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상인-154화 (154/250)

154화 마풍과 대결을 펼치다 (1)

강을동이 정색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농담이 아닌데. 난 심각하게 물어본 건데?"

"그럼 심각하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저는 반로환동하지 않았습니다. 순회사자님은 저를 괴물로 취급하려 봅니다, 하하."

강을동은 자신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 그렇다고 자신의 질문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주성진에게는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어떤 위화감 같은 게 흐르고 있었다.

보통의 무인과 다른… 그게 자신이 익힌 무공이 자신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뭐 아니면 됐소이다. 이러니 내가 그대 옆에 아니 있을 수가 없구려. 내가 있으면 장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오. 난 학문뿐만 아니라 상술도 배웠고, 우리 집안도 대대로 상인 집안이었소."

주성진은 내색하진 않지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음, 황궁무림대회가 끝나고도 진드기처럼 따라다닐 모양인데, 어쩌나…….'

"아, 그렇습니까? 한데 왜?"

"내가 왜 육선문에 있냐 그 말이오? 그거야 내가 좋아서 그런 것이오. 어릴 적부터 황궁에서 근무하는 것을 동경했는데 동창이나 금의위가 되는 건 싫었소. 왠지 매여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특히 동창은 자칫 거세당할 수도 있으니 더더욱 싫었소이다, 하하."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과거를 보시지?"

"그것도 고리타분한 일이지. 학문을 배우고 익히되 문관이 되는 건 싫었소. 왜냐면 나도 어릴 적부터 무공을 익혔었거든……."

"아, 그러시군요. 정말 특이한 이력이십니다."

순간 강을동의 귀가 쫑긋거렸다.

"누군가 오고 있는데 뒷일을 내가 책임질 테니 그대가 해결해 보는 게 어떻소?"

주성진도 인기척을 느꼈으나 다가오는 자를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또한,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다수가 아닌 1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저희에게 시비를 걸려고 오는 것인가요? 발걸음이 경쾌한 것으로 보아 무인임은 짐작했는데……."

"아까 행패를 부린 자들이 원군을 데리고 온 것 같소. 하지만 동창은 아닌 것 같소, 왜냐면 동창 애들이 당당히 나타날 때는 항상 떼거리가 몰려들거든……."

"아, 그렇군요."

주성진은 다가오는 자가 악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강을동이 어떻게 알아챘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다가오는 자가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내 특유의 무공에다 감각이 말해 주고 있소. 저건 고도로 정제된 살기요. 밖으로 거칠게 발산되지 않지만, 그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지."

"그럼 살수일까요?"

강을동은 빙그레 웃는다.

"직접 부딪쳐 보면 알 거요, 하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왜 나서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순간 주성진은 강을동이 다가오는 자를 아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발걸음 소리로?'

"그대와 관련된 것이니 매듭을 풀려면 당사자가 풀어야 하지 않겠소. 그리고 그대가 이일을 해결하면 내가 보상으로 내 무공의 일부를 알려 주도록 하겠소."

주성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저에게 시비 걸려고 온 자가 아니면 제가 나서지 않겠습니다."

"하하. 마음대로 하시오."

주성진은 싸움이 일어나 음식점이 파손될까 봐 음식점 바깥으로 나갔다.

강을동과 나머지 두 사람이 뒤를 따른다.

주성진이 떡하니 음식점 앞에 버티고 서 있자, 다가오는 자가 주성진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붉은 안광이 뻗어 나오는 모습은 가히 귀신을 연상시켜 무서웠지만, 주성진은 당당하게 그걸 받아 내고 있었다.

이때 강을동의 전음이 주성진의 귀에 꽂힌다.

?저자는 마풍이오, 청부살인을 일삼는 자인데 무척 무강이 고강하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게 저자는 몸을 숨기는 주술을 알고 있소이다. 싸우다 불리하면 은신하는 통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이오.

주성진은 콧잔등을 찡그렸다,

'그렇단 말이지. 강을동은 이미 저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군.'

?어떻게 저자가 다가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아, 그거… 나중에 이야기 해주겠소이다. 하하.

순간 그자의 입에서 메마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네놈이지?"

"내가 뭐?"

"후후, 네놈이군, 그럼 죽어라!"

마풍은 자세를 낮추고 두 팔을 내밀었다.

죽이자는 뜻이 명백한 행동에 주성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악질이군…….'

순간 마풍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의 권이 주성진의 가슴을 꿰뚫듯 뻗어 왔다.

주성진은 천천히 부드럽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산이라도 부술 것 같던 마풍의 권이 원 속에서 종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마풍의 얼굴에 경악이 서린다.

한편, 관전하던 강을동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야, 주성진이 무당파의 무공을?"

강을동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과거 일 때문에 일 년간 무당산에서 지내며 무당의 장법을 살폈는데 주성진이 펼친 수법이 특히 무당의 면장과 아주 비슷했다.

무당 면장의 특징은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무당파 무공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한번 펼치면 끊이지 않고 36 초식을 한꺼번에 펼칠 수 있는 연환장법이었다.

하여 쉼 없이 몰아치기에 상대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는 게 무당의 면장이었다.

하지만 주성진이 연속해서 장법을 펼치지 않자 조금씩 그의 자신감이 사라진다.

'어, 면장이 아닌가?'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주성진과 마풍은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아니야 면장인데?'

연환초식은 아니지만, 주성진이 계속 태극을 그리고 있었다.

다시금 주성진이 무당의 숨겨진 고수가 아니겠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당 사람이 뭐하러 장사를 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그가 주성진이 무당파이지 않을까 하고 집착하는 건 면장의 특징에 있었다.

'무당의 면장은 특급 고수도 흉내 내지 못한다고 들었어, 부드럽게 원을 만들어 상대의 공격을 분쇄하는 게 쉽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면장을 익히려면 반드시 무당파의 고유 심법을 알고 있어야 하거늘…….'

순간 주성진의 발길질이 마풍의 배를 노렸다.

공격을 달리한 거였다,

쉬지 않고 몰아치는 발길질을 마풍은 허리를 틀어 피하며 권을 날렸다.

양쪽은 서로의 급소를 노리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번에도 서로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팽팽한 국면이 전개되었다.

"이이이이!"

좀처럼 주성진을 쓰러트리지 못하자 분노한 마풍은 미친 듯이 장력을 날려 보냈다.

불꽃과 같은 열기를 담은 장법이었다.

구경하던 세 사람은 황급히 물러났다.

그러면서 주성진이 어떻게 맞받아치는지 궁금해 했다.

'또다시 면장을 시전할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강을동이었다.

하지만 주성진은 발길질을 멈추고 이번엔 주먹을 날려 상대의 장력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엄청난 장법의 폭풍 속에서도 전혀 물러남이 없었다.

펑펑펑펑!

두 개의 힘이 쉴 새 없이 충돌하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서로의 충돌한 진기가 주변을 휘몰아치자 마치 태풍이 불어 닥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조용히 있던 역산도가 왕천유에게 말을 걸었다.

"야, 엄청나군! 주성진의 무공이 명불허전인 건 익히 알지만, 저놈도 대단하네. 분하지만 내가 붙었다면 난 필패야."

"나도 마찬가지야."

한데 한참 동안 그대로 받아치던 주성진이 돌연 행동을 달리했다.

방어를 멈추고 그대로 마풍의 장법 속으로 몸은 던진 것이다.

"저런! 무모한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역삼도가 입을 벌렸다.

마풍의 공격권은 엄청난 열기와 파괴력이 휘몰아치는 죽음의 공간이었다.

죽으러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 수밖에 없었다.

하나 주성진의 보법은 놀라웠다.

마풍의 공격권 안으로 들어간 그는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에 뜬 작은 조각배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평생을 바다에 바친 솜씨 좋은 어부가 배를 몰고 험난한 바다를 헤쳐 나가듯, 장법의 힘에 이리저리 날려가는 것 같으면서도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거였다.

주성진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하하, 연습 상대로는 제격이군. 강한 압력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보법을 펼치는 걸 늘 시험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주성진이 이를 시험하고 싶은 건 단순했다.

관전하는 이들에게 보기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과시욕 같은 것일 수도 있었다.

'간다!'

주성진은 한순간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그리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마풍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한다.

너무나 빠른 주성진의 공격에 마풍은 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읔!"

얼굴을 찡그린 마풍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주성진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재차 공격하려 하자, 돌연 마풍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순간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는 듯했다.

'뭐야 저건? 내가 모르는 무공인가?'

주성진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그의 몸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일종의 호신기공인가? 역시 세상엔 내가 모르는 무공이 비일비재하단 말이야.'

퍽퍽퍽퍽!

주성진의 주먹이 쉴 새 없이 마풍의 몸을 두들겼다.

공격받은 마풍의 몸 부위는 움푹움푹 파이는 듯하다가 다시 부풀어 올랐다.

'허허, 이것 참! 적당히 해서는 안 되는군.'

주성진은 꽤 강한 힘으로 주먹을 날렸다.

쉭!

마풍은 가슴을 적중당하고 날아가 그만 나무에 처박혔다.

"크윽!"

순간 충격에 제법 굵은 나무가 '뚝'하며 부러져 버렸다.

마풍은 괴로워했다.

'제길, 반격 한 번 제대로 못 하다니…….'

그는 풍선처럼 부푼 호신기공을 펼치면서 계속 반격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거듭되는 공격에 반격의 기회를 놓쳐 버렸고 급기야는 자신의 호신기공이 깨지는 아픔에 직면한 것이었다.

'끝인가?'

구경하던 역산도가 중얼거렸다.

'무사하긴 쉽지 않을 거야.'

역산도는 시선을 거두고 왕천유게게 고개를 돌렸다.

"엇, 뭐지?"

왕천유가 소리치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자 자동으로 역삼도의 눈이 왕천유의 손가락 끝을 따라갔다.

손가락이 향한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 역삼도는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역삼도는 믿을 수 없는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주성진이 입을 열었다.

특별히 역삼도를 보고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허허. 호신보갑을 차고 있었군, 어쩐지 내 손맛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마풍은 호신기공도 모자라 몸속에 호신보갑까지 착용하고 있었던 거였다.

호신보갑은 겉옷이 찢어진 사이로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역삼도는 주성진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호신보갑 덕분이란 말인가? 그래도 그렇지, 저런 엄청난 위력의 장을 호신보갑으로 막아 낸다고? 이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강을동의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아무도 보지 못했다.

주성진은 일어선 마풍에게 말을 걸었다.

"운이 좋은 놈이군."

"……."

"뭐, 좋아……."

주성진은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목숨을 끊겠다는 듯 맹렬히 마풍을 덮쳐 갔다.

주성진이 공격을 늦춘 덕에 전열을 정비한 마풍이 지지 않고 권을 뻗었다.

그런데 마풍의 권이 기묘하게 움직이더니 어느 새인가 주성진의 등을 후려쳤다.

퍽!

"어라! 휘어지는 권이라."

주성진은 씩 웃으며 자신도 가능한 수법이 있음을 머리에 떠올렸다.

본인이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망각한 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