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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71화 (71/250)

071화 납치당한 남궁은하 (1)

주성진은 살짝 의아했지만, 그대로 넘어갔다.

'음, 이해가 잘 안 되는 군, 무녀의 옷은 일반인과 확연히 다르지 않나. 무엇 때문에 그림 속의 미녀가 그런 옷을 입지? 기왕이면 이쁘게 꾸미고 화려한 옷을 입었을 것 같은데, 으음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 한 답이 없겠어.'

주성진은 짤막이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그 순간 조용히 경청하던 당천기가 끼어들었다.

"이봐, 그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아닌가. 이미 남의 수중에 들어가 버렸는데……."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게 또 그런 게 아니지. 내가 내 제자에게 일을 시킨 건 개방에서 적절히 이익을 챙길 방법을 생각하기 위한 거야."

"그거 혹 그림 속의 비밀과 그 비밀을 푸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림 자체도 엄청난 보물이지만 그림 속의 비밀도 엄청난 것이지……."

이곽춘은 싱긋이 웃었다.

"후후, 그건 좀 이따가 이야기하고 내가 그림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해 주지. 그냥 편하게 재미 삼아 들어, 다 지어낸 말이니까."

"그래? 빨리 말해봐."

"그건 말이야, 그림의 주인공이 천겁윤회진이라는 곳에 갇혀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지."

당천기가 깜짝 놀라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봐, 천겁윤회진이라 하면 전설의 진 아닌가?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지만, 그 안에서는 죽지 않고 영생한다는… 아, 운이 좋으면 환생할 수도 있다 했던가."

주성진은 뜨악했다.

'뭐라 환생할 수 있는 진이라고. 그럼 혹…….'

그 순간 이곽춘이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하하. 그대의 눈이 동그래진 걸 보니 무척 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군,"

"네. 그렇습니다, 천겁윤회진에 관련된 모든 걸 알고 싶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그럴 줄 알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오."

"……."

그가 술 한 모금을 마시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천겁윤회진은 하늘의 신선이 중원 최고의 미녀를 가두기 위해 설치한 진이라오.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말이오……. 한데 미녀를 강제로 천겁윤회진에 가두고 독차지하려 했는데 아뿔사! 그만 옥황상제에게 그 일이 발각되었지 뭐요."

"……."

"노발대발한 옥황상제는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천겁윤회진을 설치한 신선에게 영원히 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벌을 내렸소이다."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벌이 아니라 복이 아닌가요?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과 계속 같이 지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하, 뭐 틀린 말은 아닌데, 문제는 신선이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새장 속의 작은 새로 변한 것이라오. 그리고 옥황상제는 때가 되면 그녀를 환생할 수 있게 하고, 그동안 천겁윤회진에서 온갖 사치와 향락을 즐길 수 있게 조처했다고 하오."

주성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도 그녀는 혼자 아닌가요? 외롭고 쓸쓸했을 것 같은데……."

"옥황상제가 그녀에게 말벗을 해 줄 천사들을 보냈다고 하더이다. 그들은 요귀에서 개과천선한 수습 천사들이라 기꺼이 그 임무를 받아들였다고 하오."

"아, 재미있는 전설이네요, 그런데 청월미녀도는 누가 그린 것인가요?"

이곽춘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맞춰보시오, 누가 그렸는지……."

"음. 천상의 명작이라고 했으니 제 생각에 그 신선이 그렸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하하. 그렇소, 신선이 처음 그 미녀에게 접근한 게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하면서였소."

그 순간 당천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것 봤어, 그림에 비밀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잖아, 신선이 재미 삼아 그림에다 장난을 쳤을 수도 있지, 안 그래?"

"후후, 넌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군, 그림에 무슨 장난을 쳐. 신선인지 아니면 딴 인물이든, 아무튼 그림을 그린 자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단지 후대에서 지어낸 말이라고. 재난이 일어나면 눈물을 흘린다는 것도 다 거짓이야. 그냥 그림이 있던 장소가 오래되어 누수되어 빗물이 흘러내린 것뿐이라고."

"뭐라고……. 그럼 보물 지도가 있다는 게, 다 지어낸 말이라는 거냐?"

이곽춘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하지만 잘 생각해봐, 무엇보다 최고의 보물은 그림 그 자체라고. 지금의 시대에 아무리 뛰어난 화가가 할지라도 똑같이 그 그림을 재현할 수 없어. 잘 훼손되지 않도록 특수한 화선지에, 특수한 물감으로 그려냈는데 그걸 어찌 따라하겠어."

주성진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세월이 흘러도 풍화되지 않는 그림이 있다면 그 자체로 보물일 것이 확실해 보였다.

더구나 고금 최고의 미인이 그려져 있지 않은가?

하나 그렇다고 그의 말을 완전히 신뢰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믿기 싫은지도 몰랐다.

주성진이 이곽춘을 바라보았다.

"저, 그러면 어떻게 잘못된 소문이 난 것인가요?"

"그러니까 뭐냐, 200년 전에 천기수사라 불린 당대 최고의 석학이 술자리에서 그럴듯하게 지어낸 이야기가 와전된 거지. 본인은 술자리에서 재미있으라고 한 말인데 사람들이 정말로 믿어버렸던 거요. 천기수사는 당시 무불통지 박학다식의 대명사였으니까 그럴 만도 했지."

"아, 그렇군요. 그럼 장로님이 알고 계신 내용을 장로님의 제자가 개방의 비고에서 찾아낸 것인가요."

그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렇소, 분명 나도 그 그림에 관한 기록이 어딘가 있다고 들었거든, 좀 전 말한 전설을 포함해서 말이오. 그래서 찾아보라 했는데 제자가 전서구로 연락해 왔소이다. 그때가 공교롭게도 하오문 인사를 우연히 만나기 전이었소."

주성진 본인이 환생하지 않았다면 개방 장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겠지만, 본인은 그게 아니다.

'음, 왠지 그 전설을 믿고 싶어지는데, 예감에 천겁윤회진이 내 환생의 비밀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일단 내가 떨어진 곳에 다시 한번 가보자, 뭐라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소문대로 청월미녀도에도 풀지 못한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보물이든, 뭐든 간에…….

'개방의 기록이 정확하단 보장이 어디 있어? 사람이 하는 일엔 늘 실수가 있기 마련 아닌가. 아니면 박학다식한 천기수사가 사실에 근거해 재미있게 각색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무리격의 없는 술자리라 해도 명망 높은 인물이 이야기를 지어냈다곤 믿기 힘들군.'

주성진은 생각을 접고 이곽춘에게 물었다.

"하면 청월미녀도는 언제 시중에 나온답니까?"

"곧 나온다고 하오. 하오문 그 작자가 출처는 극구 입을 다무는데, 내 느낌에 확실히 아는 눈치였소이다."

주성진은 출처가 암흑상단일 것이라 확신했다.

'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내일 중으로 암상에 연락해야겠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아니라면 내가 매입해야겠어. 설마하니 내가 도와주었는데 입 닦지는 않겠지.'

주성진은 암흑상단과 연락할 암구호와 연락처를 암흑전주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암상의 하부 연락처는 점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하부 연락처를 이용해 암상의 본진에 접근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하부 연락처는 말 그대로 오로지 연락만 담당하는 곳이었다. 그 외 다른 기능은 없었다.

하부 연락처는 평상시에는 푸줏간을 운영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중원 각 지역의 큰 도시에 분포되어 있었다.

'좋아, 성도에 가서 생사푸줏간을 찾아가 보자.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이야, 그 수많은 좋은 말 놔주고 하필이면 생사푸줏간이라니…….'

한데 그들의 이야기가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녹색 경장을 입은 자가 음식점 문을 밀치고 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헉헉……."

얼마나 다급히 왔는지 숨소리가 매우 거칠다. 그는 넓은 음식점을 두리번거리더니 돌연 성진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당주님, 당일우입니다."

당천기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일우야, 네가 웬일이냐, 그리고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고?"

"그야 성도 외곽에 큰 음식점은 이곳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는 당천기가 개방 장로를 마중하기 위해 나온 걸 알고 있었다.

"……."

"당주님, 그보다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습니까. 남궁 가주의 여식, 남궁은하에게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순간 주성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남궁은하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그녀는 지금쯤이면 당가에 있을 텐데…….'

주성진이 의문에 가득 차 있을 때 당천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

"그녀가 납치되었습니다. 낮에 성도를 구경하겠다고 그녀의 호위 둘과 당가를 나섰는데 그만……. 불행 중 다행인 건 납치범이 근처를 지나던 저희 성도 순찰대에게 발각되어 두보초당에 포위된 상태입니다."

두보초당은 당나라 시인 두보가 머물렀던 곳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대치 중이란 말이냐?"

당일우가 고개를 끄떡였다.

"네, 아 그리고 납치범은 오독문의 오독광자입니다."

"뭐라. 그 노괴가 나타났단 말이냐?"

당일기는 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놈이 필시 마취독을 사용했을 거야.'

"네. 아마도 그자가 오독문의 마취독으로 남궁은하와 그녀의 호위 둘을 제압한 것 같습니다. 가주님께서도 현장에 가 계시지만, 남궁은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어서 이를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천기는 인상을 구겼다.

'허허, 참. 당가의 앞마당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또…….'

"알았다. 현장에 가보자꾸나."

그가 일어날 기미를 보이자 덩달아 이곽춘과 주성진도 엉덩이를 일으켰다.

이곽춘이 빠르게 입을 놀린다.

"나도 같이 가지."

"그래 알았다, 고수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순간 당천기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주성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바쁜 일이 없다면 같이 안 가보겠소? 혹시 알겠소? 그대의 무공이 도움이 될지……."

그는 주성진의 비검술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말한 거였다.

주성진은 곧바로 고개를 끄떡였다.

"실은 그녀와 친구 사이입니다. 안 그래도 오지 말라고 해도 제가 간청하려는 참이었습니다."

당천기는 주성진의 말에 의문이 생겼지만, 지금은 그걸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고맙소. 자, 모두 서두릅시다."

잠시 후, 주성진은 뒷일을 일행들에게 맡기고 급하게 당천기를 따라나섰다. 그들은 각자 경공 실력을 뽐내며 전속력으로 나아갔다.

휙, 휙…….

주변 경물이 빠르게 지나간다.

한 시진이 흐르고 두보초당에 도착한 그들은 가주 및 당가의 주요인물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는 포위진이 가장 헐거워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았다.

그곳은 두보초당의 뒤쪽이었다.

현장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오독광자가 수십 차례의 항복 종용을 듣지 않고 계속 버티는 중이라 한다.

포위 중인 당가의 무사들 사이에 자리 잡은 그들은 각자 위치에서 두보초당을 바라보았다.

주성진은 당가가 왜 난감해하는지 잘 알 것 같았다.

그건 비단 납치법이 남궁은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이유 외에 또 다른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성도의 두보초당이 나라가 직접 관리하는 관광명소였기 때문이었다.

'음 건물을 부수고 진입하기도 어렵고, 난감하네… 하필이면 도망친 곳이 두보초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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