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바꿔치기 ― 끝낸다 (2)
천무진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신중했다.
아예 기관진식의 발동을 막기 위해서는 내부의 모든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천무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었다.
검산파의 일은 그나마 자세하게 기억하는 사건 중 하나.
그렇지만 모든 기관진식을 기억하는 건 무리였다.
거기다 당시에는 기관진식을 피하기보다는 파괴를 하는 쪽으로 갔기에 더더욱 지금과는 달랐다.
그랬기에 천무진은 주변의 있는 모든 것에 신경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절반 가까이를 완벽하게 지나쳐 왔을 무렵.
천무진의 눈에 멀리 있는 무엇인가가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이곳에 숨어든 목적인 붉은 보석이었다. 지금의 통로보다 넓어지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붉은 보석이 영롱한 빛을 쏟아 내고 있었다.
붉은 보석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니 조급해질 법도 하련만 천무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부터 더욱 귀찮은 기관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알아서다.
두어 걸음 더 나아가던 천무진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그가 위쪽을 확인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이쯤에서 창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 같은데…….’
기관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사용되면 흔적이 남는 것들, 그리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들.
그리고 이 창은 나타났다가 다시금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말은…….
‘돌파한다.’
흔적이 남지 않는 기관이었기에 굳이 시간을 잡아먹으며 작동을 막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빠르게 돌파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하고 발을 내딛는 그 순간.
츄츄츄츅!
위에서 마치 비처럼 창이 내려와 박혔다.
하지만 이미 천무진은 그곳에 없었다.
요리조리 몸을 비틀며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천무진은 이미 그 기관의 범위에서 빠져나간 후였다.
그리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던 창은 곧이어 다시금 원래 쏟아져 나왔던 위쪽으로 스르륵 끌려 올라가 모습을 감췄다.
빠르게 움직이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올린 천무진은 이내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그만큼 함정 또한 많아졌다.
몇 개의 기관을 피해 낸 그가 갑자기 멈추어 섰다.
천무진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에 맺혀 있던 다섯 개의 기운이 빠르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파파팍!
벽과 바닥 곳곳에 지공이 틀어박히는 순간이었다.
끼릭.
조그마한 소리가 나왔고, 천무진은 그 틈을 이용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 지공을 통해 잠시나마 기관의 작동을 멈춰 뒀던 것이다.
피어오르는 흙먼지, 그렇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내 천무진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모든 기관진식들을 통과한 상황.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곳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바닥에는 수백여 개의 족적이 뒤엉키듯 자리하고 있었지만, 천무진은 알고 있었다.
저 중에 두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기관을 발동시키는 함정이라는 사실을.
두 개를 다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하나만큼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허나 문제는 한 걸음만으로 저 기관들을 돌파해 냈다가는 곧바로 이곳에 있는 수백여 개의 암기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거다.
낮게 날아오르면서 정확하게 다음 장소를 밟아야만 함정이 발동하지 않는다.
천무진은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에 날아올랐던 거리를 생각해 보면…….’
앞으로 도약했던 보법, 그리고 천장과의 거리를 계산했고 이내 자신의 당시 상태까지 머리에 그렸다.
대충의 거리는 알고 있었고 결국 천무진의 시선에 들어온 건 두 개의 발자국.
오른 발자국과 왼 발자국.
과연 어느 것이 답일까?
확실히 알고 있는 첫 발자국이 오른쪽이니, 상식적으로 봤을 때 착지는 반대편 발인 왼쪽일 공산이 크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판단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표정을 구긴 채로 천무진은 계속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작은 거라도 좋다.
뭐라도 기억해 내야만 한다.
‘어느 발로 착지를 했지? 오른발? 왼발?’
백아린에게도 완벽하지는 않다 말했던 이유가 바로 이곳 때문이었다. 통로에 있는 마지막 관문, 그리고 가장 확실하지 않았던 기억.
다행히 수백 개 중에 두 개를 추려 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확률은 절반.
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결국 아무런 것도 기억해 내지 못한 지금 천무진은 반반의 확률에 기대를 걸어야만 했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꼬아서 생각했다가는 오히려 틀릴 수도 있어.’
오른발로 도약하니 착지는 왼발일 거라는 상식.
너무도 당연하니 함정이라 생각할 수 있기에…….
천무진은 결정을 내렸다.
‘왼발로 간다.’
결정을 내렸으니 망설이지 않았다. 천무진은 곧바로 확실한 발자국을 밟으며 앞으로 날아올랐다.
슈욱.
순식간에 목표한 곳까지 몸을 날린 천무진이 왼발을 앞으로 내뻗는 바로 그때였다.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하나의 기억.
피잇!
바닥을 적셨던 한 줄기의 핏자국.
그것은 천무진의 다리에 난 상처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부상을 입었던 다리는…….
‘오른발!’
번개처럼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천무진은 허공에서 재빠르게 발을 바꿨다. 동시에 오른 발자국이 새겨진 장소를 발로 찬 그가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며 안쪽으로 굴러 들어갔다.
찰나의 순간 떠오른 기억으로 동물적으로 내린 판단.
그 결과는…….
천무진은 가만히 뒤에 있는 공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휴."
천무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쳤던 다리에서 터져 나왔던 그 핏줄기를 기억해 내지 못했더라면 왼발을 디뎠을 테고, 그랬다면 곧장 이 비밀 통로 안에 있는 가장 큰 기관이 움직였을 것이다.
바닥으로 굴렀던 천무진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천천히 몸을 돌렸고, 그곳에는 허리 높이 정도가 되는 탁자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붉은 보석.
검산파의 숨겨진 보석이 바로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검은 물방울무늬가 내부에 잔뜩 새겨져 있는 붉은 보석을 향해 다가간 천무진은 품 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나온 그의 손에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붉은 보석과 너무도 흡사한 모조품이 들려져 있었다.
내부의 검은 물방울무늬에서 조금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라면 매일 보는 이라고 해도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천무진의 기억과 적화신루의 능력으로 만들어 낸 진짜와 너무도 흡사한 모조품.
보석은 돌로 된 받침대에 안기듯 싸여 있었다.
그곳으로 다가간 천무진이 가볍게 보석의 윗부분을 건드린 직후였다. 그가 빠르게 손을 뒤로 당겼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돌 안에서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를 연상케 하는 빼곡히도 많은 비침들이 솟구쳐 올랐다.
차차차착!
가시처럼 곤두선 비침들.
천무진은 그 비침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혀를 찼다.
‘예전에 이것에 당했었지.’
보석을 손에 쥐는 순간 날카롭게 치솟은 비침에 상처를 입었었다. 그 때문에 지독한 독에 중독당해 상당히 긴 시간을 고생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기에 천무진은 이토록 먼저 비침들이 작동을 하게 만든 것이다.
천무진이 아무렇지 않게 보석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치솟아 올랐던 비침들이 다시금 돌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는 손에 들린 붉은 보석을 말없이 바라봤다.
천 명이 넘는 검산파의 무인들을 죽이고서야 손에 쥐었던 이 붉은 보석.
그 보석을 지금 천무진은 이리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단 한 명도 죽이지 않고 말이다.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상황에 잠시 감회에 젖어 있던 천무진은 곧 정신을 차렸다. 늦은 건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천무진은 곧바로 다른 손에 들려 있는 모조품을 진짜가 있던 자리에 올려놨다.
원래부터 헛갈릴 정도로 비슷했던 모조품은, 진짜의 자리를 차지하자 더욱 그럴싸하게 보였다.
천무진은 곧바로 훔친 진짜 붉은 보석을 품 안에 넣은 채로 몸을 돌렸다.
보석을 손에 넣기 위해 올 때는 기관진식들 때문에 시간이 끌렸지만 갈 때는 아니었다.
이미 들어오면서 완벽히 파악을 한 탓이기도 했고, 기관진식들 중 절반 이상이 돌아가는 길에는 반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너무도 수월하게 비밀 통로를 거슬러 올라온 천무진은 입구를 열고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어두운 비밀 통로를 벗어나 마침내 소소홍의 방 안으로 돌아온 천무진은 자신이 건드린 것들을 모두 원상태로 돌려놓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드러났던 비밀 통로가 다시금 모습을 감췄고, 이곳을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서책 또한 원래의 위치에 자리시켜 놨다.
그렇게 모든 뒷수습이 끝나자 천무진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탁자에 대충 던져 놨던 보석함을 앞에 둔 채로 마치 이것을 계속 만들었던 것처럼 모습을 꾸몄다.
모든 마무리가 끝나자 천무진은 잠시 의자에 기대 깊은숨을 내쉬었다.
"하아."
계획대로 모든 일이 깔끔하게 끝났고, 예전과는 너무도 다르게 아무런 피해 없이 이 보석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이 상황에 천무진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걸리는 바로 그 찰나.
찌릿.
"큭!"
갑자기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천무진이 움찔하며 가슴을 움켜잡았다. 생각지도 못한 고통에 그가 당황한 듯 정신을 차리려는 그때였다.
재차 밀려드는 고통과 함께 일순 정신이 흔들렸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은 덕분에 기절을 하는 것까진 면했지만…….
"크윽!"
비틀했던 천무진이 의자에서 쓰러졌다.
콰당!
그리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그 와중에 품에 넣어 두었던 붉은 보석이 반대편으로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천무진과 다소 떨어진 곳으로 굴러간 붉은 보석.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 애썼다.
"하아, 하아."
가슴을 쥐어짜는 정체 모를 고통, 그런데 문제는 고통만이 아니었다.
‘몸이…… 움직이지를 않아.’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손가락을 꿈틀거리는 것 정도는 가능했지만 그 외의 움직임을 보이는 게 쉽지 않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떨어져 있는 보석.
천무진은 힘겹게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그렇지만 마치 커다란 쇠가 온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체 왜?
천무진은 숨을 헐떡였다.
어떻게든 손을 뻗어 저 멀리 있는 보석이라도 회수하려 했지만 그것 또한 지금의 천무진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일각 가량의 시간 동안 바닥을 기었거늘, 고작 한 걸음의 거리조차 좁히지 못했으니까.
거기다가 내공 또한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어 허공섭물 같은 수법을 이용해 보석을 자신에게 당겨오는 것도 불가능했다.
심장 부근에서부터 마치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안색은 점점 나빠졌다.
시체를 연상케 할 정도로 하얗게 질려 버린 얼굴.
"커윽, 컥."
천무진은 바닥에 엎어진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천무진은 어떻게 해서든 보석만큼은 다시금 회수하려 했다.
고통이 아무리 깊어도 참아 낼 수 있다.
하지만 굴러간 보석은 상황이 달랐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결국 이 방의 주인이자 검산파 장문인의 아내인 소소홍이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아무도 모르게 보석을 회수한다는 계획이 완전히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걸로도 모자라 보석을 훔치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까지 드러나게 되는 꼴이다.
‘……어떻게든 저것만큼은…….’
죽을 것 같은 고통에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문 천무진은 바닥을 벅벅 기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보석과의 거리는 너무도 멀었다.
천무진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제발…….’
그렇게 간절하게 천무진이 중얼거리고 있는 그때였다.
뚜벅, 뚜벅.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그리고 익숙한 백아린의 목소리까지.
‘제발 움직여라. 제발!’
천무진은 자신의 발을 어떻게든 움직이려 애썼지만 방금 전까지 미동도 않던 다리가 갑자기 반응을 할 리 만무했다.
점점 혼미해져 가는 정신 속에서 천무진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런 상황에서 천무진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하나였다.
그건 바로…….
"안목이 정말 좋으세요. 덕분에 저도 오늘 좋은 경험 했습니다, 내당주님."
"호호, 대상의 상단 물건도 끝내주던걸. 너무 많이 사서 한동안 좀 자제해야 할 것 같아."
웃는 얼굴로 소소홍과 대화를 나누는 백아린.
그녀가 막 내당주인 소소홍의 거처 입구에 멈추어 서는 그 순간이었다.
백아린의 머리로 미약하고, 당장 끊겨도 이상할 것 없는 부정확한 전음이 흘러들었다.
『백…… 아린…… 도와…….』
잔뜩 집중을 해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전음.
하지만 그 전음을 듣는 순간 백아린은 움찔했다.
이 전음을 보낸 당사자가 천무진이라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도와 달라고 말을 하는 걸 보아하니 분명 뭔가 사달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는데…….
문제는 지금 천무진과 자신은 이 문 하나만을 사이에 둔 채로 마주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순간 막 문을 열기 위해 소소홍의 손이 문고리를 향하고 있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문을 열기 무섭게 소소홍이 안의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백아린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머뭇거릴 여유는 없었다.
성큼.
갑자기 앞으로 걸음을 내디딘 그녀가 자연스레 소소홍의 팔을 가로막으며 먼저 문고리를 잡고 자신의 몸을 안으로 들이밀었다.
자연스레 백아린은 자신의 몸으로 뒤편에 자리한 소소홍의 시선을 가렸고, 백아린은 그대로 곧장 문을 열었다.
덜컹.
열린 문,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진 천무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핏기 하나 보이지 않게 새하얘진 얼굴, 그리고 고통에 찬 표정까지.
허나 놀라는 와중에서도 백아린은 천무진의 눈동자에 맺힌 감정을 읽어 내렸다.
그것은 간절함이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건 금방이었다.
입술을 꽉 깨문 천무진이 마치 보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딘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으니까.
천무진이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백아린은 이내 그곳에 있는 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붉은 보석이었다.
잠시 멈칫하는 그사이 뒤편에 서 있던 소소홍이 입을 열었다.
"막아서고 뭐 하는 거야?"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앞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천무진까지.
모든 일들의 성공 여부가 백아린에게 달린 이 절체절명에 가까운 찰나의 순간.
백아린이 자신의 소매를 슬그머니 들어 올리며 안쪽을 향해 바로 뒤편에 있는 소소홍조차 듣기 어려울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치치, 보석 감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