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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75화 (175/250)

175화 황궁무림대회 (1)

동벽태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지. 제일 좋은 건 실전이야. 상대를 공격하지 말고 호신강기로 방어만 해 보게나, 경험이 쌓이면 두려움은 없어질 것이고 그러면 호신강기가 일취월장할 걸세.’

“그 말씀은 두려움이 장애 요인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이건 비단 호신강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야. 인간의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야,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다면 세상을 호령할 수 있다고!”

주성진은 순간 의문이 든다.

“알겠습니다. 한데 혹 세상을 호령해 볼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왜 안 해봤겠어. 하지만 두려움이 날 주춤거리게 했지. 비단 두려움이 싸우다 죽는 것만 있는 건 아니야. 여인을 사귈 수 없는 두려움, 남이 날 손가락질할 것 같은 두려움, 돈이 없어 굶어 죽을 것 같은 두려움… 등등 아주 많다고.”

주성진은 그의 말을 통해 두려움의 종류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하긴…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뭘까? 죽는 것? 복수에 실패하는 것? 아니면 장사하다 쫄딱 망하는 것… 에그 관두자,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구나. 어찌 되었든 우선은 호신강기에 자신감을 가지는 게 급선무겠군.’

순간 좋은 생각이 났다.

‘황궁무림대회! 그래. 육선문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실전을 쌓아 보자고.’

주성문은 공격 3, 수비 7로 하다가 간간히 상대에게 일격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하. 신나게 맞아주자고.’

*     *     *

황궁 무림대회가 며칠 남지 않았다.

주성진은 예상보다 손쉽게 황궁 무림대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었다.

안 그래도 금의위나 동창과 비교하면 고수의 수가 턱없이 열세인 육선문으로서는 주성진이 자발적으로 대회에 참석한다고 하자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오후 햇볕이 따스한 연무장에서 주성진은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전부터 계속된 지도대련이었다.

‘마지막 친구군, 이름이 우백이라고 했던가. 좀 맞아주려고 했더니 결국 실패네…….’

사실 주성진은 좀 맞아주면서 호신강기를 단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첫 번째 지도대련부터 삐끗거렸다.

육선문의 간부진들이 주성진에게 강한 공격을 주문한 거였다.

그들은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 하는 주성진에게 불만을 품고 제동을 건 거였다.

우백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대련에서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불 기회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기분 좋은 두근거림 때문인지 손에 쥔 자신의 도가 평소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바로 그 순간, 주성진이 입을 열었다,

“자. 내가 먼저 가겠소!”

말을 마치자마자 주성진은 몸을 날렸다,

쐐애액!

순식간에 날아드는 검을 피해 우백이 몸을 비틀었다.

눈썹을 덮고 있던 우백의 머리카락이 주성진이 일으킨 바람에 휘날렸다.

온몸이 짜릿했다.

중독될 것만 같은 쾌감!

‘좋았어!’

몸을 비튼 상태에서 우백이 도를 날렸다.

쏴아앙!

주성진은 상체만을 움직여 우백의 공격을 피해냈다.

우백의 도가 더욱 매서워졌다.

빠르면서도 집요하게 주성진을 쫓았다.

그의 동료들이 우백이 진짜 맞는지 의심스러워할 정도로 우백은 주성진을 상대로 빠른 공격을 퍼부었다.

물론 우백은 지금의 공세로 주성진을 끝장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도 기분 좋아,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으니까.’

주성진은 몇 발짝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쇄도했다.

‘후후. 좀 빠르게 가 볼까…….’

주성진의 폭발적인 속도에 우백은 눈을 부릅떴다.

쉬이잉!

주성진의 검이 우백의 급소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런 빨라도 너무 빨라!’

아무리 검이 도보다 빠르다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아까 자신의 공격이 느리게 느껴질 만큼 주성진의 반격은 빠르고 매서웠다.

자신의 공격을 주성진이 마음속으로 비웃었을 거로 생각하니, 우백은 자존심이 좀 상했다.

우백이 이를 악물었다.

주성진의 검에 맞서 필사적으로 도를 휘둘렀다.

스가가가가각!

검과 도가 부딪히며 우백에게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간신히 주성진을 공격을 막고 뒤로 주르륵 밀려난 우백이 다시금 균형을 잡았다.

그의 눈에 자신이 밀려난 자국이 땅바닥에 선명히 보였다.

‘아, 창피하다… 엇!’

수치심을 느낄 새도 없이 쏟아지는 주성진 공격을 피해 우백은 좌우로 몸을 비틀었다.

파파파파팟!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공격을 우백은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 피해냈다.

요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슬아슬한 순간이 계속됐다.

도무지 반격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한데 그 순간 주성진의 동작이 훤히 눈에 들어 왔다.

주성진이 봐준 것인지 자신의 무공이 일취월장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때다!’

몸을 반쯤 비틀어 주성진의 검을 피해낸 우백이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도를 내질렀다.

쏴아아아앙!

전력을 다해 내질러진 우백의 도가 주성진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어라. 무공이 상승했어!’

주성진은 한순간 무공이 상승해 버린 우백이 놀랍고 대견스러웠다.

지금 우백의 공격은 허공마저 찢어 버릴 만큼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주성진은 주성진이었다.

가볍게 훌쩍 뒤로 물러나며 우백의 세찬 공격을 피해낸다.

주성진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이걸 피해?”

우백은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리 상대가 초고수인 걸 알고는 있었지만 방금 자신의 공격은 본인이 보기에도 대단했던 거였다.

‘제길, 괴물이 따로 없군, 하지만…….’

주성진을 향한 경외심이 사그라들고 절대 질 수 없다는 마음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까짓것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사실 주성진이 우백을 가지고 논 건 절대 아니었다.

우백처럼 싸우면서 무공이 느는 자가 흔치 않았기에 즐겁게 대련에 임해 본 것뿐이었다.

덕분에 소기의 성과도 얻었다.

‘확실히 공력을 낮추고 붙으니 나의 부족한 점이 보이는군.’

주성진은 우백 덕분에 그간 보지 못했던 빈틈을 깨달았다.

‘동작이 물처럼 흐르지 않고 뭐가 끊어지는 느낌이었어. 내공이 급상승하다 보니 그간 간과했던 것들이야, 하수와 상대할 때는 별문제 없겠지만 나와 동급의 고수와 싸울 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어. 만일 공력이 고갈되고 오로지 기술로만 승부를 본다면 그 점이 나의 약점이 될 거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하수와의 대련도 피할 게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자주 해야 할 것 같아.’

한데 그 순간 놀랍게도 우백의 기운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뭐야. 저 친구 무리하는 것 아냐?’

갑자기 기운이 강해진 상대 때문에 주성진도 기운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휘이잉…….

두 사람의 발밑에서 시작된 바람이 사방에 휘몰아쳤다.

관전하던 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종전 대련에서 볼 수 없었던 박진감과 긴장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대치하는 와중에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내공 증폭환 같은 걸 먹은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랬으면 내가 봤겠지.’

사실 지금 우백은 기연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아. 이건 영단의 힘이야. 기운으로 화하지 않고 내 몸속에 잠복한…….’

그는 어릴 적 먹은 영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복용했었다.

나중에 용한 의원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땅을 쳤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한데 그랬던 영단이 지금, 이 순간 내공에 합체되고 있었다.

주성진은 점점 더 강렬해진 우백의 기운을 피부로 느꼈다.

‘이거 과거 내 모습을 보는 듯하네, 나와 대결을 펼친 자들이 변화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몰라고 당황해했었지…….’

순간, 한껏 기운을 끌어올린 우백이 기합을 터트렸다.

“얍…….”

그리곤 주성진을 향해 폭발적으로 쇄도했다.

“와…….”

“저게 우백이라고!”

관전하는 자들 대부분이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할 정도로 우백의 속도는 눈부셨다.

이젠 정말 주성진도 바짝 긴장해야 했다.

파아아앗!

땅을 박차며 날아오른 주성진이 검을 휘둘렀다. 사실 진검은 아니고 목검이었지만…….

곧이어 허공에서 검과 도가 맹렬하게 부딪힌다.

스가가각!

카카카캉!

우백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상대가 주성진이 아니라면 몇 번이고 목숨을 앗아갈 공격을 계속해서 퍼부었다.

채채챙!

한동안 두 사람의 공방이 이어졌다.

우백은 신들린 듯 도를 휘둘렀지만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이제 끝내볼까…….’

주성진은 여전히 팔팔한 우백의 도를 강하게 내리쳤다.

깡!

갑작스러운 강한 충격에 우백의 어깨가 처졌고 그 순간 주성진의 검이 그의 목에 닿았다.

“좋은 대결이었소.”

“감사합니다…….”

대결이 마무리되자 주성진은 바삐 떠날 준비를 했다.

저녁에 약속이 있었던 거였다.

하지만 긴 그림자가 그의 발길을 붙잡았다.

“비무를 요청하오.”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거, 치사하게 그러지 말고 한판 붙어봅시다.”

주성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돌연 전음이 들려왔다.

?저 녀석은 장권인데 친형님의 아들이라오. 음, 미안하지만, 녀석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시오. 기왕이면 저 녀석이 고개를 못 들고 다니도록 한방에 때려눕혀 주었으면 좋겠소이다.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순간 이를 본 장권은 주성진이 수락한 줄 알고 좋아했다.

“하하, 한 번 제대로 붙어봅시다.”

“뭐, 그러시던가…….”

심드렁하게 말을 건넨 주성진은 목검을 땅에 내려놓았다.

“뭐 하는 것이오?”

“가끔은 맨손이 편할 때가 있소이다. 아마도 지금이 바로 그때인가 싶소.”

장권의 얼굴이 벌게졌다.

“날 모욕하는 거요?”

“글쎄올시다.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겠지…….”

“이, 이씨… 후회할 거요!”

스르릉!

검이 뽑혀 나오는 순간 장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성진은 그의 변한 기도에 고개를 끄떡였다.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군. 그러니 겁을 상실했지. 하지만 후후…….’

바로 그때, 장권이 공격이 시작되었다.

야아합!

한껏 기합을 터트린 그가 주성진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쐐애액!

‘빠르고 강하군. 웬만한 황소라도 두 동강 내겠는데…….’

순간 주성진의 신형이 희미해졌다.

‘앗!’

주성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급히 검을 회수한 그가 뒤로 미끄러져 갔다.

‘흥, 어림없다!’

빠르게 장권을 따라붙은 주성진이 주먹을 내질렀다.

쒜에엑!

‘헉!’

그야말로 젖먹던 힘을 다해 고개를 비틀었다.

아슬아슬하게 주성진의 주먹이 그의 얼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반격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부우우웅!

풍압에 몸이 휘청거리고 얼굴이 따끔거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제기랄!’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장권이 씩씩거린다.

하지만 씩씩거릴 시간이 없었다.

주성진의 주먹이 재차 날아온 거였다.

아까와 똑같은 방향과 속도…….

만일 다른 상대였다면 장권은 비웃었을 것이다.

같은 공격이 다시 통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그 즉시 바로 상대를 응징해 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장권은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부우웅!

연거푸 날아드는 주먹을 피해 장권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휴…….’

비무대 끝자락까지 내몰린 장권이 다급히 검을 내질렀다.

쉬이익!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주성진의 대응은 한결같았다.

일직선으로 뻗어진 주먹이 검과 부딪혔다.

콰아앙!

장권이 이를 악물었다.

정말이지 검을 놓칠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쾅쾅쾅!

급기야 장권의 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흐아아압!”

이대로는 힘들다고 판단한 장권이 기합을 내지르며 주성진의 가슴을 노렸다.

검이 주성진의 가슴을 베어 가는 순간 장권은 마음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퍼어억!

주성진의 주먹이 그보다 먼저 장권의 얼굴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한참을 날아간 장권이 담벼락에 처박혔다.

콰아앙!

모두가 깜짝 놀라는 순간, 주성진은 장권을 쳐다보지 않았다.

‘제법 단단한 몸이더라고, 그러니 괜찮을 거야.’

주성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었다.

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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