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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66화 (66/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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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1)

삼영이 기루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벽이 며칠간 놀라며 큰돈을 줬으니 그 동안에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내게는 놈들을 없앨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삼영과 조벽을 없애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한 가지는 이것이었다.

흉수.

누구에게 죽게 할 것인가?

사실 삼영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조벽의 칼잡이들에 불과하니 그들이 죽는다 하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유일하게 신경 쓸 사람도 함께 죽을 테니까.

문제는 조벽이었다.

조벽이 죽으면 사마천이 누가 죽였는지를 조사할 것이다.

그때 그를 죽일만한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도 악인이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사마천에게 복수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내가 아는 사마천은 복수를 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조벽이 죽는다고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려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마천에게 그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천망회 무한지부에 조벽에 관한 추가조사를 의뢰했다. 일전의 조사보다 상세한 정보를 원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모두 요구했는데 특히 그의 재정 상태에 관해 집중적으로 알아봐 달라고 했다.

놈은 삼영에게 수백 냥의 전표를 거침없이 내주었다. 이번 임무가 취소되었다면 저 돈은 사마천에게서 나온 돈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저 많은 돈이 어디서 났을까?

전장에 저축한 돈을 찾아서 줬을까? 그럴 리가?

정보는 지급보다도 더 빠른 초지급으로 요구했고, 덕분에 비용은 세 배로 들었다. 맹주가 남긴 글을 팔고 받은 만 냥의 반 이상이 다시 천망회로 되돌아갔다. 정보가 오가면서, 같은 돈이 다시 오간다.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놈들을 저승으로 보내며 던져주는 노잣돈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물론 이 과정 내내 나는 인피면구를 착용했다. 풍주점을 가거나 객잔으로 돌아가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곤 이제부터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다닐 작정이었다.

천망회 지부를 나오면서 나는 정보조직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느꼈다.

언제까지 돈을 주면서 정보를 살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천망회 정도 되면 고객에 대한 비밀유지가 철저해서 안심하고 정보를 의뢰할 수 있지만, 세상일이란 것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앞으로 가문을 키우고, 내 일을 해나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정보조직이었다.

갈사량이 정의각을 운영하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일단 정보조직의 대다수는 세작들로 채워진다. 물론 그들의 정보를 취합하고 다시 명령을 내리는 관리자들이 필요했다. 정의각의 군사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물론 정의각의 경우에는 무림맹의 다른 조직에서 무력지원을 했으니 필요가 없었지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자체적인 무력지원조도 필요하다. 세작이 적진에서 위험에 빠지면 구해올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세작을 키우는 것은 무인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정보를 다루는 일이었기에 기밀유지가 훨씬 더 요구된다. 다시 말해 요구되는 충성심이 훨씬 높다는 말이다.

게다가 전중원에 지부를 설치해야 하니,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아직은 막막한 일이었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백표가 변함없는 호의로 나를 반겼다.

“이것저것 처리할 일이 있어 바빴습니다.”

“바쁘면 좋지요.”

“그런가요? 전 한가한 것이 좋은데. 하루 종일 놀고만 싶습니다.”

“하하하. 아직 젊다는 증거입니다.”

나도 백표를 따라 웃었다.

“그래서 집에 기별해서 사람을 하나 불렀습니다. 혼자 노니까 너무 심심해서요.”

내가 부른 사람은 바로 광두였다.

이곳에 오기 전, 천망회 지부를 나와서 양소방의 연락소에 들렀다.

연락소는 훈련받은 전서응과 그것을 관리하는 무인이 기거하는 곳으로 일전에 양소방과 산동 우리 집 사이를 연결하면서 차렸던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목을 생각해서 집안에 두진 못하고 외부에 두었지만.

정여에게 긴급하게 전서를 보냈다. 물론 예전에 약속한 암어를 사용했다. 그에게 요구한 것은 두 가지였다.

우선 그에게 믿을만하고 실력이 제대로인 세작을 두 명만 보내달라고 했다.

비단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일이 있더라도 손발이 되어줄 세작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산동 우리 집으로 기별을 해서 광두와 공수찬을 이곳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목표한 넷을 제거하고 나서도 잠시 이곳에 머물며 뒷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볼 필요성이 있었다. 집안 사정도 들을 겸, 광두도 보고 싶어서 이리로 부른 것이다.

공수찬에게는 따로 시킬 일이 있었다.

나는 이곳 무한에 기반을 세울 생각이다. 벽씨검문과 관련된 것을 만들면 주목을 받을 테니, 작은 상단을 하나 만들게 할 작정이다. 돈도 벌고, 연락소도 겸하는.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무림맹 본단이 있는 무한이다. 이런 정도의 투자는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백표가 농담을 던졌다.

“사람이 더 오면 저는 돈을 더 벌 수 있겠군요.”

“저는 훨씬 더 즐거울 테고요.”

“하하하.”

백표와 함께 기분 좋게 웃었다.

그래, 힘든 일들이 계속되고 있어도 이렇게 웃어가면서 하나하나 처리하는 거다.

* * *

같은 시각, 마철군이 맹주전으로 들어섰다.

그는 마봉기의 다섯째 아들로 현재 천도문 임시문주직을 맡고 있었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귀태가 흐르는 것이 명문세가의 후계자에 잘 어울리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그가 사십대의 나이란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마봉기는 태사의에 앉아서 마철군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철군이 태사의에서 십여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오랜만에 재회하는 부자지간의 거리치고는 조금 먼 거리.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왔느냐?”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너도 좋아 보이는구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시니 기분이 어떠십니까?”

“일만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무적으로 느껴졌다.

“정수의 장례는 제가 치렀습니다.”

오늘 마철군이 마봉기를 방문한 목적이었다. 배다른 형제였지만 그래도 한 혈육이었다.

“잘 했다.”

“다른 형제들에게 모두 알렸지만…… 아무도 오진 않았습니다.”

마봉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수의 죽음에 산동의 야상과 산동상회가 연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을 보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뒀다가는 모두들 본문을 우습게 여길 것입니다.”

“이미 사람을 보냈다.”

“누굴 보내셨습니까?”

네가 알 바 아니라는 듯 마봉기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텐데 쉬어라.”

마철군 역시 굳이 다시 묻지 않았다.

“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마철군이 정중히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고 할 때, 마봉기가 그를 불렀다.

“군아.”

“네.”

마봉기는 심중에 있는 말을 하려다가 이내 그 말을 삼켰다.

“언제 돌아갈 작정이냐?”

“기왕 온 김에 사람들도 만나고 몇 가지 일처리도 하고 가려고 합니다.”

“알겠다.”

마철군이 다시 인사를 하고는 물러났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마봉기의 눈빛에 복잡한 심경이 담겼다.

그곳으로 사마천이 들어왔다.

총군사에 어울리는 지혜는 갖추지 못했지만 적어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눈치만큼은 기가 막힌 그였다. 특히 마봉기의 기분은 숨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궁에 가셔서 한 잔 하시겠습니까?”

“그러지.”

마봉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태사의 뒤쪽 비밀문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오직 무림맹주만이 이용할 수 있는 통로였다.

원형계단을 돌아 내려가자 지하에 커다란 방이 있었다.

천하진이 비밀연무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다르게 개조되어 있었다.

곳곳에 야명주가 박혀 있었고, 화려한 가구와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중앙의 침대는 열 명이 누워도 될 만큼 거대했고, 꽃이 그려진 화사한 침구가 놓여 있었다.

여기가 바로 마봉기의 아방궁이었다.

이곳을 개조한 사람이 바로 사마천이었다. 젊어서부터 온갖 여자들을 다 가져다 바쳤다. 총군사가 된 이후, 사마천이 가장 먼저 한 것이 이곳을 만드는 일이었다.

빠르게 술상이 차려졌다.

“녀석은 나를 무시하고 있네. 어려서부터 그랬지.”

“그럴 리가 있습니까?”

“배은망덕한 놈.”

누구보다 마봉기의 기분을 잘 맞춰주었지만 함께 욕을 하진 않았다. 저렇게 욕을 해도, 마봉기가 가장 좋아하는 아들이 마철군임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온갖 오해와 곡해를 불러 일으켰다. 옆에서 객관적으로 지켜보면 그들이 다툰 대부분 이유는 별 것 아닌 사소한 일들 때문이었다.

사실 사마천이 그때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오해를 풀어주고 마음을 다독여줬으면 두 사람의 마음의 거리가 이렇게까지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마천은 그러지 않았다. 마봉기가 외로우면 외로울수록 자신의 존재가 더 필요했으니까.

문이 열리며 늘씬한 미녀 셋이 들어왔다.

“이럴 때는 머리를 비우고 노시면 됩니다.”

“너, 너. 이리로!”

마봉기가 양 옆으로 자신의 구미에 맞는 여인을 앉혔다.

양쪽에 날개를 달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마봉기를 보며 사마천이 남은 여인을 자신의 옆에 앉혔다.

자신은 한쪽 날개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한편 맹주전 바깥에는 두 사람이 마철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마철군의 군사 역할을 맡고 있는 노선생(盧先生)이었다. 마철군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인물로 마철군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또 다른 사내는 마봉기가 내려 보낸 사람이었다.

마정수에게 칠호가 내려갔는데, 이 사내는 바로 삼호였다. 마철군의 호위무인들도 맹주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삼호는 이곳까지 따라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말씀드렸습니까?”

노선생이 조심스럽게 묻자 마철군이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못 드렸소.”

“돌아가기 전에 꼭 말씀드려야 합니다.”

마철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이 휘영청 밝았지만 그의 표정은 더 없이 심란했다.

* * *

자기 전에 수련을 하려고 객잔 뒷산에 올랐다.

먼저 체력단련부터 했다. 원래도 중요했지만 이제는 더 중요해졌다.

선학비술은 온몸을 사용하는 무공이었기에 기초체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컸으니까.

아직은 선학비술에 담긴 깊은 무의를 알 수 없었다. 흉내만 내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보통의 위력이 아니었다.

온몸을 써서 한바탕 격렬하게 움직이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새 무공의 신선함을 느꼈고 변화가 주는 활력을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내 독문무공을 선학비술로 바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여전히 내 염원은 심검을 이루는 것이다.

이 선학비술을 연마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작게는 현실적인 도움 때문이다.

내 손에서 검이 떨어질 순간이 얼마나 자주 오겠냐마는, 어쩔 수 없이 맨손으로 싸워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이 선학비술은 내 목숨을 구해줄 것이다.

두 번째 이유가 선학비술을 익히는 주된 이유다.

바로 칠호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깨달음 때문이다.

그날 칠호가 그랬다.

천하제일인이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형식에 메이지 않을 것이라고. 검술과 권법이 서로 궁합이 맞지 않을 것이란 내 말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에 얽매여 있었다는 사실을.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고여 있는 강물이 되어 있었음을. 여태껏 강물을 바다라 여기고 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권법과 마찬가지로 이 박투술도 검술과는 전혀 궁합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온몸을 무기로 사용하니, 더욱 그러하다고 여겼다. 검술에 필요한 매끈한 근육이 아니라, 온몸에 쓸데없는 근육을 만들어야 할 테고, 그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질 테니까.

하지만 천하제일인이라면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란, 그녀의 말을 증명해 보려고 한다.

나는 이 두 개의 무공을 융합시키는 과정이 심검지경에 이르는데 어떤 도움을 줄 것이라 예감했다.

파파파파팡!

주먹이 허공을 갈랐고 팔꿈치가 가상의 적을 강타했다.  실제였다면 턱이 박살나며 쓰러졌을 것이다.

바닥을 뒹굴고 뛰어오르고, 무릎으로 쇄도하다 다시 돌려 차고. 그야말로 선학비술은 자유로웠다.

* * *

다음날 천망회 지부에 들러서 조벽의 정보를 받았다.

낭인시절부터 여러 사건에 연루되었던 것은 지난 번 조사에서도 알 수 있었다.

죄를 뒤집어씌울 사람을 찾으려다 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와 사건으로 연루되었던 사람들은 이미 모두 죽고 없었다.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 사고로 죽거나, 의문사를 하거나, 혹은 자결을 하거나. 하나같이 다 죽은 것이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삼영을 풀어서 그들을 모두 제거해 버렸음을. 자신에게 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과거를 모두 지워버린 것이다.

악마 같은 놈이었다.

두 번째로 내가 집중해서 알려달라고 했던 재정부분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놈의 씀씀이가 적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기루에서 술을 마셔도 최고급 기루에서, 그곳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를 끼고 술을 마셨다.

사마천의 오른팔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씀씀이였다.

어딘가 돈줄이 있었다.

그것만 찾아내면 이번 일을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돈이 얽히면 언제나 그럴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니까.

지부를 나와 저잣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찼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추워지겠구나.”

나는 명왕으로 살고 싶은데, 이 강호는 자꾸 나를 수라로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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