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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45화 (145/250)

145화 드러나는 음모 (3)

주성진은 망설였다.

하지만 기대에 찬 그녀의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자니 차마 거절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사실 주성진은 한꺼번에 많은 암기를 날려 본 적이 없었다.

'음, 천상 이기어검술을 응용해야겠구나. 비도에 내 의지를 담아야겠어.'

그 순간 양은지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잘하면 이번 기회를 통해 실마리를 엿볼 수 있을 거야. 그가 이기어검의 고수로 소문나 있으니…….'

그녀는 이론으로만 존재하고 아무도 펼치지 못했던 마지막 초식을 자신의 손으로 꼭 펼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막막했다.

사망비의 마지막 초식은 일종의 비도술인데 끈이 달리지 않은, 오직 진기로만 움직여야 했다.

사망비는 운남에서 알아주는 고수인 마혁마의 무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려 이백 년 전의 인물이었다.

사망비의 입수 경위는 양은지의 죽은 사부가 의뢰를 받아 운남을 갔다가 그의 비급과 비도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그 후 그녀의 사부가 간직하고 있다가 죽기 얼마 전 양은지에게 전해 준 무공이었다.

사실 그녀의 무공이 일취월장하게 된 건 사망비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의 죽은 사부가 격체전력으로 전 공력을 물려주었고 그 외 절기들을 시범을 보이며 친절히 전수해 준 덕이었다.

어쨌든 그 후 그녀는 독학으로 사망비를 열심히 익혔고 기분이 고조될 때마다 암기술을 펼치곤 했다.

양은지는 긴가민가했다.

'과연 주성진이 펼칠 수 있을까? 초고수이니 가능할지도 몰라. 아니, 내가 엄청난 노력을 들여 익힌 건데 절대 흉내조차도 낼 수 없을 거야. 세상에 그 누가 무공을 한 번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게 가능하겠어. 무공이라는 것은 그저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 감추어진 내공의 운용이 관건인 것인데…….'

주성진은 36개의 비도를 건네받은 후 무게를 익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볍게 몇 번 허공으로 던졌다 받기를 반복했다.

주성진은 짧게 중얼거렸다.

'가볍네. 차라리 잘되었어.'

주성진은 한꺼번에 많은 암기를 던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무게감이 적은 암기가 손목에 무리도 가지 않고 편하긴 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암기는 표적을 맞히기가 쉽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엉뚱한 곳으로 날라 가기 일쑤고, 가벼워서 먼 거리를 날리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일반 무사에게 해당하는 것이고 주성진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이기어검으로 불리는 진기 조정술이었다.

주성진은 암기를 던질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일행들의 시선이 모두 주성진에게 향했다.

전에 양은지가 펼친 것을 본 적이 있는 강국영은 얼굴 가득 불신의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가 초고수라고 할지라도 절대 양은지처럼 하지 못할 거야. 그나저나 주성진이 화가 나지 않았으면 … 얼굴은 평온해 보이지만 양은지의 돌발 행동 때문에 화가 잔뜩 났을지도 몰라. 이제 막 그와 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일을 시작하려 하는데, 찬물을 끼얹어도 유분수지. 쯧쯧.'

더구나 시점도 아주 좋지 않았다.

언제 휘주상단의 상단주와 표국주가 나타날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주성진은 양은지의 돌발 행동에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타난다면 자신이 이런 행동을 보여 주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양은지의 요청을 넙죽 받아 줄 생각은 없었다.

'술이 확 깨게 간담을 서늘하게 해야겠어.'

스르륵!

주성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얍!"

우렁찬 기합을 내지른 그가 땅을 힘껏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3장 가까이 공중으로 치솟은 그가 몸을 회전하기 시작했다.

"헉, 앗……."

"이야, 멋있다……."

다양한 반응이 사람들에게 나왔다.

주성진의 멋진 도약과 전광석화 같은 빠르기, 그리고 우아한 회전까지.

하나 놀라기는 아직 일렀다.

주성진이 품속에서 비도를 꺼낸 것이다.

쌔애액!

귓가를 가로지르는 쇳소리와 함께 중인들은 등골로 싸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하늘이 새카만 비도로 뒤덮였고 동시에 양은지의 얼굴색이 새파랗게 변해 버렸다.

36개의 비도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가 싶더니 일제히 그녀에게 몰려온 탓이다.

'아아, 번개가 내려치는 것 같아.'

그녀는 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순간 몸이 굳었다.

그저 그녀가 할 수 있는 동작은 눈을 감는 일뿐이었다.

탕탕탕!

동시에 비도들이 땅에 틀어박혔다.

그녀의 주변에는 빽빽이 떨어진 비도들로 가득했다.

주성진의 얼굴에 짓궂은 웃음이 번져 나간다.

'간담이 서늘했겠지. 그러니 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은 건드리냐고! 하하, 아무튼 좋은 경험이다. 36개의 비도에 내 의지를 담을 수 있는 걸 확인했으니. 물론 가까운 거리라는 건 감안해야겠지만…….'

주성진은 차후 비도 말고 작은 구슬을 암기 대용으로 가지고 다닐 생각을 했다.

'그렇군. 목에 걸면 되겠어. 목걸이처럼… 다수의 인원을 상대하기에 적합할 것 같아. 기선 제압용으로 아주 좋을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화려하게 몸을 회전시키고는 바닥에 착지했다.

하지만 이미 얼이 빠져 버린 양은지는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여전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기에…….

"눈을 뜨시오, 소저!"

그녀는 슬그머니 눈을 뜨고는 자신을 에워싸듯 땅에 박혀 있는 비도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아, 이럴 수가…….'

그녀는 주성진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주성진이 던진 비도가 틀어박힌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완벽하다…….'

그 순간 주성진의 말이 그녀의 귓전을 스쳐 지나갔다.

"소저, 괜찮습니까?"

"아. 괜찮습니다."

황급히 정신을 추스른 양은지는 경이로운 표정으로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저. 어떻게 펼쳤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기어검술을 응용해 봤습니다. 제가 죽었다 깨어나도 소저처럼 암기술을 펼치는 건 불가능하기에……."

그녀는 주성진이 나중에 말한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정말 이기어검술을 응용했다고요?"

"하하. 비도에 생명력을 부여했다고나 할까요. 제 의지를 비도에 담았답니다."

"그러니까 전설의 암기술을 펼쳤다는 거네요?"

주성진이 눈을 깜빡였다.

"전설의 암기술이라니, 그게 뭡니까?"

"금방 본인 입으로 말씀하셨잖아요. 각각의 암기에 생명력 부여한 거요. 그게 전설의 암기술이랍니다. 비슷한 예로 당문의 만천화우가 있고요. 물론 그것도 12성 경지에 도달해야 하지만……."

"아, 그렇군요. 전설의 암기술……."

양은지가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솔직히 두려움에 마지막 순간에 눈을 감아 버렸지만 저는 이 광경을 꼭 보고 싶었어요. 왜냐면 사망비의 마지막 초식이 비도술이었거든요.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깨친 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를 통해 사망비의 마지막 초식이 시현되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군요."

"네. 왜냐면 과연 펼쳐질지 확신이 들지 않았거든요."

"그래요. 이제 보았으니 열심히 수련하십시오. 하하."

주성진이 이야기를 끝내려 하자 미련이 남은 양은지가 그를 붙잡았다. 엉겁결에 주성진의 허리춤을 붙잡은 그녀가 무안한 듯 이내 손을 풀어 버렸다.

"왜요?"

"주 상단주님. 어떡하면 이기어검의 고수가 될 수 있나요?"

주성진은 가끔 그런 질문을 받았지만 시원하게 답을 해 줄 수는 없었다.

그건 이기어검이 깨달음의 무학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높은 공력이 뒷받침이 안 된다면 깨달음 가지고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설명하기 난감했다.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이야기 끝에 가면 이런저런 질문과 동시에 질투 섞인 반응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아휴, 거절하기도 그렇고. 뭐 좋은 수가 없나.'

그 순간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그래, 줄 달린 비도를 예시로 들면 되겠구나. 내가 생각해도 그럴듯한 방법이야.'

"소저, 진기를 줄이라 생각하고 연습을 해 보세요. 보이지 않은 무형의 끈이 자신의 비도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한결 편할 것입니다."

"오… 그런 방법이 있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갈 길이 요원할 것 같습니다. 공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러면 우선은 공력을 늘리십시오. 이건 제 경험인데. 공력이 늘면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도 '한번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변하더라고요."

양은지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아, 그렇군요. 혹시 비도술 대신 허공섭물을 연습하면 어떨까요?"

"아, 그것도 방법입니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진부한 질문이지만 공력을 늘리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주성진은 싫은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기연이 있으면 좋겠지요. 가령 영약이나 영초나, 영물을 구하는 것이죠. 또 하나는 몸의 혈도가 시원하게 뚫려야겠지요. 가능하면 미세 혈도까지……."

"상단주님의 경험인가요? 아니면 그저 책에 있는 내용인가요?"

"둘 다입니다. 하여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니 분투하십시오."

주성진의 말은 양은지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듣는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 ? ? * ? ? *

한편 시간을 거슬러 반 시진 전, 잠을 못 자 눈이 퀭한 곽천일과 서욱이 다시 마주하고 있었다.

"형님. 일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어찌합니까?"

"또 그 소리인가. 우리가 이리 모인 건 특단의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 아닌가. 잘 좀 생각해 보게, 동생."

"특단의 대책이라, 도저히 생각나는 게 없으니, 그것 외에는……."

서욱이 곽천일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제발 정신 집중 좀 해 보게. 동생이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야. 우리 둘은 그렇다 쳐도 자식들은 어떡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번 찬찬히 복기부터 해 보죠. 형님도 그렇게 있지 말고 좋은 생각이 있으면 지체 말고 말해 주세요."

"그러세. 후, 완벽했다고 자부했건만 왜 일이 실패로 돌아갔는지……."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건 믿을만한 이야기이겠죠?"

서욱이 고개를 끄떡였다.

"목격자가 일반인들이라 신빙성이 좀 떨어지지만 분명 그 자리에 절정의 고수들이 있었던 모양이야."

"알겠습니다. 형님이 신뢰하던 자객들이 맥을 못 추었으니 그런 거로 치죠. 한데 말입니다. 저는 접객당주가 그 시각에 술에 곯아떨어졌다는 게 영 믿기지 않습니다."

"음, 그가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는 인물인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접대하는 자리인데……."

곽천일은 얼굴을 찡그렸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앞으로 그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다시 돌고 돌아 육선문의 그자들이 문제군요. 그자들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분명 요동살수문의 자객들이 모용세가의 무공을 펼쳤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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