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상인-136화 (136/250)

136화 위기일발

그녀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호호, 당연히 풀어줄 거예요. 그대가 도와준다고 했으니……."

"음, 시일이 오래 걸리지는 않죠?"

"반나절이면 충분해요. 아 그전에 몫을 정해야겠군요. 내가 8할을 먹고 그대가 1할을 가져가세요."

주성진은 빙그레 웃는다.

'양심이 약간은 있나 보군. 1할은 준다는 걸 보니…….'

"알겠습니다. 단 금괴에 한해서입니다."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요. 다른 귀중한 게 발견되면 그건 각자의 몫이죠."

"아. 한데 1할은 누가?"

"그야 낭인회에 주어야겠지요. 저들이 싫다면 할 수 없고."

잠시 후 주변을 정리한 일행은 목옥의 지하로 내려갔다. 주성진은 문제의 안찰사 아들과 대면했다.

"반갑습니다. 주성진이라 합니다."

"하하, 양일동이라 합니다."

"저, 암문을 해독하셨다고 했는데 그 방면에 전문가가 또 있습니까?"

양일동은 곧바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요. 중원이 얼마나 넓은데 저 혼자이겠습니까, 한림원에도 여럿 있고 재야에도 다수 있습니다. 한데 그걸 왜 물어보는 겁니까? 무슨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혹시나 해서요. 비슷한 지도가 여러 장일 수도 있기에."

"그러니까 염 누님이 차지한 것 말고도 지도가 여럿이 있을 수 있다. 그 말인가요?"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

"음, 어쩐지 최종적으로 지도가 가리킨 곳이 산속 지하라는 게 좀 의아했어요. 저와 누님은 여기 목옥을 발견하고 이곳에서 작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혹 다른 이들은 다른 장소를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혹 누군가의 장난일 수도 있으니까요."

양일동은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런 일을 꾸미는 걸까요?"

"모르죠. 아, 한 가지 생각났어요. 누군가 살수들의 씨를 말리려고 의도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도 모르죠."

그러자 염옥문이 고개를 흔든다.

"에이 그건 비약이 심한 것 같은데요."

이때, 양일동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주성진에게 되물었다.

"그러면 여러 장의 지도가 의도적으로 살수문에게 배포되었다는 말인가요?"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뭐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동시에 배포되었을 수도 있고, 시차를 두고 배포될 수도 있고, 하여튼 금괴를 차지하기 위해선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겁니다."

"죽음의 함정 그런 것이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 한 몸을 건사할 수 있으니까요."

"무공을 배웠습니까?"

양일동이 고개를 끄떡였다.

"금석문을 연구하다 옛 무공을 발견해서 익혔답니다. 모자라는 부분은 무관에 가서 배웠고요."

"음, 무공을 익힌 티가 나지 않는데 말입니다."

"아, 그게 유가문의 특징이지요. 은밀하고 티가 나지 않습니다."

* ? ? * ? ? *

굴을 파서 도착한 곳은 거대한 지하 광장이었다.

'뭐야.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르잖아.'

주성진의 생각이 전염되었을까?

횃불을 치켜든 나머지 일행들의 모습에서도 실망감이 역력히 묻어났다.

거대한 지하 광장은 모두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공방의 장인이 가공을 해도 그렇게 하지 못할 정도로 티 한 점 없이 너무나 매끈했다.

주성진은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모두 헛고생한 것 같습니다. 금괴는 고사하고 흙 부스러기도 하나 없어요."

"음, 그렇긴 한데, 그래도 조사는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령 동굴 벽 속에 감추어 두었다든지, 아니면 천장에……."

주성진은 염옥매를 바라보았다. 얼굴 한 가닥에 미련이 가득 남은 모습이다.

"조사해서 금괴가 나오면 다 가지십시오. 제 생각에 누군가 금괴를 숨겼다면 함정도 설치해 놓았을 겁니다."

가뜩이나 확률이 떨어지는 데다 함정까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그녀의 의욕이 급격히 꺾였다.

더구나 천장은 꽤 높아 조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럼, 철수해야 하나요?"

"저라면 철수하겠습니다."

"휴, 그러면 철수 하죠."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이며 잠시 지하 광장이 자연적으로 만들어 진 건지, 인공을 가미한 건지 생각해봤다.

'음, 모르겠어. 손을 댔다고 해도, 표면을 이렇게 매끄럽게 처리할 이유가 있었을까? 그 자체로 엄청나게 힘든 일이기도 하거니와 무슨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광장 외벽의 표면에 공을 들일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 순간 자신이 염옥매에게 말한 함정이라는 단어가 다시 머리에 맴돈다.

'아, 함정! 여기 전체가 함정이라면… 가만 그렇다면…….'

순간 그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한다.

'만약 광장 전체가 지하수로 같은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통로가 보이지 않지만 높은 천장이나 천장 옆의 벽면에 숨은 구멍이 있을 지도 몰랐다.

"빨리 돌아갑시다."

주성진의 외침에 일행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한편 지하 광장 위에서 주성진과 일행들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그들은 작은 구멍을 통해 상황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중에 누군가가 말을 꺼낸다.

"음, 저 연놈들은 살수 같이 보이지 않는데 어떡하지? 죽일까, 말까?"

그러자 옆에 있던 자가 응수한다.

"어떡하긴. 사지에 들어온 이상 살려두면 안 되지. 다른 쪽의 움직임은 없나?"

"아직은… 신마단에 지도를 뿌렸는데 엉뚱한 것들이 걸려 들었네, 아, 신마단 놈들이 변장했을 수도 있겠구나."

"신마단이든 신마단이 아니든 저 연놈들을 빨리 수장시키고 고기나 구워 먹자. 배가 든든해야 무공 수련도 잘 될 거야."

이야기를 듣던 상대가 툴툴거린다.

"명색이 우리가 사령문의 후예들인데 사령문의 최고 무공을 모르고 있으니……."

"시간이 해결에 줄 것이야. 아직 찾지 못했지만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기록에도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네 말이 옳다만, 요즘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야."

"조금만 더 힘내자고. 곧 사령문의 세상이 올 것이야. 지금 우리가 작업하는 것도 그 일환이잖아, 경쟁자를 줄이는 것 말이야."

그때였다. 다른 자가 그들에게 끼어들었다.

"잠깐, 한 무리가 또 오고 있어. 진동의 위치로 보아 광장에 있는 놈들이 판 굴로 오고 있어."

"잘 됐군. 한꺼번에 처리하자고. 내 생각에 모두 신마단 놈들인 것 같아."

지켜보는 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주성진과 일행들은 자신들이 파놓은 굴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주성진은 그들이 신마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흔적을 쫓아 따라왔을 거야.'

할 수 없이 지하 광장에 남게 된 그들은 신마단의 살수들이 모두 지하 광장에 내려오길 기다렸다.

싸워 이기려면 광장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신마단의 살수들이 모두 내려오자 양쪽 진영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일촉즉발.

하지만 그 긴장은 한순간에 깨져 버렸다.

몇 마디 말이라도 나누기 전에 천장에서 갑자기 물이 쏟아지기 시작한 거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쏴아아!

"헉, 허……."

주성진은 자신의 불안감이 현실이 되자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거야. 원…….'

물은 급속히 차오르고 있었다.

'탈출구는 우리가 판 굴 뿐이야.'

이심전심인지 일행들 모두도 굴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이는 살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가기가 쉽지 않았다. 물은 계속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큰일이다. 곧 우리가 판 굴에도 물이 들이닥치겠구나……."

주성진은 결단을 내렸다.

'내가 살수들은 막는다면 나머지 일행들이 탈출하기 수월하겠지…….'

주성진은 물속에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으아악!"

피륙에 상처 난 살수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모두 주성진의 검기에 당한 것이다.

살수들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주성진의 방해로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일행들이 모두 굴속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주성진은 뒤따라 굴속에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제길…….'

주성진은 일단 몸을 피하기로 했다.

'아, 이런…….'

몸을 피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사이 물이 급속도로 차오르고 있었다.

물은 계속 쏟아졌고, 주성진이 가려 했던 통로는 이미 물에 잠겨 버렸다.

'제길, 이러던 죽는 거 아냐.'

물이 천정에 다할 순간까지는 수맥질로 버틸 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지하 광장에 물이 꽉 차버린다면 지하 광장은 죽음의 저수지가 될 게 뻔했다.

그 와중에 주성진의 생각은 기민하게 돌아간다.

'이건 분명한 함정이야. 하지만 함정이 과연 사람 없이 작동하는 걸까?'

사람 없이 작동하는 기관술이라면 필시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주성진은 그 생각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야. 기관술로 작동하지는 않을 거야. 분명 누군가가 조작하고 있을 거야.'

그렇다고 주성진이 완전히 확신하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주성진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운명을 걸기로 했다.

'사람이 있다면 분명 지하 광장의 상황을 어디선가에서 바라보고 있을 거야. 전체를 관망하기 좋은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천장일 테고.'

주성진이 생각하는 순간에도 계속 물은 차오르고 있었다.

천장 위로 목을 내밀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을 무렵 주성진의 검이 위로 솟구쳤다.

'반드시 뚫어야 한다. 아니면 난 죽어가는 저 살수들의 꼴이 될 거야.'

주성진은 지금 전 공력을 다해 천장 바위를 뚫으려고 하고 있었다.

위에 공간이 있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고 공간이 없다면 아무리 주성진일 한들 두꺼운 암석 덩어리를 한꺼번에 뚫을 수가 없을 거였다.

"얍!"

주성진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하고 있었다.

퍼버벅, 펑!

'뚫었다!'

천장의 바위가 깨지면서 구멍이 뚫렸고 주성진은 치솟는 물기둥과 함께 위로 솟구쳤다.

'내 생각이 옳았어, 위에 공간이 있었어!'

주성진의 눈에 보인 건 사람의 흔적과 여기저기 놓인 집기들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없었다.

'음, 사람이 없네, 그나저나 빨리 출구를 찾아야 해.'

아직 위기가 끝난 게 아니었다.

솟구치는 물로 인해 지하 광장 천장 위의 공간도 물로 가득 찰 것이었다.

주성진의 눈이 매의 눈처럼 기민하게 움직인다. 순간 그의 눈이 빛을 발한다.

'찾았다. 출구를…….'

출구는 쇠문으로 되어 있었다. 가까스로 문을 연 주성진은 문을 급히 닫았다.

'휴, 계단이군. 어디로 연결되어 있을까… 하긴, 어디로 이어진들 무조건 나가고 봐야지.'

주성진은 음모를 꾸민 일당들이 어디엔가 있을 것 같았다.

조심조심 계단을 타고 올라간 주성진은 점점 더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걸 느꼈다.

'거의 다 왔다. 음 이건 무슨 냄새지? 고기를 굽고 있는 건가…….'

주성진은 천천히 계단 끝을 밟고 두꺼운 나무판을 위로 들어 올렸다.

나무판이 위로 올라가자 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 보이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완전히 밖으로 빠져나온 주성진은 사람들이 고기를 굽고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웬 놈이냐?"

곧바로 누군가가 주성진을 보며 소리친다. 주성진을 내공으로 옷과 몸을 말린 후라 물에 빠진 쥐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지나가는 객이요. 불빛과 냄새에 이끌려 여기에 왔소이다."

하나 그들은 주성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눈치다. 그들의 시선은 주성진에 찬 검에 쏠려 있었다.

"무림인이냐?"

좀 전 소리친 자가 되묻는다.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