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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12화 (212/250)

212화 화탄 세례를 받다

짙은 어둠 속에 농가로 보이는 가옥에 검은 그림자들이 스며들었다.

수십의 인원 중, 단 네 명만 가옥 안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가옥 주위를 철두철미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잠시 후, 가옥에 등불이 켜지고 네 인영의 모습이 불빛에 일렁였다.

그들은 낡은 원탁에 앉아 있었는데 모습들이 침중하기 그지없었다.

그중 크게 한숨을 내쉰 자가 침묵을 깨트렸다.

“허허.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가 있단 말인가. 삼살녀가 실패하다니… 물론 시점이 우리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주성진을 죽이려다가 말이야.”

삼살녀라는 별칭은 살수 조직이 임의로 만든 거였다.

“이봐, 석숭. 정녕 삼살녀가 실패한 게 확실한가?”

석숭은 언성을 높였다.

“그래, 자식아! 하오문에 심어둔 끄나풀이 틀림없이 그리 말했다고!”

“음, 미안. 하도 답답해서 물어본 거야. 그나저나 지금 상황은 최악이군. 우리 4대 변황살수단에 말이야.”

그러자 변황매 단주가 말문을 열었다.

“어이 변황죽, 그리고 변황난 단주님들, 내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들어보시겠소. 아, 그러고 보니 변황국 단주님도 계셨지. 바로 내 옆에. 하하하…….”

그러자 변황국 단주가 뱐황매 단주의 말을 받았다.

“어이, 죽봉. 이죽거리지 말고 제대로 말하라고!”

“광섭아. 내가 너에게 님자를 붙여 주어도 불만이냐?”

“시끄럽고. 변황매 단주. 좋은 생각이 뭔지 빨리 말해 봐!”

이름이 죽봉인 변황매 단주는 씩 웃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이봐. 그 말에 앞서서 한마디만 하지. 솔직히 말이야. 난 삼살녀가 죽어 버린 게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언제부턴가 그녀들에게 너무 의지했다고. 위험한 청부는 그녀들이 모두 도맡아 처리하지 않았냐 말이야.”

“…….”

“뭐, 그녀가 내건 조건이 우리에게 말도 안 되게 유리한 것 사실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 조직은 알게 모르게 약해졌다고. 스스로 내부의 힘을 키워야 하는데, 너무 외인에게 의존했단 말이지.”

변황매 단주의 말에 다른 이들도 모두 동의했다.

삼살녀는 어느 날 혜성같이 나타나 변환 4대 살수단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어려운 청부가 있으면 자신들에 하도급을 달라고 요청했다.

쉬운 청부는 절대 사양이라는 말을 곁들이면서…….

그 후 4대 살수단의 단주는 골치를 썩이고 있는 청부를 그녀들에게 맡겼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변황매 단주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즐기며 재차 입을 열었다.

“좋은 생각이 뭐냐면 화약을 쓰자는 것이다. 주성진을 죽이기 위해서…….”

“…….”

“놀랄 것 없어. 내게 주성진을 유인할 비책이 있거든. 하하…….”

*     *     *

조선과의 국경이 가까이 다가올 무렵 주성진은 한 통의 서신을 받았다.

그건 바로 모용세가의 가주가 자신을 만나자고 한다는 것이었다.

주성진이 서신을 받은 시각은 사신단이 국경을 넘기 전 마지막 휴식을 취하는 때였다.

주성진은 서신을 자신들의 일행에게 보여 주었다.

강국영이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초대에 응할 생각입니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강국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음, 모용 세가주의 직인이 찍혀 있긴 하나 왠지 미심쩍습니다. 모용세가에서 조선사신단의 행차를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단독으로 만나자고 하니 더욱 의심이 갑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만 거래를 하자고 하니, 안 가 볼 수도 없고…….”

서신에는 분명히 거래를 제안하고 있었다.

장백산에서 다량의 산삼을 발견했는데 이를 팔고 싶다는 것이었다.

단, 조건으로는 주성진의 이기어검을 직접보고 싶다는 거였고…….

“왜 이기어검을 펼쳐 봐 달라는 것일까요?”

양은지의 물음에 주성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서신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내 무공을 보고 참고할 게 있으니 그런 거겠지요.”

“한데 모용세가와는 예전부터 안면이 있었습니까?”

“안면이라… 글쎄요. 그다지 좋은 관계는 아닙니다만…….”

양은지는 손을 흔들었다.

“가지 마세요. 그냥 무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서신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주성진은 일말의 미련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그 순간 양은지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저희가 따라가겠어요. 만나자는 장소 주변을 물샐틈없이 감시하겠습니다.”

주성진은 결심했다.

‘설사 함정이라도 가 보긴 해야 할 것 같아.’

“저 혼자 갔다가 올 때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최악의 경우 함정이라고 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를 믿어 주세요.”

*     *     *

시간이 흐르고 주성진은 만나자는 장소에 다가갔다.

그곳은 압록강이 훤히 보이는 잡초가 무성한 벌판이었는데 바람이 매우 거셌다.

순간 주성진의 시야에 멀리서 뒷짐을 지고 있는 자가 보였다

‘음, 저가가 모용세가의 가주인가? 만나 보면 알 수 있겠지…….’

주성진은 주변을 경계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강바람이 매섭게 얼굴을 때렸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할 건 뭐야…….’

*     *     *

쉭쉭……!

도화선 위로 불이 옮겨 붙었다.

기름을 잔뜩 먹인 도화선은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그 광경을 숨어서 지켜보던 자가 중얼거렸다.

‘가까이서 폭발하는 장면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

그는 혹여나 주성진에게 들킬까 봐,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주성진이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이 머릿속에 떨올랐다.

‘크크크…….’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이는 순간이 이어졌다.

이때 누군가가 그에게 전음을 펼친다.

―나야, 광섭!

―어이, 왜 왔냐?

―그러게 말이다 죽봉아. 궁금하니 참을 수가 있어야지. 하하.

―얼른 귀 막을 준비 해, 조금 있으면 폭발할 테니…….

―알겠고. 음 보아하니 주성진 그자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럼. 바람이 이렇게 심하게 부는데 무림 제일인이라도 눈치채지 못하지. 안 그래?

―하여간 멍청한 자야. 달랑 서신 하나 보냈을 뿐인데, 죽을 무덤으로 스스로 찾아오다니.

―멍청한 게 아니라 오기지. 무공이 강할수록 자존심이 강하고, 눈앞에 뵈는 게 없으니까. 더구나 그는 상인 아니냐. 하하, 그리고 내가 머리를 잘 굴렀지. 히히.

―어쨌든 일이 성공하면 네게 몫을 좀 더 떼어 주마…….

―나중에 딴말하지 말아라. 그나저나 내게 신변을 위탁을 자에게 도움을 받는구먼.

―아, 최근에 모용세가에서 사고치고 도망쳤다는 그놈 말이지. 하여간 예전에도 배신자가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구나. 그놈의 가문에서는…….

―잠깐, 그놈이 무슨 도움을 주었냐?

―모용세가에서 주성진을 잔뜩 경계하고 있더라고. 그놈의 애인이 모용세가에서 쫓겨난 가문 출신이라서 말이야. 아, 그리고 얼마 전에 모용세가가 어쩔 수 없이 휘주상단에서 손을 뗐는데, 그 일에 주성진의 입김이 작용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더란 말이지…….”

광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이 죽봉, 그거랑 이번 서신이랑 무슨 관계지?

―주성진이 모용세가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지. 자신의 애인도 모용세가 출신이고, 만일 휘주상단의 일에 그가 관여했다면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심정으로 모용세가를 동태를 보려 했을 거란 말이야.

―자식, 대단하네. 그나저나 모용세가에서 변절자가 자주 나오는 걸 보니, 조만간 모용세가가 망할 것 같은데…….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지…….”

―그럼 우리 변황살수단은?

―우리는 아직 날개도 펴지 못했잖아. 자식아.

그리고 얼마 후였다.

꽈아앙!

광섭은 난생 처음 듣는 폭음과 진동에 넋을 잃었다.

폭음은 바로 그의 고막 바로 앞에서 천둥을 울려 대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진동은 그의 신형을 여러 차례 들썩이게 했다.

*     *     *

’이런 날벼락이…….‘

위력적인 폭발에 위로 튕겨 올라간 주성진이 신음을 발했다.

자연스럽게 발현된 호신강기 덕에 큰 부상은 모면했지만, 그 충격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오장육부가 이탈하는 것 같았다.

또 하나 주성진이 느낀 건 공중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거였다.

‘위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구나. 완전히 당했다. 설마하니 화탄 공격이라니…….’

주성진은 자신이 도화선이 타들어 가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게 바람 소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치밀하게 펼쳐진 함정에 혀를 내둘렀다.

‘흉수가 누구지? 나를 감시하던 살수들일까? 아니면 모용세가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주성진은 더럽혀진 옷을 털고 급히 이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어서 여길 빠져나가자! 또 다른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편 주성진이 위로 튕겨 올라간 모습을 본 죽봉은 기뻐하다 말고 이를 악물었다.

‘저 새끼가!’

그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이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곳에는 수레 모양의 화차가 놓여 있었다.

화차에는 구멍이 뚫린 네모난 상자가 얹혀 있었는데 그곳에는 기다란 장창들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장창의 끝에 화통들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봐서 그것은 분명 전쟁에 쓰이는 화창이 분명했다.

또한, 상자에는 총 서른여섯 개의 화창이 열을 맞추어 꽂혀 있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광섭이 또다시 전음으로 물었다.

―어이 죽봉. 저거 화창이냐?

―그래, 광섭아. 만일을 위해 준비했는데, 사용해야 할 것 같군. 이젠 지긋지긋한 저놈도 끝이다. 하하…….

한데 광섭은 문득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죽봉이 여전히 자신만만해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만일 저것마저도 실패하면…….’

점화선이 타들어 갔다.

얼마 후 절묘하게 조종된 길이에 따라 거의 동시에 화창 밑동에 불이 붙었다.

쉬이익!

커다란 벌레 소리를 내며 화창들이 일제히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어라, 저건 뭐지?‘

광섭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가 본 건 화창 끝에 부착된 조그마한 날개였다.

화창은 흰 연기를 길게 끌며 허공에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았다.

‘와, 대단한데…….’

수십 개의 화창이 거의 오차도 없이 같은 지점으로 날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광섭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먼 거리를 날아간 화창이 일제히 주성진을 향해 내리 꽂혔다.

화창을 잘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화창이 땅에 꽂힐 거로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콰쾅!

굉장한 폭음과 함께 공중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화창은 목표 지점에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폭발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황량한 벌판은 불길에 휩싸였다.

폭발한 화창의 파편은 무서운 흉기가 되어 주성진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어어, 저저…….”

순간 죽봉은 물론이거니와 광섭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화창의 폭발로 인한 파편들이 주성진의 주변에서 맴돌더니, 모조리 튕겨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불길에 휩싸인 주성진이 타들어 가기는커녕 이전보다 멀쩡해 보였다.

사실 주성진은 처음 화탄이 폭발했을 때의 당황함에 벗어나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있었다.

화창이 날아올 때 이미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주변 공간에 강력한 강기로 막을 쳐서 혹시 모를 위험을 방비한 것이었다.

‘대단한 이중 함정이었어. 그나저나 생각보다 위력이 작은데…….’

만일 주성진의 중얼거림을 그들이 들었다면 기절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주성진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내 가만히 두지 않겠다. 이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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