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상인-67화 (67/250)

067화 당청균과의 대결 (2)

쒜애액…….

당청균의 시야에 사라졌던 한줄기 파란빛이 일직선으로 그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심장 쪽이었다.

'아아, 안 돼!'

"크아악……."

피할 겨를이 없었다.

비명과 함께 당청균은 이 장이나 뒤로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혔고 쓰러진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주성진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그만 허무하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주성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우우……."

'다 끝났어, 그러고 보니 몸에 이상이 없구나, 마령단의 부작용을 걱정했었는데…….'

그러다 자신의 머리를 쳤다.

'아차차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주성진은 곧장 죽은 자에게 다가가, 그의 품을 뒤졌다.

'어라…….'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겉옷의 안쪽에는 옷 주머니가 가득했다.

'역시 당가의 옷이라 다르긴 다르군, 암기와 독을 넣어 다니려고 특수하게 만든 것 같아.'

주성진은 하나하나 주머니를 뒤져 가면 해독단을 찾아갔다.

은자와 기타 잡다한 것이 나왔지만 눈길을 주지 않고 오로지 해독단을 찾는 데 전념했다.

잠시 후, 주성진은 죽은 자의 좌우 안주머니에서 찾은 두 개의 꾸러미를 보며 중얼거린다.

'음 어떤 것이 해독단일까?'

주성진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생사가 오가는 일이기에…….

'신중하게 살피자.'

주성진은 꾸러미에서 환약 두 개를 꺼내 은박지를 벗겨냈다.

그 둘의 환약은 각기 다른 꾸러미에서 꺼낸 거였다.

'음, 확실히 색깔과 크기가 다르군. 모르겠다,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주성진은 조심스럽게 왼쪽에 놓인 환약을 집어서 혀로 환약을 핥았다.

'으윽 지독히 쓰군.'

그리곤 몸에 이상이 없는지 살폈다.

잠시 후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성진은 오른쪽에 놓인 환약을 핥았다.

'이건 필시 독이다. 죽은 자가 달콤한 것을 넣었다고 했거든…….'

반쯤 확신한 주성진은 몸의 변화를 살폈다. 뭔가 안 좋은 느낌이 살살 오다가 한줄기 청량한 기운이 일어나자 금세 사그라든다.

'되었어…….'

감별을 끝낸 성진은 급히 쓰러진 일행들에게 다가갔다가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아차차 개수를 확인하지 않았어.'

곧장 개수를 확인한 성진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제길, 하나가 부족하네, 음 어떡한담.'

선택의 갈림길에서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나이순으로 하자. 내공도 다른 이들보다도 높은 편이니까. 물론 김남선이 감 대행수보다는 살짝 높긴 하지만, 그는 외부인이니까.'

주성진이 선택한 두 사람은 화산옥봉과 감전동이었다.

그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해독단을 반으로 쪼개 먹이되, 전속력으로 그들을 둘러업고 당가로 달려갈 생각이었다.

물론 이 계획은 온전하게 해독단을 섭취한 이들의 회복한 모습을 보고 난 뒤에 시행될 거였다.

'그래, 이게 최선이다, 설마하니 독을 다루는 당가인데 해결책이 없겠냐고…….'

사실 사천당가가 독을 사용하면서도 정파로 인정받은 건 그 독을 해독할 방법을 마련한 것이 크게 한몫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행히 중독된 일행들이 하나둘 깨어나 운기조식에 돌입했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건 혹여나 남아 있는 독이 있는지 살피고 만일 있다면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음, 저들은 걱정 없을 것 같고, 나머지 두 사람도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아.'

주성진은 이들을 지켜보며 새삼 극독의 위험성을 절감하며 독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주성진은 어째서 당가 가주의 동생이란 자가 자신들에게 하독했는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음, 당가에 알지 못하는 내분이 있었나? 그래서 원한을 품고 당가에 타격을 주려고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인가? 아니면 정말 정신이 이상해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인가? 만일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음…….'

만일 사천당가에서 당청균의 악행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으로 주성진이 공격받을 수 있었다.

물론 자신에게 든든한 일행이 있긴 하지만 소수였다. 당가 차원에서 여론몰이를 한다면 삽시간에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었다.

'음, 제대로 장사 시작도 안 했는데, 꼬인다, 꼬여.'

주성진이 이것, 저것 생각하는 사이 하나둘 운기조식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깨어난 그들은 곧장 주성진에게 모여들었고 주성진은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다.

'휴, 다행이다. 그러면 이들에게 간략히 경과를 설명하고, 난 떠나자고.'

하지만 그런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다다다다…….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린다. 주성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무림인들이다.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그사이 그들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음식점 밖에서 멈추었다.

그들 중 누군가의 굵은 음성이 주성진의 귓전을 스쳐 지나갔다.

"너는 빨리 시신을 수습해라!"

"네……."

"자, 안에 사람들이 있으니 들어가 보자꾸나."

"네……."

그는 일부러 안에 있는 사람이 들으라고 큰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주성진은 그의 의도를 알고 굳은 얼굴을 풀었다.

'혹 당가에서 온 건 아닐까…….'

잠시 후 녹색 옷을 입은 자들이 완전무장한 채 음식점 내부로 들어왔다.

'음, 난장판이 따로 없군, 여기서 대결을 펼쳤구나…….'

그들 일행 중 가장 연로한 자가 중얼거렸다.

그는 주변을 살피고는 곧장 주성진과 그의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음, 음 안녕하시오, 나는 당가의 대외 연락당주 당천기라 하오. 신고를 받고 급히 달려왔는데 누가 나서서 대답 좀 해주길 바라외다."

주성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당가에서 오신 분들이 확실합니까? 저희가 된통 당해서 말입니다."

"독에 당했소?"

"그렇습니다."

당천기는 상황을 이해했다. 죽은 자가 똑같은 당가의 의복을 입고 있어서였다.

"그는 5년 전에 불미스럽게 당가를 떠난 사람이오."

"그럼 더는 당가 사람이 아니란 말이네요?"

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이다. 자세한 건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소이다. 양해하시오."

주성진은 당가 내부에 복잡한 사정이 있음을 짐작했다.

그 순간 그의 말이 이어졌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우리의 신분을 확인해 줄 사람들이 오고 있으니까."

다다다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단의 인물들이 들어왔다.

허리에 여러 겹의 매듭을 매고 있었고 손에는 타구봉을 들고 있었다.

주성진은 그들을 보며 대뜸 그들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개방이구나…….'

그 순간 꾀죄죄한 차림의 장년인이 당천기를 바라보았다.

그는 늘 술에 절어 사는지 코가 딸기코였다.

"아이코 삭신이야, 당신 따라잡는다고 내 도가니가 남아나지 않겠어."

"이봐 친구, 헛소리하지 말고 내가 누군지 저 사람들에게 증명해줘야겠어."

시선을 돌린 그가 주성진과 일행들을 바라본다.

"하하, 안녕들 하시오. 난 개방 장로 이곽춘이오. 음… 보자, 천화각의 미녀 아가씨에다 화산의 이쁜 처자, 그리고 또 보자, 무당에서 검 대신 부채쪼가리를 연마한 친구도 있고, 구주 상단의 상단주도 있었네……."

단숨에 신분을 알아본 그가 주성진을 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장사 분타주가 당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하더이다. 하하."

주성진은 개방의 정보력에 놀라며 말문을 열었다.

"저분들이 당가 분들이 맞으신 거죠?"

"그렇소, 하여튼 소식을 듣고는 부리나케 달려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다행이요."

"네……. 저 장로님, 죄송하지만, 이야기는 좀 이따가 하고요."

주성진은 급히 눈길을 당천기에게 돌렸다.

"당천기 당주님, 저쪽에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두 분이 보이시지요?"

"그렇소."

"제가 그 두 사람에게 해독단을 둘로 나눠 복용하게 헸습니다만, 빨리 치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 저들은 오독신사에 중독되었습니다."

당천기가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에 입을 열었다.

"그가 해독단을 가지고 있었다니 정말 다행이오. 안 그랬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거요. 오독신사는 극독 중의 극독이기 때문에."

"……."

"일단은 안심하시오, 내가 긴급 처방을 하고 당가에서 보름 정도 정양한다면 말끔히 쾌유할 수 있을 것이오."

주성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큰일 날 뻔했었구나."

"고맙습니다. 그러면 부탁드립니다."

"알겠소이다."

당천기는 품속에서 녹색의 환을 꺼내더니 직접 두 사람의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난 뒤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운 후에 등을 여러 번 쳤다.

탁탁탁…….

일을 마친 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자, 안심하시오. 그러면 이야기를 좀 들어봐도 되겠소이까?"

주성진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주성진의 일행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귀를 쫑긋거린다.

"…….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당천기가 주성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당가를 대표할 순 없지만, 하여튼 감사드리오. 다만 이 일을 크게 확대하고 싶진 않은데……."

주성진은 뭔 말인지 알아들었다.

"네, 저는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제 일행들은 어찌할는지 모르겠네요."

그 순간 화산옥봉의 제자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여전히 날이 서 있었다.

"그 대답은 유보하겠습니다. 나중에 깨어난 저의 사부님에게 판단을 맡기겠어요."

"알겠소. 그럼 나머지 분들은……."

그러자 김남선이 입을 열었다.

"무당제자 김남선입니다. 저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도요, 저도요……."

삼선녀까지 대답을 마치자 당천기는 다시 한번 머리를 숙인다.

"고맙소이다. 내가 책임지고 당가에서 여러분들을 극진히 모시겠소이다."

그 순간 개방 장로 이곽춘이 싱긋이 웃으며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하하. 당천기 저 친구가 그대들 덕에 급한 불은 껐나 보오. 자 그건 그렇고 주 상단주, 그대는 개방 사람들의 특징을 잘 알 것이오."

"궁금한 게 있으면 꼭 알아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겠지요?"

그는 고개를 끄떡인다.

"역시, 상단주라 그런지 기가 막히게 눈치가 빠르오이다. 하면 내가 좀 물어봐도 되겠소?"

"그러십시오, 답변드릴 수 있는 거라면 망설임 없이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 그렇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주시오. 나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 무리한 질문을 하지 않을 테니까."

"……."

"아까 말이오, 대략적으로 그를 어찌어찌해서 이겼다고 말은 했는데 핵심은 빠진 것 같소이다. 뭐 그렇다고 다 물어보면 실례인 것 같고, 마지막에 상대를 이긴 무공이 뭔지 알 수 있겠소. 내가 죽은 이를 좀 보고 왔는데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서 말이오."

주성진은 곰곰이 생각했다.

'비검술을 익혔다고 말할까, 말까……. 한데 죽은 이의 뭐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지? 내가 검을 회수했을 때 그의 사인을 살펴봤지만 뭐 심장이 갈라져서 죽은 것뿐이었는데…….'

"저, 뭐가 장로님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것입니까?"

"피요. 가슴의 상처로 봐서는 죽은 이가 피를 한 바가지는 쏟고 죽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그렇지 않은 것이 이상했소, 의복에는 피가 별로 묻어나 있지 않았소."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구나, 내가 경황이 없어서 그 점은 살피지 못했네, 그의 품을 뒤졌을 때 심장에서 피가 별로 새어 나오지 않았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