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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16화 (216/250)

216화 모용중강을 만나다

시간이 흘렀다.

주성진은 얼굴을 찡그리며 금혼전주 이길호를 불렀다.

“오지 않을 것 같으니 여기를 떠납시다.”

주성진은 분명 근처에 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찾는 것은 포기했다.

초고수가 작정하고 숨었는데 이를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 주군!”

이길호는 주성진에게 심령금제를 당한 이후 완벽한 부하가 되어 있었다.

하나 심령금제를 당했다고 해도 과거의 기억은 그대로 남아 있어 평상시 생활이 심령금제 당하기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렇기에 제삼자가 봐서는 이길호가 심령금제를 당했다는 걸 좀체 알 수가 없었다.

주성진은 떠나려다 뭔가 생각이 난 듯 이길호를 바라봤다.

“모용중강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오? 어떻소. 그간 같이 지냈으니 잘 알 것 아니오?”

심령금제를 건 이후에 주성진은 이길호에게서 모용중강의 신상에 관해 간략하게 들었다.

특이할 것은 그가 반로환동한 인물이었는데, 사실 이는 주성진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던 사항이었다.

왜냐면 반로환동한 고수 정도는 되어야 주성진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길호의 말이 이어졌다.

“음,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저도 지금 상황은 좀 이상하군요.”

“알겠소. 한데 그대의 얼굴을 좀 젊게 바꿀 수는 없소? 그대의 나이에 비해 너무 노쇠한 것 같아서 말이오. 미안한 말이지만 나와 같이 지내려면 그럴 필요가 있소이다. 무림이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지내는 곳은 일반 세상이오.”

“…….”

“뭐, 부연하자면 사람들이 내가 그대를 종 부리듯이 한다고 비난할 것 같아서 말이오. 그러면 나의 평판은 추락할 것이고 장사에도 지장이 생기겠지…….”

이길호의 나이는 사실 50대 중반이었다.

하나 그의 쭈글쭈글한 얼굴은 그를 8, 90대 노인으로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인상도 선한 편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가까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휴, 강시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마기에 침습된 몸을 본래대로 돌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태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혹, 모용중강에 심령금제를 당한 이후부터요?”

이길호는 모용중강에 제압된 후에 주성진에 당한 것과 비슷한 심령금제를 당했었다.

이길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네, 그렇습니다. 사실 그전에는 저의 얼굴이 40대로 보이도록 제가 열심히 얼굴을 가꾸었습니다. 어릴 때 용모로 인해 놀림을 많이 받아서 그게 한이 되었었거든요.”

“알겠소. 방법이 무엇이오?”

“수령이 30년 이상 된 산삼이 있어야 합니다. 주기적으로 반년에 한 번씩 먹어 주어야 하지요. 산삼의 영기가 마기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마기는 강시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주문을 욀 때 뿜어져 나오는 마기였다.

주성진은 그에게 강시를 만드는 법을 물어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니야, 궁금함을 접자, 자칫 큰일 날 수가 있으니까…….’

“알겠소, 산삼은 내가 구해 주겠소, 그런데 말이요. 산삼을 구하기 전까지는 얼굴을 뭘로 좀 가리는 게 좋겠소.”

“감사합니다. 주군,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저 그런데 말입니다. 주군! 여길 떠나기 전에 크게 한번 소리쳐 보면 어떻겠습니까? 나타나지 않으면 겁쟁이라고 소문내겠다고…….”

주성진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후후, 그게 과연 효과가 있겠소?”

이길호는 단언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네, 자존심이 센 인물이라…….”

“음, 일단 내 식대로 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그대의 말대로 하겠소이다.”

“네, 그러십시오.”

주성진은 허공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모용중강 선배님,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냥 가겠습니다!”

얼마 후 거짓말같이 그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잘 익은 대추처럼 붉었고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나이도 기껏해야 30대 초반 정도…….

“후배, 성질이 급하긴… 아직 이 밤이 지나지 않았는데…….”

모용중강의 말은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항변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 두죠, 제가 환생한 걸 아시겠군요…….”

주성진은 말을 빙빙 돌리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은 것이었다.

모용중강은 매우 놀란 표정을 띠다가 입을 열었다.

설마하니 주성진이 먼저 환생했다고 이야기할 줄은 몰랐던 거였다.

또한 그의 심중에는 강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자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지? 설마 나 말고 다른 인물이 이 사실을 알려 준 것인가? 반로환동하게 되면 환생한 인물을 알아본다고… 도대체 누가 알려 준 거야. 설마하니 저자의 무위가 내 예상을 뛰어넘는 게 그자의 조언 때문인가? 아 그렇지, 제자일 수도 있겠구나.’

모용중강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

주성진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내가 물어보려고 했는데, 후후.”

“저도 선배님처럼 반로환동하신 분을 잘 알고 있답니다.”

주성진은 모용중강을 선배라고 깍듯이 칭했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적대감이 없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가 누구인가?”

주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분이 함구하라고 해서 더는 말씀드릴 수 없군요. 그건 그렇고 왜 저를 보자고 하신 겁니까?”

“그거야, 괘씸해 서지. 내가 조사한 바로는 자네가 휘주상단을 뒤집어 놓았더군…….”

“선배님, 사실 제가 휘주상단의 후계자입니다. 전생에서요.”

모용중강의 얼굴이 확 변한다.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후계자가 선포되기 전에 억울하게 곽천일과 서욱에게 죽임을 당했었지요. 허허.”

“이런, 어찌 그런 일이… 그러면 혹 자네의 부친이 주중혁인가?”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습니다.”

주성진은 저간의 사정을 그에게 간략히 말하기 시작했다.

“…이상입니다. 선배님,”

모용중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음… 후배가 모용세가를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네만, 확실한 건 주중혁 전 상단주는 우리가 손쓰기 전에 이미 영면을 달리했다는 거야.”

“…….”

“그러니까 우리가 아니, 솔직히 내가 휘주상단에 개입한 건 그가 세상을 달리하고 나서의 일일세. 어느 날, 안 그래도 갑갑하던 차에 가주가 일을 부탁하더군. 휘주상단을 휘하 세력으로 넣고 싶다고 말이야.”

“…….”

“그러면서 하는 말이 휘주 상단 내부에 말 잘 듣는 자가 있다고 하더라고, 꼭두각시처럼 부릴 수 있는…….”

그가 말하는 가주는 현 모용세가의 가주였다.

“그 적임자가 바로 곽천일입니까?”

모용중강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네. 가주가 우연히 곽천일을 객잔에서 만났는데, 그때 그의 생각과 야심을 들을 수 있었다더군. 그렇지 않아도 세가에서는 상단 하나를 휘하에 넣고 싶었는데, 너무나 잘된 일이었지…….”

“음, 일이 그렇게 된 것이로군요.”

“그 뒤 일은 너무 수월했어. 나의 존재감이 휘주상가의 상인들을 꼼짝 못 하게 했지. 거기에다 서욱이라는 자가 나를 잘 도와서. 음 그자는 제법 무공을 익히고 있더군…….”

주성진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게 된 것이군요…….”

“이것 참, 운명의 수레바퀴는 알다가도 모르겠군. 이제 어떡할 셈인가?”

“선배가 원하지 않으면 대결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용세가가 저에게 적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저도 모용세가를 어찌할 생각이 없습니다.”

모용중강은 주성진을 말을 듣고 자신이 몹시 부끄럽고 창피스러웠다.

‘허허, 난 오래 살았어도 저 친구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구나, 인품이면 인품, 무공이면 무공 뭐하나 나은 게 없어…….’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네. 다만 이후에 모용세가가 잘못된 길을 가지는 않을 걸세. 죽기 전에 내가 그걸 바로잡을 것이니까.”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데 갑자기 생각을 바뀐 이유는요?”

“가문에 왈가왈부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자네를 만나고, 자네의 진정한 정체를 안 순간에 이건 필연적인 나의 운명이라 생각했네. 하늘이 내게 부여한…….”

주성진은 그의 말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넘어가자.’

“아, 그렇군요.”

“기대하시게. 아마 자네가 놀랄 일이 있을 것이네. 하하, 그건 그렇고 심검을 완성했나?”

주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완성이라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 노력해야지요. 그런데 제가 놀랄 일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천화각의 각주가 잘 자랐더군. 내 그 친구를 가주로 삼을 생각이네. 그렇게 되면 후배와 모용세가의 연이 또 이어지려나. 하하.”

주성진은 모용중강이 자신과 설현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긴. 조사하면 다 나오는 거니까.’

“그렇게 되는 건가요. 헤헤.”

“만일 그리되면 후배는 새로운 가주의 사위가 되는 것이지. 하하하.”

모용중강은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거두었다.

뭔가 생각난 모양이었다.

“저 후배. 미안하지만 혹 내 친우를 만나면 오늘 일을 함구해 주시게. 아마 이 사실을 알면 날 겁쟁이로 놀릴 테니까…….”

“친우라뇨?”

주성진은 모르는 척 되물었다.

사실 주성진은 반로환동한 인물들이 한동안 같이 지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 같이 지낸 세월이 있었어. 그러니 친우 아니겠나?”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순간 모용중강이 이길호를 가리켰다.

“저 친구는 어떡할 것인가?”

“제가 데리고 있을 겁니다. 여차하면 그를 통해 강시 군단을 만들어봐야죠, 하하.”

모용중강의 얼굴색이 변한다.

“정말인가?”

주성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농담입니다. 설마하니 제가 강시를 제조하거나 부리면, 무림공적에 몰린다는 걸 모르겠습니까, 하하.”

“이 사람, 농담할 게 따로 있지.”

“저 그런데 선배님. 선배님도 무림공적에 몰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모용중강은 빙그레 웃는다.

“누가 감히 나를 무림공적으로 몰아세울 수 있겠나?”

“강시를 이용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무림공적이 되는 거 아니었나요?”

“아니야. 내가 강시를 나쁜 용도로 사용할 때만이지.”

주성진은 그의 말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면 제가 나쁜 용도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저도 무림공적이 되지 않겠네요?”

“아니지, 후배는 의도에 상관없이 무림공적으로 몰리게 되어 있어. 왜냐면 나는 총무련의 태상호법이고 자네는 아니기 때문이지.”

“총무련에 태상호법이 있었나요?”

모용중강이 고개를 끄떡였다.

“비록 명예직이만 존재한다네.”

“음 그렇군요. 실권은 없는 거로군요…….”

“총무련이 위기에 봉착하면 그때는 좀 다르지. 그때는 총무련의 련주 다음으로 막강한 실권이 주어지지… 그리고…….”

그 순간 주성진이 손을 들었다.

“후배, 말해 봐.”

“죄송해요. 말을 끊어서… 다름이 아니고 강시를 합법적으로 제조하고 부릴 방법이 있나 해서요.”

“그야 간단하지, 총무련 련주의 허가를 받게. 하나 큰 기대는 금물이야.”

주성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요.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요.”

“아 참! 깜빡할 뻔했군, 사실 련주도 독단으로 허락할 수가 없어. 내부 토의를 거쳐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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