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화. 두 사람 ― 보고 싶었어요 (2)
천운백은 움직이고 있었다.
마교에서 연락을 받고 이곳 산동까지. 거의 무림을 횡단하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친 듯이 달렸다.
최선의 방법은 어떻게든 시간을 단축시켜 모든 일이 벌어지기 전에 계획을 막아 내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나 빨리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아 내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조수아는 납치를 당했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 천운백을 이곳 산동으로 불러들이는 연기를 하던 십천야가 정체를 드러냈다.
조수아를 데리고 있으니, 살리고 싶다면 혼자서 찾아오라는 연락을 건넨 것이다.
상황이 벌어졌음을 알게 된 천운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결국 막지 못했군.”
손에 쥔 서찰을 구기는 천운백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지키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으니 마음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바.
결국 선택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곡산이라.”
그들은 곡산이라는 곳으로 천운백을 불러들였다.
최선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생을 돌아온 천무진 덕분에 이번 일에 대해 미리 들을 수 있어 어느 정도 방비를 해 둔 상태였다.
곡산이 있는 동쪽으로 시선을 돌린 천운백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녀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지.”
말과 함께 천운백의 모습이 사라졌다.
곡산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천운백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곳에 도착했다.
서찰을 전달받고 고작 이틀.
천운백은 곡산에 들어서고 있었다.
처음 받은 서찰에 목적지를 가리키는 간략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기에, 그는 어렵지 않게 가야 할 곳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점점 해가 지며 조금씩 어둠이 찾아오는 곡산.
그런 곡산을 걷는 천운백의 주변으로 하나둘씩 기척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파라라락!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대략 오십여 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천운백을 둘러쌌다. 한눈에 봐도 제법 실력 있는 무인들이 순식간에 포위망을 구축했거늘 천운백의 얼굴엔 당황스러움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반대로 그를 포위한 오십여 명에 달하는 무인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들이 역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천운백.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러도 될 상대였으니까.
잠시 걸음을 멈추어 선 천운백이 가볍게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그러고는 이내 그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환영 인사치고는 너무 소박하군.”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강렬한 기세에 에워싸고 있던 무인들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그들 중 하나가 재빠르게 앞으로 나섰다.
“오해 마시지요. 모시러 왔습니다.”
애초에 이 정도 인원으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천운백을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는 역할을 맡았고, 그랬기에 지금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상대의 말에 슬쩍 손을 들어 올리려던 천운백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런 그의 모습에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던 무인들의 낯빛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앞으로 나섰던 무인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럼 절 따라오시죠.”
말과 함께 그가 앞장서서 걸어 나갈 때였다.
그 사내의 뒤를 몇 걸음 쫓아 걷던 천운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 참, 그런데 말이야.”
“예?”
뒤를 돌아보며 되묻는 상대를 바라보며 천운백이 간단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를 기겁하게 만들 한마디를 내뱉었다.
“길 안내는…… 한 명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운백의 몸 주변으로 터져 나온 강렬한 기운!
안도하던 무인들의 낯빛이 순식간에 흐려졌다.
그리고…….
퍼엉!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 * *
터벅터벅.
발걸음을 내딛는 십천야 쪽의 무인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목숨은 붙어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양쪽 팔의 뼈는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멀쩡한 것은 그저 안내를 위한 두 개의 발뿐이었다.
그래도 스스로의 실력에 제법 자신이 있는 무인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박살 나는 건 그저 눈 몇 번 깜빡이는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압도적인 힘.
그것을 절절히 느낄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천운백의 공격 몇 번을 받아 내지 못하고 십천야를 따르는 그들이 모조리 쓰러졌다.
너무도 큰 힘을 목도한 탓에 그는 이미 전의조차 잃은 채로 멍하니 걷고만 있었다.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그의 뒤를 따라 걷던 천운백이 입을 열었다.
“너무 늦는 것 같은데.”
그 한마디에 기겁한 듯 사내가 보다 속도를 높였다.
제법 큰 산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길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천운백이 안내를 받고 있는 곳은 바로 협곡 안쪽이었다. 양쪽이 높은 곡벽으로 막혀 있는 깊고 좁은 골짜기를 계속해서 나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협곡 깊숙한 곳에 다다랐을 무렵, 두 사람이 향하고 있는 길목 위에 집 한 채가 자리하고 있는 게 보였다.
집 안쪽에서는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비단 저 집에서만이 아니었다.
천운백이 슬쩍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협곡 위쪽으로 시선을 줬다고 해야 옳을 게다.
천운백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날 어떻게 죽이나 했는데 이런 식이로군.’
모습을 숨기고 있다지만 협곡 위에 몸을 감추고 있는 무인들의 기척은 이미 감지한 상태였다. 높이가 높아 거리가 제법 되는 탓에 정확한 숫자까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정확히 느껴지는 이들만 해도 삼사백은 족히 되는 듯했다.
그렇다면 아마 이보다 갑절 이상의 숫자는 예상해야 할 터인데…….
잠시 위쪽으로 시선을 주는 사이, 길을 안내했던 사내가 바짝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
“저, 저기에 계십니다.”
“그런가? 고생했네.”
말과 함께 천운백의 손이 움직였다.
퍼억!
목 뒤를 강하게 얻어맞은 그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위험한 함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천운백은 애초의 예정대로 앞에 있는 집으로 다가갔다.
위에 몸을 감추고 있는 이들도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났음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침없이 나아가던 천운백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입구에 선 그가 잠시 말없이 문을 바라봤다.
천하의 천운백의 몸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죽는 게 두려워서?
아니, 그런 이유 따위가 아니었다.
이 안에 그녀가 있으니까.
평생을 사랑했던 여인인 조수아가 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천운백이 담담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밤이라 바깥은 어두웠지만, 내부는 불이 켜져 있는 덕분에 한결 밝았다.
그렇게 천운백의 두 눈에 들어온 방 내부의 모습.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단출한 방에는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두 눈은 부릅뜨고 있지만, 혈도를 점혈당한 탓에 말도 하지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는 조수아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운백의 등장에 더욱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천운백이 조수아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내 손을 움직여 점혈 당한 그녀의 혈도를 풀어줬다.
혈도가 풀리며 움직일 수 있게 된 바로 그 순간.
조수아가 양손으로 천운백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도망쳐요! 함정이에요!”
너무도 그리웠던 사람.
그렇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이것이 함정이고, 그를 도망치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다급한 조수아의 외침이 울려 퍼졌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천운백은 평온했다.
그가 조수아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잘 지냈는가?”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 어서 도망치지 않으면 당신이…….”
“어차피 도망치지 못해. 이미 완전히 포위됐고, 저들은 우리한테 벽력탄을 쏟아부을 테니까. 아마 나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쏟아 낼 걸세. 차라리 이 기회에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협곡으로 안내받을 때부터 그들이 어떠한 짓을 벌일지 이미 천운백은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도망치기 힘든 장소라고 해도 상대는 천룡성의 주인이었던 천운백이다.
그런 그와 정면 격돌을 펼친다면 제아무리 십천야라고 해도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당연히 그들이 택할 방법은 너무도 간단했다.
협곡 안쪽에 자신들을 둔 채로 위에서 벽력탄을 쏟아 내는 것이다.
수백 개를 넘어, 수천 개에 달하는 벽력탄이 두 사람이 자리한 이곳으로 떨어질 것이고 협곡 안쪽은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무너져 내릴 게 분명했다.
시체는커녕, 한 조각의 뼈마저 찾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될 게다.
담담하게 말을 받는 천운백의 모습에 조수아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알면서 온 거예요?”
“그럼.”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알면서 왜…….”
“자네를 혼자 둘 순 없지 않은가.”
씩 웃으며 내뱉는 천운백의 그 한마디에 조수아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녀가 애써 눈물을 참으며 퉁명스레 말했다.
“당신은 여전히 바보네요.”
“허허, 그 말투 참으로 그리웠네.”
서로를 마주 보고 선 두 사람의 입가에는 자신들도 모르게 미소가 걸렸다.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어 마주한 두 사람. 그렇지만 이 순간만큼은 처음 만났던 풋풋한 젊은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젊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조수아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거 알아요? 이십 년 만이에요. 당신과 제가 마주한 게.”
너무 무신경한 거 아니냐는 듯 말하는 그녀를 향해 천운백이 답했다.
“아니, 넉 달 만이네.”
“그게 무슨…….”
“자네가 보고 싶어서 몰래 화산파에 찾아갔었거든. 멀리서 얼굴만 보고 왔으니 몰랐으려나.”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천운백은 시간이 날 때면 언제나 그녀를 보러 화산파에 들르곤 했다.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먼 곳에서 조용히 얼굴만 보고 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조수아는 깜짝 놀랐다.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왔었다는 천운백의 말에 그녀는 진심으로 기뻤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원망스러웠다.
“왔으면 찾아오지 그랬어요.”
“한동안 계속 표적이 되어 와서 말이야. 자네를 위험에 빠트리고 싶진 않았네.”
조수아를 십천야에게서 지키고 싶었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 그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되었지만 말이다.
조수아가 천운백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마주 본 상태에서 그녀가 천천히 천운백의 품 안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천운백은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조수아를 꽉 안아 주었다.
만지고 싶었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오랜 시간 그토록 바라 왔던 일들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지에서 말이다.
품에 안긴 조수아가 속삭였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당신 품 안에서 죽을 수 있어서.”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더욱 안겨 오는 조수아를 강하게 끌어안고 있던 천운백이 답했다.
“자네가 마지막을 맞을 때 이렇게 꽉 안아 주고 있겠다 약속하지. 하지만…… 그게 지금이면 좀 억울하지 않겠는가. 이제 막 만나서 아직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다 못했는데 말이야.”
“네? 그게 무슨…….”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어 오는 조수아.
천운백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뜻 모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부웅! 붕!
주변으로 뭔가가 날아드는 소리가 귓가로 파고드는 찰나 천운백이 보다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꽉 잡게.”
동시에 조수아를 꽉 안은 반대편 손바닥 위로 하얀빛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이내 주변을 뒤덮는 폭발이 일었다.
콰앙! 쾅!
* * *
십천야를 따르는 무인들은 협곡 위쪽에 숨죽인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자운이 천운백이 들어선 집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왜 안 나오는 거야?”
안에 있는 조수아를 보자마자 그녀를 데리고 곧장 바깥으로 뛰쳐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가 협곡 위쪽에 숨어 있는 자신들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는 없을 터.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니 이상할 따름이었다.
“흐음.”
허리를 편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자운이 슬쩍 뒤편을 바라봤다. 협곡의 양쪽으로 오백에 달하는 무인들을 대기시켜 놨다.
이들은 양손에 벽력탄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이건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일반 벽력탄이었다고 해도 이 정도 양이면 살아 나올 수 없을 정도의 폭발이 일대를 휩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준비한 건 보통 벽력탄의 몇 곱절이 되는 화력을 지닌 물건이었다.
뇌신적벽탄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놈으로,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 소모된다. 그런데 그런 물건을 무려 천 삼백 개나 준비했다.
단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누군가 듣는다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짓이냐 할지 모르지만…… 상대가 천운백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였으니까.
협곡 아래에 위치한 건물을 내려다보던 자운이 생각했다.
‘시간이라도 끌려는 건가?’
천운백의 입장에서는 벽력탄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확률도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내려오면 좁은 길목에서 상대하려는 계획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자운은 비웃음을 흘렸다.
“고작 머리를 굴린 것이 그 정도인가? 뭐 지금 같은 상황에 살아 나갈 별다른 수도 없겠지만 말이야.”
천운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자운은 정면에서 싸워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늘 이곳에서 천운백의 숨을 끊어 주는 것은 바로 이 뇌신적벽탄일 테니까.
자운이 손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그가 짧게 말했다.
“준비.”
바깥으로 나와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차피 저 안에 있는다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자운이 손가락으로 두 사람이 몸을 감추고 있는 집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투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협곡 양쪽에 위치한 무인들이 두 사람이 숨어 있는 곳을 향해 양손에 들린 뇌신적벽탄을 날려 보냈다.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진 뇌신적벽탄들이 굉음을 토해 냈다.
콰앙! 쾅! 쾅!
폭음이 쉼 없이 이어졌다.
귓가가 얼얼할 정도의 충격음과 동시에 주변의 지반이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협곡 위가 부르르 떨렸고, 동시에 엄청난 먼지와 불길이 주변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그런 협곡의 끝자락에 선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자운이 얼굴을 감싸 쥔 채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유쾌했다.
무림에서 가장 강하다는 무인을 자신이 죽인 거니까.
기분 좋다는 듯 웃던 자운이 이내 옆에 있는 수하들을 향해 말했다.
“혹시 모르니 남은 뇌신적벽탄도 모조리 던져 넣어.”
그 말을 끝으로 자운은 몸을 돌려 움직였다.
뇌신적벽탄의 표적이 되어 집중 투하를 당한 지금, 천운백이 살아 있을 리 만무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자운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표정이 피어올랐다.
천운백의 죽음.
그것은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주먹을 움켜쥔 그가 흙먼지 속을 걸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천룡이 죽었으니, 이제 십천야의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