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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의 힘이다(3)
갈사량과 내가 주점으로 들어섰다.
“대낮부터 술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소.”
안으로 들어서는데 누군가 나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그곳에 임연정과 칠호가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임연정이 큰 소리로 말했다.
“또 만나다니? 이건 인연이군요!”
지난번에는 객잔에서 내가 밥을 먹고 있을 때, 그녀들과 마주쳤다.
이번에는 우리가 들어와서 마주친 것이니 굳이 인연이라면 인연일 수도 있었다.
“소중한 인연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죠. 그렇지 않나요?”
임연정이 내 옆의 갈사량에게 물었다. 눈치 빠른 그녀는 이 만남이 합석으로 이어지는 것이 갈사량에게 달렸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갈사량은 지금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분들과의 합석이라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자, 앉으시지요.”
우린 자연스럽게 그녀들과 합석했다.
갈사량은 이전에 조사관으로 왔던 칠호와는 만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갈사량과 임연정만 서로 소개시켜 주었다.
“오! 무림맹의 총군사님을 이렇게 직접 뵙다니 영광이에요.”
“며칠 후에 새 맹주님이 즉위하시면 즉시 내려와야 할 자리입니다.”
“다행이네요, 아직 내려오시기 전에 뵈어서.”
“그런가요? 하하.”
갈사량은 대번에 이 자리의 성격을 알아차렸다. 여인들이 내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갈사량과 임연정이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나와 칠호는 그들의 유쾌한 대화를 들으면서 묵묵히 술을 마셨다.
칠호의 마음이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 만났을 때, 갈사량과 함께 있으면 같이 죽게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한데 운명의 장난처럼 갈사량과 함께 있을 때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 벽군사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임연정의 말에 갈사량이 짐짓 놀라는 시늉을 했다. 우리란 말 때문이었다.
“우리라고 하셨소?”
“벽군사님은 여기 동생과 제가 아주 존경하는 군사님이시거든요. 특히 우리 동생은 군사님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칠호가 임연정을 쳐다보았다. 자꾸 그러면 곤란하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임연정은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요즘 강호인답지 않게 순수하시다고. 동생은 순수한 사람이 이상형이거든요.”
결국 칠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내심 웃음이 나왔다. 칠호의 성격이라면 내가 잘 알았다.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 지난번 들판에서도 그랬듯 임연정은 나와 칠호를 엮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과연 내가 무명대협이란 것을 알아도 저런 마음일까?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갈사량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칠호에게 물었다.
“참, 그러고 보니 아직 성함을 듣지 못했구려. 조사관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시오?”
순간 칠호가 당황했다. 임연정 역시 당황했다.
그때 내가 말했다.
“백련(白蓮), 그녀 이름은 백련입니다.”
가장 놀란 사람은 단연 칠호였다. 설마 내가 자신의 이름을 지어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테니까.
나는 그녀가 연못에서 하얀 연꽃을 바라보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백련이란 이름을 떠올린 것이다.
“오,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갈사량의 감탄에도 칠호는 나만 빤히 쳐다보았다.
공연한 짓을 한 것일까, 미안한 마음에 술잔을 들었을 때, 칠호가 말없이 자신의 잔을 내밀어 내 잔에 부딪쳤다. 고맙다는 뜻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와 내가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낮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저녁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 * *
갈사량과 나란히 밤길을 걸었다.
그녀들과 헤어지고 거처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소저들과는 어떤 관계입니까?”
“별 관계 아니오.”
“그런 것 같지 않던데요?”
“사실 제겐 언약한 여인이 있소.”
“알고 있습니다. 송가장의 천금이지요.”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 정의각에 들어왔을 때, 나에 대해 조사를 했었을 테니까.
“그 분과 파혼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니오. 아직 파혼하지 않았소.”
“그러시군요.”
잠시 말없이 걸어가다 갈사량이 말했다.
“사람관계 참 어렵죠?”
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갈사량이 그 말을 한 것은 자신의 심정을 말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 역시 천망회주 반서정과의 관계가 쉽지만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달빛에 취하고, 알딸딸한 취기가 주는 흥겨움을 취해 얼마나 걸었을까?
세 명의 사내가 우리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호랑이와 표범 등의 맹수 가죽으로 만든 호피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놈들이 등장하는 순간, 몸속의 주기를 손가락 끝으로 순식간에 배출했다. 상대의 기도가 보통이 아님을 알아차린 것이다.
“누구시오?”
내 물음에 세 사내 중 가운데 사내가 대뜸 물었다.
“누가 갈사량이냐?”
“내가 갈사량이오.”
내가 대신 갈사량이라 대답하자, 사내가 비웃었다. 애초에 갈사량이 누군지 알고 물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알면서 왜 물었나?”
“네놈의 충성도를 알아보기 위해서지. 대신 죽어줄 사람인지 아닌지. 망설이지 않고 갈사량을 자처했다는 것은 충성심이 아주 높다는 의미지.”
“과연 그럴듯하군.”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태연히 행동하고 있었지만 나는 상대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갈사량을 노리고 온 이상, 긴장해야 했다.
뒤에서 갈사량이 나직이 말했다.
“저들은 운남삼수(雲南三獸)입니다.”
운남삼수.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익히 들어본 적 있다. 그들은 사파성향의 고수들로 운남을 대표하는 실력자들이었다. 사용하는 무공과 병기가 생소해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었다.
갈사량이 은밀히 소맷자락에 손을 넣었다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몇 가지 간단한 재료로 진법을 만들어서 아주 짧은 시간 몸을 감출 수 있었다.
반복해서 연습을 해서 정말 순식간에 만들 수 있었다. 한데 요 며칠 진법에 틀어박혀 작업만 하는 통에 그 재료들을 진법 내부에 두고 온 것이다.
“죄송합니다. 재료를 두고 왔습니다.”
갈사량의 속삭임에 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괜찮소. 대신 나를 가져왔지 않소?”
내 농담에 갈사량이 피식 웃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으시오.”
“말씀하십시오.”
“그 자리에서 서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시오. 차라리 눈을 감고 서 있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을 거요.”
“알겠습니다.”
갈사량이 곧장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자리에 앉아도 됩니까?”
내가 괜찮다고 대답하기 전에 앞서 사내가 차갑게 말했다.
“우리가 너를 죽이러 온 이상, 앉든 눕든 물구나무를 서든 네가 죽는다는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내의 노골적인 살기가 나와 갈사량을 덮쳤다. 갈사량이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부러 기도를 일으켜서 살기를 막아주지 않았다. 어느 정도 몸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괜찮았으니까.
“편히 있으시오.”
“네.”
갈사량을 안심시킨 후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지금까지 나타났던 적들을 생각해 볼 때, 운남삼수 같은 먼 곳의 고수가 나타났다고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내가 검을 뽑아들자 운남삼수가 좌우로 거리를 벌리며 병장기를 뽑아들었다.
가운데 사내가 든 병장기는 쌍비조(雙飛爪)였다. 쌍비조는 줄에 손톱모양의 갈고리를 붙인 무기이다. 손톱마다 시퍼런 날이 서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여러 갈래로 몸이 잘려나가는 무기였다.
좌측의 사내는 다절편(多節鞭)을 들고 있었다. 다절편은 여러 개의 봉을 쇠사슬로 연결해서 만든 무기였다.
우측의 사내가 든 병기는 톱처럼 생긴 칼날이 붙어 있는 거치도(鋸齒刀)였다.
정말이지 셋 모두 좀처럼 보기 힘든 병장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나마 거치도는 녹림이나 낭인들이 가끔 사용하는 것이었다.
특이한 병기로 무장한 그들은 겉모양만 봐선 어딘지 모르게 얕잡아 봐도 될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랬다간 큰코다칠 것이다. 이들은 호신강기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고수들이었다.
쇄애앵!
쌍비조가 가장 먼저 날아들었다.
따앙!
내가 검을 휘둘러 그것을 쳐냈다. 거의 동시에 반대쪽 손톱이 다시 날아들었다.
땅.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목이 욱신거렸다. 과연 상대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상대는 줄을 통해서 손톱을 내던지는 방식이었기에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이 쌍비조의 이점이었다.
두 번의 연속된 공격은 상대의 실력과 반응을 살피는 일종의 응수타진이었다. 나는 순순히 그에 응해주었다.
쇄애애애애액!
이번에는 다절편이 날아들었다. 달빛에 번쩍이는 쇠막대기가 이리저리 알 수 없는 각도로 휘어지며 내 머리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동시에 쌍비조도 함께 날아들었다.
땅! 따당!
이번 역시 빠르게 검을 연속해서 휘둘러 그것을 튕겨냈다. 워낙에 계산된 시점에 튕겨낸 것이었기에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아슬아슬한 순간처럼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갈사량은 차분하게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추혼수라검술을 익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에 앞서 갈사량은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아온 군사였다. 앞서 앉으면 안 되겠느냐는 물음은 일종의 유희
였지, 결코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쌍비조와 다절편이 날아들면서 동시에 거치도를 든 사내가 쇄도해왔다. 쌍비조와 다절편, 그리고 거치도를 든 사내의 공격까지. 단순히 응수타진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막강한 공격이었다.
막아내기 가장 까다로운 세 방향의 공격. 그들은 거의 완벽한 합격술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도 이 연합공격으로 많은 상대를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나는 그들이 가장 자신하는 이 한 수를 기다렸다. 첫 번째 수를 받아주고, 두 번째 수도 받아주고. 당연히 세 번째 수도 받을 것이라 여기던 바로 이 순간.
나는 예상치 못한 공격을 감행했다.
원래라면 거치도를 든 사내를 공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겠지만, 내 목표는 가장 멀리 있는 다절편을 든 사내였다.
이들 셋을 공격하라면 가장 공격을 받지 않을 것 같은 사내가 바로 그다. 이 무리의 수장도 아니었고, 가장 가까이 있는 적도 아니었으니까.
번쩍하는 순간에 나는 다절편을 든 사내를 향해 쇄도했다. 상대들이 당황하는 기색을 느꼈다. 내 공격 속도가 조금만 늦었어도, 갈사량을 공격할 여유를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움직임을 보는 순간, 세 사내는 다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무인이라면 눈을 뗄 수 없는 그야말로 극쾌의 움직임.
쇄애애애액.
다절편이 구불거리며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카카카카!
수라명왕검이 다절편과 그것들을 이은 줄을 타고 미끄러졌다.
그리고 그것이 각도를 틀려고 할 때마다 내 검이 그것들을 때렸다. 쇠막대기 한 번, 쇠사슬 한 번.
땅! 착! 땅! 차악! 땅!
그랬기에 원래 틀어야 할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나의 이런 대처는 사내가 다절편을 수련한 이후 처음 접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마지막 접하는 것이 될 것이다.
“조심해!”
다른 사내의 경고가 터져 나왔을 때에는 이미, 넘실거리는 여러 마디를 지나온 내 검이 사내의 목을 긋고 있었다.
서걱.
푸아아아악!
목에서 피를 뿜어내며 사내가 넘어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은 두 사내의 눈에서 살기가 솟구쳤다.
쇄애애애애액!
날아든 쌍비조를 정면으로 내리쳤다.
촤아아아아악!
쌍비조가 반으로 갈라졌다.
사내가 눈을 부릅떴다. 그의 쌍비조는 보통의 비조가 아니었다. 보통의 검은 모조리 부러뜨리는 위력을 지닌 무기였는데, 단 일검에 잘려나간 것이다.
병기도, 내공도, 그리고 무공수준도 모두 내가 위였기에 가능한 한 수였다.
쇄애애애애액!
이번에는 거치도 사내가 내게 쇄도했다. 그의 도를 쳐내며 얽히는 그 순간.
핑!
바람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날아들었다.
그것은 아주 멀리서 날아왔는데 순식간에 이곳까지 날아왔다.
한 자루의 화살이었고, 대상은 바로 갈사량이었다.
푸욱! 콱!
화살이 살을 찢고 뼈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쿵.
바닥을 뒹구는 소리.
놀랍게도 화살에 박힌 채 바닥을 뒹구는 사내는 거치도 사내였다.
화살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내 몸은 벼락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거치도 사내의 품으로 안겨들며 팔꿈치로 그의 늑골을 박살냈고, 한 동작으로 그대로 엎어치기로 내던졌던 것이다. 그의 몸을 방패로 삼아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낸 것이다.
핑! 핑! 핑! 핑!
다시 화살이 연속해서 날아들었다. 정말 멀리서 날아왔는데 빠르고 정확했으며 강력했다. 동시에 여러 발이 날아왔지만 한 사람이 날리는 화살이었다.
창! 창! 창! 창!
나는 운남삼수보다 화살을 날리는 자가 더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니라면 이 화살을 쳐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실력자. 천궁단주조차도 이런 공격을 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쇄애애애애액!
잘리지 않은 다른 쪽 비조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촤라라라라락!
찰나의 순간에 수라명왕검이 만들어낸 비기.
쌍비조 사내의 몸이 기울어진 열십자 모양으로 잘려나가며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에게 추혼수라검법의 제일초식 찰나인이 발출된 것이다. 예전 내공이 부족할 때 날리던 찰나인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그가 죽자 더 이상 화살이 날아들지 않았다. 화살을 쏜 자가 달아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멀어서 봤을지 못 봤을지 알 수 없었지만, 추혼수라검법을 사용한 상황에서 그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내가 수라명왕검을 허공을 겨누며 들었다.
스르륵.
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렇게 우아하게 허공을 떠서 날아가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츄아아아아아아아앙!
수라명왕검이 새하얀 빛을 내뿜으면서 폭발하듯 허공을 가로질렀다.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러 저 멀리 화살이 날아왔던 그곳으로 점이 되어 날아갔다.
화살을 쏘던 사내가 뒤에서 들려오던 이질적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직 자신의 화살만이 오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퍽!
하얀빛을 본 순간, 이미 그의 심장이 꿰뚫렸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내의 심장을 꿰뚫은 수라명왕검이 허공을 한 바퀴 선회하며 다시 원래자리로 돌아왔다.
마지막 내 앞까지 왔을 때는, 다시 우아한 움직임으로 천천히 다가와 내 손에 안겨들었다.
갈사량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기어검술!”
내가 그를 돌아보았다. 갈사량은 그야말로 감동에 휩싸여 있었다.
“어검술까지 쓰실 수 있으시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벽리단으로 다시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사용하는 이기어검술이었다. 검이 회수된 후였음에도 온몸에 짜릿함이 남아 있었다.
갈사량이 나를 보며 말했다.
“예전에 천맹주님의 어검술을 처음 봤을 때도 굉장히 떨렸습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지금은 더 떨립니다.”
강호를 살면서 어검술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심검지경 이전에 무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였으니까.
내가 갈사량에게 말했다.
“앞으로 절대 겁내지 마시오.”
내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그 어떤 것이 우리 앞을 막아서더라도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