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상인-151화 (151/250)

151화 흑룡가의 무사들을 격파하다

주성진이 달려나가자 그들이 암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음, 또 마린화인가……?'

주성진은 한번 경험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해서 이번엔 피하지 않고 검으로 쳐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센 바람 소리와 비단 폭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성이 고막을 때리자 생각을 달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쇄애액……!

'어어! 이거 뭐야, 아까와 다르잖아! 일단 피하고 보자.'

위력과 속도 면에서 좀 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었다.

주성진이 피할 공간까지 염두에 두고 암기를 날리고 있었다.

'고단수군. 저들은 특정 지역을 목표로 암기를 날리고 있어. 물론 특정 지역에 나도 포함되겠지만…….'

주성진은 피하기가 어렵게 되자 애초에 생각한 것처럼 눈앞에 닥쳐오는 암기를 쳐내기로 했다.

시간이 좀만 더 있어도 암기들이 아예 접근 못 하게 할 수도 있었다.

물론 엄청난 공력 소모가 뒤따르겠지만.

공간을 장악하는 수로…….

하나 주성진은 처음부터 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혹여나 있을 변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주성진이 파악한 마교도들의 수는 대략 스무 명이었다.

하지만 주성진의 이목을 속이고 완벽하게 기척을 숨긴 자가 있다면 분명 그자는 초고수가 분명할 것이었다.

그런 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공력 소모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주성진의 손이 빠르게 돌아갔다.

본인의 미간을 향해 짓쳐 들던 암기가 주성진의 검에 맞고 갈라졌다.

싸악!

'일단 하나는 막았고, 엇 뜨거!'

주성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갈라진 암기가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던 거였다.

그냥 단순히 불똥이 튀었다면 주성진의 눈이 동그래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갈라져 땅에 떨어진 암기가 주성진의 키만큼의 높이로 화염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조화야! 아, 그렇구나, 그래서 암기의 가운데에 불꽃 인(燐)이 들어간 거였어.'

사실 주성진은 책에서 마린화를 보았을 때 암기의 이름치고는 특이하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하나, 책에서는 더는 상세한 설명이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었는데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진 거였다.

주성진이 당황해하자 적의 우두머리는 환호하며 그의 부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하하, 놈이 곧 불타서 사라지겠군……."

"그럼요. 꺼지지 않는 불, 마린화 아니겠습니까? 뼈까지 녹아 버릴 겁니다, 하하."

"죽은 인간의 뼈가 마린화의 주재료라는 걸 저놈에게 알려 주어야 하는데 아쉽군."

하지만 그들의 미소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주변이 불바다가 되었건만 그 속에서 주성진은 멀쩡한 것이었다.

마치 불길이 주성진만 피해 가는 것 같았다.

주성진은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공의 성질을 바꾸니까, 불이 붙지 않는구나.'

지금 주성진의 내공은 마치 열화공과 유사했다.

그러니 지금의 그에게 불이란 마치 친구와 같은 거였다.

신기하게 겉으로 보기엔 불길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주성진은 적이 은신한 집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는가 싶더니, 돌연 속도를 높여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적의 진영에 혼란이 일어났다.

주성진은 좁은 실내 공간을 감안해 검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는 또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었는데 자칫 왕천유와 그의 부하가 자신이 휘두른 검에 다칠까 우려한 것이었다.

잠시 주변을 보느라 주춤한 사이 적들은 혼란을 수습하고 주성진을 포위하려 들었다.

'음, 도대체 왕천유는 어디에 있는 거야…….'

주성진이 얼굴을 찌푸린 사이, 적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오더니 주성진에게 달려들었다.

휙!

그는 주성진이 도망갈 수 있는 방위를 차단하며 바싹 다가들어 턱을 강타하려 들었다.

이에 주성진은 고개를 젖혀 급히 그의 손을 피했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바람 소리가 턱밑을 지나 위까지 올라갔다.

'음, 접근전에 강한 놈이다. 누구지? 우두머리일까……?'

주성진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주성진의 턱을 지나친 적의 팔이 갑자기 굽혀지면서 주성진의 안면을 찍어 갔다.

주성진은 빠르게 손바닥을 위로 올려 막았다.

그러자 적은 팔꿈치에 힘을 줘 아래로 당겨 누르는 동시에, 검지와 중지를 구부려 주성진

의 두 눈을 후벼 파려고 했다.

'저놈 봐라, 내가 막는 수를 예상하였군, 주변 상황이 썩 좋지 않지만 오랜만에 박투를 펼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주성진이 왼손을 올려 상대의 손가락을 걷어 내려 하자, 상대도 왼손으로 주성진의 손을 잡아갔다.

둘의 양팔이 기묘하게 뒤엉켰다.

사실, 주성진이나 적이나 그 정도 고수들이 몸을 딱 붙이고 근접전을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육박전을 꺼린다기보다는 굳이 육박전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묘해 둘은 엉겨 붙어 싸웠고, 팽팽한 대치가 한동안 이어졌다.

주성진은 내공을 좀 더 끌어 올리며 반격에 나섰다.

먼저 그는 가공할 힘으로 적의 손을 밀어 냈다.

그리고 오른발을 들어 적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상대는 급히 손을 풀고 상체를 비틀었다.

퍽!

그러나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를 걷어차이고 말았다.

어마어마한 통증이 옆구리를 강타했다.

"으으윽!"

고통 때문에 저절로 구부려지는 허리를 억지로 펴며, 상대는 지풍을 쏘아붙였다.

쉬이익!

'저놈 봐라, 지풍을 날린다 이거지…….'

주성진은 빠르게 한쪽 다리를 옆으로 뻗으며 지면을 미끄러져 갔다.

곧이어 다른 다리를 옆에 척 갖다 붙이자 원래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 빠른 움직임에 원래 주성진이 서 있던 곳에 잔상이 남아 있었다.

상대의 지풍은 그 잔상을 흐트러뜨리며 지나갔고, 이형환위로 지풍을 피한 주성진은 곧장 상대에게 쇄도했다.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되었고 주성진은 줄기차게 공격을 이어갔다.

상대는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방어를 하는데 급급했다.

순간 또 하나의 그림자가 기척도 없이 움직여 주성진의 뒤를 덮쳤다.

'음, 암습이군, 뭐 그렇게 치사하게 나온다면야 할 수 없지, 나도 속전속결로 끝내 버리겠어.'

주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일대일 접근전을 즐기고 있다가, 또 다른 적의 기습을 보며 현실을 자각한 것이었다.

'쳇, 그럼 그렇지, 싸움에 낭만이 어디 있어…….'

주성진은 실망을 떨쳐 버리고 암습한 자를 상대하기 위해 공격하던 손을 거뒀다.

그 덕에 정신없이 몰렸던 상대는 잠시 여유를 되찾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휴…….'

상대는 우군이 도와주려 한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도 한편으로는 좀 아쉬웠다.

명확하게 주성진과 싸움의 성격을 결정하고 맞붙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일대일 싸움에 심취해 있었던 거였다.

주성진은 자신의 등이 서늘해지려고 하는 찰나 몸을 휙 돌렸다.

그리곤 진기를 좀 더 끌어올려 암습하는 또 다른 적을 향해 나아갔다.

꽝!

태산도 밀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일체의 기교를 배제하고 내력을 고스란히 밀어 낸, 다시 말해 단순하지만, 위력적인 수법이 맞부딪치자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엄청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사나운 경풍이 미친 듯이 주변을 휘몰아쳤다.

주성진을 포위하고 있던 적들이 포위망을 유지하지 못하고 벽까지 주르륵 밀려 나갔다.

이는 주성진도 예상 못 한 결과였고 동시에 주성진은 자신의 뒤를 공격한 자가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음, 처음 붙은 자보다 고수군. 그래도 얼굴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것을 보니, 좀 전 충돌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야. 그렇다면…….'

주성진은 재차 강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휙!

휘몰아치는 내가 경력에 공기가 천 조각처럼 찢겨나간다.

찌지직!

이에 상대는 커다란 위협을 느끼고 젖 먹던 함을 다해 쌍장을 펼쳤다.

우르르릉!

연이어 장력을 발출하는 상대의 손에서 뇌성벽력이 일었다.

'대단한데, 그렇다면!'

순간 주성진의 주먹에서 권강이 생겨났다.

꽈아앙!

주성진은 상대의 장력을 뭉개 버리려고 현란한 보법을 밟으며 빠르게 접근했다.

상대가 뒷걸음치자 그 순간 주성진의 주먹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파란빛이 상대에게 쏘아져 나갔고 결국엔 암습한 자의 가슴까지 꿰뚫고 말았다.

"아아악!"

상대는 구슬픈 비명을 토해 내며 주성진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에는 좀 전 장면들이… 마치 시간이 정지한 상태에서 느릿느릿 벌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곤 얼굴을 아래로 떨어트리더니 결국 그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쿵!

"아아, 대장님!"

비통한 고함이 뒤를 이었고 그들의 분노가 강한 살기로 뒤덮이는 순간.

주성진의 신형이 한순간에 흐릿해지더니, 그들에게 나타났다.

연이어 열 손가락에서 지풍이 발사되었고, 단 두 번의 떨침으로 적들 모두가 바닥에 누워 더는 일어나지 못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그는 최초로 주성진과 대결을 펼친 자였다.

그는 경악했다.

'아아. 저게 저자의 참모습이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겁 없이 내가 덤볐었구나.'

그는 염화경이 주성진을 상대하다 죽었을 때 주성진의 가공한 무공을 믿지 않았었다.

왜냐면 염화경이 마기의 운용을 잘못해 주성진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한 거였다.

그 이면에는 금강마문체가 절대로 허무하게 깨질 리 없다는 믿음이 굳게 깔려 있었다.

어쨌든 여전히 그 믿음은 변함이 없었지만, 주성진이 엄청난 무공을 감추고 있었다는 건 그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그는 자신의 몸이 마비됨을 느꼈다.

"아아!"

주성진이 허공을 격해 그를 점혈한 건 그를 통해 상황을 알고 싶어서였다.

주성진은 체념한 듯 보이는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소속과 이름을 말해라! 얼굴 부위는 점혈하지 않았다."

"날 살려 줄 것이냐?"

"살고 싶으냐? 그러면 고분고분 말해라, 패자 주제에 목소리에 날이 서 있군, 후후."

그는 내심 아차 싶었다.

"살려 주시오, 난 고향에 돌아가서 반드시 할 일이 있소이다. 아. 나는 임윤발이고 흑룡가 무력부 삼 대 부대장이오.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건 내가 죽으면 대가 끊기기 때문이오. 게다가 난 흑룡가의 소 가주를 싫어하오, 그는 나의 형님을 패 죽인 장본인이오!"

주성진은 그의 입에서 한때 마교 제일 가문인 흑룡가가 거론되자 눈살을 찌푸렸다.

요즘 자주 듣는 가문으로 그들은 총무련의 질서에 반기를 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뭐야, 또 흑룡가인가?'

"흑룡가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총무련에 반기를 들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한데 신강에 있어야 할 그대들이 안휘성까지는 왜 온 것이지?"

"그건 여기가 과거 흑룡가의 전초기지였기 때문이오. 여기를 다시 접수하려고 왔는데 엉뚱한 놈들이 제집인 양 차지하고 있었소이다. 그게 다 우리가 설치한 기문진이 부분 파손되어서 그리된 것이오."

주성진은 그가 말한 집단이 황하방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말한 기문진이 안개를 일으키는 진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고.

"황하방의 수적들은 어떻게 했나?"

"모두 죽였소. 배는 강에 수장시키고……."

"혹 그러면 내가 나타나기 전에 여기에 온 자들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