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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02화 (102/250)

102화 검선과의 대화 (2)

주성진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런 고수가 본인을 주시하고 있다면 아무리 피한다 해도 결국, 대결은 불가피하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 끝까지 그들이 쫓아올 테니까.

그 순간 그의 말이 이어졌다.

"그들 처지에서는 심심한 차에 잘된 거지. 허구한 날 아는 자들과 대결을 해봤자 재미없을 테고, 너같이 싱싱한 먹잇감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나라도 그럴 것이야. 아 물론 네가 그들의 화를 돋우지 않는다면 죽이지는 않을 것이야, 하하."

"그들의 분노라뇨? 그게 무슨……."

"그들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거지. 네가 그들을 건방지게 약을 올린다거나, 아니면 마지막 선, 이를테면 그들의 피붙이를 무참하게 죽인다거나, 아니면 네가 악당이 되어 세상을 어지럽힌다거나 뭐 그런 것이겠지……."

주성진 그의 말에 반발심이 솟구쳤다.

'자기들이 뭐라고 감히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려는 거야. 어떤 말로 포장하던 날 하수로 취급한다는 뜻이네, 좋아 그렇다면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어. 만약 먼저 시비를 걸어온다면…….'

주성진은 더욱 무공에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반로환동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저, 어떡하면 반로환동 할 수 있는 건가요?"

"뭐, 그야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솔직히 나의 목표도 반로환동이야. 한 가지 깨달음만 얻으면 되는데 손에 잡힐 듯 하다가도 손에 잡히지 않아…….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마음의 평온인데 조급함 때문에 일을 그르쳤어. 그러다 보니 성격도 좀 이상하게 변했고……."

"……."

"내가 강호를 떠도는 것도, 다시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한 일환이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 이 들쑥날쑥 괴팍하게 변하는 성격을 빨리 고쳐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 오늘 네 녀석에게 시비를 건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주화입마의 후유증이지……."

주성진은 그가 왜 무림에서 검괴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혹 주화입마를 당하신 겁니까?"

"무리하게 반로환동을 시도하려다 오히려 당한 거지, 그때의 후유증으로 성격이 변한 거야."

"저, 그래도 감히 제 생각이지만 희망을 품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증거로 어르신은 제가 가진 내단에 대해 탐욕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이야말로 반로환동으로 가는 여정에 좋은 신호가 아닐까요?"

그가 파안대소했다.

"하하하……."

"내가 네 녀석에게 위안을 받는구나, 그래 일단 고맙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내가 욕심이 없는 게 아니다, 욕심이 왜 없겠냐? 나도 인간인데. 다만 나는 현재의 내 공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는 아까 말한 것처럼 깨달음의 실마리를 구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저는 깨달음보다는 공력제일주의자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력을 증강하는 데 목을 매고 있지요. 뭐 그렇다고 깨달음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요. 사실 저도 깨달음을 경험한 바가 있거든요."

기세옥은 진지한 표정으로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나는 너의 말을 달리 생각한다, 네가 공력을 늘리려는 게 단순히 무림의 지배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야. 너의 일차적인 목표는 대상인이 되는 것이기에……. 내 말이 틀렸느냐?"

"아닙니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저의 우선적인 목표는 상계에 있습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다만 형산파의 부흥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후후, 내가 너에게 이 말을 꺼낸 이유는 무공을 보는 관점에 관한 거다. 네가 나에게 물욕이 없다고 한 거와 일맥상통한 말이지. 무슨 뜻인가 하면 너는 무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무공 자체에 예속되지 않고……."

"……."

"내 생각엔 그게 상승무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야. 반대로 무공에 집착하면 반드시 번뇌가 찾아오게 된다, 내가 익히 경험했던 바이고……."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 과거의 주화입마가 떠오른 거였다,

"음 음, 다시 말해 열정을 가지고 즐기는 것과 집착은 확연히 다른 것이야. 하지만 너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네가 경계해야 하는 건 대상인이 되기 위해 집착하는 거다. 그것이 너의 목표를 방해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무공의 발전까지 저해할 수도 있음이야."

주성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떡였다.

'그의 말이 맞아, 집착은 금물이야. 나도 날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에만 매달리면 안 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

주성진은 그를 바라보았다.

"좋은 지적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나도 너와 말을 섞으면서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 오늘 일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 하하."

"그러시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저 그런데요, 제가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시간이 괜찮은지요?"

그가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이다, 남는 게 시간인데……. 네가 뭘 물어볼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 것 같구나, 형산파에 대해서 궁금하겠지?"

"하하, 족집게가 따로 없군요. 네 그렇습니다."

"음, 다들 형산파의 몰락을 21대 장문인을 위시한 형산파 주력 고수들의 실종이라고 보고 있지만 난 견해를 달리한다. 이미 그전부터 형산파는 내리막길로 가고 있었어. 내가 아는 그 친구는 사실 원래 장문인이 될 자격이 못 되었어, 위로 사형들이 있었거든."

"……."

"하지만 그 친구보다 위의 사형들이 형산파를 떠나면서 몰락이 시작된 거야. 애증의 문제였지……. 음 그게 말이다, 모두 한 여인을 사랑했거든, 허허. 아 참 그녀는 당대 장문인의 딸이었고. 결국, 그녀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나와 친분이 있던 그 녀석과 사랑에 빠졌어."

"……."

"그러니 지켜보던 사형제들은 형산파에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었을지도 몰라. 더구나 그 친구는 그 위의 사형들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했거든……. 하여튼 형식은 세상을 보고 오겠노라고 했지만, 그게 형산파를 떠난 거나 진배없었지.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데 떠난 이들이 당대에 무공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후기지수들이었다는 게 문제였어. 그 친구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었지. 결국 시간이 흘러 차기 장문인이 되었던 그 친구는 그 점을 통탄해 마지않다가 일찍 죽고 말았지……."

"……."

"그러고 나서 다음 장문인이 된 자가 네 녀석도 아는 실종된 그자이지……."

순간 한 가지 의문이 주성진의 뇌리에 떠올랐다,

"저, 아무리 그분 위의 사형제들이 떠났다고 해도 그 당시 장문인도 건재했고, 제가 생각할 땐 그분의 따님도 무공을 곧잘 했을 것 같은데요, 안 그런가요?"

"좋은 지적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내가 아는 친구도 그렇고, 떠난 그의 사형들도 실질적인 사부는 따로 있었다. 한데 막 애증 문제가 벌어지고 있을 때 그만 노환으로 별세했지. 내 말에서 짐작하겠지만 그 당시 장문인은 무에 재능이 없었어."

"……."

"하지만 전설의 송옥과 반안을 뺨치는 미남이었기에 그의 딸도 당대의 최고 미인 중 하나였어……. 그러니 뭐, 그 뒤는 말 안 해도 짐작하겠지……."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음, 엄청난 미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사랑에 실패한 자들은 그만큼 상심도 컸을 것이고, 어릴 적부터 동문수학하며 무공을 배웠을 텐데 말이야. 아마도 그녀 하나만 바라보고 죽을 둥 살 둥 무공을 익혔겠지……. 한데 그녀의 사랑은 엉뚱한 곳으로 가버린 거야. 무공이 제일 뒤처지는 이에게로.'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기 그럼 현 무림의 강자는 어떤 이들이 있을까요? 무공의 특징도요?"

"네 눈앞에 있지 않냐, 하하. 농담이고, 궁금하면 하오문에 문의해 봐라. 난 그저 내 생각을 말해볼 테니……."

"잘 알겠습니다."

기세옥은 자신이 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음, 현 무림에 제일가는 고수는 누구일까? 많은 이들은 북쪽에 사는 아홉 사람과 남쪽에 사는 여섯 사람을 거론하지. 그들은 북천구성과 남지육패라고 하는 자들인데 수십 년 동안 천하 무림을 상징하는 고수라고 남들이 우러러보고 있어."

"……."

"하지만 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코웃음을 치지. 하늘은 높고 땅은 광대한데 고작 열다섯이 다일까 하고 말이야. 능력자 중에는 조용히 은거하며 무공을 익히는 것을 낙으로 삼는 이들도 많거든."

"……."

"괜히 눈에 띄면 도전자들로 인해 생활이 고달파질 수도 있고. 물론 야망이 있어 무공을 자신의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자들도 있겠지만. 그리고 세력에 속하지 않는 자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해, 괜히 눈에 띄어 나이가 들거나 힘이 없어지면 사냥당해 죽을 수도 있거든."

"……."

"그리고 세상에서 최고라 하는 것 중에는 신기루 같은 것도 많아. 물론 진짜배기도 있긴 하지만……. 소문은 언제나 과장되기 마련. 그저 입 싼 호사가들이 떠들고 다니며 계속 부풀려지는 것이지."

"……."

"진실로 고수인 자들은 컴컴한 장막에 가려져 있지. 그리고 강자라 해도 대결 당시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하수에게 질 수도 있어. 그런데도 그런 자들을 뽑아 강자라는 위명을 안겨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들이 있지. 그래서 그들이 만든 게 북천구성과 남지육패야. 하오문에서는 장사수단으로 이를 상세히 정리했고……."

주성진은 그의 말을 들을수록 알쏭달쏭했다.

'음, 어쨌든 강자가 모래알처럼 많다는 말이구나……. 어르신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내가 너무 지식이 빈약하니 우선은 하오문과 접촉해서 북천구성과 남지육패가 누군지부터 알아봐야겠구나. 내 생각에 소림의 장문인은 당연히 포함될 것 같은데.'

"잘 알겠습니다. 하면 반로환동의 고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봐, 그들은 천외천이야. 강자라 부르기엔 너무나 멀리 가버린 자들이지. 당연히 포함하지 않았어."

"그 말씀은 거론하지 않았다는 말이군요. 저 그럼, 어르신은?"

기세옥이 빙그레 웃었다.

"어떨 것 같나?"

"숨은 기인이라 하기엔 어르신의 별호가 좀 걸리는 군요, 검선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역시 너는 똑똑해. 날 호사가들이 북천구성 중 하나라고 떠받들고 있지.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난 게 있어, 진즉에 물어보려 했는데 까먹을 뻔했군."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너의 회오리 검 말이야, 내가 아는 놈의 수법과 비슷하던데 이야기해줄 수 있겠나? 참고로 그놈은 남지육패의 말단에 끼어 있는 놈이야."

주성진은 그가 자신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심양수를 언급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한데 말단이라니 어이 상실이다.

'휴, 갈 길이 멀어……. 그건 그렇고 이것 또한 이야기하려면 길어지겠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그 전에 하나만 약조해주십시오. 제가 말씀드릴 것을 다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요."

"뭐, 그러지, 한데 왜 그리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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