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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160화 (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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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인가?(2)

아이를 내려다보던 임연정은 자신의 가슴이 쿵쾅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대법 당사자가 아이일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우리 근이만한 나이구나.’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천소선이 그녀 옆으로 걸어와서 함께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렇소. 이 아이들이 대법 대상자들이오.”

“어떤 아이들인가요?”

“말해줄 수 없소.”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 본 것일 뿐이다.

“이 아이의 영혼에 두 개의 영혼이 깃들어 있소. 그중 하나의 영혼이 저 아이에게 옮겨질 것이오.”

이혼대법에서 두 개의 영혼이 깃드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하나의 영혼을 죽이고, 다른 영혼을 심는 대법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흔히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깃드는 대법이 사용되었다.

임연정이 안타까워하는 점은 이것이었다.

보통의 경우 영혼을 옮기고 나면, 기존에 두 개의 영혼이 깃들었던 아이는 대부분 죽게 된다. 영혼을 옮기는 과정 자체가 워낙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천소선이 한옆에 놓여있는 책자를 가져왔다.

“여기 이대로 하시면 되오.”

옆에 있던 정소가 눈을 반짝였다. 그는 오직 그 내용을 익히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총 열두 시진 정도 소요될 거요. 대법 시작은 한 시진 후부터 시작합시다.”

할 말을 끝낸 천소선이 밖으로 나가자 정소가 다급히 다가왔다.

“그 책 나도 좀 봅시다.”

임연정이 책자를 정소에게 건넸다. 마음 같아선 나는 갈 테니 너 혼자 다 배우고 해먹으라고 하고 싶었다.

정소가 첫 장에서부터 감탄을 터뜨렸다.

“오! 이것 보시오! 이런 방법으로 대법을 시작하다니?”

임연정은 못 들은 척 다시 아이 옆으로 다가갔다.

잠든 두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 아이는 대법이 끝나는 순간 죽을 것이고, 다른 아이는 다음 대법에서 죽게 될 것이다.

책자를 들여다보며 정소가 그녀에게로 말했다.

“다행입니다.”

“뭐가요?”

“애들이라서요.”

“뭐라고요? 그게 다행이라고요?”

“그렇지 않소? 난 애가 더 마음이 편한데.”

결코 좋은 의미에서 편하다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랬기에 임연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뭔 개소리냐며 귀싸대기부터 한 대 올려버리고 싶었지만, 이 위험천만한 시점에서 정소까지 문젯거리가 되어선 안 될 일이었다. 오히려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야 한다.

“우리 잘해 봐요.”

“그럽시다!”

정소는 여전히 책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법 시작까진 한 시진이 남았다.

“나는 좀 쉴게요.”

“나는 이곳에 있겠소.”

한 글자라도 더 외우려고 눈이 시뻘게진 그를 남겨두고 임연정이 법당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고수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천소선이 떠나지 않고 있었고, 그와 함께 이선이 있었다.

엄청난 무공을 지닌 그들 세 사람에 백석과 일호까지 있었다.

임연정은 불안했다. 아무리 벽리단의 무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들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라도 저 아이들을 구해내기는 어렵겠구나.’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연스럽게 아들 생각이 났다.

지금쯤 구해냈을까? 아니면 아직 구해내지 못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법당 안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앞 담장 앞에 일호와 칠호의 모습이 보였다.

임연정이 칠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잠시 나 좀 봐요.”

“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려니 천소선이 그녀에게 말했다.

“어디 가시오?”

“잠시 바람 좀 쐬려고요.”

“암자 밖으로는 나가선 안 되오.”

“네, 알겠어요.”

임연정이 후원으로 걸어갔다. 칠호가 그녀 뒤를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왔을까요?

-네, 분명 와 있을 거예요.

-한 시진 후에 대법 시작이에요. 암자 밖으로 나가야만 그에게 알려줄 수 있을 텐데요.

-전에 그랬듯 그가 알아서 우릴 찾아올 거예요. 이후 일은 그에게 맡기고, 저들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럴게요.

-한 가지 문제는 대법이 열리는 법당이에요. 그 사람이라도 법당 가까이는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여요.

-음, 가능하면 내가 틈틈이 문을 열고 나와서 바람을 쐬겠어요. 그때 서로 전할 말이 있으면 전하자고요.

-네, 그래요. 대법 직전에 한 번 더 나와 주세요.

-그러죠.

물론 아예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강호의 일이란 것이 뜻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제부터는 눈치껏 행동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번 일은 호흡이 중요했다. 만약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서로를 믿고 각자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임연정이 후원의 담벼락 아래에 핀 어린 꽃 앞에 멈춰섰다.

-대법 대상이 아이들이었어요.

-아이들이라고요?

-네.

왜 아이들이 이혼대법을 받아야 하는지, 그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칠호는 화가 났다. 자신이 경험한 조직이라면 이 분노는 정당할 것이다.

-저들은 최악이에요.

칠호의 말에 임연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꾸 침상에 누워 있던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래서일까? 심장이 자꾸 뛴다.

* * *

나는 멀리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에서 암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장원에서부터 진과 교대로 그곳을 감시했고, 그들의 움직임을 철저히 살폈다. 그들이 장원을 떠나자, 나 역시 곧장 그들을 뒤따라 온 것이다.

대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암자로 잠입해 들어갈 생각이다.

나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최악의 상황에는 모두를 베어버리고 두 여인만 구해서 빠져나갈 것이다.

가장 좋은 경우는 그녀가 무사히 대법을 마치고 무사하다는 확신이 들면, 이번 대법 책임자인 천소선의 뒤를 미행해서 배후를 완벽하게 알아내는 것이다.

이번 기회는 두 번 다시 얻기 힘든 좋은 기회였다.

나는 스스로를 점검했다.

팔목에는 남해어옹의 낚싯줄로 감은 호완사를 차고 있었다. 급할 때 사용할 비수들을 챙겼고, 내상약과 외상약도 챙겼다.

단전에 삼 갑자의 내공은 가득 차 있었고, 허리에 찬 수라명왕검은 조용히 뽑혀질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외적인 준비는 완벽했고, 이제 승패는 내 마음가짐과 실력에 달려 있었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마음을 다스렸다.

암자에 모인 자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천소선만 해도 내공이 이 갑자였을 때, 나와 동수였다. 내공이 삼 갑자가 된 지금은 그보다 유리한 상황이라 여겨졌지만, 그가 어떤 수법을 가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

승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게다가 멀리서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두 명의 노인이 있었다. 그들은 예전 검제나 권왕 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들이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나머지 이들도 보통 실력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나하나는 나보다 약하겠지만, 합쳐지면 나보다 훨씬 강한 자들이다. 절대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지금까지 싸워온 그 어떤 싸움보다 어려운 상황.

만약 갈사량이 옆에 있었다면, 이 싸움을 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은 채 수라명왕검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그러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전생에도 이런 어려운 싸움을 몇 차례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강호를 구하려는 싸움이었는데, 지금은 두 아이와 두 여인을 구하는 싸움이다.

구하려는 대상이 달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마음이 더 절실하고 간절했다.

사람의 절실함이란 얼마나 큰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정서적으로 깊이 교감하는 일을 하느냐의 문제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때 진이 내가 숨어 있던 곳에 도착했다. 그가 다급히 전서를 건네며 말했다.

“흑표대에서 긴급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전서를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진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암자를 내려다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아들이 저곳에 있다.”

내막을 알고 있던 진 역시 깜짝 놀랐다.

“설마 그 아이가 대법대상자입니까?”

“그렇다.”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법의 대상자가 되었다는 것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심스러운 진의 물음에 암자를 내려다보는 나의 눈빛이 깊어졌다.

“작전을 변경해야지. 들어가서 모두 다 구해 나온다.”

문제는 아이였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지 못했다.

* * *

본격적인 대법을 앞두고 법당 주위는 철통처럼 지켜졌다.

천소선과 이선이 아예 법당 문 앞을 지키고 섰던 것이다. 다른 출입구나 창문이 전혀 없는 곳이었기에 이곳만 막으면 법당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천장과 벽등, 은밀히 잠입할 곳도 사전에 모두 봉쇄했다.

그들은 대법이 진행되는 열두 시진 내내 이 앞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머지 백석과 일호, 그리고 칠호가 외곽 쪽을 돌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침입자에 대비했다.

칠호는 담벼락을 돌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잘 따라 왔겠지?’

혹시 어떤 착오가 생겨 자신들이 이곳에 온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걱정을 떨쳐냈다. 지금까지 봐온 벽리단은 한 번도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녀가 담을 따라 후원에 도착했을 때, 기다렸던 벽리단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나요, 내 말을 듣기만 하시오.

칠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내심 너무 기뻤다. 조금 전까지 걱정하고 있던 터라 그의 전음이 더욱 반가웠다.

-임연정에게 가서 내 말을 전해야 하오. 가서 두 가지를 알아오시오. 대법에 걸리는 예상시간과 대상이 된 두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벽리단의 전음이 긴박하게 들렸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여기서 계속 기다리겠소.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상관없으니 천천히 알아오시오.

칠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 *

대법이 시작되기 직전, 임연정이 법당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대법 직전에 칠호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녀가 짐짓 긴장된다는 듯 크게 심호흡을 하며 걸어 나왔다.

그녀가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이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에 기지개를 켜며 마당으로 걸어 나갔다. 밖을 지키고 있던 천소선이나 이선은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대법을 앞두고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겼다.

가볍게 몸을 풀고는 칠호와 웃으며 잡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에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천소선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곧 대법이오. 그만 들어가시오.”

“네.”

“부디 잘 해내시오.”

“최선을 다하겠어요.”

임연정이 순순히 법당안으로 들어갔다.

칠호가 다시 담벼락을 따라 경계를 서며 앞서의 후원으로 걸어갔다.

-알아 봤소?

벽리단은 담 너머 멀리 떨어진 나무위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칠호는 저곳까지 자신의 전음을 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걱정을 예상했다는 듯, 벽리단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걱정 말고 말하시오. 내가 알아서 듣겠소.

상대가 보내지 못할 거리지만, 소리의 길을 열어주어서 상대의 소리를 더 멀리까지 들리게 하는 것, 이런 수법이야 말로 진짜 최고수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

-대법에 걸리는 시간은 열두 시진이에요.

-하루군요.

벽리단은 그녀의 전음을 정확히 들었다.

이제 칠호는 걱정하지 않고 전음을 보냈다.

-한 아이에게 두 개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했어요. 그 두 개의 영혼 중 하나를 다른 아이에게 옮긴다고 했어요.

벽리단은 알 수 있었다. 그 아이가 임연정의 아들이란 것을. 전서의 내용에 의하면 아이는 일 년 전에 보내졌다고 했으니까.

벽리단이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오늘 일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이었다.

-영혼이 옮겨지고 나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되오? 다시 원래 아이로 살아갈 수 있는 거요?

칠호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어요. 대부분 대법부작용으로 죽게 된다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칠호는 이 침묵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단지 대법의 대상이 된 아이를 걱정하는 것 이상의 어떤 긴장감을 느낀 것이다.

칠호가 임연정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에게 깃든 영혼이 누군지 알고 있소?

바로 그때였다.

그녀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뭐하고 있나?”

그녀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일호가 뒤에 서 있었다.

“저곳에 누가 있나?”

일호의 시선이 그녀가 바라보고 있던 나무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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