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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26화 (226/250)

226화 염미란 생포작전 (1)

주성진은 역산도에게 부리나케 달려갔다.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형상은 보이지 않고 기다란 선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순간 그의 귓전으로 비명이 들렸다.

한두 명의 비명이 아니었다.

“으아악…….”

고개를 돌려 안력을 돋우니 시야가 점점 또렷해지고 구체적인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왕천유가 도망가는 밀염꾼들을 차례로 암기로 쓰러뜨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주성진의 눈썹이 위로 휘어졌다.

‘오, 놀라운 암기술인데. 저건 언제 배웠을까…….’

밀염꾼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주성진은 육선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방금 선보인 왕천유의 암기술과 역산도가 마지막 선보인 놀라운 한 수는 달랐다.

지금껏 자신이 육선문에 대해 알던 건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흠, 육선문을 다시 봐야겠어.’

역산도는 주성진이 놀란 토끼의 모습으로 다가오자 무슨 일 때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하하, 나의 마지막 수가 궁금하겠지. 주성진은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이니까…….’

“대단한 수법을 여태 숨기고 있었소이다?”

역산도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빙그레 웃었다.

“다. 봤습니까?”

“아니요. 솔직히 제대로 못 봤소. 다만 소림의 수법은 아닌 것만은 분명하오.”

역산도는 약을 살살 올리기로 했다.

“왕천유가 오면 그때 말하지요. 그전에 먼저 여길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정리는 조금 있다고 하고 지금 말해 주시오.”

“음, 그러면 이것만 말해드리지요. 소림의 수법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답니다. 하하하.”

“…….”

시간이 흘러 주변이 말끔히 정리되었다.

시신들은 모두 땅에 묻었고 날뛰는 말들도 진정시켰다.

셋은 땅바닥에 앉아 흐르는 땀을 훔쳤다.

“하하, 이거 생각보다 중노동인데요. 그래도 역산도 덕분에 대단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빼도 박도 못 할 증거를 찾아냈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왕천유의 말에 주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역 호법이 큰 공을 세웠소, 마지막에 죽은 자가 신광상단의 인물이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요. 신광상단이 밀염 사업과 연관이 있을 줄이야…….”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한통속일지 모릅니다.”

왕천유는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내 생각도 그렇소이다. 단순히 밀염상과 거래하는 관계가 아니라, 저들은 한 몸인 것 같소이다. 거기에 더해 공력 증폭탄까지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흑룡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고.”

“…….”

“음, 어쩌면 흑룡가가 몸체이고 신광상단은 흑룡가의 하부조직일지도 모르겠소. 조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왕천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태 그 점까지는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주성진의 말이 사실로 다가왔다.

솔직히 주성진의 유연한 사고가 부럽기까지 했다.

‘언제나 이 몹쓸 고정 관념이 문제야. 무림세력이 상단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만 생각했지, 처음부터 한 몸이라는 걸 생각해 보지 않았으니…….’

“네. 주 단주님의 말이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휴, 만일 그렇다면 저희가 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흑룡가만 물리치면 자연스레 흑룡가가 뻗은 마수에서 신광상단을 구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오산이면 도대체 어디까지 손을 봐야 하는지…….”

주성진은 빙그레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흑룡가에 집중합시다. 하하.”

“어렵지 않다고요?”

“신광상단을 해체하면 될 것 아니오. 뭣하면 내가 접수하면 되지… 직책이 낮은 상인들은 단순 고용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들은 심사해서 재고용하면 되는 거고…….”

왕천유는 자신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고 심정이었다.

‘또. 이놈의 망할 고정관념! 주성진의 말처럼 신광상단을 없애면 그만인데, 환골탈태하게 만들 생각을 하니 골치가 아픈 것이지.’

조용히 있던 역산도가 입을 열었다.

“전리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밀염은 국고에 귀속해야 하는 데 문제는 가지고 다니기가 어려우니…….”

그 순간 주성진의 뇌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 어딘가에서 밀염을 파는 것 어떻소? 이곳 사람들에게도 소금은 귀한 재료 아니겠소?”

“그 말씀은 밀염을 팔고, 받은 돈을 나라에 전달하자는 말씀이군요.”

“그렇소. 다만 돈도 되도록 부피가 작은 게 좋겠지. 가능하면 금으로…….”

역산도가 왕천유를 바라본다.

“왕천유, 단주님의 말씀에 동의하는 거지?”

왕천유가 고개를 끄떡인다.

“동의하다마다. 그거 외에 달리 방법이 있겠어!”

“좋아, 그러면 말들은? 솔직히 그냥 놓아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그건 내게 맡겨 주시오.”

주성진이 나서자 두 사람의 시선이 빠르게 주성진에게 향한다.

“내가 말들과 그 외 다른 것들을 주도적으로 처분하겠소. 대신 두 사람에겐 적절히 보상하도록 하고…….”

“정말입니까?”

“정말이지요?”

주성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게 두 사람에게 홀가분하지 않겠소? 혹 나중에 문제가 되어도 내가 책임질 테니까. 무엇보다도 나는 그대들의 경력에 오점을 남는 걸 원치 않소이다.”

왕천유가 존경하는 눈빛으로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저희 마음을 잘 헤아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성진은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

“뭐 별일도 아닌데, 하하.”

“…….”

“한데 역 호법,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하하. 똥 마련 강아지처럼 낑낑대지 말고 빨리 말해 보시오. 우리 사이에 못 할 말이 뭐가 있겠소이까?”

역삼도는 주성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저, 그게요. 혹 얼마나 주실 겁니까?”

“허허, 소림에 돌아갈 사람이 돈은 참 많이 밝힌단 말이야. 내 섭섭하지 않게 줄 테니, 날 믿어 보시오.”

“아 네. 잘 알겠습니다.”

역산도가 고개를 숙이자 주성진을 손을 흔들었다.

“알겠소이다. 자, 그럼 주변 상황은 일단락된 것 같고 역 호법의 무공은 어디서 기원한 것이오?”

역산도가 돌연 주성진에게 고개를 숙인다.

“고맙습니다. 만약 주 단주님이 아니었으면 제대로 펼치기 어려웠을 겁니다.”

“혹 공력 때문에?”

“네. 그렇습니다. 제가 펼친 무공은 광선예라는 무공입니다. 연원으로 따지면 마교에서 기원한 것이 맞지만, 운용심법이 다르므로 솔직히 마공이라 부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요. 원리는 빛과 유사한 것을 아주 작은 칼날 형태로 응축시킨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서 듣는 왕천유도 마찬가지다.

“빛과 유사한 것이라는 게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입니다. 몸에서 빛을 내뿜는 것이죠. 반딧불처럼…….”

“그게 가능하다는 말이요?”

역산도는 고개를 끄떡였다.

“네, 가능합니다. 단 그냥은 불가능하고 내공으로 생체 발광을 유도해야 하는 게 1차 관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빛을 살상력 있는 광선으로 만들어야겠지요. 사실 1차 관문보다는 2차 관문이 훨씬 난이도가 높지요.”

주성진은 광선예의 놀라운 비밀에 감탄했다.

하나 이내 곰곰이 생각해보니 굳이 그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음, 사람을 살상하는 거라면 광선예가 아니더라도 다른 훌륭한 무공이 많은 것 같은데 이점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아, 오해는 마시오. 그대를 기분 나쁘게 할 의도는 아니니까.”

“오해는 안 합니다. 저도 그분께 배울 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가령 이기어검의 도를 터득하는 것보다 광선예의 절정에 이르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라고…….”

“아, 그렇소이까?”

역산도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습니다.”

“음, 한데 그분은 뉘시오?”

“죄송합니다. 누구인지 밝힐 순 없지만 육선문에 계신 분이라는 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왕천유 저 녀석의 암기술도 아마 그분이 가르쳐 준 게 틀림없을 겁니다.”

주성진은 순간 의문이 들었다.

“음, 미안한 말이지만 나 같으면 조만간 소림으로 돌아갈 그대에게 그런 엄청난 기예를 전수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건, 제가 적임자라서 그런 것이죠. 부처님의 광휘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러면 답이 쉽게 나올 것 같은데…….”

“아하, 소림의 내공심법과 연관이 있는 것이구려. 그러면 가르친 그분도?”

역산도는 힘차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습니다. 다만 그분은 소림에 돌아가지 않으실 분이시죠.”

순간 왕천유가 끼어들었다.

왕천유는 역산도가 말한 그분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어디 출신인지 몰랐는데 역산도의 말을 듣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산도야. 그럼 그분은 암기술을 어디서 배웠을까? 솔직히 나의 경지는 5성에도 못 미치고 있는데도 나 스스로 놀라고 있거든, 이건 굉장한 암기술이야, 절정에 도달하면.”

“그야 책에서 배운 거지. 그분이 나쁜 놈들을 잡아들이면서 유일한 낙이 뭔지 아느냐. 바로 무공서를 입수하는 것이었어.”

“아, 그러고 보니 그분이 왕도둑 기신유를 붙잡았다는 소문이 들던데. 황공 무고에 침입한 그자 말이야…….”

역산도는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아, 나도 전에 그런 소문을 들은 것 같아. 그분을 뵈면 다시 한번 여쭈어봐야겠어,”

주성진은 눈을 반짝였다.

‘그래. 나도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반드시 그분을 만나봐야겠어…….’

잠시 침묵이 흐르고 왕천유가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저. 염미란 말인데요. 계속 그녀를 따라가실 건가요? 그녀가 파놓은 함정을 알고도 말입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떻소?”

“제 생각에는 그녀의 의도대로 따라가는 건 바보짓 같습니다. 해서 함정을 파서 그녀를 사로잡는 건 어떨는지요?”

주성진의 생각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생포하는 것과 별개로 천마곡이라는 곳을 가 보고 싶었다.

“좋은 생각이 있으시오? 나도 생각한 바가 있긴 있는데…….”

“아, 그래요? 이거 저와 비슷하게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음, 그러면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마차를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주 상단주님이 마차 안에 있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그녀에게 몰래 접근해서 사로잡는 것입니다.”

“…….”

“저나 역산도가 이 일을 하면 좋겠는데 그녀의 경공이 워낙에 발군이라서 천상 주 단주님이 직접 나서주셔야 하겠습니다.”

주겅진은 왕천유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하하. 나와 똑같은 생각이구려. 그렇지만 내가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는지는 솔직히 확신하지 못하겠소이다. 워낙에 그녀의 경공이 신출귀몰한지라…….”

“에이, 무슨 나약한 소리를. 주 단주님은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최선을 다해 보겠소. 그건 그렇고 솔직히 천마곡이라는 곳을 꼭 가 보고 싶소이다.”

왕천유는 손을 흔들었다.

“그건 위험합니다. 자칫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가 보고 싶은데…….”

순간 역산도가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단주님, 호기심은 접어 두시지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단주님이 어떻게 되면 저흰 황제 폐하께 큰 처벌을 받을지 모릅니다. 말리지 않았다고요.”

주성진은 움찔했다.

“아… 그 점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소이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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