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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06화 (106/250)

106화 당가로 불려가다 (2)

주성진은 초면의 예문학을 바라보았다.

"제가 구술할 테니 그림을 완성해주십시오,"

"내, 알겠습니다."

주성진이 그린 사람의 윤곽이 점점 사람의 형성을 띠어갔다.

내친김에 주성진은 지난번 두꺼비처럼 생긴 인물까지 알려주었다.

일사천리로 그림이 완성되고, 예문학은 돌아갔다.

주성진은 만족한 얼굴을 좌중을 바라보았다.

"자, 여기 세 사람의 용모파기가 있습니다. 좌측으로부터 용평, 섭근 그리고 이름은 모르겠고 그들이 두꺼비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개방 장로 이곽춘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니, 이자들은… 나보다 살짝 아래의 고수들인데. 음, 확실히 주성진 저자의 무위가 뛰어나구나.'

"그러니까 이 세 놈이 그대를 죽이려 한 것이오?"

주성진이 고개를 끄떡이자 이곽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음, 이자들은 사도련의 중진 고수들이오.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었는데……."

그 순간 곳곳에 탄성인지 탄식인지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어……."

중인들 몇몇도 그들을 알아본 것이다.

주성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떡였다.

"네, 그렇습니다. 그들이 절 보자마자 죽이려 했습니다."

"음, 사도련에서 그대에게 앙심을 품은 듯하구려, 당천균을 죽인 일로……."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일이 아니고선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더군요."

이곽춘은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살짝 눈까풀이 떨린다.

"음, 내 생각에 당청균을 죽인 그대의 무공을 높이 평가한 듯하오. 그러니 저런 자들을 보냈지……. 셋씩이나 한꺼번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요."

"다른 이유라니?"

"다들 그들 윗선에 불만이 있더라고요. 뒤집어 보면 그들은 조직 내에서 버릴 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쏘시개로요."

주성진은 기세옥이 죽인 두 사람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말해봤지 입만 아플 뿐이었다.

"알겠소. 하면 그들의 무위는 어떠했소?"

"네, 그들은 절정 초입 급의 고수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자가 대외총책이라는 직급을 가진 듯합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은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정도의 준비라……. 내가 알기론 총무련의 창설을 극렬히 반대한 사파 세력들이 대략 삼분의 일이 조금 넘었다고 들었소. 만일 그 정도의 전력이 사천성을 장악하려 든다면……."

이곽춘은 차마 당가의 가주가 있는 앞에서 그다음의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다만 전제는 사천성 외의 지역에서 지원이 없어야만 했다.

그 순간, 당운악이 무거운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적은 우리를 훤히 아는데 우리는 적을 모르고 있으니 고립무원의 상태나 마찬가지요. 더구나 청성과 아미는 물자 공급이 안 되는 곤궁한 처지고. 이러다 그들이 쳐들어온다면 각개격파를 당할지도 모르오. 허허."

이곽춘이 당운악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외부 지원군이 올 때까지 최대한 버티면 됩니다. 청성과 아미는 물자 문자면 해결이 되면 산속에 있는지라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할 듯 하고요. 문제는 여기인데, 예전에 당가타가 있던 자리가 좋았었는데……."

당운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외부 지원군이 올 수 있을까? 사도련 잔당들이 준동한다면 마교의 잔당들도 연쇄적으로 준동할 텐데, 더구나 그들이 음지에서 착착 준비해왔다면 이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오. 기존의 총무련에 가입한 문파에서도 배신자가 나올 수 있음이오!"

"당 가주님, 일단은 그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주 상단주에게 더 물어볼거나, 확인할 것이 있는지 그것부터 하시자고요."

"그렇게 합시다. 기왕에 난 그의 의견도 물어봤으면 하오. 맨날 우리끼리 떠들어봤자 좁은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안 그렇소?"

이곽춘운 당운악이 주성진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성진은 나름대로 염두를 굴리고 있었다.

'사천상단의 본단을 내가 주도적으로 칠까, 물론 앞장은 당가의 인물이 서고, 나는 뒤에서 설거지만 담당하면 되지. 그러면 전력이 분산되지 않으니까.'

한편으론 점점 무림에 빠져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아니야. 천재일우의 기회야.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어.'

"음음, 주 상단주! 그대와 나 이곽춘의 생각이 같은지 확인해봅시다. 지난번 남궁은하의 납치사건도 사도련에서 주도한 계획된 일이라 보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독광자란 자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 같습니다. 다만 그가 당가의 앞마당인 성도에 겁도 없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뭔가를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이곽춘이 고개를 끄떡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요. 그는 필시 사도련 잔당의 일원이고 성도에 가까운 곳에서 은신 중이었을 것이오. 명이 떨어지면 집결하려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중인들의 시선이 주성진에게 모인다.

"음, 허락하신다면 사천상단을 치는 일에 제가 돕겠습니다. 물론 제가 전면에 나서려는 건 아니고 지원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성진과 대화를 주도한 건 이곽춘이지만, 이 문제만큼은 섣불리 결정할 수가 없었다.

자연 그의 시선이 당운악에게 쏠린다.

당운악은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이것 참, 그의 말이 맞긴 맞아. 하나 그렇게 하면 당가의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 돼버리고……. 그렇다고 당가의 주력을 사천상단에 보냈다가 빈집털이 당하면 곤란하지.'

어쨌거나 주성진이 참전한다면 전력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잠시 후. 당운악은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고맙소이다. 허락하고 말고가 어디 있소이까! 그런데 그대의 생각을 좀 더 듣고 싶은데……."

"간단합니다. 소수정예로 가서 사천상단의 고위급들만 생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의 신병을 총무련에 넘기면 되고요."

"사천상단의 재산과 사업은? 그리고 딸린 식솔들은 어떻게 할 것이오?"

주성진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미리 생각해 준 것이 있었다.

"일단 대리인을 내세워 사천상단을 계속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망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천상단이 무너지면 그들과 거래하는 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까지 줄줄이 피해를 보게 되거든요. 아, 그리고 운용자금 외의 은닉한 재산은 압류해서 총무련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겠지요."

당운악은 순간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주성진 저 친구를 볼모로 잡고 있어야겠구나. 그를 대리인으로 내세운다면 당분간 사천을 떠나지 못할 테지.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계책 아닌가. 그가 있으므로 사천의 방비가 튼튼해짐은 물론이요, 잘하면 사천상단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도 일부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동상이몽이었다. 주성진은 주성진 나름대로 생각을 펼치고 있었다.

'아마도 대리인으로 날 내세울 게 분명해. 사천이 안정되면 사천상단의 이권도 넘볼 테고. 하지만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지. 내가 유리한 패를 지고 있는데 뭐하러 대리인 노릇을 하냐 말이야. 실질적인 사천상단의 주인이 되면 모를까…….'

그 순간 개방 장로가 슬그머니 대화에 참여했다.

"하하, 주 상단주의 생각이 명쾌하구려. 나는 그대의 의견에 찬성이요."

"찬성이오……."

"동의하오……."

참석자 대부분이 주성진의 의견에 동의했다.

"으음……."

당운악이 헛기침을 하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당운악에 쏠렸다. 실질적인 결정권자는 그이기 때문이었다.

"음, 나도 주 상단주의 의견에 찬성하오. 소수의 정예를 꾸려 사천상단으로 갑시다. 혹 낌새를 알고 그들이 먼저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

한데 그때였다. 다급한 얼굴의 무인이 회의실로 들이닥쳤다.

"가주님, 수상한 인원 5백여 명이 당가타 쪽에 집결해있다는 소식입니다. 아직 그들이 누군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알았다. 계속 주시하도록!"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무인이 나가고 당운악이 좌중을 둘러보았다.

"안 되겠소, 지금 사천상단을 치는 건 무리인 것 같소. 당장 본가에 비상령을 발동하고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야겠소이다."

주성진으로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음, 그래도 여기서 그만둘 순 없지.'

"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곽춘 장로님만 저에게 합류시켜주십시오."

사실 당운악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었다. 그저 예의상 물어본 거였다.

"음, 그가 원한다면……."

그때였다. 당가홍이 소리쳤다.

"형님, 제가 갈게요. 전 부하도 없고 직책도 없잖아요."

"그래라, 대신 당가를 대표한다는 마음은 잊지 마라. 조심하고……."

"알았어요, 형님……."

결국, 주성진을 따라 당가의 대문을 나선 이는 이곽춘과 당가홍 그리고 화상옥봉 감여군이 전부였다,

감여군은 주성진의 일행이기에 실질적으로 외부 인력은 단 두 명뿐이었다.

주성진은 걸어가며 당가홍을 바라다보았다.

"선배님. 객잔은 어떡하고 저를 따라나선 겁니까?"

"딴 곳도 아니고 사천상단 아닌가? 나와 비슷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곳인데 내가 안 가볼 수가 없지. 하하."

딸랑 객잔 하나를 소유한 당가홍과 중원 5대 상가 중 하나인 사천상가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주성진은 그의 말을 기껍게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서천상단 내부에 들어가면 눈여겨볼 게 많이 있을 거예요. 하다못해 흔한 돌멩이 하나도 허술하게 볼 순 없지요."

"그런가. 많이 참조해야겠군."

그러자 이곽춘이 핀잔을 준다. 둘은 동년배로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누가 알면 놀러 가는 줄 알겠군. 너는 목이 여러 개라도 되는 것이야?"

"야 이, 거지야. 너는 내가 가는 게 불만이야?"

"쯧쯧, 자식아, 욕을 해도 그럴듯하게 해야지. 거지는 우리에게 욕이 아니라고."

이곽춘이 천연덕스럽게 응수한다. 역시 말발로는 그가 당가홍을 능가했다.

조용하던 화산옥봉이 눈을 찡긋하며 입을 열었다.

"호호, 주 상단주, 왜 자꾸 일을 벌이는 거야. 그러면 호위하기 힘들잖아."

"하하, 그러면 호위하지 마세요. 제가 휴가를 드릴게요."

"아니야, 약속한 건 지켜야지. 한데 우리 일행은 데리고 가지 않을 거야?"

주성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어르신이 있으니까…….'

"본인들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지요. 가겠다면 데려가고요."

"잘 생각했어, 그들도 무인이니까 마땅히 무림 평화를 위해 한몫해야지. 언제까지 보호만 할 순 없지. 그런데 정말 꿍꿍이가 뭐야, 사천 상단을 접수하려고?"

"뭐 그들이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있고. 기회가 된다면 사천상단을 접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뭐든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한 건데 이번이 딱 그런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화산옥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건 아니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도 있잖아,"

"뭐, 그러면 할 수 없지요. 절대로 욕심 부리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놓치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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