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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46화 (246/250)

246화 기문진법 몽혼천리행 (1)

단리평은 숨을 크게 들이키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정리하세, 그대들은 하오문에 가서 사건의 진위를 알아보고 나는 나 나름대로 쌍사문의 흔적을 추적해 보겠네, 그리고 지금 당장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진법연구회에 대해서도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네.”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네, 그렇게 하시지요.”

단리평과 헤어지고 하오문 지부를 찾아가기로 한 주성진과 일행들은 객잔에서 나와 서로의 이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주성진이 좌중을 돌아보았다.

“뭐, 다들 숙지하고 있겠지만 우리의 일차적인 목표는 쌍사문의 흔적이오. 하오문의 누군가가 사건의 개요를 알려주면 고맙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 쌍사문의 자객을 잡아서라도 일의 진위를 알아내야 하오.”

“음, 굳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려 하니 좀 그렇습니다. 그냥 하오문 문도를 족치면 안 되겠습니까?”

주성진은 명세철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난 것이니 더는 왈가왈부하지 마시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는 하오문과 척지고 싶지 않소이다. 사업에 지장이 생기면 곤란하니까…….”

“알겠습니다.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오문도를 만나면 진법연구회에 대해서도 물어볼 것이오. 누구라도 의문 상황이 있으면 내 눈치 보지 말고 바로바로 질문하시오.”

“네…….”

반 시진 후, 하오문 지부에 도착한 주성진과 일행은 하오문 분타주의 영접을 받았다.

그는 돌연 주성진 일행이 들이닥치자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달려왔다.

하오문 입장에서 주성진은 엄청난 거물이었다.

“주 상단주님이 저희 분타를 방문하시다니 일생의 영광입니다. 저는 분타주 곽일영입니다.”

“곽 분타주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실은 얼마 전에 하오문 본부 소속의 방일우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곽일영은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음, 방일우 조사관을 만난 이야기를 왜 나에게 꺼내는 걸까? 만일 그 일 때문이라면 나도 말할 수 없는데, 이거 곤란하게 되었구나.’

곽일영은 사실 며칠 전에 방일우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부하들을 이끌고 분타를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일우가 주성진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아, 방일우 조사관을 만나셨군요. 한데 어떤 일로 저를 만나자고 한 건지……?”

“다름이 아니고, 쌍사문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해서요. 제가 알고 싶은 건 그들의 흔적입니다. 혹 단서가 될 만한 게 없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할 수 없습니다. 본부 소관이라서요.”

주성진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곽일영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세하지만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말은 하오문 본부에서 쌍사문을 추적하고 있다는 말인 것 같군요.”

“음 그건… 한데 무슨 일이신지요?”

“그게 말입니다. 사실은 그냥 지나쳐 넘어가려고 했는데 쌍사문의 요즘 행보가 좀 걸려서요…….”

곽일영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음, 분명 냄새를 맡은 모양인데, 어쩐다…….’

“솔직히 쌍사문의 자객이 최근 여기저기서 출몰해서 저희도 비상입니다.”

“후후, 비상이겠지요. 제가 알기로는 하오문에서 그들 때문에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음, 그건…….”

주성진은 그가 말하기를 주저하자 빠르게 말문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내부 일이라 더는 말씀하기 곤란한 모양이군요. 그럼 이렇게 하죠, 내가 중요한 정보를 알려 줄 터이니 쌍사문의 흔적이 있을 만한 곳을 알려 주시지요.”

“중요한 정보라뇨?”

“하오문에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분타주님에게도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왜냐면 분타주님 담당 내에 벌어진 일이라서요. 아마 내 이야기를 듣는 즉시 하오문 문주님께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곽일영의 눈에 핏발이 섰다.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요. 그러니 쌍사문에 대해 좀 알려 주시지요.”

곽일영은 주성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주성진에게 쌍사문의 흔적을 알려 주는 것보다 하오문주에게 보고하는 게 그에게 더 큰 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쌍사문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만, 워낙에 신출귀몰해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사람을 풀어서 조사해 보니 의심스러운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단향원이라는 기원이고. 또 하나는 야천객잔입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야원이는 곳으로 땔감과 숯을 파는 곳입니다. 모두 최근에 생겨난 곳으로 셋 다 공통으로 중원에 여러 군데의 지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이한 건 세 곳 모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서 서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주성진은 그의 말을 음미해 봤다.

‘기존 세력의 견제를 뚫고 새로이 영업을 개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어느 정도 재력과 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일 것이야.’

주성진은 하오문이 단향원이라는 곳을 먼저 조사하지 않을까 싶었다.

왜냐면 쌍사문의 살수 중에 여인이 많기 때문이었다.

‘음, 내가 생각해도 단향원이 가장 의심되긴 하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저도 말씀드리죠, 실은 어제 하오문의 고위급으로 보이는 인사가 누군가에 납치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있던 다른 한 사람은 애석하게 목숨을 잃었고요.”

곽일영의 목소리가 몹시 떨린다.

“저,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중에 한 명은 작은 활을 잘 쏘는 자입니다. 흔치 않은 암기라 분타주께서도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곽일영의 얼굴에 본부 조사관의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이광일이다. 그자밖에는 없어,’

“혹 죽은 자의 인상착의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럼요. 얼굴이 길고 매부리코라 쉽게 기억할만한 얼굴이었습니다.”

주성진은 추가로 죽은 자의 키와 신체적인 특징을 말해 주었다.

곽일영은 주성진에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알려 주셔서요. 죽은 이는 십중팔구 이광일 조사관일 겁니다. 본부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만… 아마 납치된 자도 동급의 조사관일 겁니다. 그러니까 주 상단주님이 만났다는 방일우와 동급인 고위급 조사관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많은 정보를 알 듯한데…….”

“네, 죄송합니다만 제가 자리를 좀 비우겠습니다. 긴급으로 전서구를 띄워야 하니까요.”

“아닙니다. 아, 그리고 시신은 관청에서 가져갔습니다.”

한데 그때였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는가 싶더니 일단의 인물들이 하오문 지부에 들어왔다.

그리곤 얼마 후 누군가가 주성진이 있는 접객실의 문을 두드린다.

“지부장님, 문주님이 오셨습니다.”

혼비백산한 분타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문주님이 예고도 없이, 여길 오셨다고!”

곽일영이 놀란 만큼 주성진과 일행들도 놀랐다.

“네, 지부장님!”

곽일영이 부리나케 문을 열고 나가고 잠시 후 문주 일행이 주성진이 있는 접객실로 들어왔다.

주성진은 세월의 풍상이 느껴지는 장년인을 마주했다.

그는 단구에 얼굴에 자잘한 잔주름이 가득했지만, 눈빛만큼은 깊고 그윽했다.

보통 그런 눈빛의 소유자는 대다수 머리가 좋았다.

“문주 곽달호입니다. 이거 반갑습니다. 여기서 주 상단주님을 뵙다니요.”

하오문주가 고개를 숙이자, 주성진과 일행들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주성진입니다. 이쪽은 제 일행들입니다.”

잠시 후 문주의 요청으로 독대하게 된 주성진은 하오문 지부의 깊숙한 곳으로 안내받았다.

“언뜻 들이니 쌍사문에 관심이 많다면서요?”

하오문주의 말에 주성진은 그의 표정을 살피며 빙그레 웃었다.

“세 번의 우연이 겹치니 저로서도 바쁜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뭐 운명이니, 소명의식 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의문을 파헤쳐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하하, 그렇군요. 저에게 세 번의 우연과 마주친 내용을 들려줄 수 있겠습니까?”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지요. 이야기가 어떻게 된 거냐 하면요…….”

주성진은 그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야기를 마치는 순간 하오문주의 얼굴에 어린 갈등의 빛이 사라지고 없었다.

“음… 제가 참 못난 것 같습니다. 실은 좀 전까지도 진실을 말할까, 말까 고민했었습니다. 뭐 이게 다. 제가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때문이지요. 하오문을 무림의 명문 대파로 만들고 싶다는… 좀 있으면 비밀이, 비밀이 아닌 게 되어 버릴 텐데도 말이죠…….”

주성진은 그 즉시 손을 흔들었다.

“망상이라뇨. 한 문파의 수장이라면 자신이 속한 문파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은 꿈을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만하더라도 저의 상단을 상계 최고의 상단으로 올려놓고 싶은 꿈을 결단코 버리지 않았답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저의 입이 가벼워지는군요. 사실 이야기가 좀 복잡합니다. 이야기의 시발점은 진법연구회의 가면을 쓴 귀곡문에서 출발하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귀곡문은 예전에 이미 주춧돌 하나 남기지 못하고 멸문한 문파로 알고 있었지요.”

“…….”

“하지만 그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아서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유구한 세월을 건너뛰어 아직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니 말입니다. 다행이라면 지금 귀곡문의 후손은 귀곡문의 진전을 거의 이어받지 못했다는 점이지요.”

“…….”

하오문주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부터는 편의상 진법연구회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진법연구회에는 귀곡문이 아닌 자들도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음, 이야기는 진법연구회 소속의 인물 둘이 술을 마시다 진법연구회 처지에서 본다면 천기누설이나 다름없는 일을 저지른 데서 출발합니다.”

순간 주성진의 허리가 점점 숙어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하오문주의 이야기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한데 그때, 우연히 그의 이야기를 들은 자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쌍사문의 여자 자객이었죠. 그녀들은 곧바로 진법연구회가 머무는 곳에 숨어 들어가 비밀을 염탐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을성 하나는 최고라 자부하는 자객들이었기에 그들은 끈질기게 기회를 노렸습니다.”

“…….”

“그리곤 마침내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서 비밀문서를 탈취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탈출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부주의로 발각되었고 그들은 비밀문서를 나누어 가진 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

“그들 중 하나는 탈주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었고 결국 이름 모를 산속의 거 기절하고 말았지요. 그곳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그녀는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저희 문도에게 발견되었고 결국 저희 본부로 이송되었습니다.”

“…….”

“저는 쌍사문의 자객을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와 협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저희가 상처를 치유하고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일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게 되었죠. 물론 그녀가 지닌 비밀문서는 저희 수중에 들어왔고요.”

주성진은 손을 번쩍 들었다.

“말씀하십시오. 주 상단주님.”

“저, 그 비밀문서라는 게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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