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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61화 (161/250)

161화 생강시의 등장 (1)

크아악, 크아악……!

온통 붉은빛이 감도는 방에서 3명의 인영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방에는 요괴들의 그림과 각종 부적이 사방 벽면에 부착되어 있었고 화로에는 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 세 명의 코와 입 부근은 출혈로 인해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계속해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끼익!

비명에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그의 얼굴을 보니 벌겋게 상기되고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럴 수가! 심령술사들이 모조리 당했구나! 그렇다면 작전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건데…….’

그는 누군가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잠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제길, 다 된 밥이었는데…….’

그는 끓어오르는 화기를 가라앉히고 쓰러진 심령술사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맥은 더는 뛰지 않았고 숨은 멈춰진 상태였다.

‘제길, 다 죽었어!’

그 순간 또 하나의 인영이 방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갈천영!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보시다시피… 심령술사들이 다 죽었어, 심령 연결이 끊어지면서 역으로 당한 거야.”

“이봐, 고작 송조아와 심령 연결이 끊어졌다고 해서 다 죽는다고?”

갈천영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득무, 너, 방금 고작이라고 했냐?”

“아, 미안! 사과할게, 한데 왜 죽었는지 설명 좀 해 봐.”

“이계의 힘을 훔친 대가야. 그로 인해 심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 죽은 거라고.”

이득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계의 힘을 훔친 대가라고?”

“그래, 초자연적인 힘을 몰래 훔친 대가지, 한데 술법이 깨지면서 이계에서 알게 된 거야, 그래서 보복당한 거라고, 보복은 죽음으로 직결되지…….”

“그러니까 술법으로 이계의 힘을 몰래 이용했는데, 그게 발각되어서 죽임을 당한 거라는 거네? 다시 말해 송조아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려고 한 게 들켰다는 거구나.”

갈천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그래… 송조아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려다가 탈이 난 거지. 역천의 힘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야. 잘 쓰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는데, 잘못 쓰면 최악의 경우, 시전자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거지…….”

“그래서 술사들을 대량으로 양성하는구나. 그들은 일종의 소모품 같은 것이군,”

“이봐, 굳이 그렇게 말해야겠나! 자발적으로 술법을 배우는 자들도 많다고, 그리고 말이야 이계의 힘도 단계라는 것이 있어. 지금처럼 먼 거리에서 심령을 조정하다 실패하면 죽게 되지만 그보다 낮은 단계의 술법을 쓰다, 잘못되었을 경우는 죽음까지 이르지는 않아, 한동안 충격에 빠질 뿐이지.”

이득무는 씁쓸한 미소를 지며 입을 열었다.

“결국, 술사들은 이계의 죄인들이네,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는 것이고.”

“뭐… 그나저나 대계가 실패로 돌아갔으니 대총관님께 크게 꾸지람을 받겠군.”

“무력을 동원할까?”

갈천영이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여기 흔적을 지우고 돌아가자. 술법이 깨졌다는 건 예상 밖의 큰 변수가 발생했다는 뜻이고. 이는 바로 초고수의 출현으로 귀결되는 거야.”

“네 말은 초고수의 등장으로 술법이 깨졌다는 말이냐?”

“그래. 송조아의 역할은 봉황루의 루주와 나머지 4대 가인들을 주술독으로 죽이는 거였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금도 생각해. 한데 누군가가 나타나서 산통을 깬 것이라고! 그래서 송조아의 주술독이 듣지 않았던 거야.”

이득무의 머릿속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음, 외부 변수는 죽은 술사들이 송조아를 조정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작전을 중간에 바꾸는 건 고도의 술법인데 술사들의 역량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뭐 대충은 알겠다. 한데 만일 우리가 여기서 손을 떼면 암상이나 흑룡가에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갈천영이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야. 방금 초고수가 등장했다고 했잖아. 그러니 사태가 네가 생각하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 거야.”

“음, 그러면 다행이지만, 봉황루를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까운데. 봉황루가 가진 재산을 우리가 차지해야 했는데 말이야,”

“소탐대실이다. 지금은 우리의 정체를 들키지 않은 게 더 중요해. 아직은 귀곡문이 무림에 등장할 시기가 아닌 것 같아. 좀 더 힘을 길러야 해.”

그 시각, 쓰러졌던 루주 진옥기와 나머지 4대 가인들이 차례로 깨어났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진 루주가 송조아를 바라보았다.

“송조아, 깨어났구나?”

송조아가 고개를 떨어뜨린다.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하다는 거냐?”

“그게…….”

아직 사태파악이 안 된 루주였다.

주성진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주성진은 빠르게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던 진옥기와 나머지 4대 가인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 간다.

“…뭐 이 정도입니다.”

루주가 주성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또 한 번 저희를 구해 주셨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아닙니다.”

“아니긴요, 너무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     *     *

우여곡절 끝에 북경에 도착한 주성진은 황궁 무림대회까지 사흘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혼자 북경의 상권을 파악할 겸 북경의 번화한 저잣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군… 한데 이거 너무 돌아다녔나, 배가 고픈데…….’

주성진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음식점이 밀접한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길 안쪽으로 몇 발자국을 디디자마자 향긋한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음… 냄새가 좋군, 그나저나 뭘 먹지? 그래, 정했다. 북경 오리구이를 먹자고.’

북경의 명물, 오리구이를 먹기로 정한 주성진은 즐비한 가계들을 가로질러 오리구이 전문점으로 향했다.

한데 아까부터 뒤통수가 계속 따끔거린다.

‘음, 신경 쓰이는군.’

주성진은 사람들이 붐벼서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따라오는 자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음식점에 들어가기 전에 미행하는 자를 처리하기로 한 주성진은 인파가 덜 붐비는 모퉁이에서 팔짱을 끼고 나타날 자를 기다렸다.

‘음, 검이 없으니 좀 허전하군.’

본인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검은 북경의 외성에 들어온 직후에 왕천유에게 맡겼다.

황제가 상주하고 있는 북경성에는 허락된 자들을 제외하고 남녀노소, 신분에 관계없이 검이나 도 같은 병장기 휴대가 금지되어 있었다.

잠시 후, 중년의 사내가 쭈뼛거리며 주성진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주 상단주님.”

“음, 저를 아시는 모양이군요. 한데 왜 저를 따라 왔습니까?”

“이거, 나름 기척을 죽인다고 했는데 그만 들켜 버렸네요. 하하. 실은 주 상단주님이 어딘가에 들어가시면 따라 들어가려 했습니다. 주 상단주님께 긴히 드릴 말이 있거든요.”

주성진은 평소와 달리 처음 보는 자가 자신에게 볼일이 있다고 하니 궁금증보다는 귀찮음이 앞섰다.

이는 장소가 북경인 것도 있고 지난번 봉화루에서 까딱하면 죽을 뻔했던 기억이 아직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사업에 관련된 일입니까?”

“그게 직접적으로는 장사와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일이 잘되면 귀하의 장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주성진은 생각할 것도 없이 손을 흔들었다.

“제가 북경에서 주요한 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군요. 미안하지만 다음번에 이야기하도록 하시지요.”

완곡한 거절이었다.

“그러지 말고 우선, 제 말을 좀 들어보시지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시죠. 그럼 이만…….”

불청객에 고개를 살짝 숙인 주성진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정도 이야기했으면 알아듣고 제 갈 길을 가는 게 보통인데 중년의 사내는 집요하게 계속 주성진을 따라붙었다.

그에게 중한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 귀찮게…….’

주성진의 눈썹이 순간 역 팔자로 휘었다.

주성진이 발걸음을 멈추자 그도 발걸음 멈추었다.

주성진은 인상을 쓰며 그에게 눈총을 주었다.

“이제, 그만 갈 길 가시지요.”

중년인은 공손히 포권하면 말했다.

“갈 것입니다. 다만 그 전에 잠깐만이라도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무림 안위와 직결되는 중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성진은 급히 손을 흔들었다.

‘엉뚱한 일에 엮이지 말자. 괜히 저자의 말에 호기심이라도 발동하면 큰일이야… 그러니 차라리 듣지 않는 편이 좋겠어.’

“미안하지만 다음에 듣겠습니다.”

“주 상단주님! 실은 제가 북천문에서 쫓겨났습니다. 제가 다시 문주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만일 제가 다시 복귀를 못 하면 결국, 북천문은 멸문을 면치 못할 뿐 아니라 후대에 무림 공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것입니다.”

주성진은 상대가 북천문의 문주라고 밝히니 더는 그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러니까, 북천문의 문주시라고요?”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는 주성진의 표정에서 일말의 희망을 느꼈다,

‘잘하면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며칠 전 내가 그의 용모파기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기회가 내게 오지 않았겠지…….’

“네, 북천문의 문주 조자양이라고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제가 아는 북천가가 그 북천가인가요?”

“맞습니다. 한때는 하북성에서 북경의 팽씨세가와 쌍벽을 이루던 문파이지요.”

주성진은 그에게 포권했다.

기왕에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이상 정식으로 인사하는 게 무림 예법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주성진입니다. 형산파 출신으로 지금은 상계에 투신 중입니다.”

“검호상인 주 상단주님과 정식으로 통성명을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주성진은 손을 흔들었다.

“저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한데 어찌 된 것입니까?”

“그게 호시탐탐 제자리를 넘보던 이복동생에게 당했습니다. 제가 급한 일로 외유를 떠난 사이에 그놈이 북천가를 장악해 버렸어요, 원로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서 말이죠.”

그가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주성진은 그가 북천문에서 추앙받지 못하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터럭 들었다.

주성진의 그런 낌새를 느꼈는지 조자양이 급히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일반 문도들에게는 인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음, 다급한 사정을 알겠는데 그래도 가문 내부의 일에 간여하는 건 무림 법도에 어긋나는 일 같습니다만…….”

“내키지 않겠지요,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들으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원로원에서 비밀리에 강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없으니 지금쯤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성진은 강시라는 말에 눈을 치켜떴다.

“강시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음…….”

잠시 후,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힌 주성진이 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제가 북천문의 내부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문주께서 그 일을 아셨다면 못하게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설마 그런 권한이나 힘이 없었던 건 아니겠죠?”

“음, 무척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제가 원로원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정파에서 강시를 제조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무림 공적으로 몰릴 텐데 그걸 가만히 두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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