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화. 은혜 ― 한천이라고 불러 (1)
계곡에서 밀려 떨어져 버린 조휘는 그대로 아래에 흐르는 깊은 강물에 휩쓸렸다.
겨울이 조금씩 끝을 향해 나아갈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휘가 빠진 물은 뼈까지 시릴 정도로 차디찼다.
물에 휩쓸려 가던 조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금의위와 싸우며 입게 된 부상과 물에 떨어지며 받은 충격으로 인해 잠시 혼절하고야 만 것이다. 연달아 코와 입을 통해 차가운 물이 밀려들어 왔다.
그 때문에 잠시나마 잃었던 정신이 돌아올 수 있었다.
번쩍!
찰나의 순간 옆에 길게 드리워진 기다란 나무뿌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반쯤 정신이 나간 상황에서도 조휘는 그나마 멀쩡한 왼쪽 손을 황급히 뻗어 그 나무뿌리를 잡아챘다.
그러고는 이내 남아 있는 안간힘을 모두 쥐어짜 나무뿌리를 움켜쥔 채 자신의 몸을 최대한 위로 끌어 올렸다.
그렇게 간신히 물속에서 빠져나온 조휘는 몇 걸음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를 힘겹게 기어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옆에 있던 나무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허억, 헉.”
그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고, 정신 또한 조금씩 더 흐릿해져 갔다.
힘겹게 앉아 있던 조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임무열 이 멍청한 자식이…….’
자신의 가면을 빼앗아 제 발로 죽음의 길에 들어선 수하를 떠올리며 조휘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임무열은 자신의 충성스러운 수하였고, 또 유일하게 속을 털어놓았던 지기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았다.
언제나 웃고 있던 임무열의 얼굴이 눈앞에 맴돌았다.
그때였다.
“크르르릉.”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휘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순간 어둠 속에서 수십여 쌍의 눈동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늑대였다.
추운 겨울.
굶주림에 지친 늑대들에게 조휘는 군침 도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하, 하하하!”
조휘가 실성한 듯 웃음을 토해 냈다.
지독한 전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악귀처럼 살아남아 결국 대장군이라는 높은 위치에까지 올랐던 자신의 마지막이 이런 인적도 없는 숲에서 산짐승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라니…… 실로 우습지 않은가.
하지만 이내 조휘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거야말로 나에게 어울리는 죽음일지도 모르겠군.’
대장군이라는 직위를 지녔지만, 얼굴조차 드러내지 못한 누구보다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 자신을 잃고 그저 황제의 꼭두각시로 살았던, 어쩌면 인간조차 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너무도 어울리는 최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차라리 이 상황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최소한 마지막만큼은 이 굶주린 늑대들에게 있어 인간으로 죽을 수 있을 테니까.
조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 살았던 그 긴 시간들.
그리고…… 그 끝이 온 순간.
정면으로 향한 그의 시선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수히 많은 늑대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조휘는 놀랍게도 슬며시 미소 지었다.
‘오래도 달려왔구나. 이제…… 쉬어도 괜찮겠지.’
힘겹게 버티고 있던 조휘의 눈꺼풀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타닥. 타다닥.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누워 있던 조휘가 움찔했다.
정신을 잃고 있었던 그가 귓가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에 반응한 것이다. 동시에 그의 몸에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까지.
조휘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뭐지? 분명 난 죽었을 텐데…….’
늑대들이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것까지 확인하며 눈을 감았던 조휘다. 그런데 죽기는커녕 점점 신체에 느껴지는 감각들이 있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조휘가 힘겹게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렇지만 몸은 생각처럼 말을 듣지 않았고, 그 대가로 고통이 밀려들었다.
“크윽!”
조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예 박살이 나 버린 오른손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었다.
비명 소리와 함께 눈을 뜬 조휘의 시야에 들어온 건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이었다. 그리고 동굴 내부인지 주변은 꽉 막혀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함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저씨 일어났네요?”
아예 혼절했던 탓에 이토록 가까이 누군가가 다가온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조휘다. 사람의 목소리에 순간 깜짝 놀랐던 그이지만 그 안에 적의가 담겨 있지 않다는 걸 느꼈기에, 천천히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뒤편으로 향한 조휘의 시선.
그곳에는 자신에게 말을 건 자그마한 소녀 한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녀는 모닥불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함인지, 나뭇가지들을 잔뜩 들고 있었다.
나이는 갓 열 살이 조금 넘은 듯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눈을 잡아 끌 정도로 너무도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을 지닌 소녀였다.
그런데…… 그 얼굴엔 생긴 지 얼마 안 된 듯한 상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디 얼굴뿐이랴.
옷에 가려지지 않은 손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그리고 그 상처가 어떠한 이유로 생긴 것인지 알아차리는 건 조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동물의 발톱…… 그중에 늑대에 의한 상처가 분명했다.
그제야 조휘는 알 수 있었다.
저 소녀가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깨닫고 조휘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이는 늑대만 해도 수십여 마리 이상은 되어 보였다.
제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한들 이토록 어린 소녀가 모두 감당해 내기엔 쉽지 않았을 숫자다.
조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가…… 날 구했느냐?”
“네, 그런데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날씨에 왜 거기 누워 있어요. 늑대 밥이라도 될 생각이었어요?”
어린 소녀의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당돌하면서도 거침없는 말투.
왜 거기 누워 있냐는 물음에 조휘는 일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야기를 하자니 너무도 길었고, 그 모든 걸 말해 줄 수도 없었으니까.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구나.”
소녀는 조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하기 싫은 모양인데 그럼 그건 됐고,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
소녀의 질문에 조휘는 아까보다 더욱 길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조휘라는 자신의 이름.
대장군까지 올랐던 자신이 자랑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군다나 가까스로 살아난 지금 이 이름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조휘를 기다리던 소녀가 말을 이었다.
“그것도 말하기 싫어요? 그럼 진짜 이름 말고 아무거라도 말해 줘요. 계속 아저씨라고 부르기는 그렇잖아요.”
소녀의 이어지는 말에 조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퍼뜩 뭔가를 떠올렸다.
차가운 물에 빠졌다가 만난 인연.
조휘가 입을 열었다.
“……한천(寒泉), 한천이라고 불러.”
조휘의 이름이 한천으로 바뀌는 바로 그 순간.
소녀가 다가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이내 소녀는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한천이라…… 막 지은 것치고 괜찮네요. 제 이름은 아린이에요. 백아린.”
백아린과 한천.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 * *
기나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의선은 자리에 누워 있는 한천의 옆을 쉬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한천은 수도 없이 경련을 일으켰다.
혼절을 한 와중에도 고통에 몸부림쳤고, 덩달아 피를 토해 내거나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증상을 보여 왔다.
거기다가 종종 내뱉는 정체 모를 헛소리까지.
귀명신단의 후유증은 실로 지독했다.
잠시 자리에 앉아 한천의 상태를 살피던 의선은 곧장 뒤쪽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한천의 기력을 채우기 위해 준비해 둔 탕약이 담긴 그릇이 있었다.
뜨거운 탕약을 바로 먹일 수 없어 조금 식혔고, 적당해졌다 생각했는지 의선은 그릇을 든 채로 한천에게 다가섰다.
의선이 조심스레 그릇에 담긴 탕약을 한천에게 모두 먹인 직후였다.
그가 그릇을 두기 위해 막 몸을 돌리던 그때.
“……어르신.”
들려오는 힘없는 목소리에 의선이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는 작게 눈을 뜬 채로 희미하게 웃고 있는 한천이 있었다.
눈을 뜬 한천을 보는 순간 의선의 눈동자가 커졌다.
“자, 자네!”
가능성이 있다 여겼다.
단엽이 적절한 시기에 등장해 준 덕분에 큰 무리를 하지 않을 수 있었고, 워낙 뛰어난 무인이었기에 희망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시기 안에 정신을 차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서둘러 옆에 앉아 맥을 짚으며 자신의 몸을 살피는 의선을 향해 한천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중얼거렸다.
“여기가 지옥은 아니겠지요? 그럼 좀 억울할 것 같은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내뱉는 한천의 모습에 기가 막힌다는 듯 실소를 흘린 의선이 그의 손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잘 돌아왔네.”
그런 의선을 바라보던 한천이 물었다.
“그런데 제가 얼마나 혼절해 있던 겁니까?”
“하루네. 정말 놀라운 일이야. 설령 깨어난다고 해도 족히 열흘 이상은 누워 있을 거라 생각했네.”
“원래는 조금 더 쉬고도 싶었는데…… 제가 그렇게 오래 누워 있으면 걱정할 사람들이 있거든요.”
말과 함께 조금씩 몸을 일으켜 세운 한천이 의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의선 어르신, 부탁 하나만 더 드리고 싶은데요.”
부탁을 하나 하고 싶다는 한천의 말에 의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이내 답했다.
“그거 아는가? 이제는 자네가 뭔가 부탁이 있다고 하면 겁부터 나는 거.”
걱정스러운 의선의 대답에 한천이 씩 웃어 보였다.
한천이 정신을 차리고 얼마 되지 않은 무렵.
십천야의 비밀 거점으로 돌아간 천무진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이 그가 누워 있는 거처로 들어서고 있었다.
침상에 누워 있던 한천이 반갑게 백아린과 단엽을 맞았다.
“오셨습니까?”
히죽 웃어 보이는 한천을 향해 백아린과 단엽이 다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처음 의선이 데리고 갈 때부터 티만 안 냈을 뿐이지 내내 한천의 상태를 걱정했던 두 사람이다.
그 시선을 눈치챈 한천은 괜히 더 호들갑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들 그럽니까? 사람 민망하게.”
“몸은 좀 어때?”
백아린의 질문에 한천이 슬쩍 자신을 내려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뭡니까? 설마 제가 걱정돼서 그런 표정들을 짓고 있는 거였습니까? 그럼 좀 민망한데.”
뒷머리를 긁적거리던 한천이 이내 두 눈을 질끈 감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에잇, 그런 눈빛 받는 게 더 부담스러우니 솔직히 말씀드리죠. 사실 어제 치료 받고 금방 나아지긴 했는데 내상을 입기도 해서 이번 기회를 빌려 농땡이 좀 피웠습니다. 이 기회에 못 잤던 잠도 좀 몰아서 잤고요. 안 그렇습니까, 의선 어르신?”
말과 함께 한천이 옆쪽에 서 있는 의선을 향해 슬쩍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고개를 돌린 백아린과 단엽의 시선까지 받으며 의선은 최대한 담담하게 답했다.
“내상이 좀 있긴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터이니 너무 걱정들 안 해도 될 걸세.”
사실 한천의 상태는 지금도 좋지 못했다.
다행히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위기에서는 완전히 벗어났지만 입은 내상이 꽤나 깊었기에 회복이 되려면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최소 몇 달 이상은 요양해야 할 정도의 부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선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은근슬쩍 넘겼다. 거기다가 귀명신단에 대한 언급도 일체 하지 않았다.
바로 한천의 부탁 때문이었다.
기다렸던 의선의 대답이 나오자 한천은 곧장 대화 주제를 단엽에게로 돌렸다.
“그나저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너한테는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네. 고맙다. 네 덕분에 살았어.”
실로 절체절명의 순간 등장해 주었던 단엽이다.
그가 없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테고, 어쩌면 백아린도 위험해졌을지 모른다. 그런 상황을 막아 준 단엽에게 한천은 진심으로 고마웠다.
갑작스러운 말에 단엽은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투덜거렸다.
“정말 고마우면 어서 회복이나 하라고. 아파서 누워 있는 건 너랑 안 어울리니까. 술친구가 필요했는데 이렇게 환자면 그럴 수도 없잖아?”
“걱정 말라고. 이래 봬도 몸 하나는 꽤 튼튼하거든. 근데 이제 잘나가는 련주님이 되셨으니 비싼 술 사 주는 건가?”
한천의 말에 단엽이 곧장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무슨 소리야. 네가 사야지.”
“윽, 난 박봉인데…….”
한천이 괴롭다는 듯 가슴을 움켜쥐며 장난스러운 행동을 취해 보였다.
그런 그를 향해 백아린이 투덜거렸다.
“이렇게 매일 농땡이 치면서 그 정도 받는 것만 해도 고마운지 알아. 그럼 조금 더 쉬고 있어. 의선 어르신, 이번 일에 대해 여쭈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한천에게 말을 건넸던 그녀가 슬쩍 의선에게 말을 돌렸다.
그녀의 말에 의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아린이 곧장 단엽과 한천을 향해 말했다.
“두 사람은 여기서 잠깐 시간들 보내고 있어. 곧 돌아올 테니까.”
“그러시죠, 대장.”
한천이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사이 백아린은 의선과 함께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고는 이내 두 사람은 잠시 길을 틀어 거처와 거리를 벌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도중이었다.
의선이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
“대체 뭘 물어보려고 이렇게 먼 곳까지…….”
“의선 어르신.”
갑자기 자신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백아린을 향해 의선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물었다.
“왜 그러는가?”
“부총관이 이미 선수를 쳤을 거라는 건 알고 있어요. 아마 부탁을 했겠죠. 자신의 상태를 감춰 달라고. 그렇지만 제 눈은 속이지 못하거든요.”
“…….”
백아린의 말에 의선은 움찔했다.
그사이 백아린이 재차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전부 대답해 주지 못하시는 건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 또한 의선 어르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고요. 그렇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대답해 주셨으면 해요.”
“……뭘 말인가?”
“부총관…… 위험한 건 아니죠?”
물어 오는 백아린의 눈동자는 너무도 간절했다.
한천에게 백아린이 소중하듯이,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사람.
그녀에게 한천은 아버지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간절한 백아린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의선은 솔직하게 답했다.
“꽤 오랜 시간 쉬어야 할 걸세. 그렇지만 걱정은 말게. 생명엔 전혀 지장이 없을 테니.”
의선의 대답을 듣는 순간 그제야 백아린의 얼굴에 가득했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됐다.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