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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37화 (237/250)

237화 전설의 용과 맞닥뜨리다 (1)

나무토막이 주변을 밝히며 아래로 떨어졌다.

쿵!

한참 후에야 소리가 들린다.

어림잡아 깊이가 20장은 돼 보였다.

주성진은 지옥의 무저갱처럼 보이는 우물 속을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음, 바닥까지 너무 깊소이다. 허허, 이곳 지형은 도저히 알 수가 없소이다.”

역산도는 고개를 끄떡이며 입을 열었다.

“저, 주 단주님. 밧줄을 만들까요?”

“역 호법, 줄을 만들 재료가 있기나 하오?”

“저희 옷을 잘라서…….”

역산도는 곧바로 본인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옷을 잘라서 밧줄을 만든다 한들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밧줄은 튼튼하고 질겨야 했다.

역산도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벅적거리며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음, 그러면 어쩌면 좋을까요?”

주성진은 솔직히 아래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신을 엄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행들의 눈빛을 보니 그럴 수 없었다.

‘하긴, 책에서 보면 보물들이 우물 밑 깊숙한 곳에 감추어진 경우가 다반사지. 에이 내려가기 싫은데…….’

“뭐, 어떡하겠소. 내가 아래로 내려가 보겠소.”

주성진의 말에 다들 미안한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자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뭐 저들을 탓할 수는 없지.’

“아. 만일 돈 되는 것을 발견하면 내가 5할을 취하겠소이다. 나머지는 세 사람이 알아서 하고.”

누구 하나 이의를 달지 못했다.

“주 단주님, 조심하십시오.”

“조심하십시오…….”

주성진은 애써 불안감을 지우고 손을 흔들었다.

“뭐 별일이야 있겠소.”

잠시 후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한 주성진이 서서히 하강하더니, 마침내 바닥에 내려섰다.

‘휴, 무사히 아래로 내려왔구나. 뭐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어.’

주변은 온통 컴컴한 어둠이지만 주성진은 밤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음 뭐야, 지하동굴이잖아? 그러면 우물이 위로 올라가는 통로였구나.’

지하동굴은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몰랐다.

주변을 둘러본 주성진은 불안감이 좀 가시자 서서히 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뭔가 있을 거야. 제발 돈 되는 거야 하는데…….’

주성진은 주변에 기를 흩뿌리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하동굴을 탐문하기 전에 위험한 게 없는지 미리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잠시 후, 콧속을 파고드는 비린내에 금세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다.

‘제길, 이상한 놈이 살고 있구나. 휴 그러면 그렇지. 내 팔자에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지. 허허.’

주성진은 스스로 한탄하며 비린내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언제든 검을 출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저벅저벅!

대략 20여 장을 갔을까, 의문의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헉, 저게 뭐야. 이무기 아닌가?’

실제로는 전설의 용처럼 보였지만 주성진은 애써 이무기라고 우겼다.

왜냐면 신화 속에 나오는 용은 세상의 지배자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황제들이 입는 옷과 의자 등에는 용이 그려져 있거나 음각되어 있을까…….

그게 다 용의 기운을 빌어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제길. 불안하더니 설마 내가 용을 볼 줄이야. 이거 큰일인데.’

주성진은 빠르게 염두를 굴렸다.

‘만일 용이 공격한다면,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우물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금세 용에게 따라잡히겠지.’

용이 본인을 순순히 보내 준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죽기 살기로 대결하는 것 외는 방법이없어 보였다.

순간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뭐야. 용이 있는 곳에 금광석이라니. 음, 저 정도면 엄청난 건데.’

두려움이 자신을 옥죄고 있지만 그렇다고 맹탕은 아니었다.

‘만일 내가 살아난다면 금을 차지할 수 있겠어.’

주성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용이 커다란 입을 열었다.

“하하, 네 녀석이로군. 내가 승천하도록 도움을 준 녀석이… 고맙다. 입이 심심했는데 잘 되었어. 간식거리로 네 녀석이 딱 맞아.”

목소리는 스산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알아듣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용이 구사하는 언어는 중원어가 아니었다.

천축어였다.

‘저놈 악룡이구나. 인간에게 이로운 용이 아니야. 전생에 천축어를 배워 두기를 잘했군, 안 그랬으면 저놈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테니.’

“음, 인간의 말을 하는구나?”

“예전에 코가 오뚝한 인간이 가르쳐 주었지, 결국 내 밥이 되었지만, 흐흐.”

주성진은 순간 화가 솟구쳤다.

‘은혜를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개도 은혜를 받으면 꼬리를 흔드는 법이거늘.’

“뭐라, 너는 주인을 무는 개보다 못한 놈이구나.”

순간 용의 눈에서 붉은 광채가 터져 나왔다.

“네 이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자신이 있으면 죽여 봐라, 이 나쁜 놈아.”

“나쁘다고, 너희 인간이 더 나쁘다. 내가 승천하는 것을 막고 언제나 나를 죽이려 들었지.”

주성진은 좀 더 내막을 알고 싶었다.

화를 삭이고 다시 물어봤다.

“승천을 막는다고?”

“그래, 코가 큰 인간들이 내가 승천을 못 하도록 진법을 걸어 놓았다.”

주성진은 부분환상진이 용의 승천을 막는 장치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하하, 그렇구나.’

“이봐, 인간들은 왜 너를 죽이려 하는 거지? 혹 너의 내단이나 비늘을 노리고 그런 거냐?”

“그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나를 박제해서 궁전 앞에 걸어두면 만년 왕국의 꿈이 이루어진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만 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다는 뜻이야.”

“일종의 미신이군. 도대체 그놈들은 어디에서 온 거냐?”

용이 으르렁거린다.

“인간아, 그걸 나에게 물으면 어떡하냐.”

“하하. 그런가? 난 너에게 아무 볼 일이 없으니, 오늘 너를 만났던 일은 없었던 거로 하겠다. 그러니 너도 날 못 본 거로 해라.”

“웃기는 놈이군. 내가 너를 곧바로 죽이지 않고 너의 질문에 답해준 걸 고마워해라. 네놈이 죽어서라도 궁금할까 봐 말해 준 거라고.”

“이봐, 그러지 말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너는 승천하면 되고 나도 무탈하게 위에 올라가면 되잖아.”

용이 커다란 머리를 흔들었다.

“누구 맘대로, 난 네놈을 반드시 먹어야겠다. 그리고 너를 보고나니 생각이 바뀌었어. 너를 죽이고 그냥 하늘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심심한 것 같아. 인간들을 좀 괴롭히고 올라가야겠어.”

주성진은 용의 말에 인상을 그렸다.

‘제길 어쨌든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거네. 한데 아까는 간식거리라고 하더니 지금은 반드시 날 먹어야 한다고 하네. 물어봐야겠다.’

“이봐. 나를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크크 처음 널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지. 네놈이 영약 덩어리라는 것을. 네놈을 먹으면 입으로 불덩이를 엄청나게 오랫동안 내뿜을 수가 있을 것 같거든.”

주성진은 기가 찼다.

“고작 그것 때문에?”

“고작 이라니 내가 불덩이를 뿜으면 반경 30장 내외가 화염지옥에 빠질 것이야. 하하.”

주성진은 의기양양해 있는 용을 보며 전의를 다졌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

“좋아. 덤벼 봐라, 나도 널 가만 두지 않을 거다. 너를 완전히 해체해 버릴 것이야.”

주성진의 말에 용이 분노를 터트렸다.

크아어어엉!

순간 지하동굴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리자 주성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급히 소음을 차단했는데도 고막이 찢어질 것같이 아팠다.

‘제길. 장난이 아니군.’

그 순간 용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민 체 주성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주성진은 침울 꼴딱 삼켰다.

‘침착하게…….’

주성진은 슬쩍 운기함과 동시에 내력을 모아 옆으로 빠르게 미끄러져 갔다.

한데 그 모습이 마치 용의 공격권을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용이 말문을 열었다.

“어림없다. 인간아!”

용은 주성진이 도망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거대한 앞발을 치켜들더니 섬광과 같은 속도로 다가왔다.

“죽어라!”

“흥!”

주성진은 콧방귀를 뀌며 동시에 몸을 허공에서 틀며 용의 공격을 피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예상이라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몸짓이었다.

“이봐, 별거 아니구나!”

주성진의 이죽거림에 용은 분노했다.

크아어어엉!

사실 주성진이 용의 약을 올린 건 순전히 본인의 생각이지만, 용의 성격이 급하다는 데서 기인했다.

주성진은 그렇게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용의 빈틈을 찾고 싶은 거였다.

부우웅!

대기를 가르는 거대한 중량감…….

묵직한 소음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거기다 용의 앞발이 그리는 궤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것이었다.

주성진은 용이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큰일 났다. 엄청난 빠르기에, 무지막지한 힘이야! 도대체 저 덩치에 저 빠름이란… 만약에 날기라도 한다면?’

사실 용의 사소한 몸짓 하나하나에도 천근의 무게감이 숨어 있었다.

거대한 압박감에 주성진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젠장, 자칫하면 이대로 골로 가겠군.’

용의 거대한 몸체에서 뿜어 나오는 엄청난 힘과 빠르기는 차라리 예술이었다.

거기다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며 허를 찌르는 눈부신 공격까지!

주성진은 전 공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피하면 오히려 당해! 죽기로 싸워야 이긴다고!’

사실 주성진이 전 공력을 끌어올린 건 대단히 드문 경우였다.

언제나 최소한의 공력은 남겨 두고 있었다.

“야합!”

엄청난 기합성이 지하동굴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용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저 날파리가 앵앵거리는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꽝!

용의 앞발과 부딪친 검이 부러질 듯 휘청거렸다.

‘뭐야, 내 보검이!’

주성진은 새삼 용의 위력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설의 괴수라고 하더니, 역시 대단하구나. 아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작전 변경이다.’

주성진은 이형환위의 보법을 발휘해서 가능한 한 용과 거리를 벌리려 했다.

‘검강으로 상대하자.’

생각함과 동시에 주성진의 검에서 푸른빛 검강이 2장 가까이 줄기줄기 솟구쳤다.

“받아라!”

주성진이 검을 휘두르자 용이 으르렁거렸다.

“쥐새끼 같은 놈!”

“이무기 주제에 말이 많군!”

주성진은 이리저리 보법을 발휘하며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용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무지막지한 앞발을 내세워 반격한다.

꽝, 꽝!

극성의 이형환위 덕에 주성진은 멀쩡했지만, 거대한 몸집의 용은 전신에 꽤 많은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금세 씻은 듯이 아물고 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주성진은 점차 차츰 짜증이 솟구쳤다.

‘제길, 내 검강이 보통 검강이 아닌데, 저리 쉽게 상처가 아문다고!’

그 와중에도 공방이 계속되었다.

꽝, 꽝!

‘제길, 미치겠군. 휴…….’

주성진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칫 싸움에서 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민첩함만 믿고 상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무슨 수를 내야 해! 어떡해서든 말이야.’

어떻게든 허점을 만들고 일격필살로 결판 짓지 않으면 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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