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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81화 (81/250)

081화 왕천유와 비무를 벌이다 (2)

"으음……."

그가 느끼기에 주성진의 내력은 확실히 달랐다.

'제길, 확실히 다르군, 그래서 고수라는 것인가…….'

매 합, 주성진의 진기와 맞설 때마다 상당한 충격이 왕천유의 몸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하나, 거듭되는 주성지의 공세로 왕천유는 몸 안의 진기를 안정시킬 겨를도 없었다.

'아, 이거 미치겠군, 이러다 갑자기 내력이 끊길지도 몰라.'

그렇게 계속 뒤로 밀린 그는 급기야는 민강이 버티고 있는 곳까지 밀려버렸다.

여기서 더 밀렸다가는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처지에 놓여 버렸다.

주성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 순간 무릎을 굽히더니 그 반동으로 위로 튀어 올랐다.

슉…….

주성진의 신형이 한없이 위로 솟구친다 싶더니, 어느새 빠르게 낙하한다. 한데 방향이 자신이 원래 서 있던 곳이 아니라 왕천유의 머리 꼭대기였다.

왕천유는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눈 주성진을 바라보며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아, 이번에는 위인가…….'

이미 구석으로 몰렸던 터라, 피하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다.

왕천유의 입이 악다물어졌다.

그는 사용 가능한 진기를 모두 검에 집중시켰다.

"으으음……."

이미 그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고. 근육은 계속 아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러다 내상을 입는 건 아닌지…….'

원래대로라면 이쯤에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부하들이 보는 자리였다,

'좀 더 버텨보자.'

왕천유은 이를 악물고 버티며 눈으로 주성진을 좇았다.

'어어……?'

사납게 공격할 것 같은 주성진이 돌연 경로를 이탈해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주성진은 그저 놀라는 그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휴, 놀랐으면 이쯤에서 항복해야지. 이것 참, 내 입으로 항복하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만일 실전이었으면 정수리부터 몸이 두 조각이 났을 터인데, 쯧쯧.'

잠시 대치상태로 돌아간 순간, 곧바로 주성진이 몸을 움직였다,

쉬익…….

왕천유는 순간적으로 주성진의 신형이 자신의 시야에서 커졌다고 생각했다.

'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나…….'

왕천유는 주성진의 신형이 자신의 옆을 지나친 쳐 곧장 강물 위를 날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실소했다.

'허허, 이거야 원…….'

자신의 몸이 반응할 순간조차 주지 않는 엄청난 빠르기에 그저 놀랍고 허탈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헉!'

그의 동공이 한없이 커졌다.

어느새 자신의 목 언저리에 차가운 뭔가가 닿아 있었다.

자신이 손쓸 수도 없이 완벽히 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조차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어떻게?'

분명히 그가 이미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나 그건 자신의 오판이었다. 하여 자신의 목에 주성진의 검이 닿았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져, 졌소이다, 그렇지만, 난 지나친 줄 알았는데."

왕천유가 떠듬거리며 겨우 입을 뗐다.

"보법의 눈속임이오. 극한의 빠르기 속에 변화를 담았소이다."

주성진은 말을 마무리하며 천천히 검을 회수했다.

한편 왕천유의 부하들은 어리둥절한 분위기였다.

굉장히 기대했던 대결, 분위기가 슬슬 달아오르는 순간 갑자기 대결이 끝나 버렸다.

그들 중 두 사람이 수군덕거린다.

"어찌 된 일이지?"

"내 눈엔 그가 느릿느릿 움직인 것 같은데… 순식간에 대결이 끝나버렸어."

"혹 소림의 금강부동신법 같은 것 아닐까? 움직였는데 움직이지 않았다는……."

순간 듣던 이가 손을 내저었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하여간 우리의 눈이 쓸모없었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아, 그의 움직임을 놓쳐버렸으니까……."

"아니야, 내 말이 맞아. 이건 우리의 동체시력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정도가 아니라니까! 그가 움직였는데 우린 겨우 그의 과거 그림자만 붙들고 있었다고. 그러니 잘 생각해봐. 그게 뜻하는 바가 뭔지……."

"……."

"그런데 말이야. 방금 대주님이 한 말 못 들었어? 지나친 줄 알았다고 했잖아."

"그러네, 대주님은 뭔가를 본 모양이야, 역시 대주님은 대주님이야. 우리가 못 본 걸 보았으니까."

상대가 조용히 답한다.

"이봐, 그러면 뭐해, 별로 힘도 써보지도 못하고 졌는걸……."

"음……."

왕천유는 의기소침한 마음을 추스르고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동료가 패배하는 걸 보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자신이 직접 겪은 느낌은 관전하는 것과 사뭇 달랐다.

"솔직히 허무하지만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소. 그래도 올라갈 산이 있다는 걸 즐겁게 받아드리려 하오."

주성진은 그의 마음가짐에 내심 찬사를 보냈다.

'후에 큰 인물이 될 거야.'

"다행이오. 그렇게 받아주어서, 솔직히 그대가 어떻게 이 비무를 받아들일까 걱정이 되긴 했소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었소이다. 난 다시 비무를 한다고 해도 내 생각을 밀고 나갔을 거요. 그대와 고만고만하게 대결을 이어간다면 그대가 배울 게 없기에."

"……."

"다시 말해 그대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대결을 유도한다고 해서 그대가 얻을 게 별로 없다는 뜻이요. 왜냐면 그대는 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고수이기 때문이오. 그런 대결을 원한다면 나보다는 차라리 그대 동료와 비무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오."

"……."

"물론 상대적일 수는 있지만… 음, 그대는 일정 부분, 진기의 수발이 자유로운 고수이기에 그대 기량 정도면 비무를 펼칠 때 크게 실수하지 않을 것 같소. 그러니 자신 있게 비무에 임하시오.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떨쳐버리고."

왕천유는 만면에 웃음을 띠웠다. 조금 전까지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소 고조되자 그가 살짝 고개를 흔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걸 보니. 그간 마음을 굳건히 다지는 연습을 수없이 해왔는데 도로 물거품이 되었어. 음, 감정을 조절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어. 무조건 누르는 게 좋은 것 같진 아니니까. 그래 잘됐다 이 기회에 그의 의견을 물어보자.'

왕천유는 입을 열었다,

"난 이번 대결이 나에게 무척 유익했다고 생각하오.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하오. 뭐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개중에 으뜸은 경험인 것 같소. 나보다 상위의 고수는 뭐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었으니까. 동시에 나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계기도 되었고."

"……."

"그런데 말이요, 그대는 무공이 일취월장한 비결이 무엇인 것 같소?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본인만의 비결이 있을 듯싶은데……. 아 그리고 그대는 어떻게 감정을 조절하는지 알고 싶소이다. 매사에 그냥 감정에 충실하면서 살지는 않을 것 아니요?"

주성진은 두 가지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뭐,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겠지, 그게 또 맞는 말이고.'

"내 생각에 지금 시점에서 그대가 빠르게 무공을 늘리는 비결은 공력증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거요. 이미 익힌 무공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소, 그러니 최우선으로 공력을 증진하는 방법을 강구해보시오."

"……."

"그리고 감정을 조절하는 건 왕도가 없소. 다만 난 얼마 전에 깨달은 건데 감정에다 사업에서 하는 방법을 좀 차용해 봤소. 그냥 억지로 누르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리고 감정을 조절한 것이지. 가령 상대를 멋지게 속이고 싶어 연극을 펼친다 생각하니까 감정 조절하는 게 훨씬 쉬워지는 거였소, 내 말이 이해가 가오?"

왕천유는 고개를 끄떡거리다 빙그레 웃었다,

"그럼 좋아하는 감정도 그렇게 할 것이요? 만약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하하, 그건 다르지. 다만 일방적인 사랑이라면 좀 치밀하게 감정을 표현할 것 같소. 무작정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천천히 시간을 가진다든지, 아니면 사랑의 묘약이 있는지 연구할 것 같소이다."

"하하, 알겠소이다. 말이 좀 옆길로 새어버렸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공력을 늘리라는 건 본인의 경험에 따른 것이 맞소이까? 혹자는 그것보다 깨달음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던데……."

"뭐,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난 그래도 공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오, 그렇다고 깨달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오. 하나 막연히 깨달음만 기다릴 수는 없진 않겠소?"

말을 하면서 주성진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게 있었다.

"음, 사실 나도 작은 깨달음을 맛본 적이 없는 건 아니오. 그게 어느 순간 갑자기 온 것이었는데 그때 잠시 생각한 건 깨달음도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거였소.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는데 그대 덕분에 다시 생각이 났소이다. 고맙소이다."

그가 손을 내저었다,

"고맙긴 무슨… 그럼 깨달음도 중요하다는 말 같은데 맞소이까?"

"음, 깨달음도 물론 중요하오. 하지만 그래도 난 공력증진이 우선이라고 보오, 공력증진이 왜 중요하냐면 전쟁터에서 갑옷을 추가 걸치는 것과 같소이다. 생각해보시오, 갑옷을 거치면 웬만한 도검도 무섭지가 않을 것 아니오? 그러다 보면 두려움도 사라지고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지. 운 좋으면 깨달음도 얻어 걸리는 것이고, 하하."

그순간 역산도가 끼어들었다.

"음, 음 나도 할 말 좀 해야겠소이다. 자꾸 공력증진 운운하는데 그게 기연을 얻는 것과 뭐가 다르오이까? 기연이 없으면 망구 소용없는 것이지. 허구한 날 방구석에 처박혀 운기조식한다고 내공이 급속도로 오르지 않는단 말이요, 잘 알지 않소이까?"

"그럼 기연 사냥꾼이 돼보면 되지 않겠소! 떨어지는 감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나무에 올라타서 감을 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뭐 소문인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황궁의 약당에 가면 보약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고, 황궁 무고에 가면 기사회생의 영단과 공력증진의 영단이 수두룩하다고 들었소만……."

"허허, 언감생심! 그것들이 있다 한들 우리에게 돌아오겠소, 이미 누군가가 먼저 선점했겠지……."

말이 원점에서 빙빙 돌자 주성진은 순간 짜증이 솟구쳐 나온다.

"아니면 말고… 그럼 다른 좋은 생각이라도 있소이까?"

그에게 좋은 생각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랬다면 저런 식으로 답답함을 토로하지 않았을 거였다.

"뭐……."

"그건 그렇고 내 생각에 두 사람 모두 나에게 비무를 요청한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오?"

왕천유와 역산도를 서로를 바라보더니 역산도가 고개를 끄떡이자 왕천유가 입을 열었다.

"실은 황제 폐하께서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갑자기 6개월 후에 무공대회를 개최한다고 하지 않았겠소. 동창이나 금의위의 정예가 참석하는 건 뭐 그렇다 쳐도 갑자기 육선문에도 참석하라고 통보하셨소이다."

"호오……."

"그래서 우리 육선문 고위층에서는 비상이 걸렸소, 솔직히 무공으로 따지면 육선문이 동창이나 금의위보다 못한 건 사실이니까."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이며 생각했다.

'황궁 무림대회라 흥미롭긴 한데, 할 일 많은 황제가 스스로 결정했을까? 아니야 분명 누군가의 부추김이 있었겠지. 혹 육선문믈 깔아뭉개려는 세력이 작당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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