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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86화 (186/250)

186화 황궁무림대회 (12)

“와와와……!”

관람석의 참관인들이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황궁 무림 대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황제는 태사의에 앉아 흡족한 모습이었다.

임시로 궁궐 내에 설치된 특별 비무대를 바라보는 그의 좌우 옆에는 공주와 3대 특무 기관의 수장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황비와 대신들은 황제 뒤에 앉아 있었고…….”

황제가 정면 비무대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공주야, 이제 남은 시합이 두 개인가?”

“네, 폐하. 하나는 폐하께서 좀 넓은 장소에서 경공술을 보시고 싶다고 해서 마련한 시합이고, 또 하나는 폐하께서 지목하신 두 사람이 벌이는 마지막 비무입니다.”

“맞아, 그렇구나, 이거 참, 나이가 드니 깜빡깜빡하는군, 가만 보자… 이번 두 시합에는 내가 친히 상을 내려야겠구나.”

공주는 예정에 없던 일이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상을요?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공주야, 이 재미로 황제 하는 것 아니겠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상으로 뭘 주실 건가요?”

황제는 수염을 어루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은전으로 할까, 아니면? 아, 그렇지, 황궁 무고!’

“공주야. 황궁 무고의 보관된 무기가 좋을 듯싶구나, 내 권한으로 개중에 하나를 고르도록 하겠다…….”

공주는 곧바로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좋은 건 옛날에 없어졌고 남은 건 그저 그런 것뿐이었어…….’

공주는 황궁 무고에서 무기나 비급을 반출할 권한은 없었지만, 황공 무고 안에 들어갈 수는 있었다.

그리고 사실 좋은 무기가 없는 건 지금의 황제 잘못은 아니었다.

이미 그전 황제 때에 벌어진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폐하, 지금 시합이 끝나면 인공 호수의 누각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그러자꾸나.”

한편, 그 시각 주성진은 육선문의 간부급 인사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지금 벌어지는 시합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동창과 금의위 무인의 비무였기 때문이었다.

“허하, 주 상단주, 그대 덕에 망신을 당하지 않게 되었소이다. 정말 고맙소이다.”

주성진이 웃음 짓는 부 문주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이 모든 게 모두가 합심한 결과입니다.”

“아니요. 그대가 좀 전 시합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3할 3푼의 승률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거요.”

“하하. 뭐…….”

주성진은 말을 얼버무렸다,

하나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틀림없었다.

“자. 그럼. 이제 곧 저는 자리를 뜰까 싶습니다만…….”

그러자 부 문주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주 상단주, 황궁을 구경하는 건 다음에 하면 안 되겠소?”

“어떡하죠? 제 일행과 함께 구경하기로 했는데…….”

주성진이 완곡하게 거절을 표하자 육선문의 부 문주는 몸이 바짝 달아올랐다.

“주 상단주, 일행에게는 훌륭한 안내자를 붙여 줄 것이니, 제발 주 상단주는 여기에 남아 주시오, 이렇게 부탁드리오.”

부 문주의 간곡한 말에 주성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제길, 나더러 경공 시합에 나서라는 것 같은데… 아니면 나를 붙잡아 둘 이유가 없어!’

어쨌든 그래도 한 번은 더 거절해 본다.

“경공 시합엔 제가 없어도 되지 않나요? 제가 알기로는 정해진 분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음, 그게 그렇지 않소, 사정이 생겨 버렸소이다… 실은 우리가 내세울 친구가 그만 비무 중에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시합은커녕 걷지도 못할 지경이요, 왜 그대도 보았지 않소이까? 단체전이 얼마나 흉험했는지……?”

주성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휴, 이제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만인이 날 주목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라고…….’

주성진은 특정 몇몇 사람들이 자신을 질시하고 질투하는 걸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특히 황제에게 차고 넘칠 정도로 눈도장을 찍어 두었기에 더는 사양하고 싶었다.

하나 그렇다고 사정을 뻔히 알고도 거절하자니, 그것도 곤란한 일이었다.

다친 자가 워낙에 발군인지라 경공으로 그를 대체할 자가 육선문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대신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겠습니다.”

“음, 기왕에 참가하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소이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은 갖지 말고…….”

“부 문주님, 그 말이 더 무섭군요. 부담은 가지지 말라면서 좋은 성적은 거두라 하시니 말입니다.”

주성진이 부 문주를 지긋이 노려보자 그가 무한한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내 말은 최선을 다해 달라는 말이외다. 그 뒤 결과야 하늘에 맡기는 거고… 음,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두면 내가 문주님을 졸라서라도 그대에게 큰 선물을 안기겠소.”

“음, 그런가요…….”

주성진이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자 부 문주는 바짝 애가 탔다.

“상인 지로를 걷는 그대에게 아주 유용한 선물이 될 것이오.”

“그게 뭔가요?”

“우리가 대식국의 대상인을 구해 준 적이 있었소이다. 그때 그가 고맙다고 건네준 책이 있었소이다.”

그가 잠시 말을 끊더니 주성진을 슬쩍 바라본다.

주성진이 관심을 가지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순간 주성진이 입을 열었다.

“그거 혹시 상술에 관한 책인가요?”

“대단하구려, 허허. 한데 어떻게 알았소?”

“그야 상인의 길에 도움이 될 책이라고 하니, 당연히 그 방면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지요. 한데 한어로 된 책은 아니겠지요?”

부 문주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 하지만 우리가 당대 최고의 번역가를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대략 6개월이면 대식국의 상술이 집대성된 책이 그대의 수중에 들어가게 될 것이오. 하하하.”

“저, 부 문주님, 번역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주십시오.”

“그럼 대식국 언어를……?”

주성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조금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공부해서 번역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성진은 아무리 뛰어난 번역가라도 상술을 모르는 이가 작업한다면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거였다.

“허허, 뭐 그렇다면야…….”

잠시후, 주성진은 경공 시합에 참여하기 위해 출발선에 섰다.

그 순간, 위엄 당당하게 철궁을 들고 있는 자가 세 사람을 바라본다.

철궁을 들고 있는 자는 명나라 최고 장수 중의 하나로 특히나 명궁으로 소문난 자였다.

“자. 규칙은 미리 숙지하고 왔겠지만, 다시 한번 말하겠소. 반드시 내가 활을 쏜 이후에 출발하시오. 그전에 출발하면 실격이오. 두 번째는 인공 호수에 도착해서 쪽배를 탈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명뿐이오. 나머지는 알아서 건너가시오. 단 왼 발목이든 오른 발목이든 상관없이 발목이 물에 잠기면 무조건 실격이오.”

“…….”

“세 번째는 주어진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설사 1등을 하더라도 실격이오. 왜냐하면, 황제 폐하께서 이 시합을 보고자 하는 애초의 취지가 경공 시합이기 때문이오. 마지막으로 내가 쏜 화살을 주워 황제 폐하께 먼저 건네는 자가 우승이오.”

“…….”

“과정은 중요하지 않소이다.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오. 아, 그리고 나는 화살을 인공 호수 가운데의 커다란 바위로 쏠 것이오. 댁들은 바위의 가장 높이 솟아오른 부분을 주목하는 게 좋을 것이오. 하하.”

그의 말을 곱씹으면 화살을 먼저 집어 든 자가 승리자가 아니라 황제에게 바친 자가 승리자였다,

이는 화살을 강제로 빼앗아도 무방하다는 뜻이었다.

“자, 이상이오. 혹 질문 있소이까?”

주성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 혹시 경공 중에 상대를 방해해도 되는 건가요?”

“그렇소. 단 비무의 규칙이 그대로 유효하니 이점 명심하시오.”

비무의 규칙에는 살인은 물론 신체를 자르는 행위가 불허되었다.

그들이 죽거나 병신이 되면 나라의 큰 손실이었으니까…….

그러지 동창의 첩형이 손을 들었다.

그는 주성진과 일면식이 있는 자가 아니었다.

“장군, 혹시 다른 장치는 없소이까?”

장군은 그를 웃으면 바라보았다.

‘음, 눈치를 챘군. 역시 동창 놈이야. 모략과 술책에 능한…….’

“그 질문은 못들은 걸로 하겠소. 그럼 이만.”

잠시 후 장군이 시위를 잡아당기자, 그 큰 철궁이 대나무로 만든 활처럼 크게 휘었다.

이를 본 주성진이 고개를 끄떡인다.

‘대단하네. 역시 내공이 아주 높은 자야.’

화살도 거무튀튀한 게 금속성의 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화살촉만 쇠로 만든 게 아니네, 아예 통으로 쇠야.’

바로 그때였다.

피융!

폭발적으로 날아간 화살은 인공 호수 한가운데의 널따란 바위 한곳에 부딪혀 새파란 불똥을 튀겼다.

인공 호수 속의 바위는 땅을 파서 호수를 조성할 때부터 원래 있던 바위였다.

그 동안 너무 커서 옮기지 못하고 그대로 둔 거였다.

마치 작은 섬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바위는 직사각형 형태의 모양이었는데, 좌우의 폭이 무려 10장에 가까웠다.

한데 바위에 부딪힌 화살이 더는 소음이 일으키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바위에 부딪혀 튕겨 나가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주성진도 그 사실에 유념했다.

‘대단하군. 화살이 바위를 뚫고 들어간 게 틀림없어. 만약 화살 꼬리 일부분만 남겨둔 채 바위에 박혔다면, 뽑는 데 힘을 많이 써야 할 것 같구나…….’

이때, 한 박자 늦게 상황을 파악한 황제가 인공 호수의 누각 위에서 손뼉을 치자, 다들 따라 손뼉치기 바쁘다.

짝짝짝!

짝짝짝…….

“공주야 너도 저렇게 쏠 수 있니?”

“폐하, 저는 공력이 낮아 저리하지 못합니다. 화살을 바위에 완전히 꽂아 넣으려면 무공이 극상에 다다라야 합니다.”

“그래? 내가 임 장군을 다시 봐야겠군…….”

황제가 임 장군을 장차 어찌 활용할까 고민할 무렵. 주성진과 나머지 두 무인의 눈치 싸움이 한창이었다.

주성진을 제외한 두 사람은 경공의 달인답게 다리가 보통 사람보다 한 뼘 이상 길고 몸은 미끈했다.

전체적인 외형에 있어 주성진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체형을 자랑했지만, 두 사람에 비해선 다소 모자란 감이 있었다.

그들은 처음엔 경주 시합하듯 오로지 속도에만 신경을 썼지만 이내 그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인지했다.

제일 먼저 이 사실을 인지한 주성진은 속도를 조금 늦추고 그들 두 사람의 꽁무니만 쫓자, 두 사람도 이내 그 사실을 감지했다.

물론 압도적으로 앞으로 치고 나가 먼저 인공 호수에 도착해 쪽배를 타면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그러기에는 세 사람의 경공 실력이 엇비슷했다.

또한, 설사 선두로 치고 나간다 해도 인공 호수에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랐다.

주성진은 새삼 이 시합의 어려움을 몸소 깨닫고 얼굴을 찡그렸다.

‘휴, 어렵다, 어려워. 빨리는 가야겠고, 그렇다고 주변을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고… 나름 경공에 자신 있었는데 저들 둘을 보니 내 수준은 우물 안 개구리였어. 황궁에 긴급 서신을 전달하는 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때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들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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