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상인 ― 손님 오셨습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여산을 타고 오르는 일련의 무리가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오고 가는 여산이니 그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그 무리는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섯 명 안에는 천무진과 백아린이 자리한 상태였다.
둘의 모습은 평상시와 다소 달랐다.
백아린은 즐겨 입던 백의를 벗어던지고 화려한 복장을 걸쳤다. 거기다가 가벼운 변장과 역용술까지 조금 펼쳐 평소 그녀와는 다른 느낌을 풍겼다.
나이는 대략 서른 중반 정도로 보였고, 진짜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느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아름다움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채였다.
그리고 천무진 또한 백아린처럼 변장과 역용술을 이용해 본래의 얼굴에 변형을 가한 상황이었다.
복식 또한 평소 즐겨 입던 부류의 것이 아닌 평범해 보이는 걸로 바꿔 입었다.
나이 또한 사십 대 이상으로 보이게 만들어 둔 덕분에 평소 천무진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거기다 천무진과 백아린 두 사람 다 평소 들고 다니던 무기를 지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그 두 사람과 동행하는 나머지 세 명.
그들은 적화신루 쪽의 사람들이었다.
백아린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그 양이 제법 되어 보였다.
이 다섯 명은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었는데 백아린이 이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였고, 천무진이 그걸 보좌하는 실무자라고 봐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이 짐을 옮기는 잡부의 역할이었다.
백아린이 앞장서서 걸으며 입을 열었다.
"서기관 그 옷차림 잘 어울리네."
"벌써부터 시작한 거야?"
서기관이라는 말에 천무진이 대꾸했다.
그를 향해 백아린이 웃으며 원래의 말투로 말했다.
"그럼요. 입에 붙어야 할 거 아니에요."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향해 결국 천무진도 입을 열어 답했다.
"대상(大商)께서도 잘 어울리십니다."
장사꾼으로 위장을 한 두 사람이 정한 호칭은 이것이었다.
백아린이 대상, 그리고 천무진이 서기관으로 정리가 된 것. 공손하게 말하는 천무진을 보며 백아린이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당신이 하는 존대를 들으니 뭔가 기분이 색다르네요."
"시작하자며?"
"흠흠, 그랬지 참."
백아린이 이내 말투를 바꾸며 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옷이 잘 어울린다니 고맙군."
"평상시에도 그런 옷도 좀 입으시고 하시죠."
"개인적으로 색이 화려한 옷은 별로라."
"왜요? 눈에 띌까 봐요?"
"그렇지. 아무래도 내가 하는 일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 너무 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
정보 단체의 인물이니 사람들 눈에 최대한 튀지 않아야 된다 여기는 그녀다.
하지만…….
천무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대상은 옷을 아무리 평범하게 입어도 눈에 띕니다. 옷차림이 문제가 아니죠."
"그럼 뭐가 문젠데?"
"그거야 그 대검하고……."
백아린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별다른 걸 하지 않고 있어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두 가지 이유.
커다란 대검과 감출 수 없는 외모 때문이었다.
볼품없는 장신구조차도 아름답게 만드는 그 외모는 어떠한 화려한 보석보다도 빛났으니까.
순간 머뭇거렸던 천무진이 이내 입을 열었다.
"……예쁜 얼굴 때문이죠."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백아린이 일순 걸음을 멈췄다. 그런 그녀 때문에 덩달아 천무진이 멈추어 섰을 때였다.
백아린이 살짝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예쁘다고요?"
평상시의 말투로 돌아간 그녀의 모습에 천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연습하자고 한 사람이 누구더라."
"아, 미안해요. 잠깐 너무 놀라서요."
놀란 듯한 백아린을 향해 천무진이 혹시나 하는 얼굴로 물었다.
"설마 본인 얼굴에 대한 자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
"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으니 당연히 알고는 있었죠. 크게 신경을 안 쓰긴 했지만요."
"알고 있었으면서 뭘 그리 놀래?"
"……그 말을 당신이 할 줄은 몰랐거든요."
평상시 일 때문에 만나던 이들에게 심심찮게 아름답다는 칭찬을 들어 왔던 그녀다. 하지만 언제나 무덤덤하게 고맙다는 형식적인 인사만을 건네며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 것에 휘둘리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천무진에게 들은 그 예쁘다는 말에 백아린은 처음으로 평정심이 흔들렸다.
뭔가 그 말을 신경 쓴다는 생각이 들자 얼굴로 열이 확 하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백아린은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당황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서둘러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괜스레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빨리들 가자고! 해가 진 후에 도착할 생각이야?"
말과 함께 후다닥 멀어져 가는 백아린의 뒷모습을 보며 천무진이 왜 저러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 * *
여산 중턱에 위치한 검산파.
큰 문파답게 꽤나 많은 손님들이 오가는 곳이기도 했다. 입구에는 긴 줄이 자리했고, 그곳에서 기다리다가 신분을 밝히고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명문 문파답게 조사는 꽤나 삼엄했지만…….
"어디서 오신 누굽니까?"
입구에서 방명록을 적고 있던 서생처럼 생긴 사내가 고개조차 들지 않고 질문을 던진 그때였다.
탁.
탁자 위에 모습을 드러낸 건 하나의 옥패였다.
앞에는 검산파를 뜻하는 검(劍)이라는 글자가, 그리고 뒤에는 소소홍(召召紅)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 옥패를 확인하는 순간 사내는 굳이 이들의 정체를 캐물을 이유가 사라졌다.
옥패를 확인한 그가 힐끔 이것을 가지고 온 무리를 확인했다.
여인 한 명에 사내 넷으로 구성된 이들.
상인으로 위장한 천무진과 백아린 패거리였다.
사내가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말을 끝낸 그는 곧장 입구 쪽에 있는 무인에게 손짓했다. 그러고는 다가온 무인에게 짧게 명령을 내렸다.
"내당의 초대를 받은 손님이시다. 그곳으로 모셔드려."
"넵."
짧게 대답을 마친 무인은 곧장 선두에 서 있는 백아린을 향해 말을 이었다.
"절 따라오시죠."
"그럼 부탁드리지요."
공손한 말투로 대답을 한 백아린은 이내 걸음을 옮기는 무인의 뒤를 쫓아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로 들어서서 확인한 검산파는 무척이나 컸다.
거기다가 벽으로 가려져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훈련을 연상케 하는 고함 소리들이 퍼져 나왔다.
"합!"
"하압! 합!"
기합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나오는 병장기들끼리의 충돌음 또한 귓가를 어지럽혔다.
지나쳐 가는 무인들의 수준은 꽤나 높아 보였고, 곳곳에 보초를 서는 이들도 즐비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던 백아린은 뒤편에서 따라오는 천무진을 향해 슬쩍 시선을 돌렸다.
‘이런 곳을 혼자서 뒤집었다고?’
저번 생에서 천무진은 검산파를 혼자서 부쉈고, 그 대가로 꽤나 큰 부상을 입었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도 다소 놀라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내부로 들어와 검산파의 위용을 직접 마주하고 있으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가 피부로 와 닿았다.
그리고 동시에 천무진에 대한 안쓰러움이 치솟았다.
이토록 많은 이들을 죽임으로써 천무진이 짊어졌어야 할 생명의 무게에 대해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하니 더더욱.
뒤에서 짐을 짊어진 채로 백아린을 따르던 천무진이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슬쩍 고개를 들어 눈빛을 마주했다.
그 눈빛에서 자신을 향한 안타까움을 느껴서일까?
『왜 그래? 할 말이라도 있어?』
『아뇨, 그냥…… 이번 일을 잘 끝내자는 생각이 들어서요.』
과거와는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천무진.
그런 그의 조력자로서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목표물인 붉은 보석을 손에 넣게 해 주고 싶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무런 마음의 상처가 생기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백아린의 전음에 천무진이 작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싱겁긴. 뭐 그리 당연한 소리를 해.』
천무진의 전음에 백아린은 딱히 할 말이 없었는지 슬쩍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검산파의 내부를 가로지르며 점점 깊숙이 들어가던 와중에 천무진에게서 전음이 날아들었다.
『거의 다 도착했어. 눈앞에 보이는 저 벽 너머가 내당이야.』
장문인의 아내가 기거하는 장소이니만큼 경비도 다른 곳보다 삼엄했고, 가로막고 있는 벽 또한 견고해 보였다.
천무진의 전음에 백아린은 알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당의 입구에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무인이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내당의 손님이시랍니다. 내당에서 직접 주신 옥패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저기 혹시……."
내당을 지키고 있던 무인이 백아린을 바라보며 말꼬리를 흐릴 때였다.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기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서역의 물건을 파는 상인입니다."
"역시 그러셨군요. 내당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내당주는 소소홍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무공은 삼류 무인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녀였지만 장문인의 아내, 그에 맞는 직책을 주기 위해 내당주라는 자리를 내준 것이다.
백아린의 정체를 확인한 그는 곧장 이곳까지 일행을 안내한 무인을 향해 말했다.
"이곳부터는 내가 안내하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지요."
말을 끝낸 무인은 곧장 백아린을 향해서도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왔던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내 내당의 입구를 지키던 무인이 백아린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부터는 절 따라오시죠."
"알겠습니다."
무인은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다른 이들을 향해 물러서라는 듯 눈짓을 했다. 그러자 입구에 있던 이들이 문을 열며 들어갈 수 있는 길목을 비워 줬다.
안내를 해 주겠다 말한 무인이 곧장 말했다.
"자, 이리로."
말을 끝낸 그가 백아린 일행을 데리고 내당 안으로 들어섰을 무렵이었다.
소소홍이 기거하는 내당은 단순히 그녀만의 거처는 아니었다. 이곳은 꽤나 많은 이들이 지냈고, 당연히 그 크기 또한 무척이나 컸다.
백아린이 미리 준비된 말을 꺼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당연히 내당주님께 안내를……."
"그 전에 잠시 짐을 좀 풀었으면 하는데 혹시 장소가 없을는지요?"
"짐을 말입니까?"
"네. 보시다시피 물건이 좀 많아서 말입니다. 귀한 물건들이라 보기 좋게 풀어 두기 위해서는 좀 널찍한 공간이 필요해서요."
말과 함께 백아린이 뒤편에 있는 다른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꽤나 큰 봇짐을 짊어지고 있는 네 명의 사내들. 그들을 보며 이내 무인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렇군요. 어디가 좋으려나."
무인은 곧장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건물들은 꽤나 많았지만 그가 찾고자 하는 곳은 빈방이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검산파 장문인의 아내라고는 하지만 너무 과한 사치를 부린다면 당연히 안 좋은 구설수에 휘말리기 마련.
값비싼 물건들을 파는 상인들을 자주 이곳 내당으로 불러들였던 경력이 있는 소소홍은 그때마다 매번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 애썼다.
상인을 불러들이는 것만으로도 뒷말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사들이는 물건만큼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이곳 내당을 관리하는 무인인 사내가 모를 리 만무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던 그의 시선이 이내 어딘가에 이르러 멈췄다.
비어 있는 거처이기도 했고, 아무나 쉽사리 드나들 수 없는 곳이기도 한 장소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가 건물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가시죠."
무인의 안내를 받으며 상인으로 위장한 그들이 곧장 빈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그 입구에 도착하자 백아린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수하들에게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안으로 들어가서 보기 좋게 짐들 풀어놔. 그리고 서기관은 날 따라오고."
"예, 대상."
천무진이 자신이 지고 있던 짐을 옆에 있는 이에게 넘기고는 빠르게 백아린에게 다가왔다.
천무진과 눈빛을 주고받은 그녀가 안내를 해 주는 무인에게 곧바로 말했다.
"수하들에게 명령을 해 뒀으니 이제 내당주님을 뵈러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말을 마치는 순간 무인이 갑자기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네 명의 무인들이 하늘 위에서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헛!"
갑작스레 등장한 그들의 모습에 백아린이 깜짝 놀란 것처럼 숨을 들이켰지만…….
깜짝 놀란 듯한 겉모습과 다르게 백아린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내당 곳곳에 숨어 있는 무인들의 기척을 알아차린 상태였으니까.
상인 연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이런 이들의 움직임에 놀라는 척 시늉을 해 보이는 것뿐이었다.
안내를 담당하던 무인이 놀란 연기를 해 보이는 백아린을 향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 놀라게 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내당주님 외에는 누구도 들이지 못하게 지켜야 해서요."
"……과연 검산파군요."
감탄한 듯한 목소리에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중요한 곳이니까요. 그럼 이제 안내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곧장 수하들에게 이곳을 잘 지키라는 명령을 남기고는 곧장 백아린과 천무진을 대동한 채로 더욱 안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워낙 내부가 넓어서인지 그로부터 꽤나 한참을 걸어서야 도착한 곳.
그곳은 겉보기부터 다른 곳에 비해 한층 더 신경 쓴 티가 역력한 거처였다.
오고 가는 시녀들의 숫자도 많은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인물이 기거하고 있다는 걸 말해 주는 듯했다.
무인을 따라 이동한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커다란 문 앞이었다.
입구에 선 무인이 입을 열었다.
"내당주님, 손님 오셨습니다."
말이 끝나는 그 순간이었다.
타다다다닥.
급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이내 그 인기척이 문 건너에 도달하는 그 순간.
벌컥!
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꽤나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동시에 방 안에 있는 향로에서는 짙은 꽃향기가 밀려 나왔다.
여인의 화려한 복식에 어울리는 방 내부의 모습 또한 눈에 들어왔다.
다급히 문을 연 이 여인이 바로 이곳 내당의 주인이자 장문인의 아내인 소소홍이었다.
그녀가 화색을 띤 채로 입을 열었다.
"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리도 빨리 올 줄이야."
잔뜩 상기된 표정의 그녀를 향해 백아린이 포권을 취하며 준비된 말을 던졌다.
"검산파 안주인님의 부름인데 열 일 제쳐 두고라도 와야지요."
"호호, 그런가? 그리 생각해 주다니 고맙군."
말을 마친 그녀가 곧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을 이었다.
"우선 안으로 들어들 오게."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백아린이 먼저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천무진 또한 기다렸다는 듯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들어선 방 내부.
천무진의 시선이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히도 소소홍이었다. 천무진은 그녀의 얼굴을 어렴풋이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전생에 천무진이 본 소소홍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은 후의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이윽고 방 내부를 훑어보던 천무진의 시선이 멈춘 곳.
그곳에는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커다란 책장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방 내부의 다른 것들 또한 천무진의 눈에 익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천무진이 찾고 있는 그 검산파의 숨겨진 보석이…….
이 방 아래에 숨겨져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