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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17화 (217/250)

217화 주성진 시험에 들다 (1)

우여곡절 끝에 조선사신단 일행과 함께 북경에 돌아온 주성진은 본격적으로 휘주상단을 접수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간의 작업으로 사실상 휘주상단을 손에 넣은 거나 다름없다고 판단한 주성진은 향후 휘주상단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음, 생각을 좀 더 가다듬어야 할 듯하군. 한데 그것이…….’

주성진을 곤혹게 한 것은 곽천일과 서욱의 신병처리였다.

애초의 생각대로 그들을 죽여 버리면 깨끗하게 끝날 일인긴 했다.

하지만 막상 그리하려니 마음이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복수하는 건데, 왜 이리 내키지 않는 걸까? 음…….’

주성진은 이전과 다른 마음에 적잖이 당황하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생각을 그만 두었다.

“무슨 일입니까?”

“송명철입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지금 주성진이 있는 곳은 사천상단의 북경지부였다.

“손님이라고요?”

“네, 휘주상단의 유차돈 부 상단주입니다.”

주성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모셔오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주성진은 뜻하지 않은 그의 방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지. 그가 왜 이곳까지…….’

사실 그는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잠시 후 유차돈 부 상단주가 나타나고 주성진은 그를 자리에 안내했다.

“먼 곳까지 오셨군요. 주성진입니다. 안 그래도 여기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휘주에 내려가려 했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유차돈입니다. 실은 제가 직접 주 상단주님을 뵙는 게 예의인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두 사람은 시녀가 내온 차를 마시며 대화에 돌입했다.

“주 상단주님, 휘주상단은 저희 부흥맹이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곽천일과 서욱 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던 자들은 그간 정리를 생각해서 돈 몇 푼 쥐여 주고 내쫓았습니다. 아, 서욱 그자는 무공을 익힌 자라 단전을 폐하였고요.”

부흥맹은 휘주상단 내에서 곽천일과 서욱에 반기를 든 세력이었다.

그간 물밑에서 기회를 노리다 주성진과 연합한 세력이었다.

주성진은 깜짝 놀랐다.

그가 휘주에 파견한 자들에게서 소식을 듣지 못한 탓이다.

‘음, 양일동과 염옥매는 왜 내게 연락하지 않은 거지……?’

그 순간 유차돈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 양일동님과 염옥매님으로부터 소식이 오지 않아 당황하셨을 겁니다. 그건 제가 그리 간곡히 부탁하였습니다. 제가 가서 직접 알리겠다고요…….”

“아, 그래요. 한데 곽천일과 서욱을 그냥 보내셨네요. 후후… 음, 뒤탈이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유차돈은 주성진의 말이 책망하는 말처럼 들렸다.

자신과 미리 상의하지 않았다고.

유차돈은 주성진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다 그만 두었다.

‘아니야. 내가 자꾸 지고 들어가면 그가 우리 부흥맹을 만만하게 볼 수 있다고. 뭐, 그의 눈 밖에 나더라도 내가 모든 허물을 안고 가자고, 뭐 나야, 지금 은퇴해도 여한은 없으니까…….’

“그야, 한때는 휘주상단의 상단주와 총국주였으니까요. 외세를 끌어들이고 그간 사리사욕을 탐한 죄가 크지만, 휘주상단의 대외 위신 차원에서 제가 그렇게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이 일을 새로 취임할 주 상단주님에게 맡기는 건 주 상단주님의 위명을 깎아 먹는 일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명을 깎아 먹는다고요?”

“앞으로 주 상단주님은 좋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야 합니다. 과거의 일에 개입하시면 그런 모습이 상쇄될 겁니다.”

주성진은 곽천일과 서욱 문제는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이 일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처리하자. 복수하든 안 하든 어차피 한번은 그들을 만나 봐야 하니까…….’

“하하, 그렇군요. 하면 여긴 오신 목적을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유차돈은 주성진의 얼굴을 살피며 말을 꺼냈다.

“네, 주 상단주님의 능력을 저희 부흥맹은 일절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말단에서는 주 상단주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들이 다수 있습니다. 주 상단주님이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출중한 무공 때문이지 상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죠.”

주성진은 속이 부글부글 끌었다.

‘어떤 놈들이 감히 내 자질을 의심하는 거야! 혼내 줄까 보다!’

“저의 능력을 의심한다고요? 한데 정말로 부흥맹에서는 저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건 믿으셔도 좋습니다.”

“기분이 나쁘시겠지만,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해서 제가 해결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주 상단주님이 능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일이 잘된다면 장차 휘주상단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주성진은 애써 담담하게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하나 속마음까지 그런 건 아녔다.

‘날 시험해 보겠다고 하니 기분이 나쁘군. 그나저나 유차돈이라는 자,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닌데, 속에 능구렁이가 열 마리는 들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일단 알겠습니다. 계속 말해 보시지요.”

“이번에 저희가 새로 만든 견직물과 면직물이 있습니다. 새로 개발한 물감을 입인 거라 여간해서는 타 상단이 모방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주 상단주님! 이걸 북경에서 팔아 주셨으면 합니다. 주 상단주님의 놀라운 상술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만…….”

주성진은 그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수도인 북경은 유행을 선도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곳이었다.

‘허허. 이거 만만치 않겠는데, 음, 저자가 일거양득을 노리고 내게 온 것이로 구나. 내 능력을 시험도 할 겸, 북경을 교두보로 삼아 새로운 옷감을 널리 확산해 보겠다는…….’

주성진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요. 일단 실물을 좀 볼까요? 솔직히 자랑은 아니지만, 저도 웃감을 보는데 일가견이 있거든요. 하하”

“아무렴, 물론 그러시겠지요.”

유차돈은 가져온 견직물과 면직물을 주성진에게 보여 주었다.

“어떻습니까? 기존의 옷감보다 광택이 훨씬 더 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사실 주성진은 매우 감탄하고 있었다.

‘이거 대단한데, 휘주상단의 저력이 남아 있었구나…….’

“음, 그렇군요. 하면 물 빠짐은 어떻습니까?”

“기존의 물감보다 물 빠짐이 덜합니다. 한마디로 내구성까지 더 뛰어난 거죠.”

“만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유차돈은 손을 흔들었다

“어디, 그게 저의 공이겠습니까. 제가 미력한 힘으로 돕긴 했지만, 저희 기술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입니다.”

“나중에 그분들을 크게 후사해야겠습니다.”

“주 상단주님이 취임식에 그들에게 상을 내리면 좋을 듯 합니다.”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준비한 견직물과 면직물은 어느 정도의 물량인가요?”

“제가 가져온 게 각각 오백 명 분량입니다. 가격은 기존 가격보다 최소 2할은 더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개발한다고 비용이 들어갔으니까요. 중요한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 상단주님이 하셔야 할 일에는 대금 회수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좀 생각을 해볼 테니까 반 시진 정도 시간을 주십시오.”

유차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 시진으로 가능하다고?’

사실 통상적인 판매 방식은 포목점에 견직물과 면직물을 넘기는 것이었다.

보통 포목점에서는 원단뿐만 아니라 맞춤옷과 기성복도 동시에 팔고 있었다.

때문에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유통 경로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주성진이 해야 할 일은 포목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면직물과 견직물을 파는 것이었다.

문제는 가능한 높은 가격에 빨리 파는 것.

한데 이게 간단치 않았다.

포목점에선 당연히 외상을 요구할 것이고 대금을 언제 회수할지는 미지수였다.

포목점을 찾은 고객이 사 주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주성진이 포목점 주인을 구워삶아서 빨리 팔릴 수 있도록 독려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전략이 중요했다.

그런데 주성진은 이를 반 시진 안에 해결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주성진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음, 이 일로 휘주상단을 되찾는 일이 지체되어선 곤란하다고! 그렇다면 기존 방법이 아닌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한데,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주성진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무공을 쓸 일이 없는데 얼핏 이상한 행동 같이 보였다..

‘후후, 뇌를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해선 상단전의 역할이 중요하지, 만일 내가 심검의 이치를 터득하지 못했다면…….’

사실 뇌의 활용법은 천뇌자가 남긴 책의 부록 편에 남아 있었다.

천뇌자는 평생을 뇌의 활용법에 관해 깊게 연구한 사람이었다.

결국, 뇌를 최대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상단전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비록 미완성이지만 상단전을 여는 심법을 창안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천뇌자의 의도와 달리 주성진은 무의 극을 궁구하다가 상단전을 열게 된 것이었고, 뇌의 무한한 활용법을 깨우치게 된 것이었다.

하나 비록 주성진이 자력으로 상단전을 열었지만, 그렇다고 천뇌자의 가르침이 저평가될 순 없었다.

그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주성진이 상단전이 뇌의 활용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천뇌자 어르신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방법을 알려 주어서…….’

잠시 후 주성진은 환한 얼굴로 유차돈을 바라보았다.

“하하.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새로 개발한 견직물과 면직물을 추가로 많이 확보해 주십시오. 제가 연락하면 바로 보낼 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무슨 방법을 생각하신 겁니까?”

“하하, 역발상입니다. 자세한건 이 자리에 말을 하면 김새니까 나중에 결과를 보시기 바랍니다. 아, 만일 내 생각이 틀린다면 자비로 손실분을 메꿀 때니까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유차돈은 환하게 웃고 있는 주성진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음,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뭐 역발상이라고?’

유차돈의 머릿속에 잠시 황궁이 떠올랐다.

‘설마, 공주를 등에 업고 황궁을 이용할 생각인가?’

유차돈은 주성진이 공주와 깊은 관계라는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뭐, 아무렴 어때. 모름지기 최고의 상술은 인맥이니까. 다만 욕심이라면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을 쓴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유차돈은 생각을 접고 주성진을 바라보았습니다.

“잘되길 바랍니다. 아니 주상단주님이라면 멋지게 해내실 겁니다. 하하.”

“네, 아무렴 그래야 하겠지요. 하하. 제가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고 휘주로 내려가겠습니다.”

“저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열흘 후, 주성진은 휘하 상인을 대동하고 기원에 나타났다.

한데 주성진과 휘하 상인들은 큰 보자기를 들고 있었다.

‘휴, 이 옷들 만드느라 고생했네.’

사실 새로 만든 옷은 주성진이 북경에서 옷 잘 만들 기로 소문난 이들을 대거 고용해 밤낮으로 쉬지 않고 만든 것이었다.

‘음, 일이 잘돼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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