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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70화 (7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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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첫눈이 내리면(2)

-막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백표는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꿈속의 환상처럼, 무음 속에서 모든 것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었다.

사방에서 적들이 달려들고 있었고, 맹호단의 무인들은 하나 둘씩 쓰러지고 있었다.

백표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적들은 너무 많았다. 하나를 베어 넘기면 둘이 달려들었고, 그 둘을 해치우면 넷이 달려들었다.

쓰러지는 적들 너머로 수하들이 난도질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도와주러 갈 수가 없었다. 적들은 사방에서 달려들고 있었다.

-맹주님은? 맹주님은 어디에 있느냐?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지만 그 소리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백표의 머릿속에서만 울려 퍼졌다.

적들을 베어 넘기며 천하진을 찾았다.

수백 명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지만 더 없이 고요했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기에 더 참혹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동료의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것이 천천히 눈앞에 펼쳐졌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헤매었을까?

드디어 백표의 눈에 천하진의 모습이 보였다.

저 멀리 제단이 있었고 천하진이 그 위에 누워 있었다.

다시 백표의 눈에 띄는 하나의 광경.

사람 모습을 한 시커먼 그림자가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안 돼! 막아! 맹주님을 지켜라!

목이 터져라 외치며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적들이 자신을 막았다. 베고 또 베어 넘겼다.

-안 돼! 제발! 이 새끼들아! 비켜! 비키라고!

하지만 적들은 끝없이 앞을 막아섰다. 그러는 사이 검은 그림자가 제단 위로 올라갔다.

-맹주님! 피하십시오! 제발 깨어나십시오!

하지만 천하진은 제단에 누운 채 잠이 들어 있었다.

검은 그림자가 시커먼 그림자 검을 꺼내들었다.

-안 돼!

푸우우욱!

검은 그림자가 내지른 검이 천하진의 가슴을 꿰뚫었다.

피가 튀었다. 사방으로 핏방울이 튀어 나가는 모습이 느린 모습으로 천천히 보였다.

-맹주님!

천하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갑자기 느리게 진행되던 모든 것들이 빨라졌다.

푹! 푹! 푹! 푹!

자신을 공격하던 검들이 사방에서 날아들며 빠르게 전신을 꿰뚫었다.

“으악!”

그 순간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백표가 꿈에서 깨어났다.

옆에서 아내 정영(鄭瑛)이 함께 몸을 일으켰다.

“여보! 괜찮아요?”

“난 괜찮소.”

그녀가 한옆에 있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주었다.

“드세요.”

“고맙소.”

백표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정영이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남편은 매일 악몽을 꾸고 있었다.

맹호단을 그만두겠다고 할 때, 그녀는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좀 쉬라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격려해주었다.

맹호단주시절 착실히 모아둔 돈으로 주점을 사고, 주점에 붙은 집을 샀다.

이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남편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 끝난 일이에요.”

정영이 뒤에서 백표를 안아주었다. 그녀는 최대한 담담히 남편의 힘이 되어 주고 싶었지만, 목소리에 묻은 물기는 미처 털어낼 수 없었다.

“더는 맹주님을 지켜드리지 않아도 되요.”

남편이 맹주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옅어지는 감정이 있는가 하면 더 또렷해지는 것들이 있다. 남편에게 맹주의 죽음은 후자였다.

“미안하오.”

백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탓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세요. 제게도…… 맹주님께도요.”

그녀는 남편이 하루 빨리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남편을 안은 그녀의 손에 꼭 힘이 들어갔다.

* * *

다음날 나는 풍주점에 가지 않았다.

아직 마음의 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표를 만나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였다.

광두 역시 풍주점이나 백표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광두는 공수찬과 함께 상단 만드는 일을 돕기 위해 나갔고, 나는 혼자서 저잣거리를 거닐었다.

만약 상대가 갈사량이라면 나는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으니까.

나는 때가 되면 반드시 갈사량을 내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한데 왜 백표는 망설이는 것일까?

아마도 그의 가족들 때문일 것이다.

처자식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이리라.

전생의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큰 고민 없이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했을 것이다.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때의 나는 상대보다는 내 감정을 중요시했다.

이기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젊어서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 보고 살았다.

강해져서 천하제일인이 되고자 하는 일념 하에 다른 것은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고 싶어도 돌아볼 수 없었다.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하고 힘들었으니까. 돌아보았다면 결코 이르지 못할 길이었으니까.

맹주가 되고, 사마외도와 전쟁이 벌어지고, 정파 내부의 암중권력과 맞서 싸우고. 정말 오랫동안 나는 싸움만 했기에, 내 삶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냥 맹주의 삶이란 이런 것이려니 당연히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오직 내 감정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백표를 생각하고 있다.

과연 그는 남은 생을 주점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까? 아니면 다시 나와 함께 다시 강호를 종횡무진 하는 것이 행복할까?

그와 함께 하고 싶은 내 욕심이 냉정한 판단력을 흐리는 것은 아닌지, 혹은 이런 걱정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인지.

여전히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전생 역시 죽고 나서야 많은 것을 깨달았듯이, 이 문제의 해답 역시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리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 산 너머로 지는 노을을 쳐다보았다.

백표야, 나는 잘 모르겠구나.

* * *

아주 먼 반대쪽에서 역시 저 멀리 지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마철군이었다.

너른 들판에 홀로 선 그의 단호한 눈빛과 꽉 다문 입술에서 강단이 느껴졌다. 천도문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다운 면모가 가만히 서 있는 자세에서도 드러났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

그곳으로 한 사람이 걸어왔다. 놀랍게도 다가온 사람은 무림맹주 마봉기였다.

“오셨습니까? 아버지.”

“왜 나를 이곳에서 보자고 했느냐?”

“맹에서는 아무래도 주위의 눈과 귀를 의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전음을 보내면 되지 않느냐?”

“아버지께 직접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미리 주위를 살폈습니다. 아무도 우리 대화를 듣지는 못할 겁니다.”

호위무인들은 사방에 서 있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 저 멀리에 서 있었다.

“아버지.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오해하지 마시고 들어주십시오.”

“해보아라.”

“우리 형제들을 중원 각지에 보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너희를 내려 보낼 때 말하지 않았느냐?”

“정말 후계자 시험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저를 내보내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누군가는 천도문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저도 시험 중인 것입니까?”

“그럼 아니겠느냐?”

마봉기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에 이미 후계자를 정해놓고 있었다. 이번에 자식들을 중원 각지로 내려 보낸 것은, 후계자 시험을 치르기 위함이 아니라 천도문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자신을 맹주로 만든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천도문의 힘을 키워야했다. 무림맹의 힘을 키우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무림맹의 누가 놈들과 한패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물론 놈들은 자신의 의도를 알고 있을 것이다. 후계자 시험을 빌미로 힘을 키우고 있음을.

‘알아도 상관없다.’

알면 어쩔 것인가? 막을 것인가? 막는다면 어떻게 막는다는 말인가? 자신을 죽여서? 이렇게 쉽게 죽일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맹주로 만들지도 않았겠지.

무림맹이란 강력한 무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다. 자신을 맹주로 만든 것은 그들이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아버지의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겁니까?”

순간 마봉기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

“무슨 헛소리냐!”

“아버지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여쭸습니다. 제게는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아버지 편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대답을 망설이는 아들의 모습에 마봉기가 화를 터뜨렸다.

“누군가 배후에 있지 않다면 내가 맹주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냐?”

“아닙니다. 무림맹 중요삼단에서 아버지를 지지한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들과는 전혀 교류가 없지 않았습니까?”

마봉기의 날선 기세가 살짝 누그러졌다.

“다른 일이라면 교류가 중요했겠지. 하지만 무림맹주를 뽑는 일이다. 개인적인 친분보다 훨씬 중요한 대의명분이 필요한 법이다.”

진실을 묻는 아들과, 거짓을 대답하는 아버지의 시선이 허공에서 복잡하게 얽혔다.

결국 마철군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괜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다시 말하지만 배후 따윈 없다!”

“아버지 말씀을 믿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마철군이 그대로 돌아서 걸어갔다.

멀어져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마봉기는 착잡한 표정으로 나직이 내뱉었다.

“빌어먹을!”

한편 멀리서 기다리고 있던 고선생이 마철군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철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끝내 배후가 있음을 숨기시더군요.”

마철군은 배후가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한숨이 고선생에게 옮겨졌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철군이 야수처럼 이를 드러냈다.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는 강하고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뭔가 수를 내야겠지요. 죽 쒀서 개줄 순 없잖습니까?”

* * *

다음날에는 정여가 보낸 세작이 도착했다.

“진(進)입니다.”

“수(秀)입니다.”

진은 사십대로 보였고 수는 이십대로 보였다.

나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달랐다. 한데 두 사람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지극히 평범하게 생겼다는 점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얼굴, 그래서 처음 그들을 보았을 때 예전에 한 번 만났던 사람들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만난 적이 없는 이들이었다. 이렇게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쪽 탁자에 가서 일행들과 섞이면,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이제 앞으로 나를 따르겠느냐?”

“정방주께 말씀 다 들었습니다. 앞으로 주군으로 모시며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좋다. 그대들을 믿겠다.”

정여가 이들을 내게 보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과 신뢰가 있다는 뜻.

나와 일적으로나, 인간적인 궁합이 맞는지는 앞으로 지내보면 알 것이다.

두 사람에게 각각 천 냥씩을 줬다.

“작전에 필요하고, 너희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쓰도록 해라. 앞으로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라.”

두 사람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각지 못한 큰 액수도 액수지만 안전을 챙겨준 것이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무림맹쪽 정보를 수집하란 것이었다. 특히 당분간은 사마천과 관련한 정보에 주목하라고 했다. 조벽과 관련해서 비밀기루의 처리에 대해서도 알아보라고 했다.

“상대가 무림맹이니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 난 무리해서 얻어낸 큰 정보보다 작아도 안전한 정보를 원한다.”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을 보냈다. 저들이 계속 충성심을 발휘해준다면, 새로 만들어질 정보조직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수장자리는 갈사량을 위해 비워져 있겠지만.

* * *

“혹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공수찬의 물음에 광두가 상념에서 깨어났다.

두 사람은 객잔에서 밥을 먹던 중이었는데, 밥을 먹던 광두가 젓가락질을 멈춘 채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광두가 다시 젓가락질을 하며 물었다.

“밥 먹고는 어디로 가신다고 했죠?”

“만춘상회에 잠시 들러야 합니다.”

“어서 먹고 출발하지요.”

상단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공수찬은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전장에 들렀다가, 다시 무한에 있는 여러 상회에 갔다가, 표국에도 갔다가, 장원도 보러 다녔다가, 정보상에도 갔다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었다.

정말이지 상단을 만드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 복잡하고 많은 일들을 처리하시는 겁니까?”

광두의 감탄에 공수찬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습관이 되면 별 일 아닙니다. 저는 광무인이야 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광무인이라고 하시지 말고 그냥 광아우라고 하시라니까요.”

광두는 아직 자신이 무인이라 불리는 것이 어색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그럼 왜 제게 형님이라 하시지 않는 겁니까?”

“그건…….”

공수찬이 부담스러울까봐 그러지 못했다.

광두는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공수찬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단하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습관적으로 해온 일을 처리하는 것에 내리는 평가는 아니겠지요. 진짜 대단한 일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겁내지 않고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수찬은 광두가 애초에 종복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깜짝 놀랐다. 사실을 알고 나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광두는 무인처럼 보였다. 그것도 꽤나 그럴 듯하게 강해보이는.

그의 칭찬에 광두가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칭찬은 제가 받아선 안 되지요.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여전히 마당이나 쓸고 있었을 테니까요.”

“두 분 다 대단하십니다.”

“이거 의외로 기분 좋은데요? 이렇게 앉아서 서로 면전에서 금칠해주는 것.”

광두의 자학적인 농담에 공수찬이 픽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 미소 정도만 짓는 그였기에, 지금의 웃음은 거의 박장대소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일개 종복이 어떻게 무인이 되었을까 궁금했었다. 보통 그런 일은 드물었으니까.

한데 곡부에서 이곳 무한까지 함께 오면서 광두를 겪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 벽리단이 광두를 아끼는지도. 광두는 충분히 그럴만한 매력이 있었다.

“공총관님.”

광두가 창밖을 내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툭 던졌다.

“저 조만간에 사고를 하나 칠 것 같은데, 어쩌지요?”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말에 공수찬은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묻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치십시오.”

광두가 눈을 크게 뜨며 공수찬을 바라보았다.

“정말요?”

“그 사고, 치고 싶으신 것 아닙니까? 그럴 때는 쳐버리는 겁니다. 뒷일 걱정하면서 어떻게 사고를 칩니까?”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원래 이런 대책 없는 분이셨습니까?”

“아뇨, 저는 아주 계산적인 사람입니다.”

“한데 왜?”

“제 일이 아니잖습니까?”

맙소사, 황당해 하는 광두에게 공수찬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미리 예고하고 치는 사고는 진짜 사고가 아니겠지요. 그러니 치셔도 됩니다.”

잠시 공수찬을 응시하던 광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일하러.”

“네.”

뒤따라 일어나며 공수찬은 느낄 수 있었다.

광두가 조금 전 뭔가를 결심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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