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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83화 (183/250)

183화 황궁무림대회 (9)

곽진이 발끝에 힘을 주고 번뜩이는 검영 속으로 파고들었다.

파팟!

두툼한 각반으로 둘러싸인 왼팔로 상반신을 가린 채 곽진은 낭아봉을 휘둘렀다.

부우웅!

원래 낭아봉은 곤봉의 일종으로 머리 부분에 이리의 송곳니 같은 날카로운 가시 모양의 못을 심어놓은 것인데, 그의 것은 조금 달랐다.

낭아봉의 중간 부분을 철판으로 덧씌워 검이나 도와 부딪쳐도 잘리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다.

‘왼팔로 놈의 검을 막고, 그사이에 저놈의 면상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다.’

그러나 곽진이 내뻗은 낭아봉의 일격은 허무하게 빈 공간을 갈랐을 뿐이었다.

주성진의 보법이 그가 휘두른 낭아봉보다 두 배나 빨랐던 탓이었다.

스각!

번뜩이는 도세가 스치고 지나간 순간, 곽진이 다리를 휘청거렸다.

두툼한 각반으로 주성진의 박도를 막으려 했으나, 막기는커녕 각반과 함께 팔뚝의 뼈까지 잘려 나간 것이다.

“으윽!”

분수처럼 치솟은 피가 솟아올라 곽진의 얼굴에 튀겼다.

하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곽진은 엄청난 고통을 참으며 자신의 최절초를 펼쳤다.

“죽음을 자초하는군!”

주성진은 그의 공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워낙에 큰 동작이라 주성진의 눈에는 수도 없는 빈틈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순간 또다시 번뜩이는 도광!

주성진은 최절초가 펼쳐진 낭아봉을 옆으로 흘리며 그대로 박도를 휘둘렀다.

그러곤 거칠 것 없이 날아가 곽진의 목을 날려 버렸다.

“캑…….”

짧은 단말마와 함께 그는 목 없는 시신이 되었다.

쿵, 쿵!

곽진의 몸체와 목이 차례로 땅을 뒹굴자 일시 정적이 찾아왔다.

하지만 정적은 곧바로 깨졌다.

“아아악”

“아아악…….”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무지 안간힘을 쓰던 여인들은 목 없는 시신을 보고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순간 산검산장의 무인들은 자신의 병기를 챙기며 자리를 뜨기 바쁘다.

우당탕탕!

탁자가 무너지고 탁자 위에 있던 술과 음식들이 모조리 땅으로 떨어졌다.

‘속전속결!’

주변이 큰 소란으로 뒤집힌 순간 주성진의 도가 하늘을 가르며 우왕좌왕하는 무인들을 덮쳐 갔다.

주성진을 상대로 정면 대결로도 어림없는 자들이 이젠 기습공격을 받고 있으니, 그 끝은 자명해 보인다.

“컥!”

“크아악, 크아악……!”

주성진의 박도가 번뜩일 때마다 아직 술이 덜 깬 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쿵, 쿵…….”

휘리리!

이때, 주성진이 산검산장의 무인들을 공격하는 동안 바닥을 구르며 파고드는 두 명의 암습자가 있었다.

그들은 주성진의 좌우 양측을 파고들고 있었다.

파파파팟!

‘바닥을 뒹굴며 검을 휘둘러?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맞다 지당문!’

주성진은 하반신 노리며 파고드는 두 사람의 검세를 피해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워낙에 특이한 공격법이라 주성진은 일시 파훼할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이크!’

그 순간 또다시 그들이 주성진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좌우 합격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을 보니, 그들은 꽤 오랫동안 합을 맞춘 것 같았다.

당연히 같은 문파 출신인 것 같았고…….

그들의 공격은 철저히 상대의 사각을 노리는 수법이었다.

어찌 보면 꽤 졸렬하고 치졸한 수법 같았다.

하지만 한순간에 생과 사가 결정되는 무림에서 저들의 수법을 탓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허허, 이거 잘못하다간 내 다리 두 짝이 날아가겠는데…….’

주성진은 자세를 낮추어 연달아 상대의 검을 퉁겨냈다.

그러고는 동시에 도기를 줄기줄기 뿜어내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도기가 그들에게 향하자 상대는 공격을 멈추고 몸을 굴러 피하기 바쁘다.

한순간에 상황이 역전된 거였다.

파바바밧!

무시무시한 도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땅이 들썩이며 굵은 도랑이 만들어졌다.

‘일단 놈들의 예봉을 끊었고… 그럼 남은 건, 각개 격파!’

주성진은 곧장 빠른 몸놀림으로 치고 들어가 좌측의 인영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부아앙!

무시무시한 도기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자 상대는 혼비백산했다.

“크아악!”

검을 휘둘러 막으려 했지만, 이미 주성진의 도기는 이미 그의 목을 파고들고 있었다.

스각!

‘한 명은 처리했고, 어쭈? 도망쳐…….’

빠르게 몸을 회전한 주성진은 몸을 일으켜 도망가는 자의 등을 도기로 내려쳤다.

푸른빛 도기가 빗살처럼 뻗어 나갔고, 곧장 그의 등에서 검푸른 피가 솟구쳤다.

“캑!”

지당문의 검객들은 한순간에 고혼이 돼 버렸다.

합공을 한 것 치고는 짧은 순간 비참한 결과였다.

쉐쉐쉐쉐쉑!

순간 비도가 무더기로 쏟아진다.

주성진이 엄청난 신위를 선보이자, 신검산장의 무인들이 근거리 공격보다는 원거리 공격을 택한 거였다.

‘이것들 봐라, 꼼수를 쓰네…….’

주성진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승부다……!’

주성진은 보법을 전력으로 펼치며 무더기로 비도가 날아든 곳으로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도와 하나가 된 주성진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다름없었다.

쉬이익!

주성진은 눈빛에는 필살의 의지가 드러났다.

‘모조리 참하리라!’

주성진은 한 명, 한 명 상대했다간 그사이 도망치는 자들이 있을 수 있기에,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했다.

땅땅땅땅!

연속적으로 비도들을 퉁기며 주성진은 빠르게 전진했다.

순식간에 도검 일체가 된 주성진은 압도적인 기운으로 상대를 뒤덮었다.

“으아악, 아아악…….”

좌에서 우로 도세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유혈과 비명이 뒤따랐다.

한편 배한나는 산검산장을 몰래 잠입하려던 계획을 유보했다.

주성진과 그녀의 예상과 달리 산검산장 앞마당에 무인들이 모두 나와 질펀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산장 안으로 잠입할 수 있었다.

하여 그녀는 주성진이 산검산장의 무인들을 도륙하는 동안 오로지 독심호리만 주시하고 있었다.

‘주성진에게 모든 걸 맡길 수 없지. 저놈은 직접 처리한다. 어차피 내가 추적하는 놈이었으니까…….’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저놈 봐라. 역시 혼자 도망치려 하잖아. 안 되지 절대로…….’

쉬이익!

그녀는 빠른 경공으로 독심호리가 슬금슬금 도망치려는 길목을 중간에서 차단했다.

쿵!

독심호리는 방해자가 나타나자 인상을 찡그렸다.

‘제길…….’

그는 눈앞의 여인에게 범상찮은 느낌을 받았다.

‘음, 자세가 완벽하군!’

배한나의 옥수가 하늘과 땅을 동시에 가리키고 있었다.

전형적인 공수겸용의 수였다.

‘음, 공격하는 척하다가 탈출해야지. 그전에 말을 붙여 볼까…….’

독심호리는 우선 심리전으로 그녀를 흔들어 보려 했다.

“잠깐만, 우리 협상하자.”

“협상 같은 소리하네…….”

“내 품에 보물 지도가 있거든. 나를 놓아 주면 너에게 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찢어 버리겠다.”

배한나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보물 지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자식아, 얼른 찢어 버려!”

독심호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못 생긴 년이 감히 내 앞을 가로막아? 저리 꺼져!”

“눈깔이 삔 놈이구나. 그러니 환관 놈의 발바닥이나 닦고 있지…….”

독심호리는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다.

‘나와 동창의 관계를 알고 있었구나. 연놈들이 계획적으로 여길 쳐들어온 거였어.’

“어디서 온 것이냐?”

“야, 이 추물아, 너 같으면 알려 주겠냐?”

독심호리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더구나 그는 정말로 못생겼기에 추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성을 잃곤 했었다.

“이, 이년이!”

슷……!

독심호리가 땅을 박찼다.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 순간 배한나도 빠르게 움직였다.

사실 그녀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아! 수비하며 내 공격을 받아칠 줄 알았더니…….’

독심호리는 자신의 예상과 다른 배한나의 반격에 당황했다.

배한나가 순식간에 자신의 목젖을 꿰뚫듯 파고들자 나직이 헛바람을 들이마시고 말았다.

‘헛!’

변화 자체보다는 그 빠르기와 과감함이 그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이미 도망치긴 늦은 상태!

쉬익!

독심호리의 허리가 마치 버들가지처럼 뒤로 크게 누웠다.

그러곤 동시에 다리를 들어 올렸다.

발을 사용한 변칙 공격이었다.

‘저 자식이, 나쁜 놈답게 비열한 수법을……!’

자신의 급소로 향한 독심호리의 발에 그녀는 급히 초식을 바꾸었다.

그러자 독심호리의 인후를 노리던 검에 변화가 일어났다.

퍽!

독심호리의 발바닥이 움찔 떨리며 조금씩 아픔이 밀려왔다.

‘으음…….’

그녀의 검보다 조금 빨리 발을 놀려 신발 바닥으로 상대의 검면을 찼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하필 태산압정의 기세가 담긴 일검이 그의 발바닥 용천혈을 건드렸다.

시간이 지나자 통증이 뼛속 깊이까지 파고들어 아픔을 견딜 수가 없었다.

“으으으. 제길…….”

독심호리는 나직한 욕설과 함께 배한나의 공격을 되받아치고 급소를 노리던 발로 바닥을 강하게 짚었다.

순간 아픔이 배가 된다.

하지만 어쩌랴, 반격을 위해선…….

터엉!

바닥으로 내려친 탄력으로 독심호리는 공중으로 도약했다.

근육이 팽창하면서 꽉 맞았던 바지가 투두둑 찢어졌다.

순간 독심호리의 시커먼 다리털이 숭숭 삐져나온다.

‘에잉…….’

베한나는 곧바로 검초를 바꿔 독심호리의 하반신을 노렸다.

한번 잡은 승기를 결코 놓칠 수 없다는 결기였다.

독심호리는 이에 어림도 없다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아니 검기잖아!’

크악!

돌연 그녀의 검에서 검기가 뻗어 나오며 종아리를 깊게 베었다.

날카로운 검격에 독심호리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 중심을 잃고 바닥을 뒹굴었다.

쿵!

굴욕적인 나려타곤을 펼치지 않고선 배한나의 공세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잠시 착각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파바박!

독심호리가 아슬아슬하게 배한나의 검초를 피해 간다.

‘제법이군…….’

배한나는 비록 연환검을 펼친 건 아니나 그에 준할 정도로 빠르게 검초를 쏟아 낸 터였다.

한데도 몸을 뒹굴어 이를 모조리 피해 낸 독심호리의 움직임에 적잖이 감탄했다.

혹자는 뇌려타곤을 수치로 여기나 배한나는 실용적인 기술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움직임을 보인 독심호리에게 감탄까지는 아니지만, 칭찬해 준 것이다.

‘검기를 좀 더 일으켜야겠군.’

쉬익!

검기가 장장 일장이나 더 길어졌다.

“크아악!”

“너……!”

독심호리는 손가락으로 배한나를 가리키며 잠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곤 움직임이 잦아졌다.

핏물 범벅이 된 채 죽은 거였다.

‘다 끝났군!’

배한나는 죽은 자를 보며 망설였다

‘머리를 가져갈까, 말까? 무슨 소리야, 당연히 가져가야지, 소금에 절여서…….’

그러고 보니, 사방은 여인의 울음소리가 간혹 들릴 뿐 조용했다.

주성진이 모든 싸움을 끝낸 후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순간 주성진을 부르려다 참았다.

‘저런 일면이 있었군…….’

주성진이 죽은 자들을 한쪽으로 모두 옮겨 놓고 남은 여인들을 정성껏 달래고 있었다.

‘멋있는데…….’

그녀는 짧은 순간 달콤한 꿈에 부풀었다.

‘같이 알콩달콩 살면 얼마나 좋을까, 저리 자상하니 평생 내게 잘해 줄 거야…….’

그녀는 아기를 몇을 낳을까 생각하다 망상에서 깨어났다.

“배 소저! 뭐하시오, 얼른 이리 오시오!”

바로 주성진의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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