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용병 출현 (2)
쐐애액!
순간 그의 검에서 하나의 섬광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주성진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왔다.
마치 검의 강기를 암기처럼 날린 것이다.
주성진은 상대 둘을 공격 하다말고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암경이 심심치 않음을 느꼈다.
‘저자가 갑자기 합류할 줄이야. 이런, 또 한 수 배웠네.’
쉬익!
주성진은 급히 몸을 옆으로 이동하며 왼손으로 장법을 펼쳤다.
펑!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주성진의 신형이 뒤로 물러났다.
용운일도 주성진의 장법에 충격을 받았는지 더는 허공에 체류하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한데 주성진의 서늘한 눈이 용운일을 향하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운일의 무위가 제법이군. 한데 문제는 그게 아니야. 원군이 온 것 같은데.’
그 시각 자신의 검기가 주성진의 검도 아닌 장력에 튕겨 나오자, 용운일은 모멸감에 휩싸여 있었다.
‘제대로 기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와 나의 실력 차이가 설마 이 정도나 날 줄이야, 음 정말 몰랐어…….”
바로 그때, 용운일은 본인의 생각에 젖어 있다가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런 제삼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놓치고 있었구나. 아, 아닌데 익숙한 느낌이야. 그렇군. 대장이 왔구나.’
쉬이!
빠르게 다가오는 신형이 주성진 앞에서 멈추었다.
그러자 새로운 자 때문에 대결이 돌연 소강상태에 빠져 버렸다.
주성진은 갑자기 나타난 자를 보며 중얼거린다.
‘음, 생김새가 전형적인 중원인이 아닌데…….’
다가온 신형은 주성진을 바라보더니 다짜고짜 말을 걸었다.
“나처럼 얼굴이 잘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운명이 무척 슬프다오.”
주성진은 픽 웃고 말았다.
‘뭐야, 저 말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잖아.’
주성진은 그의 성격이 다소 괴짜라고 여겼다.
순간 그의 입이 재차 열린다.
“나를 모르겠지?”
“그렇소. 한데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주성진은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가 대꾸한다.
“나는 강원래요. 사실 나의 부친은 중원인이지…….”
“음, 그대의 활동 영역이 중원이 아닌 모양이오.”
강원래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긴 하지만 돈이 보이는 곳이 나의 활동 영역이오. 보아하니 그대만 죽이면 여기 상황은 끝날 것 같은데… 후후 그러면 나는 더 많은 금괴를 할당받게 되겠지…….”
“금괴? 무슨 금괴?”
“이곳에 금괴가 묻혀 있다고 하던데. 모르는 건가? 시치미 떼는 건가?”
주성진은 그의 말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도 저들과 같은 용병이오?”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수하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소. 내가 저들을 이끄는 대장이오.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우리는 좋은 친구 사이가 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참으로 아쉽소이다.”
“후후, 나는 여기가 아니라도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소이다.”
“매정하군…….”
“흥!”
주성진이 콧방귀를 끼자 강원래의 눈썹이 곤두섰다.
조금 전까지 실실 웃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성격에 그에 못지않은 표정 변화였다.
“감히 네놈이 내 말을 무시하다니…….”
주성진은 그가 반말하자 똑같이 응수한다.
“그래 좀 무시했다. 한데 말이야 초면에 다짜고짜 날 죽인다고 하더니 그건 까먹은 건가? 그게 아무리 적이라 하더라도 예의는 아니지. 너는 중원 예법을 좀 배워야겠구나. 아니지 배울 필요가 없겠다. 곧 죽을 테니까…….”
“이 자식이!”
그가 든 도의 도신이 부르르 떨려왔다.
세상에서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다 참아도 그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이 씹어 먹을 놈… 개새끼…….”
지금까지 보았던 강원래 모습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욕지기가 그의 입에서 술술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주성진은 자신의 입도 덩달아 시궁창이 되기 싫어 귀를 막았다.
사실 강원래는 여태 욕을 하는 자가 주성진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강원래가 움직였다.
쒜애액!
순식간에 그의 도가 섬광처럼 주성진의 가슴을 잘라왔다.
주성진은 이를 예상이라 한 듯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후후, 이놈들아! 내가 독기를 모두 날려 버렸다고, 이제부터 나는 좀 전의 내가 아니라고!’
주성진은 검을 들어 보았다.
‘좋아. 이 기회에 좀 놀아 볼까. 저놈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보자고.’
주성진의 신형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상대의 섬광은 그의 몸을 가로지르고 지나갔다.
사실 상대의 도는 주성진의 몸을 자른 것이 아니라 이형환휘를 펼친 그의 잔상을 자른 것뿐이었다.
강원래가 벌레 씹는 표정이 된 순간 주성진의 반격이 이어졌다.
주성진의 검이 날면서 강원래의 얼굴과 다리를 한꺼번에 공격해 갔다.
그의 반격은 시간상 미묘해서 강원래가 공격했던 도를 다시 거두어 방어할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았다.
쉭!
바로 그때, 주성지의 검이 강원래의 얼굴을 가격하려는 순간이었다.
주성진의 신형이 격하게 흔들렸다.
‘이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주성진은 급하게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났다.
물러난 주성진은 강원래을 바라보았다.
“비겁하게 암기를 뿌리다니…….”
“야 새끼야. 너도 뿌려!”
주성진의 안색이 굳어졌다.
‘역시 상종 못 할 인간이군.’
주성진은 연이어 신형을 움직였다.
“놈! 간다!”
외침과 동시에 주성진의 손에서 거대한 한 마리의 새가 날개를 폈다.
물론 거대한 새는 진짜 새는 아니었다.
그건 바로 주성진의 검에서 부챗살처럼 뻗어 나온 기파였다.
순간 엄청난 압력이 밀려오자 강원래의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뭐야, 저건!”
고함과 함께 그의 도가 아홉 번이나 허공을 그어 갔다.
그는 자신의 최고의 절기 하나를 펼친 것이다.
번쩍!
섬광과 함께 두 사람의 그림자가 엉키는 순간, 주성진의 신형이 화살처럼 앞으로 튕겨 나갔다.
그의 신법은 너무 빨라서 다른 사람은 그저 아릿한 잔상만 보았을 뿐이었다.
또다시 무림에서 가장 빠른 신법 중 하나인 이형환휘가 펼쳐진 것이다.
강원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방금 주성진의 공격이 허초였음을 알았다.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주성진의 잔상이 베어져 사라지는 순간 강원래의 신형은 이미 주성진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주성진까지 감탄할 만한 빠른 몸짓이었다.
‘상황 대처가 상당히 빠르군. 실전을 많이 치러 본 자다.’
그 시각, 강원래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런 여우 같은 놈!’
내심 욕을 하며 전력으로 신법을 펼쳤다.
그러나 주성진의 신법은 조금 더 빨랐다.
그러나 강원래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신법이라면 그도 자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돌연 속도를 배가하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죽여 주마!’
그는 몸을 틀며 자신과 주성진이 일직선 위에 놓이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세차게 자신의 도를 휘둘렀다.
쒜애액!
순간 그의 도에서 비발 모양의 강기가 뿜어져 주성진의 뒤를 노린다.
‘후후. 네놈의 신법이 아무리 빨라도 나의 비발 도강보다는 느릴 것이다.’
주성진은 빠르게 다가오는 살기에 인상을 찡그렸다.
강원래의 무공은 자신의 예상보다 한 수 위였다.
‘음, 생각보다 센데. 좀 더 놀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자 그렇다면 내공이 돌아온 기념으로 너부터 처리해 주지.’
강원래는 자신의 도강이 주성진의 신형을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다.
‘흐흐흐…….’
곧장 주성진의 등이 갈라지고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올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큭!
한데 그는 앙천광소를 터트리려다가 돌연 가슴을 부여잡았다.
순간 날카로운 뭔가가 자신의 심장을 베어 버린 거였다.
‘뭐지, 왜 내 심장이 갈라진 거지……?’
그걸 끝으로 그의 의식이 이어지지 않았다.
한데 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좀 전까지 주성진을 상대하던 자들도, 그리고 또다시 몰려오고 있던 자들도 모두 움직임이 정지되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거의 백에 달하는 무인들이 삽시간에 고혼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일순 정적이 흐른다.
한편 멀리서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던 남궁은영과 팽일성은 지금의 상황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치켜떴다.
“팽 소협, 보았나요?”
“음 보긴 봤는데 왜 갑자기 적들이 급살 한 것인지는 도저히 모르겠소이다.”
남궁은영은 고개를 끄떡이며 재차 말을 이어나갔다.
“혹, 주 단주님이 이기어검을 펼친 것일까요?”
남궁은영이 자신 없는 투로 말하자 팽일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내 생각에 그건 아닌 것 같소. 이기어검이라면 공중에서 검이 날아다녀야 할 텐데, 난 그것을 보지 못했소. 아무리 빨리 날아간다 해도 이 거리에선 지나간 궤적이 보일 텐데 난 그걸 보지 못했소이다…….”
“음, 제 생각도 그래요. 혹 적들이 모두 독에 중독된 건 아닐까요?”
팽일성은 코를 벌렁거렸다.
“그 말은 주 단주가 독을 하독했다는 말이오? 음, 주 단주가 천하제일의 독공 술을 배웠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남궁은영은 턱을 매만지다가 말문을 열었다.
“음, 그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주 단주를 아는 건 빙산의 일각뿐 아닌가요? 그가 무림에서 활발히 활동한 것도 아니고 그저 하오문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통해 아는 것뿐이잖아요.”
“음, 듣다 보니 소저의 말이 타당한 것 같소이다. 궁금한 건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어쨌든 우리는 오늘 운이 좋은 것이요. 주성진은 만났으니까.”
“맞아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아 저기 주단주가 오고 있네요”
두 사람은 급히 대화를 마치고 다가오는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남궁은영이 먼저 말을 걸었다.
“혹시 다치신 곳이라도?”
주성진이 손을 흔들었다.
“없소이다. 내 생각해 주어서 고맙소이다.”
“어머 무슨 말씀을… 단주님을 수하가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랍니다. 주 단주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여기서 불귀의 객이 되었을 텐데요. 호호.”
“하하, 그렇소. 한데 진정 날 두목으로 생각하시오?”
주성진의 말에 그녀가 생긋 웃는다.
“당연하죠,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말이랍니다. 그런데 두목이라는 말은 어감이 좋지 못하는데, 꼭 산적 두목 같기도 하고…….”
“알겠소. 앞으로 그 마음 변치 말기를, 그건 그렇고 여기를 정리하고 떠납시다.”
그 순간 팽일성이 끼어들었다.
“여기를 정리한다고요?”
“될 수 있는 한 시체를 묻어 주는 게 내 습관이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오.”
“그래도 너무 많은데요.”
주성진은 팽일성 가까이에 다가갔다.
“그래서 정의단 단주의 명에 불복하겠다는 것이오?”
“아, 아닙니다. 그건, 음 제 말은 상처를 입은 동료도 남아 있고, 급하게 가봐야 할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도울 필요는 없소이다. 조만간 그들이 이곳으로 올 것이오. 설마 내가 그것도 모르고 그대들에게 명령을 내릴 것 같소?”
팽일성은 전 공력으로 청력을 올려보지만, 여전히 기척이 잡히지 않는다.
‘후유, 그와 나의 수준 차가 이런 것이었군.’
그 순간 주성진의 말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좀 쉴 터이니 두 사람이 일을 마무리해 주시오. 그리고 그들의 소장품은 남김없이 챙기시오. 버리지 말고.”
두 사람이 동시에 되묻는다.
“네? 네?”
“나중에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소장품은 챙기시오. 무기까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