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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41화 (141/250)

141화 휘주상단 (4)

악일군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지만, 그는 절정의 고수답데 주성진이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섭섭하거나 자괴감이 들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그 점이 고마웠다. 자신이 원 없어 공격할 수 있으니까…….

비무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결이 과열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상대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역으로 본인이 다칠 수도 있었다.

해서, 보통의 친선 비무에서는 그런 것을 매 순간 신경 써야 하기에 실전처럼 본인의 모든 것을 쏟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비무는 달랐다.

주성진이 실수하지 않는 이상 본인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낼 것이라 그는 굳게 믿고 있었고, 그렇다 보니 실전처럼 그는 마음껏 데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얍!"

쒜애액!

드디어 악일군의 검 끝에서 최절초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껏 펼쳐 왔던 것과는 격을 달리하는 위력적인 검기였다.

이번만큼은 주성진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날카롭고 강한 기세였기 때문이었다.

나뭇가지로 급조한 목검에서 쉽사리 나올 수 없는 위력이었다.

주성진은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대단하군, 그러면 난 어떻게 할까…….'

주성진은 그동안 갈고 닦은 검막을 펼치기로 했다. 어설픈 검막 때문에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굳이 검막을 펼칠 이유가 있는지 상대에게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성진은 개의치 않았다.

'제대로 펼쳐보자고, 이번에는.'

악일군의 검이 공간을 가르며 가차 없이 뻗어져 나오다가 주성진의 검벽에 부닥쳤다.

꽈꽈꽝!

악일군의 눈썹이 휘어졌다. 마치 철벽에 부딪친 느낌이 들었던 거였다. 심지어는 아픔까지 수반했다.

'음, 손목이 얼얼하군, 도저히 그를 방법이 없구나.'

악일군이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그만하지요.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하. 그럴까요."

"누가 지었는지 검호상인라는 별칭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주성진은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이제 내려갈까요."

"아, 그래야겠군요."

다시 마당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끊겼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악일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휘주상단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관심이야 많지요. 저의 상단과 합치면 명실상부한 중원 제일의 상단이 될 텐데, 누가 그걸 마다하겠습니까? 중월제일 상단이 된다면 그 이름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당연히 매출 증가가 수반될 것이고요."

"그야 당연한 말씀입니다. 아, 그럼 이번에 휘주상단을 온 건 그런 목적 때문에?"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습니다만, 사실 그보다는 제 눈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지요. 마침 합법적으로 육선문의 일행에 합류할 기회가 생겼고."

주성진은 적당히 둘러대었다.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육선문과는 어떻게 인연이 된 건가요?"

"상행을 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육선문에 좀 도움을 주었지요. 하하."

주성진은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된 것이랍니다."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모용세가가 당장은 휘주상단에서 철수하지 않을 겁니다. 그 사이 저희는 시간을 벌고 작전을 가다듬어야겠지요. 예기치 않은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저도 우군을 데려와야겠지요. 저 혼자 모든 걸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

악일군은 고개를 끄떡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모용세가에서 재산을 빼돌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강제로 말입니다."

"당연히 대비해야겠지요. 제가 생각 좀 해서 서신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희도 나름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한데 그러려면 중간에 연락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려면요."

주성진은 순간 몇몇 인물이 떠올랐다. 그들은 양일동과 염옥매 그리고 강국영과 양은지였다.

'그래, 그들을 활용하면 되겠군. 북경까지 데려갈 필요 없이 여기에서 활동하라고 해야겠다. 그들도 일감이 생겼으니 좋아할 테고.'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혹 무공은요?"

"당연하지요. 하하."

* ? ? * ? ? *

한편 그 시각 휘주상단의 상단주와 총국주가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상단주 곽천일이 차를 훌쩍 마시고는 서욱 총국주를 바라본다.

"형님, 이제 슬슬 우리의 세상이 오려고 합니다."

직급상 상단주가 위였으나 그는 서욱 총국주에게 형님이라 칭하고 있었다. 둘 사이의 관계가 형제처럼 끈끈하다는 걸 의미했다.

"이런 세상이 조금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텐데, 우린 이제 흙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으니……."

"에이.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장수하면 되지요. 뭐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자식들이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대손손 말입니다."

"그건 동생의 말이 맞아. 그나저나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여전히 우려가 생기는군. 부 상단주 그자의 말을 믿어도 될까? 나라에서 상단과 무림 세력과의 결탁하지 못하게 한다는 그 말 말이야."

곽천일이 서욱을 바라본다.

"형님도 참… 걱정이 많으면 병이 생기는 법입니다. 사실 부 상단주의 말이 아니어도 제가 권세를 쥐고 있는 자들에게 은연중 그런 말을 퍼트렸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나선 건 아니고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형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알지, 그리고 서서히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간다는 것도. 그렇다 해도 모용세가는 모용세가 일세.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는가! 모용세가의 그 엄청난 노괴물을… 동생은 무공을 익히지 않아서 실감이 나만큼 덜 날지 몰라도 나는 그자를 대면하고 한 달 동안 끙끙 알았다네."

"늙지도 죽지도 않는 그놈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자일까요?"

서욱이 콧잔등을 찡그린다.

"아마 그 노괴물은 반로환동한 자일 거야."

"반로환동을요? 그렇군요. 하지만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나라와 싸워서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는 법이니까요."

"뭐, 그건 그렇지, 아참. 부 상단주 그자는 믿을 만한 자인가? 내가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자라서 말이야."

곽천일이 빙그레 웃는다.

"그자는 뼛속같이 상인이지요. 그의 능력도 탁월하고요. 하나 그가 설사 저와 형님께 반감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대세를 거를 수 없을 겁니다. 우리에겐 그들을 제압할 무력이 있지 않습니까. 형님이 남몰래 키워온……."

"그건 그렇긴 하네만 나중에 우리 세상이 오면 미심쩍은 자들은 모조리 찍어내자고."

"하하. 그건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그가 노회한 상인이라면 저도 그에 못지않지요. 아무튼, 오늘 거사가 잘되기를 바랍니다."

서욱이 얼굴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나중 일은 모르겠고 오늘의 거사에 국한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네. 욱선문의 대가리 몇 놈들이 무공이 뛰어날지 몰라도 나와 협정을 맺은 자들의 무위를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야."

"요동살수문을 굉장히 신뢰하는군요. 그들을 어떻게 만난 겁니까? 저에게 자세히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아, 그런가… 난 이야기한 줄 알았는데. 뭐 표행을 하다가 만났지. 그자들은 원래 살수들은 아니었어. 한데 과거 요동 제일 살수의 비급을 입수하고 나서는 살수로 업을 전환했지. 그들은 장차 중원으로 진출할 꿈을 가지고 있어. 아마 오늘 일이 그들에게도 중요한 날이지."

곽천일은 고개를 끄떡이며 서욱을 바라보았다.

"그자들이 배신하지는 않겠지요?"

"이봐, 그건 나를 못 믿는 것과 진배없다고. 그들이 절대 딴마음을 먹을 리 없어."

"알겠습니다. 그런다고 해도 살수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게 저의 마음입니다."

서욱이 고개를 흔들었다.

"독버섯은 아무리 없애려 한다 해도 늘 자라나기 마련. 그리고 그들이 없다 해도 중원에는 자객단들이 많아. 그자들이 중원에 진출한다고 하등의 영향이 없다는 뜻이지. 뭐 동생의 바람대로 그들이 중원 살수들의 숫자는 줄일 수 있을 거야. 상대를 죽여야 그들이 크는 법이니까."

"알겠습니다. 오늘 일이 성공하면 난리가 나겠지요?"

"그럼, 모용세가는 궁지에 몰릴 거야. 그리고 동생이 알아야 할 것은 요동 살수들이 모용세가의 무공을 알고 있다는 점이지. 뭐 상급의 무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무공들이라고. 모용세가를 배신한 자가 요동살수문에 투항하면서 그때 무공도 전해졌다고 알고 있어."

곽천일의 표장이 환해졌다.

"하하, 그렇군요. 아주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형님, 그 이야기는 왜 저에게 하지 않았습니까?"

"이 사람아.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야 하겠나. 상단주 당신은 그저 장사만 잘하게, 무력에 관한 것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도 노괴물을 두려워하는 겁니까?"

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늘 두려움의 대상이지. 오늘 일이 잘되어도 우리는 계속 긴장의 끈을 계속 놓치면 안 되네, 알겠나?"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모용세가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야겠습니다. 뭐 그들 덕에 이 자리에 올랐지만요."

"그거야, 그들이 동생과 나를 이용한 거지, 그들에게 고마워 할 것까진 없어."

곽천일은 남아 있는 차를 훌쩍 마시더니 돌연 인상을 쓴다.

"요 최근에 실패한 일과 관련된 인물이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왜, 사천에서 비단 획득에 실패한 일말입니다."

"아. 그 일! 나도 장사하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그자가 사천상단의 상단주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더군. 확실한 정보인지 아직 확인을 더 해야겠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 앞으로 면밀하게 그자를 주시해야겠어요. 그나저나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사천상단의 상단주가 되었는지 말입니다."

서욱은 기다란 수염을 매만지다가 입을 열었다.

"그 뒤에 큰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뒤에 모용세가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곽천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아, 그렇군요. 제가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형님 대단합니다. 그런 생각을 다 하시다니……."

"글쎄, 오늘따라 머리가 잘 돌아가는 군. 한데 내 말이 신빙성이 있긴 있는 건가?"

"그럼요. 아마 그의 뒤에 엄호하는 세력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러니 경계를 해야겠지요. 저희와 협약한 자들을 움직여서 사천상단을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무림세력이 사천상단의 뒤에 있다면 나라로부터 철퇴를 맞을 겁니다. 모용세가처럼."

그들은 아직 부 상단주가 획득한 정보를 모르고 있었다. 잘못된 이해가 더 큰 오해를 부르고 있었다.

"동생의 머릿속에서 그 일과 그자를 항시 생각한 모양이야. 그러니 갑자기 생각난 거 아니겠어?"

"저는 갑자기 부상하는 자들이 항상 신경이 쓰입니다. 그들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다른 거대 상단이야 너무나 뻔히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들도 어느 정도 우리를 파악하고 있겠지만요."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알아보는 게 좋겠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아니겠나?"

곽일천이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입니다. 계속 살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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