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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33화 (233/250)

233화 확대된 싸움 (1)

그 시각, 한동안 피하기만 하던 주성진은 장력을 일시에 발출해 상대의 지풍을 날려 보냈다.

펑, 펑, 펑…….

또다시 튕겨 나간 적들은 한동안 위로 솟구치다 주성진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주성진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저놈들! 진안으로 들어갔구나!’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팔이 드러나는가 싶더니 또다시 지력을 쏘기 시작했다.

한데 주성진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뭐야. 굴절인가? 저들의 공격도 굴절 된다고? 진법안내서에는 그런 이야긴 없었는데, 하긴 시중에 파는 진법 안내서가 그렇게 대단할 리는 없지…….’

여러 상념이 순간 떠올랐다 사라졌다.

진법은 공간을 왜곡해서 복잡해졌다.

똑바로 쏘아오다 옆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것도 있고 갑자기 뒤로 돌아가 자신의 뒤통수를 노리기도 했다.

쉭쉭…….

주성진은 일일이 피하기가 전처럼 쉽지 않았다.

‘방법을 달리해야겠구나. 그래 그게 좋겠어.’

주성진은 상대의 지력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러자 지켜보던 서역인이 눈을 치켜떴다.

‘저놈이 왜 가만히 있는 것이지? 죽으려고 작정한 건가?’

서역인은 혼비백산한 주성진이 이리 뛰고 저리 날뛰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다 수하의 지법에 적중되어 비명이라도 지르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될 것 같았다.

한데 그냥 생을 포기한다.

그러면 보는 즐거움이 단박에 사라지게 될 터였다.

‘뭐야. 아무리 우리가 만든 진법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시시한데.’

사실 주성진은 대결을 빨리 끝내려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던 거였다.

위기가 닥치면 자연스레 호신강기를 발동되는 것을 알기에, 그 호신강기를 믿고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계획이었다.

탕, 탕, 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상대의 지법이 부딪쳐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성진의 호신 강기가 자연스럽게 발동된 것을 모르기에 그 순간 놀라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뭐야, 이게 어찌된 일이야…….’

공격하던 자들은 자신들의 지풍이 튕겨 나오자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다시 한번 전력을 다해 지풍을 퍼붓기 시작했다.

슝, 슝, 슝…….

탕, 탕, 탕…….

호신강기에 막고 튕겨 나오는 소리가 마치 장대비가 철판을 두들기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주성진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요놈들 잡았다! 너희들이 지법을 날릴 때 내가 얌전히 가만 있을 줄 알았지? 난 너희들이 있는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다고!’

주성진의 신형이 땅에 꺼지듯 없어지자 3인의 인영은 급히 진법 속으로 녹아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의 몸은 이미 목과 몸체로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상대의 지풍이 뚝 그치며 정적이 찾아왔다.

순간 영문을 모른 채 죽은 3인과 달리 서역인은 그 광경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분명 이기어검이었어!’

그는 극히 짧은 순간에 주성진의 손에 벗어난 한 줄기 빛이 자신들의 부하들을 목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목도한 거였다.

‘으음, 이번엔 네 차례인가?’

잠시 불길한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아니야!’

애써 불안을 떨쳐 버린 서역인이 이를 악물었다.

서역인은 마치 창을 던질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한껏 뒤로 젖혀진 손에서 붉게 번쩍이는 한줄기 선이 그어지더니, 그것에서 불꽃이 튀었다. 마치 손안에서 번개가 생성되는 것 같았다.

서역인은 젖혀진 손을 앞쪽으로 쭉 뻗으며 강기를 뿌렸다.

쒜애액!

그의 손에 형성된 강기는 마치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주성진은 정신을 집중해 상대의 강기를 바라보았다.

‘음, 벼락이 내게 떨어지는 것 같군!’

다가오는 위험에 주성진은 발을 살짝 띄워 마치 빙판 위에 있는 것처럼 빠르게 미끄러졌다.

바로 그 순간에 떨어진 강기는 주성진의 잔상을 가르고 바닥을 갈라놓았다.

꽈꽝!

엄청난 굉음과 함께 단단한 청석으로 만든 바닥은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그 자리에는 맨흙이 드러났다.

‘역시 그냥은 안 되는군!’

서역인의 주름진 이마에 땀방울이 솟아났다.

땀방울은 주름살을 따라 옆으로 흘러 하나로 뭉쳐졌다.

그리곤 굵어진 땀방울은 자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져 눈썹에 매달렸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역인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중얼거렸다.

‘음, 이것 까지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할 수 없군, 진으로 들어가서 최후의 공격을!’

서역인은 마치 허공 속에 녹아든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순간 주성진의 눈동자 속엔 굳은 결의가 서리고 있었다.

‘딴 방법이 없어, 심검을 펼치자!’

주성진은 서서히 마음의 창을 열었다.

그러자 그 속에 있단 마음의 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 곧장 마음의 칼은 진법 속에 숨어 버린 서역인을 향해 나아간다.

엄청난 위세임에도 불구하고 심상 속에서 움직이는 거라 주변에는 일체의 소음도 나지 않았다.

하나 서역인은 마음속은 달랐다.

그의 심상 속에서는 일진광풍이 불고 있었다.

강력한 바람은 서역인을 옥죄고 마음에만 들리는 소리는 악마의 숨결처럼 집요했다.

어디를 가든지 끝까지 따라올 것만 같았다.

‘아악 안 돼!’

크아악!

그의 심장이 파열되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주성진은 기세를 거둬들였다.

상대가 죽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만일 내가 심검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오늘 크나큰 곤욕을 치렀을 것이야, 최악의 경우 죽었을 수도 있었다고.’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지만, 무림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걸 절절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     *     *

한편 시간을 거슬러 왕천유와 역산도 그리고 명세철의 눈앞에도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다.

명세철의 예감이 딱 들어맞은 거였다.

적들이 나타난 건 그들이 주변을 철저히 경계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새로운 적들은 딱 보기에도 흑룡가의 무사들이었다.

그 순간 명세철의 입술이 씰룩이며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주변으로 번져 나갔다.

‘잘 되었군. 원수를 외다리 나무에서 만난다더니. 하하.’

다가오는 상대도 명세철을 알아보는 눈치다.

상대는 건장한 체격에 갈색 머리를 치렁치렁 땋은 자였다.

급히 명세철이 왕천유와 역산도에게 전음을 펼쳤다.

―만만치 않은 자들이오. 우리가 먼저 선공하는 것이 좋겠소. 내가 손을 들면 공격 신호로 아시오.

역산도가 얼굴을 찌푸렸다.

―선배, 선공하자고요?

―그렇소, 왜 내키지 않으시오?

―음,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들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오. 그러니 내 말을 들으시오.

―음, 알겠습니다.

―절대 봐주지 마시오. 적을 마주치면 인정사정없이 베어 버리시오. 할 수 있겠소?

―휴,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눈이 뒤집히더라도 나중에 손가락질 하지 마십시오.

명세철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고개를 끄떡였다.

―약속하리다.

그 순간 상대가 명세철을 노려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명세철, 너 이 새끼. 아직도 뒈지지 않았구나.”

“간도웅, 네놈이야말로 명줄이 길구나. 그 동안 비가 오면 무릎이 시렸다. 네 권에 맞아 무릎이 결딴이 났었으니까!”

간도웅의 눈이 분노로 불타올랐다.

지난번 대결에서 깔린 돌에 미끄러지면서 명세철에게 한 수를 허용한 게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었다.

다행히 동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는 있었지만, 명세철의 말처럼 때때로 무릎이 시큰거렸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더더욱.

‘으아. 저 새끼를 갈아 마셔야 하는데…….’

하나 주먹을 꽉 쥔 간도웅은 쉽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명세철의 주변에 무위가 상당해 보이는 자들이 두 명이나 포진되어 있었다.

게다가 아직 그와 동료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다소 숨이 가쁜 상태였다.

“너 이 새끼,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간도웅의 물음에 명세철이 피식 웃었다.

“그러는 네놈은 여기에 왜 온 거지? 듣자 하니 정파에 밀려 흑룡가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오라 도망친 게로군. 하하.”

“뭐라 이 새끼가! 그 입을 찢어 버릴 것이다.”

“찢어 봐라, 하나도 무섭지 않으니까. 차라리 잘됐다. 오늘 네놈의 멱을 따줄 테니까.”

간도웅은 간신히 화를 삭였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먼저 이성을 잃어버리면 손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게 심호흡한 간도웅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동료들이 싸울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려는 거였다.

‘괜찮아 보이는군.’

간도웅은 명세철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후후후, 머저리 같은 놈! 네놈들의 패가 유리한 것 같은가? 고작 셋 가지고! 네놈은 나와 내 동료를 생각한다면 쉽게 말을 내뱉어선 안 되었어.”

“글쎄… 길고 짧은 것 재어 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너와 같이 온 놈들을 모를 것 같으냐. 저기 저 돼지는 이병세이고 저 홀쭉이 자식은 명을동이 아니던가. 그리고 암혈대를 지휘하는 놈은 강육교라는 멍청이지. 다 내 머릿속의 살인명부에 올라가 있는 놈들 아니겠어. 하하.”

“미친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군.”

그 순간 명세철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내렸다.

약속한 신호였다.

“하하, 이봐, 누구의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는지 한번 보자고! 우선 내 놈부터 볼까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명세철이 일보를 내디뎠다.

쉬이익!

순간적으로 간도웅의 신형이 흔들렸다.

“이 자식이!”

명세철이 먼저 공격할 줄 예상하지 못한 간도웅은 다급히 물러났다.

한편 그 시각 역산도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쉬이익!

엄청난 빠르기로 역산도가 앞으로 튀어 나오자. 그의 신형이 길게 이어지더니 잔상이 생겨나고 있었다.

“막아!”

기겁한 암혈대의 대주 강육교가 다급히 소리친다.

스가각…….

“크악……!”

단말마와 함께 두 명의 무사가 피를 뿌리며 뒤로 튕겨 나갔다.

그 사이로 역산도의 환영이 춤을 추듯이 빠져나갔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입술을 깨문 강육교가 장검을 뽑아 들고 역산도의 신형을 향해 돌진했다.

곧장 역산도의 신형에 다가간 강육교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곤 역산도의 신형이 일장 앞에 이르자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순간, 벼락같은 일 검이 역산도의 신형을 양단해 갔다.

“죽엇!”

퍽!

역산도의 신형이 꺼지듯 허공에서 사라졌다.

강육교 당황하지 않고 재차 검을 휘둘러 좌우를 베어 나간다.

뭉클거리는 검기를 검에 가득 싫은 채…….

쉬이익…….

순간 역산도의 신형이 검기가 가득 실린 강육교의 검을 타고 옆으로 흘렀다.

찰나, 번쩍!

역산도의 검이 뽑히며 금빛 광휘가 강육교의 검을 내리쳤다.

쾅!

“욱!”

다급히 물러서는 강육교를 쳐다본 역산도가 빠르게 빙글 돌아섰다.

눈앞에 암혈대의 무사들이 눈에 어른거렸다.

‘기회다. 놈들의 수를 줄여야 해!’

또다시 허공에 꺼지듯 사라지는 역산도의 신형이 순식간에 암혈대의 무사들 앞에 나타났다.

역산도를 맞이한 무사들의 눈에 당혹함이 어린다.

쒜애액!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음과 함께 역산도의 검이 황금빛 검기를 동반한 채 갈지자로 허공을 그어 간다.

“크아악…….”

역산도의 검기에 명중된 무사들이 미처 대응도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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