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일진일퇴 ― 놀아 보자고 (1)
대결을 위해 연무장에 마주 선 두 사람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천무진이 짧게 규칙을 설명했다.
“강기든 뭐든 마음대로 펼쳐도 돼. 다만 상대방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힘을 거둬야 돼. 두 사람 실력이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테니 걱정은 안 하도록 하지. 그리고 싸움이 너무 길어지고 격해진다고 생각되면 임의로 나와 백아린의 판단하에 승부를 멈출 테니 그것도 알아 두고.”
천무진의 말에 단엽과 한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이 방햇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그 말을 끝으로 천무진은 곧장 연무장 아래로 내려가 백아린의 옆에 섰다.
그렇게 연무장 위에 단엽과 한천 단둘만이 남았을 때였다.
한천이 슬쩍 고갯짓으로 방금 전에 내려간 천무진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들었지? 천 공자께서 하신 말. 임의로 승부를 멈출 거라고. 아무래도 그리 길게는 못 싸울 것 같으니…… 쓸데없는 간 보기는 빼고 가자고.”
“그거야 나도 바라던 바지.”
대답을 하는 단엽은 어느새 손에 권갑을 끼고 있었다.
어차피 둘 모두 상대의 실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였다.
우내이십일성의 경지에 든 고수들의 싸움.
자잘한 공격으로 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하며 시간 낭비를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권갑을 끼며 단엽이 모든 준비를 마친 그때 한천 또한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자, 그럼…….”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함께 한천의 몸이 사라졌다.
스스슥.
유령처럼 모습을 감춘 한천의 몸, 하지만 단엽은 앞으로 재빨리 걸음을 옮기며 뒤편으로 손을 휘둘렀다.
카앙!
이번 공격은 막혔지만 한천의 진짜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츄츄츄츗!
권갑에 검이 맞닿기 무섭게 그 주변으로 수십 개의 검기들이 거짓말처럼 솟아났다. 너무도 빠른 내력의 흐름, 거기다가 검기라고 보기에는 꽤나 파괴적인 위력까지.
순식간에 밀려드는 한천의 검기에 단엽은 서둘러 내력을 끌어올려 주먹을 휘둘렀다.
쾅!
뒤늦게 공격을 막기 위해 움직였던 단엽이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그렇게 그는 양손을 교차시킨 채로 날아드는 모든 공격을 받아 냈다.
쏟아진 검기의 폭풍이 사라진 순간.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한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사자인 단엽은 침착했다.
사실 팔을 교차시킨 채로 공격을 받아 내는 와중에 이미 한천의 움직이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순간 단엽의 주먹이 아무것도 없는 오른쪽 허공을 갈랐다.
부웅! 핏!
동시에 울려 퍼지는 두 개의 소리.
몸을 비튼 단엽이 날아드는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고,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한천은 검을 이용해 자신에게 밀려드는 주먹을 옆으로 밀쳐 내며 흘려보냈다.
빠르게 상대에게서 멀어지는 두 사람.
둘 모두 공격을 흘린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끄응, 막상 당해 보니 정말 장난이 아닌데.’
왼팔을 저릿하게 만드는 충격을 느끼며 한천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항상 아군으로만 함께했기에 단엽의 주먹에 추풍낙엽처럼 휩쓸리던 그들이 느꼈을 고통을 이제야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에게 감탄하고 있는 건 단엽 또한 마찬가지였다.
‘움직임이 예측하기 어렵군.’
한천의 움직임을 직접 눈으로 확인까지 하고 방비했다. 그런데 그 속도나 공격을 들어오는 방향이 예상과는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그 때문에 단엽은 방금 전 격돌에서 볼에 자그마한 상처를 입게 됐다.
실처럼 얇은 상처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서로에게 조금씩 실력을 내보인 상황.
하지만 이것으로 갈증이 해소될 리 만무했다.
단엽의 몸 주변으로 붉은색의 기운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드드드!
동시에 연무장 바닥을 이루고 있던 돌들이 그를 기점으로 하여 거미줄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강렬한 기운, 그것과 마주한 한천 또한 내력을 끌어올렸다.
스윽.
몸을 낮춘 한천의 주변으로 날카로운 기운이 무형의 칼날이 되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퓨퓨퓨퓨!
들려오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단엽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한천의 몸 주변에 피어오른 무형의 기운.
그 기운으로부터 풍겨져 나오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지 않겠다는 듯이 단엽의 몸 주변으로 퍼져 나가던 힘 또한 그의 주먹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울려 댔고, 단엽의 몸 또한 가볍게 떨려 왔다.
순간 한천의 몸 주변을 맴돌고 있던 무형의 기운들이 단엽을 향해 날아들었다.
피잉! 핑!
귀를 울리는 소리에 반응하듯 단엽은 곧장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띄었다. 동시에 그의 주먹에 담긴 붉은 불꽃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열화신공 일초식, 열화낙뢰였다.
단엽의 주먹에서 수많은 불꽃들이 유성우처럼 쏘아져 나갔고, 그것들은 날아드는 무형의 기운과 한천을 향해 쉼 없이 쏟아져 내렸다.
일부의 기운들은 서로 충돌하며 사라졌지만, 그 외의 것들은 기다렸다는 듯 상대방을 덮치고 들어갔다.
단엽은 모두 밀쳐 내겠다는 듯 호신강기를 불러일으킨 주먹으로 날아드는 무형의 기운을 모조리 주먹으로 쳐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쩌엉!
주먹으로 후려치는 순간 골이 울릴 정도의 충격이 전신을 휩쓸었다. 그렇지만 그것에 놀라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곧장 이어져 들어오는 또 다른 공격들이 있었으니까.
“읏!”
놀란 그가 다급히 숨을 들이켜며 황급히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몇 개를 더 쳐 내다가 결국 균형을 잃은 단엽은 이어지는 공격에 휩쓸리며 그대로 연무장 바닥에 틀어박힌 채 쭉 밀려 나갔다.
콰드드득!
바닥에 있는 돌과 흙들을 양쪽으로 밀쳐 내며 처박힌 단엽.
양발로 버티고 서 있긴 했지만, 그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몸이 계속해서 뒤로 밀려 나간 것이다.
밀려 나가던 몸을 간신히 멈춰 세운 단엽이 히죽 웃었다.
‘한천.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
균형을 잡고 응시한 전방에는 비슷한 상태에 처한 한천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또한 밀려드는 열화낙뢰의 초식을 검으로 받아 내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무지막지하게 밀려나며 연달아 공격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다.
단엽이 곧장 몸을 움직였다.
부웅!
거리를 좁히고 들어간 단엽의 주먹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얼굴을 노리고 날아든 공격을 옆으로 움직이며 가볍게 피해 낸 한천은 곧바로 팔꿈치를 들어 단엽의 가슴을 후려쳤다.
파앙!
허나 단엽 또한 이미 방비를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공격은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순간 한천의 표정이 굳었다.
‘이런.’
가까워진 거리.
거기다가 한천은 오래전에 망가진 오른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보통 수준의 상대라면 모를까 단엽을 상대로 하면서 망가진 오른팔로 공격을 받아 내거나, 한다는 건 전혀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팔꿈치를 내뻗은 것이었고, 그걸 단엽은 막아 냈다.
그 말은 곧 순간적으로 지금 한천이 양손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였다.
순간 옆쪽에서 단엽의 반대편 주먹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한 한천은 재빠르게 다음 움직임을 가져왔다.
뒤로 물러나 피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한천은 오히려 단엽에게 안기듯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의 발이 강하게 땅을 밟았고, 어깨로 단엽의 가슴을 밀치듯 쳐 냈다.
쿠웅!
땅을 밟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펼쳐 낸 공격.
거의 동시에 단엽의 주먹이 한천의 얼굴을 가격했다.
순간 한천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한천은 단엽을 밀어내며 생겨난 공간을 허투루 흘리지 않았다. 순간 그의 검이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한천의 어깨에 밀리면서 가슴 쪽에 충격을 입었던 상황.
그런데 그 고통을 채 느끼기도 전에 한천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 가닥이 단엽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흐아압!”
단엽은 곧바로 주먹을 높게 치켜들며 날아드는 강기를 그대로 내려쳤다. 두 개의 힘이 충돌하는 순간 큰 폭발이 일었다.
콰앙!
워낙 지근거리에 있던 두 사람이었기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튕겨져 나갔다.
커다랗게 터져 오른 폭발.
그 폭발의 잔재 속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를 향해 몸을 날리던 둘은 반대편 연기 속에서 상대방의 모습이 드러나자 일순 움찔했다.
둘 모두가 동시에 투지를 불태우며 달려드는 상황에 놀랐던 것이다. 허나 이내 상대를 향해 달려드는 둘의 입가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미소가 번졌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 아니다.
그저 오랫동안 한번 싸워 보고 싶었던 상대와 겨뤄 보는 것뿐.
어쩌면 그저 비무에 불과한 이러한 대결에 왜 이리도 심장이 뛰는지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한천이 눈을 빛내며 상대의 움직임을 쫓았다.
‘오너라!’
쇠망치를 연상케 하는 단엽의 주먹이 연신 날아들었다.
쾅쾅쾅!
땅이 박살 나고,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휩쓸려 사라진다.
그리고 그런 단엽의 움직임에 대항하듯 유령처럼 움직이는 한천의 검이 주변의 모든 걸 베어 넘겼다.
스스스슥!
뿜어져 나온 검기 가닥들이 바닥을 어지럽혔고, 수십 합의 공격들이 서로를 향해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피어올랐던 연기가 가라앉을 무렵 두 사람의 몸이 서로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차앗!”
기운찬 고함 소리와 함께 한천의 검이 요동쳤다.
순간 바닥이 마구 솟구쳐 오르며 단엽을 옥죄고 들어갔다. 동시에 강기가 그를 향해 무서울 정도로 맹렬하게 밀려들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을 보며 단엽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어딜!”
단엽이 깍지를 낀 양손을 번쩍 추켜올렸다가 곧장 바닥을 향해 내려쳤다.
콰앙!
순간적으로 땅이 비틀리더니, 이내 안쪽에 있던 것들이 밀려져 올라왔다. 마치 순간적으로나마 둘 사이에 산이라도 생긴 것처럼 높은 방패막이가 생겨 버린 것이다.
허나 그 방패조차도 한천의 강기와 충돌하자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커다랗게 치솟았던 지형이 무너지며 자연스레 주변으로 어지럽게 흩어져 내렸다.
쏟아져 내리는 흙과 돌무더기 사이에서도 둘의 격돌은 멈추지 않았다.
콰앙! 쾅!
서로를 향해 연달아 공격을 몰아치던 두 사람의 몸이 사정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바닥은 계속해서 터져 나갔고, 하늘 위에서도 단엽이 쏘아 내린 열화신공의 기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밀려드는 열화신공의 사이로 한천이 달려들었다.
파앗!
단엽은 날아드는 검을 권갑을 낀 손으로 재빠르게 잡아챘다.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고 생각한 단엽은 곧장 반대편 주먹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단엽은 움찔했다.
손에 쥐고 있던 검에서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힘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검날을 쥐고 있던 손바닥을 통해 밀려드는 충격.
동시에 단엽의 몸 안으로도 묵직한 힘이 밀려들어 왔다. 순간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푸웃!
순간적으로 느슨해진 힘.
한천이 단엽의 손에 잡힌 검을 뽑아내려 할 때였다. 단엽이 곧장 반대편 손을 휘두르며 한천의 가슴을 강하게 후려쳤다.
퍽!
“으으읏!”
뒤로 밀려난 한천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져 가던 그때 단엽이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그가 피에 젖은 입가를 닦아 내며 소리를 내질렀다.
“으아아아! 더 재미있게 놀아 보자고, 한천!”
발을 구르며 소리를 내지른 단엽.
그 순간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던 붉은 기운들이 갑자기 촛불처럼 꺼졌다, 켜졌다 하며 점멸을 반복했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그건 힘이 약해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 사라졌다 나타날 때마다 단엽의 몸 주변에 퍼져 있던 기운들은 더욱 강해져 가고 있었으니까.
열화신류구천아(熱火神流九川牙).
열화신공의 다섯 번째 초식인 열화신류구천아는, 아홉 개의 불기둥이 뿜어져 나와 개천을 연상케 할 정도의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어 버리는 초식이었다.
그 파괴력은 앞에 초식들을 훨씬 상회했다.
여태까지 펼친 적 없는 무공을 준비하는 단엽의 모습에서 한천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밀려드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냥은 무리다.’
평상시 자신이 사용하는 무공만으로는 막아 낼 수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랬기에 한천 또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고민은 찰나였고, 결국 그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단엽이 걸어오는 싸움에 응하기로 말이다.
여전히 좌수검이긴 했지만, 그의 자세가 조금 변했다.
스윽.
변해 버린 자세, 동시에 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 또한 변했다. 그의 검에서 금빛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무공.
바로 황궁의 무공이었다.
‘대장군부 비전 절기, 금무강살기(金霧罡煞氣).’
왼손으로 이 무공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뭔가 어색했지만, 어차피 지금 단엽의 공격을 받아 낼 만한 무공들은 모두 우수검을 쓰던 시절에 사용했던 것들이다.
한천의 검 주변에서 피어올랐던 금빛 기운들이 고리 모양으로 변해 가는 그때였다.
멀찍이 떨어져 둘의 대결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천무진의 표정이 꿈틀했다.
‘설마 저 무공은…….’
천무진의 얼굴에 놀란 듯 표정 변화가 생긴 바로 그 찰나.
단엽의 주먹으로 모든 힘이 몰려들었다.
부우웅!
뒤로 뻗어진 주먹이 이윽고 전방을 향해 내뻗어졌다. 그 순간 연무장의 바닥은 사정없이 찢겨져 나갔고, 동시에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불 회오리가 순식간에 갈라지며 그 엄청난 위용을 드러냈다.
우우우우웅!
천하를 울리는 소리.
동시에 아홉 개로 나뉜 불 회오리가 마치 집어삼킬 듯이 한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사실 단엽이 새로운 무공을 펼치려는 찰나 천무진은 슬슬 이 싸움을 말려야 하나 생각했다. 허나 그가 막지 않았던 건 한천의 검에 피어올랐던 바로 그 금색 고리들 때문이었다.
만약 이것이 천무진 그가 생각하는 무공이 맞는다면…….
아홉 개의 불 회오리가 한천을 집어삼키려는 그때였다.
한천이 갑자기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검날을 감싸고 있던 고리 모양의 금빛 기운들이 순식간에 넓어지며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게 두 개의 힘이 충돌하는 순간.
부아아앙! 콰아앙!
이미 멀리 떨어져 있던 천무진과 백아린조차도 서둘러 더욱 거리를 벌려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밀려들었다.
펄럭이는 옷자락, 동시에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충격파까지.
두 개의 힘이 충돌하고 잠깐이나마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근의 모든 것들은 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는지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전부터 둘의 격돌로 조각조각 나기 시작했던 연무장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둘의 절초가 충돌한 지금 더는 이곳을 연무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곳엔…… 연무장을 연상케 할 그 어떠한 것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그저 피투성이가 된 채로 헐떡이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두 명의 사내가 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