

입맞춤을 하려는 것임을 알고 마철군이 눈을 감았다.

앞서 입맞춤은 자신이 유도한 것이었다. 한데 여인이 먼저 입맞춤을 하려 하자 마철군의 심장이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이 몸에 닿는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스르륵, 툭.

마철군의 몸이 여인에게로 허물어졌다.

그는 여인에게 기댄 채 잠이 들었다. 그녀가 능숙한 솜씨로 마철군의 수혈을 짚은 것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복도 끝 방의 문이 열리며 사내들이 나왔다. 선두에 선 사내의 이마에 푸른색 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뒤따라 나온 사내의 팔뚝에도 뱀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이 바퀴가 달린 수레에 마철군을 앉혔다. 그리고 수레를 밀고 복도 모퉁이를 돌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이 복도에 난 창가로 걸어갔다. 그녀가 무덤덤한 눈빛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둥긋이 떠 있는 보름달은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결코 잡을 수 없는 거리에 있었음에도.

* * *

문이 열리며 사내들이 마철군이 잠든 수레를 끌고 들어왔다.

“저쪽 침상에 눕히시오.”

말한 사람은 바로 대법전문가 양정회였다. 그는 대법에 있어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물이었다.

오래전부터 이 조직과 인연을 맺고 여러 일들을 해왔는데, 이렇게 큰 대법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미 정호는 다른 쪽 침상에 누워 있었다. 약에 취한 것인지, 아니면 수혈이 눌린 것인지 그는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이번 대법은 지난번 임연정과 정소가 책자를 보고 시행한 대법보다 훨씬 어려운 대법이었다. 마철군의 영혼은 지워버리고 그의 육체에 천마의 영혼을 심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영혼이 사라지는 순간, 육체도 죽는다. 정확히 그 순간에 새 영혼을 입히지 못하면 이혼대법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다. 촌각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이식해야 한다는 뜻.

그럼에도 방에 준비된 장치들은 이전에 책자를 보고 시행했던 것들에 비해 훨씬 단순하고 숫자도 적었다.

대법에도 여러 방식들이 있는데 양정회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마철군을 침상에 눕힌 후 뱀문신 사내들은 밖으로 나갔다.

이제 그곳에 있는 사람은 두 사람.

양정회 이외에도 검야가 한구석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이곳에 있지 않아도 되오.”

양정회의 말에 검야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받은 명령이 있어서. 없는 사람이다 생각하시고 일 하시오.”

“알겠소이다.”

양정회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대법 준비를 했다. 이 정도 중요한 대법이라면 두세 명의 보조가 옆에서 돕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데 이번은 혼자서 대법을 진행해야 했다. 훨씬 더 힘들겠지만, 더 집중해야 했다. 성공하면 막대한 부를 얻겠지만, 실패하면 자신의 목숨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향이 피워졌고, 내부의 여러 장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정회가 마철군의 옷을 벗긴 후, 몸에 침을 놓았다.

그렇게 대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그곳으로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바로 천소선이었다.

양정회가 잠시 손길을 멈추고 그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그는 이 조직에서 천소선이 얼마나 핵심적인 자리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잘 부탁드리오.”

천소선도 양정회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이번 대법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야말로 조직의 사활을 건 일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소이다.”

그렇게 양정회와 인사를 주고받은 후, 천소선이 검야에게로 다가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검야 어르신.”

그러자 검야는 고개를 한번 까닥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럼에도 천소선이 한마디 덧붙였다.

“잘 부탁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뭐 있나? 그냥 술이나 마시는 거지. 한잔하겠나?”

“전 괜찮습니다.”

검야가 내밀었던 술병의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천소선이 그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검야의 무공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자신이 아는 한, 조직 내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물론 그랬으니 이 자리에 동원된 것이겠지만.

천소선이 벽에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았다.

대법이 끝나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 * *

반 시진 후, 나와 숙수는 두 개의 수레를 밀고 주방을 나섰다. 수레에는 숙수를 도와 만든 요리가 가득 있었다.

숙수의 이름은 조명(曺鳴)이었다.

어려서 들어와 무림맹 숙수로 일한 지 삼십 년째라고 했다.

그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그를 협박했다.

“허튼 짓을 하면 내 손에 죽을 거요.”

그를 위한 협박이기도 했다. 내 일을 돕기만 하면 그는 무사할 것이다.

그를 도와서 요리를 만들었다. 솜씨 좋은 숙수답게 그는 내 도움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냈다.

병장기를 옮기는 기관장치를 타고 지하 일 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은 거대한 창고였다. 곳곳에 병장기가 쌓인 장식장들이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우린 장식장들 사이로 수레를 밀고 갔다.

그 끝에 제법 넓은 공간이 나왔는데, 그곳에 십이사들이 서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하나의 방문.

저곳이구나!

나는 그 안에서 대법이 이뤄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식사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한옆 탁자 위에 요리를 내려놓았다.

“잠시 기다려라.”

십이사 중 두 사내가 나와서 요리를 일일이 은침으로 확인했다.

나는 그들 뒤쪽 방에서 묘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미 대법이 시작되었다면, 사전에 아이를 구하는 것은 실패한 것이다.

놈들이 이렇게 빨리 대법을 진행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만약 검야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맹주전 지하 밀실에 들어가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 가도록.”

“네.”

빈 수레를 밀고 돌아서는데, 뒤쪽 문이 열렸다.

“잠깐.”

밖으로 나온 사람은 바로 검야였다.

“술 가져왔나?”

“아닙니다. 술도 가져올까요?”

“몇 병 가져오도록.”

“네.”

나는 조명 뒤에 서서 얼굴을 감췄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가 다시 돌아섰다.

“잠깐. 거기 뒤.”

“네.”

내가 얼굴을 드러냈다. 그가 내 얼굴을 기억했다.

“너는 아까 내게 서관이 어딘지 물었던 자가 아닌가?”

“아, 그때 그분이시군요?”

나도 이제야 그를 알아본 것처럼 행동했다.

“네가 왜 여기 있지?”

검야의 표정이 삽시간에 날카로워졌다.

바로 그때 조명이 나서서 말했다.

“이 친구는 저와 서관에서 만나기로 했었습니다.”

내가 재빨리 그와 호응했다.

“지리에 익숙지 않아 길을 헤맸었지요.”

검야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이곳은 동관 구역인데?”

조명이 태연하게 말했다.

“서관 쪽 숙수들에게 소개를 해주려고 데려갔던 것입니다. 사람을 보내셔서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그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 아는 나조차도 속을 연기였다.

잠시 나와 숙수사내를 번갈아 쳐다보던 검야가 다시 돌아서 들어갔다.

“술은 독한 것으로 사오도록.”

방으로 들어가던 순간 열린 문 사이로 또 다른 사람이 보였다. 밖에 무슨 일인가 걸어 나온 천소선이었다.

천소선과 검야.

외부에는 만만치 않은 십이사.

거기에 언제 노인이 불쑥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

게다가 이미 대법은 시작되었고.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나는 조명과 함께 주방으로 돌아왔다.

“왜 나를 위해 나서준 것이오?”

“열세 살에 들어와서 무림맹 숙수만 삼십 년이오. 이곳 만병고 주방에서만 이십이 년째고. 그동안 저런 이상한 자들이 병기 검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소. 그리고 당신이 악인이라면 보조 숙수를 죽였겠지. 하지만 재우기

만 했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요?”

“간단히 말하면 주방에 벌레가 들어왔소. 음식 재료를 모두 갉아먹는 몹쓸 벌레들이오.”

주방의 비유는 효과가 있었다.

“그럼 잡아야지요.”

조명이 눈에 힘을 주었다. 빠져나가기 위한 수작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식사를 언제까지 준비하라고 했소?”

“내일 낮까지였소.”

다시 말해서 내일 저녁에 되기 전에 대법이 끝난다는 말이었다.

“일단 가서 술을 준비해서 가져다주시오. 식사 준비도 제대로 해주시고.”

“그럼 그대는?”

“나는 잠시 나갔다 오겠소.”

나는 이대로 무력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님을 깨달았다. 뭔가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그사이 내가 상부에 고발할 수도 있는데?”

“저자들은 강호에서 이름난 악인들이오. 그들이 이곳까지 들어와서 저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맹의 수뇌부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오.”

나는 담담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내 말을 믿어주길 바랐다.

“이 일을 알리면 그대는 목숨을 잃을 거요. 강호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무림맹이란 주방도, 이곳 무인들을 위한 그대의 주방도 두 번 다시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없겠지.”

조명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말을 믿어야 할 것인지를 갈등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소?”

“있소.”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 정도 되면 척 보면 신선도를 알 수 있소. 당신은 꽤 신선한 재료 같소.”

내가 피식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내 손을 굳게 잡았다.

나는 곧장 무림맹을 나왔다.

곧장 공수찬을 찾아가 삼십만 냥을 받았다.

거금을 들고 내가 찾아간 곳은 바로 흑시였다. 지금까지 내가 영약과 보호구를 샀던 바로 그곳.

이곳 흑시 무한지부는 중원의 흑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었다.

과연 나를 맞이한 책임자가 자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 지부에 없는 것은 세상에 없는 물건이오. 자, 무엇이 필요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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