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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64화 (6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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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명왕(3)

다음날 천망회 무한지부에서 사마천을 호위했던 사내에 관한 정보를 받았다.

사내의 이름은 조벽.

원래 낭인고수였는데 사마천의 눈에 띄어 발탁된 이후 그의 오른팔로 오랜 세월 함께한 자였다.

암살을 비롯한 여러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었지만, 그때마다 천도문의 비호로 혐의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오래전부터 사마천과 천도문의 관계가 밀접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외 여러 가지 잡다한 정보들이 있었는데, 그 중 주목할 만한 정보는 이것이었다.

오래 전 낭인시절부터 조벽을 따르던 세 명의 칼잡이들이 있는데, 그림자처럼 따른다 해서 그들을 삼영(三影)이라 부른다고 했다.

만약 조벽이 이번 일을 처리하려 한다면 반드시 그들을 부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천망회에 삼영에 대해 의뢰했다. 그들의 실력이나 과거는 필요 없고, 오직 어디에 있는지, 그들의 행적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했다.

가능한 최대한 빠르게 알려달라고 했다. 정해진 시간보다 더 빨리 정보를 알려면 돈을 두 배로 내야 한다.

하지만 난 돈을 아끼지 않았다. 백표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내 모든 돈을 다 쓴다 해도 아깝지 않았다.

이번 일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마천은 무림맹의 중심에 있는 자다. 벌써부터 놈들과 얽히면 안 될 일이다.

오늘도 백표는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또 오셨군요?”

“제가 부자로 만들어 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하. 저잣거리에 분점을 내야겠습니다.”

이번 일도 그렇고, 나중을 위해서도 백표와 가까워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는 그에게 나에 관해 있는 그대로 밝혔다. 산동성 벽씨검문의 후계자이며 강호를 주유하며 견문을 넓히는 중이라고.

언젠가 그를 데리고 산동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기에, 나중을 위한 포석이었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시작부터 속이고 들어가면 그 어떤 해명으로도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일은 그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와 벽리단이 친분을 쌓는 아주 중요한 계기이기도 했다.

“벽공자 나이 때가 한창 좋을 때입니다.”

백표는 이 젊음이 부러운 모양이었다.

“주인장께서도 아직 젊으시지 않습니까?”

“하하, 저야 청춘 끝난 지 오래지요.”

“나이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지요?”

“나이 운운하면서 어린 제가 입방정을 떠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벽공자께서는 젊은 사람 같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제가 늙어 보인다는 말씀이군요.”

백표가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뭐랄까, 벽공자님은 뭔가 남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너를 보고 있는데. 백표야! 소리치며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끌어안고 싶은 심정을 억지로 참고 있다.

“칭찬이시죠?”

“그럼요.”

“자, 오늘도 기분 좋게 한 잔 마셔야겠습니다. 자, 술 주십시오!”

저녁에는 여러 손님들이 왔다. 혹시 위험인물이 없나 유심히 살폈지만 모두들 평범한 손님들이었다.

오늘도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객잔으로 돌아왔다.

* * *

다음 날, 천망회를 통해 삼영에 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이 무한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내 예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 있던 그들이 갑자기 무한으로 온다는 것은 조벽이 이번 일을 맡았다는 뜻이리라.

삼영은 조벽보다 더 나쁜 이력을 지닌 자들이었다. 당연했다. 실제 움직인 하수인들이 그들이었을 테니까.

나는 사마천과 조벽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이런 더러운 놈들을 불러들여서 일을 처리하려 든단 말이지?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스렸다.

강호에 쓰레기는 널리고 널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백표를 위한 깔끔한 일처리다.

그들이 무한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예상 시간은 오 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 사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지 못해 놈들이 이곳에 도착하게 되면, 결국 놈들을 다 없애야 할 상황이 될 것이다. 없애는 것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문제는 그 일을 백표가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천망회 지부를 나선 후에 저잣거리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전생에도 뭔가 고민거리가 있으면 이렇게 걷다보면 좋은 생각이 나서 풀리곤 했다.

이럴 때 갈사량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 그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자넨 어떻게 그렇게 머리가 똑똑한가?”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너무 겸손할 필요 없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답은 간단할 때가 많습니다.”

“자네 그거 아나? 그런 말은 우리 같은 사람을 더욱 놀리는 말이라네. 자네 눈엔 간단한 그 해답이 우리들 눈엔 도통 보이지 않으니 말일세.”

만약 이 문제도 해답이 간단하다면?

문제는 사마천이 수라명왕검을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검이 백표에게 있다고 의심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백표에게 있는 상황.

문제의 해답은…… 수라명왕검이 백표에게 없다는 것을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운 좋게 이번 상황을 넘기더라도 사마천은 다시 갈사량을 의심할 것이다. 그냥 포기하기에는 수라명왕검은 너무나도 귀중했으니까.

그때 내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생각.

애초에 수라명왕검이 없어졌다고 믿게 한다면? 전대맹주인 내가 죽기 전에 아예 없애버린 것으로 알려진다면?

나는 한참동안 길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고민에 빠진 걸음이 아닌, 힘찬 걸음이었다.

* * *

천망회주 반서정(班徐情)은 앞에 놓인 차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앉아 있는 다루는 불루였는데, 일전에 벽리단이 갈사량을 찾으러 왔던 바로 그곳이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느냐?”

주방에 있던 노파가 앞치마를 두른 채 그녀에게 다가왔다. 노파는 그녀의 수신호위이자 천망회의 장로인 빙노대(馮老大)였다.

빙노대는 어려서부터 반서정을 돌봐왔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회주와 장로가 아닌, 조손의 관계에 가까웠다. 표정만 봐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였다.

“무림맹에서 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마봉기가? 그 추한 늙은 것이 무엇 때문에?”

빙노대는 마봉기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젊어서부터 온갖 추문에 휩싸였던 마봉기를 아주 싫어했다.

“마봉기가 아니라 사마천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귀안곡과 만통회 쪽에도 따로 기별한 모양이에요.”

“하나씩 불러서 길들이기를 하겠다?”

“그런 듯합니다.”

“고얀 것 같으니라고. 맹주나 군사나 비슷한 것들끼리 모여서는. 정말 이 강호의 앞날이 걱정이구나!”

빙노대가 혀를 차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천망회는 귀안곡, 만통회와 더불어 강호삼대 정보조직이었다. 다시 말해 강호의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조직 중 하나였다.

천하진 시절에는 이런 일방적인 통보로 무림맹으로 들어오란 말을 하지 않았다.

정의각과 오랜 교분 끝에 자연스럽게 총군사와 만났다. 그 과정은 아주 정중했으며 예의가 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이 일방적인 통보는 그야말로 무례한 행동이었다.

찻잔에 반쯤 담긴 차를 내려다보는 반서정의 눈빛에 어떤 그리움이 스쳤다.

“그 사람 소식은 들었느냐?”

반서정이 고개를 들어 누굴 말하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빙노대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빙노대가 모르는 척 말했다.

“예전 총군사 말이다.”

“일반 군사로 강등되었다고 들었어요.”

마치 그것만 알 뿐이라는 어투로 말했지만, 그녀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사마천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심지어 사마천이 수라명왕검을 찾고 있는 것도 알았다. 그녀는 정의각과 관

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잘 견딜 거예요. 원래 강한 사람이니까.”

갈사량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느꼈다. 그것이 그리 싫지 않았다.

하지만 갈사량은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좋아한다고 고백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노대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이 있음을 눈치 채고 있었다.

‘답답한 것들!’

하지만 그렇다고 다 큰 사람들의 애정사에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때 수하 하나가 손님을 가장하고 들어왔다.

수하가 차를 시키면서 나직이 말했다.

“지금 당장 지부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 *

천망회 무한지부에서 기다린 지 일각쯤 지났을 때, 새로운 사람이 늘어진 휘장 뒤편에 등장했다.

나는 뒤에 온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천망회주, 그녀일 것이다.

“아주 귀한 정보를 팔러 오셨다고요?”

뒤에서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른 변조된 것이었지만, 나는 그녀가 천망회주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인피면구에 목소리까지 바꿨으니까.

“그렇소.”

정보조직은 대부분 정보를 파는 일을 하지만, 정보를 사기도 했다. 물론 아주 크고 중요한 정보일 때에 한정된 일이긴 했지만.

“그 정보가 전대맹주가 남긴 글이라고요?”

“그렇소. 그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글이오.”

그녀가 이곳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이유였다.

내가 한 장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전대맹주 천하진이 남긴 글이오.”

“그게 천하진의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지요?”

“당신들이라면 필체를 알겠지요.”

“우리에게 확인시켜 줄 수 있나요?”

“물론이오.”

그러자 노인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가져온 종이를 접어서 앞쪽 몇 줄만 보여주었다.

노인이 확대경을 가지고 내 것과 자신이 가져온 서찰의 서체를 비교했다.

한참을 살피던 노인이 휘장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천하진의 필체란 뜻이었다.

당연했다. 종이의 글은 내가 직접 써서 가져온 것이었으니까. 방금 적힌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 종이와 먹까지 신경을 썼다.

“그것이 얼마만큼의 가치인지는 제가 직접 봐야하는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좋소. 나는 천망회의 명성을 믿소. 설마 천망회가 고객의 정보를 가로채는 짓은 하지 않겠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종이를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이 받아서 그것을 휘장 사이로 넣었다.

휘장 뒤에 여인이 깜짝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종이에 무공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썼다. 대단히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고, 나만이 알법한 추혼수라검술에 관한 내용을 살짝만 적어서 이 글이 내가 적은 것임을 확실히 했다.

중요한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내 일생의 목표인 심검지경에 이르지 못했다. 이제 나는 나의 독문병기이자 평생의 친구였던 수라명왕검을 없애는 것으로 새롭게 심검지경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부디 나의 이 도전이 결실을 맺기를 바랄 뿐

이다. 내가 굳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오늘이 내 무공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라명왕검을 없앴다는 내용을 적은 것이다.

나는 갈사량이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그녀가 운영하는 다루를 찾아간 것이었고.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감정교류가 있기를 바랐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갈사량이 수라명왕검 때문에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천망회의 회주가 그 정도 정보는 알고 있을 테니까. 게다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확실히.

그렇다면 이 정보는 갈사량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되는 것이다.

그녀가 이 정보를 사마천에게 흘려준다면?

이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는 천망회주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그들에게 정보가 들어간 이상, 이제 천망회의 정보였으니까.

설령 내가 원하는 대로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하루 이틀 기다려보고 내가 직접 사마천 쪽에 이 정보를 흘려 넣을 작정이니까. 검과 관련된 정보가 천망회에 들어갔다고. 그러면 사마천이 직접 나서서 이 정보를 알아낼 것이다.

“이 정보, 얼마에 사실 거요?”

마치 정해진 값이 있다는 듯 대답은 금방 나왔다.

“만 냥에 사죠.”

그녀는 내가 이것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묻지 않았다. 그것은 정보를 거래하는 이들의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그녀에게 돈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돈을 주고서라도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의심을 사서는 안 될 일.

“만 오천 냥 주시오.”

“이 정보의 가치는 만 냥입니다.”

몇 번이나 값을 올리려는 시도를 했고,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러섰다.

“좋소. 만 냥에 팔겠소.”

“양보해 주셔서 감사해요.”

잠시 후 사내가 와서 내게 돈을 건네주었다. 흑시의 거래처럼 이곳의 거래도 추적이 불가능한 소액전표로 이뤄졌다.

어느새 휘장 뒤의 여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 할지는 나는 알지 못했다. 다만 저 내용이 사마천에게 흘러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마천 입장에서 이 시기에 저 정보가 들어가면 의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기에 적힌 것이 맹주의 친필인 이상, 수라명왕검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만큼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마천은 검을 포기할 것이고 더 이상 백표는 이 일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생각지 못한 허점이 있을 수도 있고, 결과 또한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생각해낸 최선의 방법이었다. 제발 운이 따라주기를.

하늘의 그물이 넓고 성기더라도, 부디 놓치는 것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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