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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75화 (75/250)

075화 불청객 (1)

지글지글…….

고기가 알맞게 익어간다. 주성진은 군침을 삼켰다.

"자, 드시지요."

고기가 입속에서 사르르 녹았다.

"와, 정말 맛있군요."

"제가 구운 고기는 저희가 직접 키운 것이랍니다. 저희만의 방식이 따로 있답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술을 따라 드리겠습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확실히 푸줏간 주인은 아까 나간 두 사람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푸줏간 주인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주 상단주님 이제부터 제 사정을 이야기토록 하겠습니다. 재미없더라도 끝까지 들어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아, 네. 경청하겠습니다. 하하."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주성진은 그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재미없다고 해서 그럴 줄 알았는데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다만 주성진도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기에 그에게 조언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이것 참, 결국은 결혼을 하기 위한 투쟁인데 내가 뭘 조언할 수 있을까. 그는 나에게 잔뜩 기대하는 눈치인데, 내가 연애를 제대로 해봤어야지.'

그래도 그에게 뭔가는 조언해야 할 것 같았다.

그의 나이가 30대 중반이기에 그가 얼마나 절박한 심정인지는 알고도 남는 일이었다.

'음, 연애 당사자 간의 미묘한 감정은 내가 잘 모르니까, 일단은 그의 외적인 부분을 높여주어야겠어. 뭔가 있어 보이면 사람들의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후후, 내가 상단주라고 하니 다들 나를 다시 한번 쳐다보잖아…….'

주성진은 계속 머리를 굴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고기 맛을 보니 알겠어. 여긴 손님이 없을 수가 없는 곳이야. 검소해 보이지만, 돈도 많이 벌었을 거야. 아무렴 암상과 관계있는 곳인데 입에 거미줄을 치겠어.'

"저, 제 생각을 말해드려도 될까요?"

"아이코 그럼요, 조언 부탁합니다."

"제 생각에 그녀도 호감은 있어 보입니다. 그러니 여태 만나주었겠지요. 다만 결혼은 개인끼리 좋아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서 그녀가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해서 말인데 이 푸줏간을 새롭게 변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남들이 으레 생각하는 푸줏간이 아니라 고급 식당 같은 느낌이 나도록 확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할 사람을 고용하십시오. 주인께서는 그들이 하는 일을 관리, 감독만 하시고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벌어놓은 돈이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겁니다."

"……."

"물론 남들이 안 보는 자리에서 고기를 도축하고 뼈를 발골하는 일은 직접 하셔도 됩니다. 왜냐면 그건 고도의 기술이 들어가는 일이니까요."

그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다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투자를 하라는 말씀이네요, 대외 위신을 높이도록. 하긴 저희 같은 직업을 백정이라 해서 업신여기는 자들이 많긴 하지요. 그래도 투자할 돈이 아까운데……."

"그거 아십니까, 투자할 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괜히 아꼈다고 똥 되는 수가 있습니다. 푸줏간을 깨끗하게 꾸미면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요, 아예 푸줏간 옆에 고기집을 하나 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방금 제가 먹어보니 고기 맛이 일품이더라고요."

"……."

"투자를 손해로 보지 말고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자양분으로 생각하십시오. 또한, 외모도 가꾸고 좋은 옷도 입고요. 무공도 전혀 감출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지 않나요?"

그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아까는 턱을 괴고 고민하더니 이젠 아예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 중이다.

그런 그의 그런 모습에 성진은 사람의 생각이 잘 안 바뀐다는 걸 알기에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의 틀을 반드시 깨고 싶다.

'이건 확신이야. 하나를 날면 열을 안다고, 분명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 그가 고민하고 있구나. 좀 더 자극적인 말로 그를 바꿔놓아야겠다.'

주성진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제가 말입니다, 회회마와 은발마녀를 저승으로 보냈거든요. 그리고 좀 전에 당가의 위기를 해결해 준 장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 자랑하려고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저 정도의 위치가 되면 예지력 비슷한 게 생긴다는 걸 강조 드리고 싶어서 꺼낸 말입니다. 그런데도 절 믿지 못하겠습니까?"

"……."

"저요, 상인으로서, 무인으로서 둘 다 크게 성공할 겁니다. 아, 그리고 제가 청월미녀도를 구매하려는 것을 보고도 느끼는 게 없나요? 그게 바로 투자입니다."

말을 뱉고 나니 조금은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가 상기된 얼굴로 번쩍 눈을 떴다. 그리곤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우매한 저를 일깨워주어서. 제 마음속 갈등의 벽이 허물어진 것 같습니다. 아마 상단주님 덕분에 정체된 무공도 올라갈지 모르겠습니다. 이 은혜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주성진은 손을 흔들었다.

"하하, 그러실 필요는 없고 나중에 성혼하시면 그때부터 저의 구주상단을 홍보해주십시오. 제가 알기론 중원 각지에 생사푸줏간이 있으니 각 생사푸줏간끼리 서로 연락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 추측입니다만……. 일반 대중들에게 저희 상단의 이름을 알려주면 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꼭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래도 정말 고마우니 제가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아, 아닙니다. 은혜라뇨, 그저 제 의견을 피력했을 뿐인데요."

"제 정성입니다. 제가요, 가축들을 고통 없이 한 방에 잡는 법과 발골하는 법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이걸 별것 아니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무공증진에도 꽤 도움이 된답니다."

"호……."

"왜 흔히들 급소를 노려라, 결대로 자르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걸 제대로 터득할 수 있습니다."

주성진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면 즐거움이다.

"고맙습니다. 가르쳐 주신다고 하니 열심히 배워야지요."

"대신, 저에게 배운 것 가지고 푸줏간을 내시면 안 됩니다, 하하."

"아이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푸줏간을 나서니 비는 그치고 하늘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아이코 꽤 피곤하네, 배우느라 정신을 집중했더니…….'

주성진은 객잔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가서 좀 쉬자, 잠도 일찍 자고…….'

하지만 쉴 운명이 아닌 것 같다. 객잔 앞에 다다르니 많은 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주성진이 나타나는 걸 보더니 일제히 간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주성진은 상인 차림의 중년인 둘과 무복을 입은 자들이 대거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대강 그들이 누군지 알 것 같아서였다.

'빨리도 소식을 들었네. 어찌 나오나 볼까…….'

주성진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태연하게 객잔에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염소수염이 매력적으로 보이나 전체적으로 얍삽하게 생긴 자가 성진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어색한지 가벼운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음음 실례하오, 댁이 구주상단의 상단주시오?"

주성진은 발길을 멈추고 상인 차림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요, 누구십니까?"

"아, 나는 휘주상단의 대행수 곽길부라고 하오."

주성진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음, 곽길부라… 모르겠어. 외부에서 영입한 모양이야.'

주성진은 휘주상단 내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휘주상단의 곽 대행수님이시군요. 그런데 저에게 무슨 볼일인지……."

그러자 그의 옆에서 얼굴을 씰룩이고 있는 자가 주성진을 노려보았다. 자세히 보니 어딘가 유비환과 얼굴 형태가 닮아 있었다.

"이보시오, 알면서 시치미를 뚝 떼다니, 그거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 아니오?"

"알면서 무시하다니, 내가 뭘 안다는 겁니까. 오늘 처음 보는 사이인데."

"유가장에서 오는 길이잖소? 우리가 거래하려고 한 비단을 중간에 가로챈 주제에 뻔뻔스럽기 그지없소이다. 젊은 사람이 낯짝이 두꺼워도 유분수지……."

그 순간 곽길부가 그를 제지하고 나섰다,

"그만해라, 이 일은 내게 맡기라고!"

"흥……."

그가 콧김을 씩씩대며 물러나자 곽길부가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미안하오이다, 내 친구가 흥분해서……. 뭐 그대도 상황을 파악한 것 같으니 긴말하지 않겠소이다. 오늘 거래한 비단 계약! 우리에게 넘기시오. 만일 그렇게 해준다면 계약금액의 1할을 추가로 그대에게 주겠소이다."

계약금액의 1할을 추가로 준다는 건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주성진이 장사하지 않고도 그냥 거액을 챙길 수 있는 기회였다,

주성진 순간 생각했다,

'확실히 뭔가 있어, 정말로 뽕나무가 병충해에 들기라도 했나?'

누에가 뽕잎을 제대로 갉아 먹을 수 없다면 결국은 비단 생산이 줄 수밖에 없었다.

성진은 사천 지역 외 타 비단 산지의 뽕나무가 시들시들 병들었을 거로 생각했다.

물론 전에 유비환으로부터 휘주상단과의 거래 관계를 모색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휘주상단이 사천산 비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상황은 뭔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유가장 출신인 자를 내세워 급히 계약을 성사시키려 한 점.

그리고 보통 타 상단과 성사된 계약은 아쉽더라도 포기하는 게 상계의 일반적인 관례였다.

하지만 저들은 지금 그런 관례를 깨고 성진을 통해 다시 계약을 되돌리려고 하고 있었다.

계약금액의 1할이라는 거액을 얹어주고서라도…….

주성진은 곽길부를 바라보았다.

상황은 그들에게 꽤 다급한 것 같았는데도 거대 상단의 대행수답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침착하게 성진을 바라보았다.

'흥, 그래도 속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을 걸… 무사들을 대동한 것을 보니 일이 잘 안 되면 무력이라고 쓸 태세인데, 가만 저자들 모용세가 출신인가.'

주성진은 그들이 차고 있는 장검에 주목하였다.

입고 있는 옷은 흔한 검은색 무복이라 어느 세가 출신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주성진이 대답하지 않고 있자 그가 헛기침을 터뜨렸다.

"으음!"

주성진은 그 즉시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거절합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주성진이 그를 지나쳐 객잔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무사들이 그의 앞을 막는다.

"이보시오, 대낮에 뭐 하는 짓거리요?"

그러자 오뚝한 코가 살짝 들리고 하관이 긴 자가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못생긴 얼굴은 아니나 미남으로 부르기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뭐 그리 급하게 가시오? 저분의 제안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오."

"난 이미 계산을 끝냈소이다. 그리고 댁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당사자가 아니라면 비켜주시오."

"당사자라면 어떻게 하겠소?"

주성진은 피식 웃었다,

"잘 되었구려, 다시 한번 말하리다. 그대들의 제안! 거절하겠소,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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