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화. 은혜 ― 그 녀석 덕분입니다 (1)
언제나처럼 바쁘게 돌아가던 하루가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그렇게 백아린과 한천이 십천야가 내준 거처에서 식사를 시작하려던 때였다.
열린 문을 통해 천무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있었네.”
생각지도 못한 천무진의 방문에 두 사람이 놀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특히나 그를 보기 무섭게 백아린은 일어난 걸로도 모자라 그에게 재빨리 다가갔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간 그녀가 서둘러 천무진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어쩐 일이에요?”
“잠깐 시간이 좀 나서.”
천무진이 그 말을 내뱉으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웃는 얼굴 뒤에 감춰진 슬픔까지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백아린이 웃고 있는 천무진을 향해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래 보여?”
“네. 안색도 많이 안 좋고, 표정도 너무 슬퍼 보여요.”
놀랍게도 백아린은 천무진의 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있었다. 애써 감추고 있던 슬픔까지 읽어 낼 정도로 말이다.
백아린의 말에 천무진이 답답한 감정을 내비치려는 듯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는…….”
하지만 천무진의 입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 어떠한 이야기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스스로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사부인 천운백이 죽었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으로 백아린까지 잃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푹 떨구는 그때였다.
백아린이 양팔을 벌리더니 천무진을 꼭 끌어안았다.
“괜찮아요. 아무 말 안 해도.”
등을 토닥이며 백아린이 속삭였다.
본래 천무진의 상태를 아는 데다, 지금 그에게 안 좋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도 눈치챘다.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지금의 천무진에게 백아린은 자신의 방식대로 위로를 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백아린의 그 위로에 천무진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천운백이 죽었다는 걸 알고도 소리 없이 참아야만 했던 눈물. 그것이 마침내 진짜 동료인 두 사람을 만나게 되는 순간 터져 나온 것이다.
백아린은 소리 없이 눈물만 주르륵 흘리고 있는 천무진의 등을 계속해서 어루만져 줬고, 한천은 그런 그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천무진 또한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였다.
한천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자자, 여기들 앉으시죠. 어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람을 어떻게 굴리면 이렇게 한순간에 확 늙지?”
위로와 장난이 뒤섞인 한천의 말투에 천무진 또한 눈물을 거둔 채 픽 웃으며 받아쳤다.
“지금 그게 걱정이야, 시비야?”
“당연히 걱정이죠. 식사는 제대로 하고 다니신 겁니까?”
“그다지. 그 안에 꼴 보기 싫은 놈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영 소화가 안 돼.”
“허기야 얼굴을 보아하니 영 밥맛이더라고요. 소화 잘 되시게 이제 우리 두 사람 얼굴 보면서 드시죠.”
말과 함께 한천은 천무진의 앞으로 서둘러 음식들을 떠서 놓았다.
유쾌한 장난 속에 담긴 자신을 향한 진심 어린 걱정에 천무진이 앞에 있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다지 입맛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천무진은 두 사람과 함께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속이 안 좋은 탓에 음식을 많이 먹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과 함께해서인지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젓가락을 내려놓는 천무진을 향해 백아린이 말했다.
“더 들지 않고요.”
“아냐, 이 정도면 충분해. 그래도 이렇게 먹으니 속이 좀 낫네.”
식사를 끝낸 천무진을 보며 한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두 사람을 향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몸이 안 좋으시니 술자리는 그른 것 같고, 제가 좋은 차라도 준비해 오죠. 그러니 그동안 두 분이서 오붓하니 시간들 보내고 계시면 됩니다. 아 참, 너무 붙어 있지는 마시죠. 짝 없는 제가 질투 나니까요. 하하!”
말과 함께 히쭉 웃어 보인 한천이 곧바로 방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천무진이 작게 고개를 저으면서 중얼거렸다.
“부총관이 같이 있어서 심심하진 않겠어.”
“그럼요. 종종 너무 시끄러워서 탈이잖아요.”
말과 함께 천무진과 백아린이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상대를 바라보던 와중 천무진이 물었다.
“십천야 쪽에서 내려온 일은 어렵지 않고?”
“네, 별반 대단한 것도 없어요. 번거롭고 귀찮은 게 많아서 그렇지.”
계속해서 십천야의 일을 해 주고 있는 백아린이다.
처음엔 무리한 부탁으로 무림에 피해를 입히는 일을 의뢰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진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십천야 쪽에서 들어온 의뢰의 대부분은 영약이나, 사라진 무공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 모든 건 전부 천지광이 시간을 돌릴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생을 돌리기 전 중원 곳곳에 감춰져 있는 영약들과 고강한 무공, 그리고 귀한 물건들의 위치를 최대한 알아 두려고 하는 천지광이었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될 그 삶에서 자신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이번 삶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지금 천지광은 무림의 그 어떠한 일에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다음 생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백아린이 곧장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그중에서 십천야의 수장이 뭘 가장 욕심내고 있는지 알았어요.”
“뭔데?”
“칠신기(七神器)인 구마진갑(九魔鎭鉀)의 행방을 찾아 달라더라고요. 아마 적화신루의 정보력을 이용해 찾고 싶어 하던 게 그거였던 것 같아요.”
뭔가 노리는 것들이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것이 구마진갑이었을 줄은 몰랐다.
고개를 끄덕이며 천무진이 답했다.
“쉽지 않겠군.”
칠신기는 세상에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물건이다.
그나마 지금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칠신기는 겨우 두 개뿐이다.
천무진의 손에 들린 천인혼.
그리고 마교에 대대로 내려오는 천마신주(天魔神珠).
그 외에 나머지 다섯 개는 행방이 묘연했고, 오랜 시간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었다.
그랬기에 결코 찾기 쉽지 않은 물건들.
어쩌면 이제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신병이기들이었다.
천무진의 말에 백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요. 칠신기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죠. 대체 어디에 있기에 이렇게들 코빼기도 안 비치는지 원.”
골치 아프다는 듯 투덜거리는 사이 찻잔이 올려진 쟁반을 든 한천이 방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자! 차들 드시죠.”
* * *
방건은 허겁지겁 마차를 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자신의 문파인 옥수문이었다.
방건이 몰고 있는 마차의 안.
그곳에는 한 쌍의 남녀가 누워 있었다.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마차를 개조해 둔 탓에 내부는 의자가 없이 누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누워 있는 공간 위로 커다란 나무 바닥을 덧대서 두 사람의 모습을 감추는 것까지 가능했다. 그렇게 특수 제작된 마차에 실려 있는 남녀의 정체는 천운백과 조수아였다.
두 사람 모두 숨은 붙어 있었지만, 결코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특히나 천운백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그는 조수아를 자신의 품에 안은 채로 쏟아지는 뇌신적벽탄을 고스란히 받아 냈다.
협곡 전체가 무너졌고, 이전의 모습은 아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나 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던 것이 바로 천운백이었다.
사실 천운백이었다고 해도 버텨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한 양의 뇌신적벽탄이 쏟아졌으니, 제아무리 천운백이라고 해도 살 수 없었어야 맞았다.
그럼에도 그가 살아 있는 이유.
그 이유는 바로…….
나란히 누운 채로 조수아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살아 있어요?”
그녀의 질문에 눈을 감고 있던 천운백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고는 이내 짐짓 여유 있는 척 말을 받았다.
“어허, 뭘 그리 당연한 소릴 하는가. 겨우 그런 벽력탄 정도에 내가 죽을 리 없지. 그냥 바늘에 콕 찔린 정도로 따끔한 수준이었네.”
“그리 말하기엔 중간에 곧 죽을 것처럼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던데요.”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어찌 그리도 내 얼굴을 잘 보셨는가.”
천운백이 허허롭게 웃으며 말을 내뱉는 그때.
옆으로 고개를 돌려 천운백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수아가 답했다.
“마지막인 줄 알았으니까요.”
“…….”
그녀의 그 말에 천운백은 일순 입을 닫고야 말았다.
조수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죽는 그 순간에라도 당신 얼굴을 보고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살았네요. 당신 덕분에.”
천운백 또한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가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숨이 붙어 있긴 했지만,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내상도 깊었고, 몸 곳곳은 피와 흙이 뒤엉켜 다친 곳까지 지저분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두 사람 모두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천운백의 얼굴을 바라보던 조수아가 물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그 폭발을 버틴 거예요?”
천하에서 가장 강한 무인이라는 천운백이라 하지만, 산을 몇 번이고 부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벽력탄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 냈다.
그걸 조수아 정도 되는 무인이 모르지 않을 터.
분명 큰 부상을 입긴 했지만, 숨이 붙어 있는 이 상황이 쉬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벽력탄이 쏟아지는 순간 천운백은 때에 맞춰 손을 휘둘렀다.
두 개의 힘이 위와 아래로 동시에 터져 나갔다. 위쪽으로 향한 힘은 커다란 폭발과 함께 일차적으로 벽력탄의 충격을 완화시켰고, 아래로 향한 기운은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몸을 감출 만한 그런 구덩이 말이다.
그렇지만 땅속에 숨은 것만으로 감당해 내기엔 이어지는 뇌신적벽탄의 양이 너무도 많았고, 그 위력 또한 강렬했다.
땅속으로 몸을 감춰 일정 부분의 충격을 덜어 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살 수 있을 수준의 폭발이 아니었다.
그 이후 밀려드는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천운백이 몸으로 받아 냈기에 두 사람은 살 수 있었다.
의아한 듯 물어 오는 조수아의 질문에 천운백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이 있기 전 내 오랜 벗에게 천룡성 창고에 박혀 있는 물건을 하나 가져와 달라 말했었거든.”
천운백이 말하는 벗이란 바로 남윤이었다.
그리고 말대로 천운백은 천무진을 통해 이번 일로 인해 자신이 죽게 된다는 말을 듣고 남윤에게 뭔가를 가져와 달라 부탁했었다.
그렇게 가져온 물건이 천운백과 조수아의 목숨을 구해 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
천운백의 엉망이 된 겉옷들 사이에 비치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천운백이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바로 이것 덕분에 살았지.”
그건 칠흑색의 갑주였다.
하지만 대답을 듣고서도 조수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갑주 하나로 자신들이 살았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게다가 그 갑주는 무척이나 얇아서, 뇌신적벽탄 하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으니까.
조수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런 때에도 농담이에요?”
농담이라 생각하는 조수아의 모습에 천운백이 억울하다는 듯 답했다.
“농담이라니. 이게 얼마 전까지 창고에 박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쓸 만한 물건이라네. 구마진갑이라고 하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천운백의 말을 듣고 있던 조수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무인인 그녀가 구마진갑이 뭔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칠신기의 하나이자 모든 걸 막아 낸다는 전설적인 갑주.
그리고 지금 십천야의 수장인 천지광이 엄청나게 욕심을 내며 찾고 있는 물건이기도 한 그 구마진갑이 천운백의 손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조수아가 당황한 듯 말했다.
“설마 지금 이게 구마진갑이라는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어찌 살아 있겠는가.”
너무도 담담하게 말하는 천운백을 바라보며 조수아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이, 이 귀한 물건이…… 창고에 박혀 있었다고요?”
“뭘 그리 놀라는가. 이것 말고 다른 칠신기도 두어 개 정도 더 박혀 있는 거 같던데.”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받는 천운백이었다.
허나 사실 이 일은 이리 가볍게 말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칠신기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무림을 피바다로 몰아넣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 물건들이었으니까.
천지광이 그토록 찾고 있던 물건인 구마진갑.
그런데 그런 귀한 물건이 놀랍게도 천룡성 창고 한쪽에 박힌 채로 먼지만 쌓여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일까?
조수아가 물었다.
“구마진갑을 평소에도 입고 다녀요? 아니지. 창고에 박혀 있는 걸 막 빼 왔다고 하는 걸 보니 그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 순간에 딱 구마진갑을 입고 나타난 거예요?”
그녀의 질문에 천운백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다…… 훌륭한 제자 녀석 덕분이지.”
과거로 돌아온 천무진이 없었다면 천운백은 구마진갑까지 준비해서 그곳에 가지는 않았을 게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래의 운명대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고.
허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천무진의 기억 하나로 인해.
그리고 도움을 받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누워 있는 마차의 바닥을 툭툭 두드리며 천운백이 말을 이었다.
“이 마차도 그 녀석 작품이네.”
협곡 흙 속에 파묻힌 채로 천운백은 막연하게 자신을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렸다.
구마진갑 덕분에 목숨은 부지했지만, 혼자의 힘으론 걸어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으니까.
아마 그대로 있었다면 두 사람 모두 그 협곡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설령 운이 좋아 기어서라도 협곡을 빠져나온다 한들 몸을 회복할 장소를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런 몸 상태로 천룡성과 관련된 곳까지 찾아가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부상을 당한 채로 돌아다니다 십천야 쪽의 인물에게 발각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마차를 가지고 방건이 나타났다.
이것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물론 이 일은 부탁한 건 천무진이 아닌 백아린이었다. 그렇지만 방건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 부탁을 들어준 건 모두 천무진 때문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줬고, 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신경 써 주기까지 한 천무진이다.
방건은 그런 그를 돕기 위해 백아린의 부탁에 응한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 했던 그 약조.
그 약조를 지금 이렇게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방건은 여러 가지 조건에서 천운백을 돕기 용이했다.
우선적으로 그의 문파인 옥수문이 산동성에 위치했다는 것이 가장 컸다. 그리고 옥수문이 천룡성과 관계가 없다는 부분도 중요했다.
이목도 끌지 않을 것이고, 옥수문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방건의 힘이라면 다친 두 사람을 비밀리에 치료할 수도 있었다.
천무진을 떠올린 천운백의 입가에 맺힌 따뜻한 미소. 그건 바라보는 사람마저도 행복하게 만드는 미소였다.
말하지 않아도 조수아는 알 수 있었다.
천운백이 자신의 제자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자랑스러워하는지를.
꼭 자식 자랑을 하는 부모처럼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남았는지 천운백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 마차 보게. 우리가 다쳤을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이렇게 만들어 둔 덕분에 이리 편안하게 누워서도 가지 않는가. 은근 생각이 깊다니까. 아, 물론 이걸 부탁한 건 내 제자가 아니라 적화신루의 사 총관이지만 그러면 뭐 그 녀석이 한 거나 다름없으니…….”
천운백이 신이 나서 말을 이어 가던 그때였다.
덜컹!
마차가 크게 흔들리며 머리통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박은 천운백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중얼거렸다.
“……마차를 몰 사람은 잘못 구한 것 같지만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