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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64화 (64/293)

64화. 별동대 ― 보고 올리겠습니다 (3)

별동대의 출발까지 주어진 삼 일이라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천무진과 백아린은 나름 바삐 움직였다. 한동안 이곳에 돌아올 수 없었기에 미리 해결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어느덧 별동대가 떠날 그날이 다가왔다.

천무진과 백아린, 한천 세 사람은 간단하게 짐을 싸고 만났다. 짐이라고 해 봤자 대부분은 무림맹 측에서 준비를 해 줬기에 개인적으로 챙겨야 할 건 옷이나 생필품 정도가 전부였다.

천무진 또한 딱히 필요한 건 없었기에 짐은 간소했다.

그에 비해 백아린의 짐은 꽤나 컸는데, 그건 바로 봇짐으로 대검을 감쌌기 때문이다. 손잡이 부분만 툭 튀어나오게 하고 나머지 부분은 전부 봇짐으로 감쌌다.

손잡이만 보이고 나머지 커다란 검날은 모두 봇짐에 쌓여 있어 얼핏 보면 그냥 일반 검의 손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천무진이 백아린이 짊어지고 있는 봇짐을 보며 물었다.

"이 안에 대검만 든 거야?"

"네, 워낙 커서 다른 것까지 넣으면 특이한 무기인 티가 너무 나서요. 옷이랑 검을 넣어서 이렇게 커 보이는 것처럼 해야 되니 더 넣긴 힘들더라고요."

"그럼 당신 짐은?"

물어보는 천무진의 질문에 봇짐 두 개를 짊어진 한천이 죽는 시늉을 하며 대답했다.

"제가 들었죠. 아이고, 무거워 죽겠습니다."

"엄살은."

백아린이 힘든 척을 하는 그를 가볍게 흘겨봤다. 그때 천무진이 입을 열었다.

"벌써 일 조 사람들 일부랑 친해졌다던데 진짜야?"

"그럼요. 하하! 한 절반 정도는 이미 제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친화력 하나는 정말 인정해 줘야겠어."

호언장담을 내뱉는 한천을 보며 천무진은 대단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삼 일이다.

그 시간 동안 한천은 자신과 같은 조에 소속된 이들과 연달아 만나며 벌써부터 친분을 쌓아 둔 것이다.

이내 천무진이 중얼거렸다.

"단엽도 슬슬 움직여야 할 텐데."

"아, 단 소협은 아까 전에 먼저 나갔습니다. 미리 가 있겠다고 하더군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하는 한천을 향해 천무진이 물었다.

"나가는 걸 본 거야?"

"아뇨, 먼저 찾아와서 전해 달라고 하던데요."

덤덤하니 말하는 한천을 보며 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부터 급속도로 가까워진 단엽과 한천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뭔지 천무진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적화신루의 총회에 가겠다고 나가고, 단엽과 계속해서 비무를 하던 그 시기에 전해 들었던 덕분이다.

‘엄청난 고수라.’

싱글벙글 웃고만 있는 한천을 바라보며 천무진은 단엽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느 정도 실력자라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허나 단엽의 말을 들어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그 정도가 아닌 듯싶었다.

시간이 갈수록 천무진은 이 두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백아린과 한천.

적화신루의 총관과 부총관이다.

그런데 백아린의 실력은 적화신루의 총관으로 있기엔 너무도 뛰어났다. 문제는 지금까지 보아 온 것이 그녀가 가진 실력의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거기에 한천까지 단엽의 말대로라면…….

적화신루가 대단한 것일까? 아니면 이 두 사람이 그중에 유독 뛰어난 걸까.

내심 그 진짜 실력들이 궁금했지만 조급해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처럼 계속 함께한다면 결국 알게 될 일이었으니까.

이미 남윤에게 이곳의 일들을 부탁한 상황.

천무진이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그럼 슬슬 출발하지."

* * *

집합 장소인 연무장으로 별동대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먼 길을 떠날 것을 대비하여 제각각 짐을 챙긴 이들은 그곳에 서서 주변의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을 떠나 운남성이라는 먼 곳으로 가게 된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겠지만, 무림맹에 몸담은 이상 반드시 해야 하는 일도 있기 마련.

대부분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개중에는 이번 임무에 낀 것이 불만인 이들도 분명 있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인물.

바로 이 조에 속한 당자윤이었다.

잠룡대에 속한 인원들 중에서도 세 명이 이번 일정에 포함되었다. 대부분의 단체에서 한 명 정도 뽑힌 것에 비한다면 꽤나 많은 이들이 이번 일정에 선발된 것이다.

그만큼 잠룡대에 젊은 인재가 많았던 탓이다.

천무진과도 일면식이 있는 그는 이번 일정에 자신이 뽑힌 것에 무척이나 짜증이 나 있었다.

가능하면 간단한 임무에 포함되고 싶었거늘, 새외 세력과의 잦은 충돌이 있는 운남이라니. 시간이 꽤 걸릴지도 모르는 이번 일정에 자신이 끼게 된 사실이 그는 무척이나 짜증이 났다.

벽에 기대어 선 채로 있는 그의 옆에는 다른 사내 한 명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잠룡대 소속인 단목운뢰(端木雲雷)였다.

단목세가라는 가문의 사내로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두각을 드러내는 후기지수 중 하나였다.

서생 같아 보이는 유약한 얼굴에 삐쩍 마른 몸.

날카로워 보여야 할 것 같은 인상이었지만 얼굴에 있는 긴장 가득한 표정은 평소 그가 무척이나 겁이 많은 성격이라는 걸 말해 주는 듯싶었다.

속속들이 모이고 있는 이들과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당자윤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젠장, 굳이 이런 일에 왜 나까지 끼라는 거야?"

"……그러게."

어수룩하게 대답하는 단목운뢰를 보며 당자윤은 슬쩍 표정을 구겼다. 단목운뢰는 당자윤이 함께 다니는 사람 중 하나긴 했지만 그리 좋아하지 않는 상대였다.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유약하고 결단력 없는 모습이 당자윤과는 맞지 않았다.

단목세가는 사천당문에 비하자면 작은 곳이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가문이었기에 최대한 짜증을 감추고 있는 것뿐이었다.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던 당자윤의 시야에 막 입구로 들어서는 누군가가 들어왔다.

천무진이었다.

그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던 당자윤은 낯익은 얼굴에 고개를 갸웃했다.

‘저자는…….’

기억에 확실히 남을 정도로 준수한 외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누군지 기억해 내지 못하던 당자윤은 이내 상대의 정체를 깨달았다.

말을 타고 달리던 도중 길을 방해했던 그 멍청해 보이던 놈과 같이 있던 사내.

당시 뭔가 있어 보이는 모습에 조심스럽게 굴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별거 아닌 정체를 알고 곧바로 깨끗이 무시해 버렸지만.

‘그래, 그때 그놈이로군.’

천무진의 정체를 기억해 내자 기가 막혀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어처구니가 없군."

"갑자기 뭐가?"

옆에 서서 긴장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단목운뢰가 당황한 듯 물었다. 그러자 당자윤이 고갯짓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천무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이 누군지 알아?"

"글쎄. 난 처음 보는 사람인거 같은데…… 왜 대단한 놈이야?"

"대단? 킥, 뭐 대단한 놈이긴 하지."

비웃음을 흘리던 당자윤이 옆에 있는 단목운뢰를 향해 시선을 돌린 채로 말을 이었다.

"홍천관에서 창고 정리나 하는 놈이거든. 고작 저딴 놈이랑 같이 떠나는 임무라니 기가 막히는군."

"홍천관 소속이 이런 일에도 끼나?"

"그러니까 말이야. 아무리 두루두루 섞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급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말을 끝낸 당자윤은 이내 뭔가 생각이 났는지 천천히 벽에서 몸을 뗐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단목운뢰를 향해 말을 이었다.

"낯짝이나 한 번 보러 가야겠군."

짜증을 조금이나마 풀 상대가 나타났다는 생각에 당자윤은 걸음을 옮겼다.

사실 처음 만났던 그때에도 건방지게 고개를 들고 있던 그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아, 따끔하게 가르치려고 했었던 그다.

당시 홍천관 관주 금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을 터.

당자윤이 움직이자 뒤편에 남아 있던 단목운뢰 또한 황급히 뒤를 쫓았다. 그가 곧바로 삼 조의 인원들이 정렬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당자윤의 움직임을 천무진이 모를 리 없었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그에게 천무진이 힐끔 시선을 줬지만 이내 관심 없다는 듯 다시금 앞을 바라봤다.

자신에게 오는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지만 당자윤의 목표는 천무진이었다.

천무진의 바로 옆에 와서 선 그가 입을 열었다.

"어이."

"……저 말입니까?"

천무진이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되묻자, 당자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쳤다.

"그래 너. 나 기억하지?"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천무진을 향한 눈동자.

그 시선을 잠시 마주하고 있던 천무진이 마찬가지로 웃음을 내보이며 짧게 답했다.

"모르겠는데요."

"……."

천무진의 그 한마디에 당자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정말 이런 대답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차라리 혼자였다면 화를 삭이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허나 지금은 뒤편에 단목운뢰가 있었다.

하찮은 홍천관 놈이라며 한껏 비웃고 왔는데, 막상 그 대상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자 뭔가 꼴이 우습게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인정하기 싫었는지 당자윤이 되물었다.

"정말 날 몰라?"

"음, 글쎄요. 어디서 뵌 적이 있었습니까?"

기억이 안 난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천무진을 보며 당자윤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어떻게 이런 놈이 자신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반대라면 모를까 지금 같은 상황은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들끓는 화를 억지로 참고 있는 당자윤을 바라보며 천무진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사실 천무진은 상대를 알고 있었다.

어찌 잊겠는가.

방건과 자신에게 그토록 안하무인으로 굴었던 상대를.

천무진은 자신에게 건방지게 굴었던 상대를 그냥 기억에서 지울 정도로 성격이 좋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상대를 요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기분이 가장 나쁜지도.

그랬기에 천무진은 시치미를 뚝 뗀 채로 모르는 척하며 상대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게 만들었다.

그런 천무진의 계략이 먹힌 탓인지 당자윤은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날 모른다고? 네놈 머리가 많이 나쁘군. 얼마 전에 다관 앞에서……."

"아!"

뭔가 생각난 듯한 천무진의 표정에 당자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보며 천무진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때 다관에서 저한테 차를 쏟으셨던 분이시군요. 맞지요?"

"……."

"아, 아닌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태연하게 딴청을 부리는 천무진의 모습에 당자윤은 더욱더 화가 치솟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왠지 모르게 상대가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어 버린 것이다.

그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

"네놈 지금 날 조롱하는 게냐?"

"그럴 리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네깟 놈이 날 기억하지 못할 리가……!"

버럭 목소리를 높이는 그때였다.

"거기 제 자린데 비켜 줄래요?"

뒤편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

가뜩이나 짜증이 난 상황이었기에 당자윤은 표정을 와락 구겼다.

‘이번엔 또 뭐야?’

눈앞에 있는 천무진의 건방진 모습에 화가 치솟은 상황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에게 비키라는 듯 말을 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뒤쪽으로 휙 고개를 돌린 당자윤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백아린이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당자윤은 움찔하고야 말았다.

‘이 여인은…….’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이 정도의 미모를 지녔다면 무림맹에 오래 몸담은 당자윤이 모르지 않았을 터. 동시에 그는 한 여인의 이름을 떠올렸다.

최근 무림맹을 들썩이게 한 엄청난 미녀.

‘이 여인이 백아린인가?’

일전에 사공량에게서 백아린이라는 여인과의 자리를 만들 테니 자신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적이 있다.

물론 백아린이 나타나지 않아 그 자리는 무산되었고, 괜한 발걸음을 하게 된 당자윤은 사공량에게 짜증을 냈었다.

당시에 이 여인이 궁금해서 발걸음 했었는데, 그런 그녀를 이곳에서 보게 된 것이다.

백아린의 얼굴을 직접 보자 그제야 당자윤은 사공량이 왜 여인 하나 어쩌지 못하고 쩔쩔맸는지 이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허나 당자윤의 생각은 길어지지 못했다.

별동대를 이끌 이지강이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가 소리쳤다.

"모두 제자리로!"

소리와 함께 별동대에 뽑힌 이들이 모두 정렬하며 앞을 응시했다. 천무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화를 풀 기회도 없이 당자윤은 결국 걸음을 옮겨야 했다.

‘칫, 짜증 나게.’

천무진을 노려보며 당자윤은 자신이 있어야 할 이 조가 모인 곳으로 움직였다.

백아린이 슬쩍 천무진에게 전음을 날렸다.

『저 사람 누구예요?』

『당자윤, 사천당문 놈이야.』

『그런데 왜 당신한테 시비를 걸고 있어요?』

백아린의 말을 듣고 천무진은 역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 시비를 거는 당자윤에게 비키라고 말하는 백아린을 보며 자신을 돕기 위해 그녀가 나타난 것이 아닐까 예상했던 것이다.

천무진은 모르겠다는 듯 가볍게 으쓱해 보였다.

그러자 그녀 또한 상관없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런 인물의 시비 따위가 천무진에게 위협이 될 리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단상 위에 오른 이지강은 짧게 주의 사항들을 말했고, 이내 뒤편에 준비된 마구간으로 이동시켰다.

배정된 말 위로 별동대의 무인들이 빠르게 자리했다. 각자 자신의 짐을 말의 옆에 달기도 했는데, 백아린의 대검을 감싼 봇짐은 너무도 커서 그녀가 등 뒤에 메고 있어야만 했다.

최대한 대검의 티가 나지 않도록 만들어진 봇짐을 멘 그녀의 옆에 천무진이 가서 섰다.

선두에 선 이지강이 뒤편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이내 말고삐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이럇!"

선두에 선 그가 치고 나가자 뒤이어 다른 이들 또한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렬로 해서 달리던 별동대였지만, 이내 무림맹을 빠져나가 사람들이 없는 외곽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삼각형의 구도로 진형을 바꿨다.

선두에는 일 조가 섰고, 뒤편 양쪽으로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이 조와 삼 조가 나란히 섰다.

그렇게 그들은 남쪽을 향해 내달렸고, 약 반 시진 정도 움직였을 때였다. 선두에 달리고 있던 이지강이 잠시 멈추라는 듯 소리쳤다.

"대기!"

고함 소리와 함께 그가 말머리를 잠시 돌리자, 뒤따르는 육십 명이 넘는 무인들 또한 멈춰 섰다.

별동대가 멈추자, 약 십여 장 정도 바깥에 위치한 나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옆에 세워 두었던 말 위에 훌쩍 올라타서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죽립을 쓰고 있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손에는 붉은 패를 하나 들고 있었다.

무림맹 쪽의 사람이라는 걸 알리는 신분증이었다.

말을 타고 이지강을 향해 다가온 상대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부터 길 안내를 맡게 된 사람입니다."

말과 함께 죽립을 슬쩍 들어 올리자 그의 얼굴 일부가 드러났다.

여인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곱상한 외모의 소유자.

단엽이었다.

그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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