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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82화 (82/250)

082화 기발한 공력증진법

왕천유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런 이유로 감히 황제 폐하의 명에 토를 달지는 못하고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망신만 톡톡히 당하는 터라 고위층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소이다. 실은 돌아가는 상황이 우리에게 곧 명이 떨어질 것 같아서, 사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그대에게 비무를 요청한 거요."

"……."

"나나 왕천유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이라서 말이요. 아 오해 마시오, 젊은 소장파 내에서 그렇단 말이지. 우리보다 무공이 높은 분들이 많소이다. 또한 단체전에도 우리 3대가 나설 확률이 아주 높소이다. 제일 세니까……."

주성진은 그들이 세 손가락에 든다는 사실에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음 나도 이 기회에 동창이나 금의위 무인들의 무공을 보면 좋겠는데, 내가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려나……?'

"말을 들어보니 나이 제한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소, 나이 제한이 있소이다. 30대 미만으로, 아 그리고 단체전 말이요, 그게 참 우스꽝스럽소이다. 말이 단체전이지 단체의 수에는 제한이 없소이다. 그 말인즉 무공이 높은 고수가 단독으로 출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오."

"……."

"아마 나이 제한에 섭섭한 여타 무인들을 배려해 그런 식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 같소이다."

주성진은 고개를 여러 번 끄떡였다. 이제 왜 왕천유가 비무를 요청했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음, 그런 사정이 있었구려, 나도 기회가 된다면 황궁 무공대회를 보고 싶은데, 혹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소이까?"

왕천유가 돌연 눈빛을 반짝였다.

"하하, 방법이 왜 없겠소? 그대가 우리의 사부가 되면 가능하지……."

"난 육선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오?"

"외부 초빙 스승이라 하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소. 더구나 그대는 신분도 확실하지 않소이까. 솔직히 그게 아니더라도 관전하는 사람 하나 추가되었다고 누가 시비 걸지도 않을 것이오, 그대가 우리와 같이 있다면."

순간 주성진은 왕천유의 얼굴을 살폈다.

'나더러 진짜 스승이 되어 달라는 건 아니겠지.'

"하하. 설마 진짜 스승이 되어 달라는 말은 아니겠고, 그래도 그런 식으로는……."

"뭐 어떻소, 우리에게 지도 시범을 보였으니 스승인 게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소."

주성진은 헛웃음을 삼켰다.

'이거 은근히 나에게 부담을 지우려고 하는 거구나, 고단수네……. 아무리 가짜 스승이라도 가짜 제자가 대회에 나가서 깨진다면… 음, 나에게 돌아오는 눈초리가 따갑겠지. 그렇다면 저들과 상부상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하하.'

"으음, 실은 5년 치 공력을 올려주는 영단이 두 알 있소이다. 다만 그것이 내게는 없고, 휘주상단 내에 있소이다. 원래는 휘주상단의 상인이 가지고 있었던 건데 그가 그 말을 내게 남기고 죽는 바람에……."

"정말이오?"

고개를 번쩍 치켜드는 왕천유였다. 주성진은 미소 지으면 고개를 끄떡였다.

'뭐 선의의 거짓말인데 어때? 그의 반응으로 보아 잘하면 형산파의 진짜 비급을 찾을 기회이기도 하고, 몰래 잠입하지 않고 떳떳하게.'

"그렇소, 그가 죽기 전에 내게 분명 그런 이야기를 하였소이다. 그와 얽힌 사연은 별로 이야기하기는 그렇고 그보다는 육선문이라면 휘주상단에 당당히 들어갈 방법이 있을 것 같소만."

"하하, 물론이오, 방법이 있소이다……. 2년 전부터 육선문에선 정기적으로 대형 상단의 창고조사를 한다오. 다만 특별한 혐의가 없는 정기조사라면 사전에 통보하게 되어 있기에 어찌 보면 형식적인 조사라 할 수 있소이다. 황제께서 불법으로 소금이나 차 거래를 엄단하라는 칙령이 떨어져서 그리하는 것이라오.'

주성진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가 휘주상단의 행수로 있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그렇구나, 이거 잘되었네.'

"그렇다 하더라도 나더러 육선문의 포쾌가 되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육선문에선 조사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를 대동해도 된다는 규칙이 있소이다. 적을 알려면 적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듯이, 그대가 상인이니 제격이오. 거기에다 그대는 우리의 무공지도 스승이니 상부에서는 나나, 역산도가 조금이라도 그대와 가까이 붙어 있는 걸 원할 것이오. 조금이라도 더 가르침을 받으라는 의미로 말이오."

주성진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다만 문제는 시간 조율이었다. 6개월이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었기에.

"음,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다섯 달 후에 휘주에서 보는 것으로 말이오. 어떻소이까?"

"하하 이를 말이요, 우리는 반드시 약속을 지킬 테니 그대도 약속을 꼭 지키시오. 한데 영단 값은 얼마나?"

"그냥 공짜로 드리겠소."

왕천유와 역산도가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

그러다 왕천유는 실태를 깨닫고 얼른 웃음을 멈추었다. 자신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부하들은 그렇지 않다.

부하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무공상승을 갈망하고 있고, 단체전에 사실상 나가기로 내정된 상태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었다.

주성진도 그 상황을 눈치챘다.

'보자, 저들을 도울 방법이 뭐 없을까. 물론 내가 아는 영단 제조법으로 저들에게 영단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직 시기상조이고. 방법이 있는지 좀 더 알아봐야겠다.'

"허허 참, 영단 말고도 내공을 증진시키는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오……."

그러자 왕천유가 씁쓸하게 웃는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소이까. 아무쪼록 오늘 우리 3대 대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지도편달 부탁드리오."

그때였다. 3대 대원 중 하나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는 다른 포쾌들과 다르게 얼굴이 야리야리하고 곱상하게 생겼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주 상단주님이 해주실 수가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주성진은 방금 소리친 자를 바라보았다.

"말해보시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 드리겠소."

"안녕하세요, 성낙출이라고 합니다. 실은 제가 풍림의가의 셋째 아들입니다. 의원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자의 반, 타의 반 포기하고 포쾌가 되었답니다."

"혹 풍림의가도 무림에 소속된 가문이요?"

"반쯤 걸친 상태라고 봐야지요. 사실 풍림의가의 뿌리는 마교랍니다. 헤헤."

주성진은 순간 섬찟한 마음이 들었다. 무슨 해괴한 방법을 들고 나올까봐 두려웠다.

일전에 결국은 복이 되었지만 마령단을 복용한 자신 아닌가? 그 당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큰 모험을 한 것이었다.

"음… 일단 말해 보구려."

"그게 아주 가는 침으로 심장의 기혈을 자극하면 한 2년 정도의 내공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게 무슨 원리요?"

"자세한 원리는 의학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심장의 피를 순간적으로 빨리 돌게 하여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는 것이랍니다. 정교하게 심장의 혈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심장은 굉장히 민감한 부위라서 자칫 잘못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답니다."

주성진은 곧바로 손을 내저었다,

"에이, 싫소, 그런 위험한 시술을 나보고 하라는 것이오?"

"주 상단주님이라면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왜냐면 절정을 넘어선 고수시잖아요?"

"그거랑 무슨 상관이오?"

많은 이들이 성낙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제가 굉장히 민감한 부위라고 한 건, 아주 가는 침으로 혈 자리를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실제로 그런 침이 존재합니다만 제가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가 힘주어 말하고는 주성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제가 가진 금침에 기를 불어넣어 주신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뭐요, 검기를 만들어라. 그 말이오, 아 정정하겠소이다. 침이니까 침기를 만들어라, 그 말이오?"

"그렇습니다, 아주 가는 침기를 만든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전에 산토끼 하나를 잡아서 확인해봐야겠지요. 심장을 찔렀는데도 곧바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움직인다면 성공한 것입니다."

주성진은 재차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난, 토끼의 심장 부위가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오. 또한 얼마만큼의 깊이로 찔러야 하는지는 더더욱 모르오. 그대가 내게 자신이 넘치는 표정으로 말하는 걸 보니 그대는 알고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서도……."

"물론입니다, 제가 열심히 공부했던 분야이고요, 특히나 제가 관심 가는 분야입니다. 제가 의가에서 의원이 되길 포기한 건 왕성한 호기심과 추리를 좋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부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요, 하지만 다들 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구박하기 시작했지요."

"……."

"한번은 연고가 없는 시체를 해부하다가 걸려 열흘 동안 광에 갇히는 벌을 받기로 했었답니다. 그래도 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산짐승을 해부하다가도 기회가 되면 시체를 해부하고 연구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해부학을 다룬 책들도 어렵게 구해보면서요."

"……."

"하지만 결국 사달이 났고, 욱하는 심정에 전 짐을 싸야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못 하게 하니까 한시라도 의가에 있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버님 친구 분의 추천으로 육선문에 들어오게 된 거랍니다. 포쾌가 되어 범인을 잡는 게 좋았고, 틈틈이 제 연구를 계속할 수도 있어서 저는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의 과거를 듣게 되었다.

그의 상관인 왕천유도 처음 듣는 말이라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왕천유가 주성진의 눈치를 잠깐 살피다 성낙출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이는 성낙출이 그보다 위지만 엄연히 상관은 그였다.

육선문은 실력과 성과를 우선시하기에 나이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봐, 잘 알겠는데 그럼 이번 공력증진법도 그대가 공부해서 터득한 건가?"

"그건 아니고요, 고서에서 우연히 봤습니다. 그리고 제가 먼저 실험 대상이 될 테니까 모두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다 죽으면?"

그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하, 주 상단주님이 실수하지 않는 이상 절대 죽지 않습니다. 제가 말한 심장 부근의 혈에다 정확한 깊이로 침을 찌르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 제가 말한 침은 침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침기입니다."

주성진이 그의 이야기에 가만히 침묵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결정하지 않았는데 그는 마치 자신이 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서였다.

"이보시오, 난 아직 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주 상단주님, 이렇게 고개 숙여 부탁드립니다. 말이 쉬워 2년 치 공력이지 그걸 쌓으려면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꼬박 2년 동안 매일 한 시진 이상 운기조식을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

"게다가 어쩌다 철야 작전이라도 펼치는 날이면 그날은 공치는 날이 되는 것이고요. 그러니 말이 2년 치 공력이지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년이 걸릴 수도 있는 거랍니다."

주성진은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따지고 보면 나같이 빠르게 공력을 올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어. 물론 나도 쉽게 얻은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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