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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6화 (6/293)

6화. 습격 ― 뭐라는 거야 (1)

셋을 태운 마차는 검문소를 지나고도 계속해서 쉬지 않고 움직였다. 꼬박 하루를 더 달렸을 무렵 한천의 입에서 죽는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고, 내 볼기짝이야."

거의 기대다시피 앉아 있는 한천은 죽겠다는 듯 축 처져 있었다.

며칠이나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건 무인인 그에게도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참고 있던 한천이 갑작스레 죽는소리를 시작한 건, 곧 마을에 들를 일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을에 들를 거라는 걸 알자마자 그동안 참아 왔던 죽는소리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맞은편에서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감고 있던 백아린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좁아 죽겠는데 자꾸 발 디밀지 말고."

"대장, 오늘 그 마을에서 좀 쉬고 가는 겁니까?"

"그걸 내가 정하나. 저기 계신 의뢰인께서 정하시는 거지. 그렇죠?"

간절하다는 듯이 한천이 말하자 백아린이 눈을 뜨고는 슬쩍 천무진에게 공을 넘겼다.

"……뭐야 그 눈은."

두 손을 마주 잡은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천의 모습에 천무진은 기겁한 듯 슬쩍 상체를 뒤로 뺐다.

한천이 말했다.

"이 정도로 달려왔으면 여유가 있을 거 같은데 오늘 하루 정도는 객잔에서 좀 쉬고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흐음."

천무진이 대답 대신 애매한 태도를 취하자 한천이 좁디좁은 마차 내부에서 조금 더 밀착할 듯 다가왔다. 그런 모습에 천무진이 손으로 그를 막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오늘쯤 쉬고 가려고 했어. 어차피 이번에 들를 마을에선 해야 할 일들도 제법 있잖아."

천무진의 말에 한천이 화색을 띠며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곳이 마차 내부라는 걸 잊고 있었던 듯싶었다. 손을 치켜드는 것과 동시에 부닥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쿵.

"아악!"

손을 번쩍 들어 올리다 지붕에 부닥치자 양손을 부여잡고 한천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백아린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했다.

그녀가 핀잔을 주듯 말했다.

"이 마차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부총관 급여에서 깔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아니 제가 이번 여정에서 얼마나 큰일을 해냈는데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십니까?"

"그건 어제 일이잖아."

"겨우 하루 만에 그 공로가 없어지는 겁니까?"

"그 인맥 만들려고 나간 술값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는 잊은 거고?"

"흠흠. 그거야 당연히 신루에서 나오긴 했지만 그 술을 마시느라 상한 제 몸도 좀 생각을 해 주셔야……."

"아, 그러세요? 그럼 부총관 술값 만들어 내느라 잠도 못 잘 정도로 상부에 들들 볶인 탓에 상한 제 피부도 좀 생각을 해 주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곧바로 자신의 말투를 따라 하는 백아린의 모습에 한천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겠는지 멍하니 있다가 이내 옆에 있는 천무진에게 괜히 말을 걸었다.

"저희 대장이 저런 분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으신 분이죠. 천 소협도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전 의뢰인한테는 언제나 배려 가득하거든요. 특히나 저희한테 필요한 의뢰인이라면 더더욱요."

곧바로 백아린이 받아쳤다.

의뢰인에게는 그러지 않을 거라는 말을 꺼낸 것이지만 천무진의 귀에 중요하게 틀어박힌 건 다른 단어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쪽에겐 내가 필요한 의뢰인인가 보군."

"당연하죠. 천도의 맹약을 떠나 천룡성의 의뢰를 받고 움직인다는 건 저희 같은 정보 단체에겐 큰 이득이 될 수 있거든요."

빠르게 대답한 그녀가 자신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솔직히 말해 전 천도의 맹약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으로 생각하거든요. 루주님이야 당연히 신루를 이끄셔야 하는 분이니 명분 같은 것도 고민하시겠지만 개인적인 제 생각만 말씀드리자면 오래전 맺어진 언약 따위만으로 돕는다는 거…… 솔직히 어떻게 믿을 수 있어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뭔가가 있는 게 더 확실하죠. 적어도 그렇다면 상대방을 배신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백아린은 속이지 않고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긴 말이 끝났을 무렵 천무진은 그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가 아무런 말이 없자 백아린이 조심스레 말했다.

"설마 천룡성을 우습게 봤다는 식으로 들려서 기분 상한 건 아니죠?"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반대라뇨?"

"지금 그 생각 맘에 들어."

천도의 맹약을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백아린의 태도, 헌데 우습게도 천무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비참했던 과거의 삶이 없었다면 천도의 맹약을 중요시 이야기하지 않는 백아린의 태도가 내키지 않았을 수 있다.

천도의 맹약은 천룡성이 그만큼 무림을 위해 싸워 준 대가이자, 증거였으니까.

하지만 고통 가득했던 삶을 살았던 천무진으로서는 지금 그녀의 대답이 틀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약속 하나만을 가지고 무작정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 그것이 옳을 정도로 세상이 녹록지는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알았으니까.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결국 모든 건 각자의 이득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맹약으로 이어져 있으니 무조건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가는 아마도…… 다시금 찾아온 이번 생 또한 저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외의 대답에 백아린이 고개를 갸웃하자, 천무진이 말했다.

"당신 말대로 난 적화신루가 가져다줄 정보가 필요해. 그리고 당신들은 내가 의뢰하는 것들을 통해 앞으로 무림을 뒤흔들 비밀스러운 사건에 대해 다른 정보 단체들보다 한발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겠지."

천무진의 말에 백아린과 한천은 공감한다는 듯 끄덕였다.

그런 둘을 향해 천무진이 말을 이어 나갔다.

"한 마디로 지금은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거고. 그럼 적어도 서로가 필요한 지금은…… 뒤통수를 칠 일은 없을 거라는 소리잖아?"

이용만 당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전생의 기억, 그랬기에 이제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용당하는 건 질색이다.

이번의 삶은 그 모든 걸 바꾸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녀에게 조종당하던 껍데기뿐인 천하제일인이 아닌 천룡성의 천무진으로.

그리고 지금 이 여정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기 위해 내딛은 첫 발걸음이었다.

천무진이 여유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마음껏 당신들의 정보력을 이용할 생각이야. 그러니 그 정보를 가지고 뭔가를 하는 건 적화신루에서 알아서 해. 단, 이거 하나만은 알아 둬."

그의 얼굴이 일순 싸늘하게 변했다.

"만약 당신들의 정보력이 나를 노리는 그 순간…… 나의 검 또한 그대들을 향할 수 있다는 걸."

과거의 삶에선 정체불명의 그녀에게 표적이 되었던 적화신루, 그랬기에 지금의 생에서는 그나마 믿을 수 있었지만 결국 자신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으니 미래 또한 바뀔 거라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말은 곧 적화신루의 상황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천무진의 경고에 기분이 나쁠 법도 하련만 백아린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덤덤하니 말을 받았다.

"충고 새겨듣죠."

지금 당장엔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함께하고 있고, 언제까지일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결국엔 다른 길을 가야 할 수도 있는 이들.

천무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허나 백아린의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알아줄래요?"

"……?"

"적화신루는 의뢰인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요. 지금처럼 저희의 의뢰인인 이상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그쪽의 의뢰로 알게 된 정보들을 팔아 당신에게 피해가 가게 하지는 않아요. 그게 저희가 살아가는 방식이거든요."

"지금 그 말 책임질 순 있어?"

"그럼요. 제 스스로 한 약속이니까. 오래전 선조들이 한 천도의 맹약 같은 것이 아닌, 제가 정하고 직접 입으로 꺼낸 진짜 약속이요."

당당히 답하는 백아린의 모습에서는 일말의 흔들림도, 거짓됨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는 그녀의 깨끗한 눈동자에 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쪽이 그렇게 해 보겠다면야."

말을 마친 그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대답이 썩 마음에 들었다는 사실을 백아린이 눈치채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 * *

셋을 태운 마차가 마을에 들어서고 있었다.

한천의 바람대로 일행은 오늘 들른 이 신포(伸浦)라는 마을에서 하루 쉬어 갈 계획이었다.

쉼 없이 달려온 덕분에 목적지까지의 여정에 아직 여유가 있기도 했고, 마을에 들른 김에 할 일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 들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적화신루에게 의뢰했던 양휴에 대한 정보를 받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틀이 넘는 시간을 밤새 달려온 말과 마부 또한 바꿔야 했고, 저번 마을에서 사 놨던 간단한 요깃거리들도 떨어진 상황이다.

이 모든 걸 준비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터.

편안한 침상에서 잠을 자고, 제대로 된 음식만 먹을 수 있다 뿐이지 여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신포의 길거리를 달리던 마차가 이내 천천히 멈추어 섰다.

마차가 완전히 멈추자 곧 문이 열리며 대검을 든 백아린이 먼저 아래로 내려섰다. 그녀는 찌뿌듯한 몸을 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길게 기지개를 폈다.

말은 안 했지만 백아린 또한 긴 여정에 다소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하아."

소리를 내며 그녀는 밝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신포는 인근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원래는 사람들로 제법 북적거리는 곳이었는데, 아직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는 다소 한산한 느낌을 풍겼다.

아무래도 최근 이 근방의 좋지 않은 분위기 때문인 듯싶었다.

‘새외 세력과 녹림도들이 날뛴다고 들었는데 여기까지 여파가 있었던 모양이네.’

그들과 관군의 대치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면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벌어진다.

커다란 세력들이 날뛰니 자연스레 어중이떠중이들도 기회다 싶어 행패를 부리곤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다 보니 정파를 대표하는 단체인 무림맹에서도 이곳 운남에 거점을 두고 있는 점창을 돕기 위해 무인들을 파견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객잔 안에서부터 풍겨 나는 갖가지 음식 냄새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소맷자락 안에 계속 숨어 있던 치치가 빠져나왔다.

쏜살같이 빠져나온 치치는 곧바로 옷자락을 타고 자연스레 그녀의 어깨 위로 올라섰다.

뒤이어 마차에서 내린 한천이 그런 치치를 향해 혀를 내둘렀다.

"하여튼 코는 개코야. 어차피 옥수수 알갱이 같은 거나 먹는 녀석이 뭘 그리 궁금하다고 그새를 못 참고 튀어나왔데?"

말과 함께 꼬리를 잡고 흔들어 대는 한천의 태도가 못마땅했는지 치치는 손에 쥐고 있던 옥수수 알갱이를 그에게 냅다 던졌다.

탁.

미간에 옥수수 알갱이를 맞은 한천이 짐짓 화난 표정으로 치치를 괴롭히려고 할 때였다.

한천은 자신을 향한 백아린의 시선에 움찔하고는 헛기침을 해 대기 시작했다.

"험험."

"부총관, 내가 치치 괴롭히지 말랬지?"

자그마한 주머니에서 옥수수 알갱이 하나를 꺼내 치치에게 쥐여 주며 백아린이 말했다.

알갱이를 건네받은 치치가 좋다는 듯 울음소리를 흘렸다.

"끽끽."

마치 약 올리는 것처럼 느꼈는지 한천이 치치를 보며 이를 갈 때였다.

뒤편에 있던 천무진이 말했다.

"이제 보니 그쪽이 여기서 서열 꼴찌였나 보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제가 저 다람쥐 녀석보다 아래겠습니까? 그쵸 대장?"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나눠서 할까요?"

대답 대신 백아린이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그걸로 충분히 대답이 됐다는 건 충격 받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한천의 얼굴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녀는 한천의 시선을 무시한 채로 말을 이어 나갔다.

"먼저 객잔에 가서 방을 잡고 쉬고 계세요. 제가 의뢰하신 정보가 왔는지 확인하러 가고, 부총관이 앞으로 남은 일정에 필요한 것들을 사 오도록 하죠. 괜찮으시죠?"

백아린의 말에 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할 일은 그다지 없었기에 싫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이따 뵐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옆에 서 있는 한천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움직이라는 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한천이 먼저 움직였고, 이내 백아린 또한 객잔 옆에 난 길을 통해 모습을 감췄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사라지고 마차 또한 객잔 한편에 위치한 마구간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서야 천무진이 움직였다.

끼이익.

객잔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천무진은 슬쩍 내부의 상황을 살폈다.

저녁 식사가 한창일 시간, 그렇지만 객잔 내부는 한산했다. 몇 개의 탁자에 사람들이 자리하고는 있었지만 그 숫자가 반의반도 채 되지 못했다.

거기다 행색을 보아하니 그들 대부분은 외지인이 아닌 이곳 마을 사람들처럼 보였다.

천무진의 등장에 구석에 앉아 쉬고 있던 나이 든 객잔 주인이 서둘러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선 그는 슬쩍 천무진의 눈치를 살폈다.

들어선 천무진이 식사만 할 손님인지, 아니면 투숙까지 할 손님인지를 파악하려는 듯 보였다.

그런 객잔 주인을 향해 천무진이 말했다.

"방 세 개 있소?"

"그럼요. 있고말고요."

가뜩이나 장사가 잘 안되는 차에 투숙까지 하는 손님을 받자 객잔 주인의 안색이 밝아졌다.

거기다 하나도 아닌 세 개나 빌린다 하니 빈 방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주인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자자, 그럼 이쪽으로."

싱글벙글한 얼굴로 그가 천무진을 데리고 객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둘과 헤어지고 백아린이 향한 곳은 마을 한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포목점이었다.

포목점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젊은 사내가 휘장을 걷으며 들어오는 기척에 입을 열었다.

"어서 옵쇼."

인사를 하는 사내를 향해 다가간 백아린이 허리춤에 감춰져 있던 명패를 슬쩍 내비쳤다. 사총관(四總管)이라 적힌 글자를 확인한 그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백아린은 우선 말을 돌렸다.

"전에 예약한 물건을 보려고 왔는데요."

"아고, 안으로 드시죠."

젊은 사내는 모르는 척 말을 받았다.

말을 마친 그는 포목점 안쪽에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쇠가 잠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뒤쪽 건물과 이어진 비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길을 통해 뒤편에 있는 건물로 건너가자, 그곳에는 포목점의 몇 배는 될 정도로 커다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류들이 가득한 이곳은 적화신루의 거점 중 하나였다.

가벼운 말투를 사용하던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일순 묵직하게 변했다.

"사총관님을 뵙습니다."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추는 사내를 향해 백아린 또한 아까와는 달라진 어투로 말을 받았다.

"내가 올 거라는 보고 받았지?"

"네, 근 시일 내에 찾아오실 거라는 말은 전달받았었습니다."

묵묵히 대답하는 사내를 향해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양휴에 대한 정보."

천무진에게 전달하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자신도 뭔가 확인해 보려던 백아린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긴 말보다는 가져온 정보를 서둘러 확인하려 했는데…….

그녀의 말에 사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이런 말씀 드려 송구한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앞을 보고 있던 백아린이 사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말해 보라는 듯한 그녀의 눈빛에 그가 서둘러 말했다.

"아직 정보가 오지 않았습니다."

대답을 듣자 백아린은 표정을 찡그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분명 내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준비해 놓으라고 말했고, 시간도 충분하다고 답변을 받았는데. 신루의 정보 체계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손꼽히는 정보 단체인 적화신루에겐 쉬이 일어나지 않는 일, 그랬기에 백아린은 신루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여긴 것이다.

허나 사내의 입에서 나온 건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가 어렵사리 말했다.

"직접 양휴의 뒤를 캐던 신루의 정보원들이…… 몰살당했습니다."

"뭐?"

그 한마디에 백아린은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허나 놀람은 잠시였다.

놀랐던 감정이 사라지며 이내 적화신루의 정보원이 몰살당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백아린의 손바닥이 앞에 있는 탁자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빠드득.

부서져 나갔던 탁자의 일부분이 백아린의 손에서 가루가 되어 흘러내렸다.

싸늘한 눈동자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떤 놈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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