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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60화 (160/250)

160화 주술독에 중독되다 (2)

좀 전의 아픔보다 심했다.

극통의 극통으로 인해 주성진의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그냥 버티지 말고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그냥 자살해 버릴까…….’

측량 불가의 거대한 기운이 등 뒤의 명문혈을 통해 계속 내부로 스며들고 있었다.

스며든 기운은 내부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었다.

내장이 갈가리 조각나고, 뼈가 산산이 부서질 것 같았다.

“많이 아파? 이봐, 너는 훌륭한 실험체야. 그러니 이것저것 다 해 볼 수밖에, 호호.”

순간 본능적으로 그녀에 대한 반발심이 치밀어 올랐다.

주성진은 찢어질 듯 벌어진 입을 다물며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이대로 공허하게 죽을 순 없어.’

굳은 의지에 답을 하듯 몸속 어딘가에서 미약한 힘이 감돌기 시작했다.

‘우웅!’

하나, 마치 바람이라도 불면 곧바로 꺼질 듯한 위태위태한 모습이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 순간 몸속에서 강한 울림이 있었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일이라 주성진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흐름에 맡겨, 너는 위에서 관조나 하면 돼!’

이는 의식 이전, 무의식의 속삭임이었다.

‘어떻게?’

‘넌,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몰라. 너는 일반인이 아니야, 환생한 자라고!’

‘환생? 그래서?’

‘바보, 영혼을 몸에서 이탈하라고, 넌 반은 귀신이니까.’

주성진은 무의식의 속삭임에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몸뚱어리를 내버려 두고, 몸 밖으로 나오라는 말이구나.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는 거고.’

‘그래, 스스로 깨닫기를 바랐으나, 어쩔 수 없군, 네가 죽으면 나도 죽을 테니…….’

‘잠깐, 그거 혹 본능에 맡기는 거와 같은 거냐?’

‘그래, 본능이 바로 원초적인 생명줄이지. 알았으면 빨리 꺼져!’

주성진은 의지를 풀고, 무의식에 몸을 맡겨 버렸다.

처음엔 그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정말로 자신이 몸 밖에 나와 있었다.

‘아아. 정말로 내가 반 귀신이 맞구나.’

처음엔 서글펐지만 곧바로 평정을 회복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이번에 내가 이기면 난 주술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주술은 인간의 두려움을 파고드는 악귀와 같은 것이니까.’

잠시 후, 주성진의 내부 혈도에서 엄청난 싸움이 일어났다.

하지만 주성진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상대의 힘도 비례에 강해지는 것 같았다.

‘힘내라!’

주성진이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몸을 너무 모르고 있는 거와 같았다.

엄청나게 축척된 내공에, 신선의 기운까지 흡수한 몸이 본인이었다.

거기에 무의식이 가세했으니 상대의 주술이 힘을 잃어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였다.

‘그렇구나, 하나, 내가 내 몸을 떠나지 않았다면 저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어느새 자신의 기운이 다시 힘차게 질주하며 몸 이곳저곳을 활기차게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다.

반면, 주술독이 힘을 잃자 그녀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급히 주성진의 등에서 손을 떼어 버렸다.

그 순간 주성진은 알아차렸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돌아갈 때군, 저년을 응징하려면 강한 의지가 필요해.’

주성진의 영혼이 다시 스르륵 몸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부를 살펴볼까?’

잠시 후, 몸 구석구석을 살핀 주성진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아직 몸과 내공이 회복되지 않았어, 그렇다면 상대는?’

상대도 그리 좋아보지는 않는다.

‘됐네, 까짓것 한번 붙어 보자고, 사부에게 얻어터지며 배운 박투슬이 있잖아!’

승부란 어떤 경우에도 예측할 수 없는 거였다.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고 반대로 약하다고 지지만은 않는다.

환경과 운, 마음가짐에 따라 언제나 뒤바뀔 수 있는 게 승부였다.

주성진은 투지를 불태웠다.

‘필승의 방법은 별거 없어,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그래 해보는 거다, 물고 늘어지는 거다!’

하지만 사실 지금 주성진의 상황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내상이 깊었다.

푹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어 시야를 어지럽히지만, 머리카락을 정비할 시간이 없다.

상대가 먼저 전면에서 간격을 좁혀 오고 있었다.

그녀는 주성진이 백수공권임을 알고는 얼굴에 여유가 피어났다.

자신은 날카로운 단검을 소지하고 있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놈의 검을 치운 게 다행이구나.’

송조아는 주성진의 명문혈에 진기를 불어넣으며 맹공을 퍼붓고 있을 때, 걸리적거리는 주성진의 검을 집어, 바닥 구석으로 치워 버린 거였다.

주성진은 긴장된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살피기 시작했다.

불규칙한 호흡을 애써 가라앉히며, 육감을 총동원한다.

‘온다.’

휘이익!

그녀의 단검이 빛살이 되어 번뜩였다.

주성진은 이에 질세라 동시에 오른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뱀처럼 꿈틀거리며 주성진의 방어를 피해 밀려들었다.

주성진은 급히 왼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의 왼손으로 그녀의 팔을 치려고 했다.

순간, 주성진이 왼손을 동원하자 그녀는 팔을 움츠려 주성진의 왼손을 피하고 주성진의 팔이 지나간 자리로 단검을 내질렀다.

주성진이 다시 양손으로 방어를 취하자, 그녀는 돌연 검을 회수하고서는 팔을 굽혀 팔꿈치로 주성진의 턱을 가격하려 했다.

쉬이익!

계속해서 단검의 끝을 주시하던 주성진으로서는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올 일이었다.

그녀의 임기응변과 현란한 보법은 주성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헉, 이크!

깜짝 놀란 주성진은 급히 뒤로 물러났다,

퍽!

다행히 그녀의 팔꿈치 공격을 어깨너머로 흘릴 수 있었지만, 위력이 어느 정도 남은 탓에 주성진의 중심이 흔들렸다,

그러자 그녀는 움츠렸던 팔을 곧게 펴더니 또다시 찔러 들어왔다.

쒜애액!

그녀의 단검 주위로 짙은 살기가 감돌았다.

이곳저곳을 들쑤시는 그녀의 현란한 몸동작에 주성진은 그녀가 노리는 곳이 어딘지 헷갈렸다.

‘제길 내상만 입지 않았어도, 한주먹거리도 안될 텐데 말이야. 공력을 일으킬 수가 없으니 이렇게 무기력하구나.’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지금이 중요했다.

진인사대천명!

최선을 다하고 천운을 기대할 뿐이다.

순간, 그녀의 검이 또다시 뱀처럼 요동치더니 가슴을 찔러 들어왔다.

주성진은 있는 힘껏 오른 다리로 땅을 박찼다.

그러자 몸이 왼쪽으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이형환위에는 못 미치나, 그래도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하나, 금세 그녀의 단검도 빠르게 이동하여 재차 심장을 노리고 들어왔다.

치이이익!

주성진의 겨드랑이 부위가 터져나가며 핏물이 본인의 얼굴에 튀었다.

‘제길!’

주성진은 아픔을 억누르며 부글부글 끓는 울분을 더해 힘차게 양 주먹을 휘둘렀다.

쉬익!

그녀는 이를 예상리라 한 듯이 능숙하게 몸을 뒤로 빼내 멈추었다.

그리고는 검을 휘둘러 묻은 피를 털어 내더니 다시 공격을 준비하려 했다.

‘하아, 젠장.’

도저히 그녀를 어찌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다행이라면 피가 멈추고 욱신거리는 아픔이 멎은 거였다.

당장, 주성진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현상을 깊이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저 몸속 내공의 효용 덕분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어딘가!

분명 희망이 엿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상대가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이지 않아!’

그때였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이 과거 연극을 펼쳤던 게 뇌리에 떠올랐다.

‘하하, 궁즉통이라더니!’

주성진의 얼굴에 간만에 미소가 어렸다.

‘저년을 속이자, 제대로 연기를 펼쳐보자고.’

주성진은 곧바로 찔린 겨드랑이를 흔들며 갖은 인상을 썼다.

그리고 크게 비명까지 질렀다.

‘아아악, 너무 아파!’

그녀가 살짝 경계심을 푸는 모습이 동공에 비친다.

‘가자!’

주성진의 눈에서 섬뜩한 빛을 발하고…….

휘리리릭!

꺾인 나무처럼 축 쳐져 있던 두 팔이 바람이 되어 뻗어 나간다.

그녀는 흠칫 놀라 양발로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지만, 공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등 뒤로 단단한 이물질이 버티고 있었다.

바로 벽에 부딪친 거였다.

그녀는 정색하며 급히 단검을 휘둘렀다,

부드럽게 휘두르는 검세는 가볍고 영활했다.

하지만 주성진은 더는 자잘한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피륙의 상처가 곧 회복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뼈가 잘리지 않는 한…….

주성진은 양 주먹을 풍차처럼 빙빙 돌리며 보무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하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성진의 현란한 주먹을 쳐다보았다.

하나 그녀의 눈이 주성진의 주먹에 가 있는 동안, 주성진의 입꼬리가 말려간 걸 보지 못했다.

천려일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아아악!

그녀는 갑자기 배를 움켜잡으려 주저앉았다

“비겁한 놈, 발을 쓰다니.’

주성진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거야 원, 동내 강아지가 울고 갈 일이군. 먼저 비겁하게 공격한 게 누군데, 그리고 말이야 온몸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건 무인에겐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감히 여자의 배를 걷어차다니!”

“난 너를 살인자로 보지, 여자로 보지 않아, 아 그리고 하나 더 추가, 너는 배신자였지…….”

그러자 갑자기 송조아는 태도를 돌변해 두 손을 비비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살려 주세요!”

말투까지 공손해졌다.

“흥, 내가 왜?”

“저는 누구도 죽이지 않았어요.”

주성진의 귓구멍에서 연기가 나려 했다.

“뭐야, 넌 날 죽이려고 했어. 그리고 뭐라 했더라, 아 나를 보고 실험체라고 지껄였지… 안 그래?”

송조아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아니에요. 죽일 의사는 결코 없었어요.”

“그럼 날 죽지도, 살지도 못한 폐인으로 만들려고 했구나. 이봐! 그게 더 잔인한 거야.”

“흑흑,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그녀가 애원하자 주성진의 마음이 조금은 약해진다.

“너의 동료와 루주님은 왜 깨어나지 않는 거지?”

“이 방의 주술이 깨졌기에 깨어나긴 하겠지만, 워낙 그 순간에 정신적인 충격이 컸기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얼마나 필요하지?”

그녀는 힘없이 말한다.

“대략 한 시진 정도.”

한 시진이라면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해서 주성진은 원래는 모두가 깨어난 후, 그녀를 심문하려 했다가 방침을 변경했다.

그전에 그녀를 점혈한 것은 기본 상식이고.

“이봐. 여기에 주술 장치를 설치했다고 했지?”

“네, 루주님이 자리를 비운 동안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틈틈이 설치했어요. 이는 결정적으로 주술독을 시전하기 위한 밑그림이랍니다.”

“그러니까 주술독을 시전하기 위한 보조 장치라는 건가?”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네. 그렇습니다.”

“음. 한데 왜 나를 공격한 거지? 실험체 운운하며.”

“그건 정말 우발적이었습니다. 주 상단주님이 초고수이니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주성진은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음,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알았어. 한데 너는 왜 봉황루를 배신하려 한 거지?”

“그건 제가 주술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흑흑.”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술에 걸리면 성격까지 변하는 건가? 너는 조금 전까지 끔찍한 야차였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방금 전 주 상단주님과 대화할 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신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오려는 것을요. 아마 주 상단주님 덕분에 제 몸을 옥죄든 주술이 깨져 버렸나 봅니다. 정확한 이유는 콕 집어 말하긴, 뭐 하지만 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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