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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32화 (3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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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작은(3)

일단 검대원 이십 명을 모집했다.

근래 벽씨검문에 대해 긍정적인 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모집소식을 듣고 백여 명이나 모여들었다. 내가 운영하는 소검대라는 사실을 밝혔기에 지난 번 검대모집 때 모여든 숫자보다는 적었다.

하지만 내 예상보다는 훨씬 많은 숫자였다. 지난 번 검대 모집에 떨어진 사람들도 다수 왔고, 새로운 이들도 많이 왔다.

후원에 모인 무인들을 보며 광두가 흥분했다.

“도련님! 백 명도 더 온 것 같습니다!”

나이대도 다양했고 뜻밖에 여자들도 제법 보였다.

“여자들도 뽑을 겁니까?”

“능력되면.”

“오! 뽑아요, 여자는 다 뽑자고요!”

“여자가 그렇게 좋냐?”

“좋잖아요? 사내들만 득실대는 것보다는.”

내가 여자를 뽑으려는 이유는 그래서가 아니다. 무림맹을 운영하면서 여자 무인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중요한 작전을 펼칠 때, 여자들이 있으면 여러 모습으로 위장하기 쉬웠다. 부부로 위장할 수도 있고, 모녀지

간으로 위장할 수도 있다.

일단 여러 의미에서 투자를 해둘 가치가 있다. 물론 공평하게 심사를 봐서 실력이 되면 뽑아야겠지.

“자, 시작하자.”

한 사람씩 나와서 초식을 선보였다.

비무를 통한 시험은 생략했다. 병장기를 잡는 모습만 봐도 실력이 어떤지 알 수 있었으니까.

응시한 사람들 중에서 실력이 괜찮은 사십 명을 일차로 뽑았다.

일차로 뽑힌 사십 명을 한 명씩 면접했다.

말 몇 마디로 어찌 사람을 평가할 수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내겐 많은 사람을 만나본 경험이 있었다.

“검대에는 왜 들어오고 싶은가?”

다양한 대답들이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솔직한 대답부터 이름난 무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나, 우리 아버지를 존경해서라는 대답까지.

사실 나는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는 주목하지 않았다.

상대가 진실을 말하는지를 보았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표가 났다. 설령 거짓이 아니더라도 대답을 위한 대답은 표가 나는 법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진심을 말하는 이들을 뽑았다. 실력이 뛰어나도 너무 모난 성격은 배제했다.

앞서 광두에게도 말했듯, 검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속감이다. 소속감은 같은 검대원들끼리 잘 어울릴 수 있을 때 생기는 법.

나는 검대를 계속 키워나갈 것이다. 이들 중 잘 성장한 이들은 미래에 대주가 되고 조장들이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한 개의 검대가 아니라 열 개, 스무 개의 검대로 키울 생각이니까.

그날 오후 최종합격한 이십 명의 검대원들 앞에 섰다. 남자가 열여덟, 여자가 둘이었다.

나는 기도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위압적인 기도를 뿜어냈다. 상하관계의 첫 만남, 굳이 기세를 감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림조직에서 좋은 수장은 사람 좋은 수장이 아니다. 실력 있고 냉철한, 그래서 수하들을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수장이 좋은 수장이다.

“나에 대한 여러 소문들을 들었음을 알고 있다.”

개차반이라는 소문에서 개과천선했다는 소문까지 다양하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다 잊어라. 이제부터 나에 대한 평가는 너희들이 직접 보고 판단해라.”

“네, 알겠습니다!”

검대원들의 목소리가 우렁찼다. 이미 내 기도에서 소문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이 강호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수하를 지녔던 사람이다.

하지만 하급무인들과 이렇게 대면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천하제일인으로 살다가 곧장 맹주가 되어 버렸으니까.

과연 이들을 잘 이끌 수 있을까? 나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광두를 가르치는 것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첫 가르침이라면, 이렇게 직접 수하들을 이끄는 것도 처음이다.

“나는 오늘의 이 만남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거다.”

그들에게는 으레 하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내 진심이었다.

이 날이 역사의 시작으로 기억되게 할 것이다.

“자, 조장을 뽑겠다.”

모두들 긴장했다. 누가 조장이 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생활이 완전히 달라질 테니.

시립한 이들 중에서 한 청년 앞으로 걸어갔다.

“관휘(冠輝).”

“네!”

내가 눈여겨 봐둔 이였다.

이름은 관휘. 나이는 스물 셋. 무관에서 사범을 하다가 지원했다고 했는데 나름 무공의 기초가 탄탄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면접에서의 대답 때문이었다.

“검대에 들어오려는 이유는?”

“무인으로 성공하고 싶어섭니다.”

“우리 검대에 들어온다고 성공할 수 있나?”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까?”

“얼마든지.”

“소문을 들었습니다. 대주님이 변하셨다고요. 개차반에서 꽤 괜찮은 사람으로. 그 비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저도 그렇게 변한다면 앞으로 성공할 수 있겠지요.”

당돌하니만치 당당한 말이었다.

물론 이 대답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물 셋 나이치고는 무공이 탄탄했고, 다른 여러 질문들도 조리 있게 대답을 잘 했다. 게다가 딱 할 말만 하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우리 소검대의 조장은 너다. 잘 할 수 있겠나?”

“네! 맡겨주십시오.”

관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좋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들을 데려가 숙소를 배정해주었다. 아직까지는 숙소는 넉넉했다. 벽씨검문이 한창 번창할 때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수용했었다.

숙소를 나오는데 광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한 잔 하자.”

아버지와 서중이 그랬듯, 나도 광두와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 * *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검대양성에 들어갔다.

서중에게 들었던 조언으로 훈련계획은 제대로 짤 수 있었다.

검대원들은 각자의 무공이 있었다. 나는 그 무공을 극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만 하면 된다.

상벌을 명확히 했다. 조직을 다스리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훈련에 좋은 성과를 거두면 칭찬을 하고 상을 내렸다. 직접 상금을 주기도 했고, 철방에서 직접 좋은 병장기를 사와서 상으로 주기도 했다.

반대로 뒤처지면 벌을 내렸다.

하지만 그 벌은 모욕적이지 않았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한도에서의 벌이었고, 그것이 개인의 수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내가 이렇게 확실한 원칙을 세운 후에 검대원들을 대하니 분위기는 좋아졌다.

내 경험상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수하들이 힘든 것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원칙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상급자가 힘든 것이다.

물론 그들을 훈련시키면서 나 역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는 잊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나라고.

내가 무너지는 순간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끝나버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검대를 잘 키우더라도 내가 죽으면 끝이다.

내가 상대했던 적들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아무리 잘 훈련된 정예들을 상대해도, 그들의 수장을 베고 나면 쉽게 무너진다. 머리통이 잘리면 그 어떤 흉폭한 야수도 마지막 몸부림을 치다 죽어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내가 강해지는 것은 나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체력이 좋으십니까?”

함께 훈련을 하다가 관휘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너도 새벽에 세 시진을 뛰고 구르고 수련하면 이렇게 된다.”

“세 시진이나 체력훈련을 하신다고요?”

“어떤 일을 성공하기 위해선 세월에 노력을 묻는 시기가 필요하다.”

“세월에 노력을 묻는다? 무슨 말씀입니까?”

“하나에 미쳐서 그것에만 열중하는 시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때 참 열심히 했었지, 돌아볼 수 있는 시기 말이다. 무인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했지? 그럼 네 시간에 노력을 묻어라. 깊이 묻으면 묻을수

록 더 큰 성공을 하게 될 것이다.”

관휘의 눈빛이 반짝였다. 내일 새벽부터 달릴 것임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녀석이 꾸벅 인사를 하고 달려갔다.

내가 흐뭇한 표정으로 관휘를 쳐다보고 있자 어느 틈에 다가온 광두가 넌지시 말을 건네 왔다.

“너무 친한 것 아닙니까?”

“뭐가?”

“아까 그런 말씀, 제게는 해주지 않으셨잖아요?”

“그랬나?”

광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너무 하십니다!”

“질투 나냐?”

정곡을 찔린 광두가 흠칫했다.

“질투라니요? 저 남잡니다! 할 것 다 해본 진짜 남자라고요!”

“걱정하지 마. 쟤는 안 웃기잖아?”

오히려 광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말씀은 저도 안 웃기면…….”

대답하지 않고 돌아서 걸어갔다. 돌아보지 않아도 광두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이 되었다.

“도련님, 변했어요!”

나는 광두를 관휘와 경쟁시킬 작정이었다.

사람이 친해지다 보면 관계의 긴장감을 잃게 된다. 결국 그러다가 실수하게 되고.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관휘와의 경쟁이 광두에게 긴장감을 유지시켜 줄 것이다.

그것이 광두 스스로를, 나아가 우리의 관계를 좀 더 발전시켜 줄 것이다.

과연 다음날부터 관휘는 새벽수련을 시작했다.

검대 자체 훈련이 만만치 않았기에 개인수련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관휘는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의지가 강했고 독기가 있었다. 거기에 또 하나, 조장을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새벽수련을 나가기 전에 슬그머니 광두가 훈련하는 후원으로 가보았다.

과연 내 예상이 맞았다.

광두 역시 새벽에 일어나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내가 미소를 지었다.

두 녀석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래, 미쳐라. 그렇게 미쳐야 뭐라도 되는 거다.

* * *

관휘가 개인수련을 시작한지 사흘이 지나자 검대원 중 하나가 새벽 수련에 합류했다. 다시 이틀 뒤 한 사람이 더 동참했다.

관휘 덕분에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잡힌 것이다.

검대는 내 바람 이상으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오히려 내게 있었다. 현재 내가 지닌 돈은 삼천오백 냥 정도였다.

이십 명 검대원의 월봉에 기타 부대비용까지 생각하면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에 종총관이 방문했다.

분명 할 말이 있어 찾아왔으면서 괜히 다른 말을 했다.

“검대 운영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쓸데없는데 돈 낭비하는 것은 아니겠지?”

“잘 할 리가 있겠습니까? 제대로 돈을 관리해 본 적이 없는데요.”

“내 이럴 줄 알았네.”

종총관이 연신 혀를 찼지만 예전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태도였다.

“누군가를 거둬 먹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야.”

“막상 해보니까 그러네요.”

종총관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냥 좋게 해주면 좋으련만 툴툴거리며 잔소리처럼 했다.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조언이었다.

일어서기 전에 문득 생각났다는 듯 내뱉었다.

“전에 물었지? 괜찮은 젊은 녀석 없느냐고.”

전에 산동상회에 대해 물어보러 갔을 때 그에게 말한 내용이었다.

“혹시 지금도 필요하나?”

사실은 이 말을 하러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마땅한 녀석이 하나 있긴 한데…….”

“그게 누굽니까?”

“셈이나 겨우 하는 쓸모없는 녀석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종총관이 이렇게 직접 와서 소개를 해주는 사람이라면.

“추성(鄒城)에 가서 공수찬(孔洙燦)을 찾게.”

추성은 곡부 남쪽에 위치했는데 그리 멀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종총관이 일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떠났다.

“돈 아껴 써!”

* * *

다음날 일찍 광두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제가 오늘 수련 못해서 관조장에게 따라잡히면 다 도련님 때문입니다!”

“걱정 되냐?”

“당연히 되죠.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기 직전인데요.”

“하하.”

“아니라고 하셔야지, 왜 웃어요!”

이놈아, 안 따라 잡힌다.

광두가 배운 남해칠식은 일반 무인들이 배운 무공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직 다른 사람과 실전을 하지 않아서 광두가 모를 뿐이다. 이미 광두는 이번에 모인 검대원들보다 강했다.

추성으로 출발하기 전에 광두에게 무복을 두 벌 사주었다.

“요즘 수련한다고 열심이니 사주는 거다.”

광두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뻐서 펄쩍펄쩍 뛰는 와중에도 내 무복보다 튀면 안 된다고 내 것보다 옅은 색의 무난한 무복을 골랐다.

“아까워서 이 옷 못 입을 것 같아요. 방에다 걸어둬야겠어요!”

“그렇게 좋냐?”

“저 누군가에게 옷 선물 받은 것 처음입니다.”

순간 마음이 울컥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나와 처음으로 술을 마셔보고, 나와 처음으로 한 방에서 자고, 내게 처음으로 옷을 선물 받아보는 광두다.

그래, 네가 지금껏 못해보고 살아온 것들, 나와 함께 하자꾸나.

내가 다 경험하게 해주마.

“그나저나 누굴 만나러 가는 겁니까?”

“앞으로 우리 돈 문제를 책임질 수도 있는 사람.”

“헉! 정말 중요한 사람이군요!”

그래, 중요한 사람이지.

과연 종총관이 어떤 사람을 추천해준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광두와 난 추성에 도착했다.

여러 사람에게 수소문을 해서 공수찬의 집을 찾았다.

도착한 그곳은 아주 작고 허름한 모옥(茅屋)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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