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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66화 (66/250)

066화 당청균과의 대결 (1)

순간 성진의 주문에 단전에서 엄청난 기운이 용솟음쳤다. 그리곤 그 여세를 몰아 서서히 독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주성진의 변화를 인지하자마자 그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소리친다.

"네놈이 오독신사(五毒神沙)를 이겨내!"

주성진이 그에게 침을 뱉었다.

"퉤……."

"이 새끼! 가만두지 않을 거다. 비겁하게 독을 하독해!"

"뭐라, 이놈이!"

쐐액…….

그 순간 당천균의 몸이 빛살처럼 늘어나더니 주성진의 가까이에 나타났다.

연이어 그의 주먹이 주성진의 턱을 가격하려 든다.

'피하자!'

주성진은 몸을 움직여 그의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런 내공이 줄어들었어, 독을 몰아내느라고.'

본인의 내공이 전처럼 회복하려면 몇 시진은 운기조식 해야 할 것 같았다.

'큰일이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네…….'

당청균은 자신의 주먹이 허공을 치자 또다시 득달같이 성진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우당탕당…….

주성진 또다시 피하자 그가 소리친다.

"요 미꾸라지 같은 놈, 좋아, 제대로 목을 날려주지."

그는 주성진을 노려보더니 폭이 좁은 거무튀튀한 검을 꺼냈다.

성진은 그의 검을 보자마자 심상치 않은 검임을 알았다.

'저거 혹 독검인가? 만일 그렇다면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일 텐데…….'

"그거 독검입니까?"

"뒈질 놈이 뭘 그딴 걸 물어!"

그는 대답 대신 검을 휘둘러 왔다. 주성진도 이에 질세라 자신의 검을 꺼내 들었다.

창…….

'그래 한번 해보는 거다.'

챙, 챙, 챙…….

'으읍……. 내공에서 밀린다.'

초수를 거듭할수록 주성진을 계속 몰렸다.

그는 단순히 검만 쓰는 게 아니었다.

주성진이 허점을 보인다 싶으면 왼손으로 지풍을 내리 갈겼다. 여간 방어하기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반면 당천균은 열불이 터졌다. 성진이 끈질기게 버터 낸 것이다.

'저놈이 아직도 버텨…….'

당청균은 인상을 그리며 주성진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수급을 취할 것 같았는데 그때마다 성진은 뒤로 밀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그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허허, 나랑은 30년을 훌쩍 넘게 차이 나는 녀석이, 그것도 독까지 몰아내고.'

이젠 숫제 감탄을 넘어 성진에게 일말의 질투심과 부러움마저 들었다.

'저놈은 어린 나이에 기연을 얻었구나. 나는 항상 배다른 형의 그늘에 가려 그림자처럼 살았는데.'

그의 살심이 더욱 깊어졌다, 처음엔 가볍게 목을 날리려고 생각했는데 주체할 수 없는 질투심이 들끓자 이젠 주성진을 산산조각내고 싶었다.

그것도 흔적도 없이…….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다.'

챙, 챙, 챙…….

횟수가 거듭되었다. 계속 밀리면서도 성진은 용케 버텨내고 있었다.

"헉, 헉……."

주성진이 가친 숨을 내쉬기 시작하자 당청균의 입꼬리가 점점 말려 올라간다.

'후후, 10초 내에 끝낼 수 있겠군.'

한편 주성진은 이를 악물고 간신히 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물론 이는 내공 고갈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으음 갈수록 태산이네.'

주성진은 그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팔다리가 떨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은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점점 정신마저 아득한 상황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를 향해 먹구름처럼 몰려오는 것 같았다.

'저 인간 강하다, 내 내공이 멀쩡했다 해도 쉽게 그를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야. 다행이라면 그가 독술을 펼치거나 암기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야. 모르지 익히지 않았는지…….'

여하튼 주성진으로서는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요즘 들어 욱일승천 하는 그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내가 상대한 자 중에 가장 강한 자다.'

그의 강함은 성진에게 다시금 무공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바로 그 순간.

"얍!"

우렁찬 기합과 함께 그가 끝장을 보자는 듯이 강하게 몰아쳐 왔다.

빠른 공격에 무시무시한 힘이 중첩되어 있었다.

꽝!

화탄이 터지는 듯하다. 주변의 탁자들이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거렸다.

그는 성진이 내뻗은 검기를 아무렇지 않게 잘라내고는 기어이 성진의 검에 충격을 가했다.

"으음……."

성진은 아득한 정신 속에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굉장한 위험신호였다.

'안 돼!'

성진은 고개를 내저으며 입술이 피가 나도록 꽉 깨물었다.

그 순간 문득 강설현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가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일행들의 활발한 모습까지 뇌리에 차례차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시간이 없다고! 어떡하지?'

얼추 시간이 제법 흐른 것 같았다.

'저놈이 한 시진 안에 내장이 녹아 독수로 변한다고 그랬어!'

성진으로서는 지금 당장 위기를 모면하는 것을 넘어서 빠르게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과제까지 짊어지고 있었다.

'난 저놈에게서 반드시 해독단을 취하고 말거야! 그뿐이랴! 내게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고!'

그에게는 전생의 복수와 함께 반드시 휘주 상단을 되찾아야 하는 목표가 있었다.

그순간 성진은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게 뭐가 되었던 반드시 지푸라기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뇌가 기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절실한 심정을 하늘이 알았을까?

순간적으로 뭔가가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고, 곧바로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맞아, 그걸 왜 여태 생각 못 했을까! 멍청아, 내 품속에 마령단이 있잖아. 제길 부작용이고 나발이고 모른다. 난 무조건 복용할 거다.'

마령단은 고대 혈교의 보물이었다. 지난번 공공문의 제자에게 선물로 받은 거였다.

'대환단에 버금가는 효력이라고 했어!'

주성진은 마치 도망치듯 뒤로 멀찍이 물러나 은박지에 싸인 마령단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삼켰다.

꿀꺽…….

주성진이 뭔가를 먹고 입을 우물거리자 그가 인상을 쓴다.

'저놈이 뭐 하는 짓이지…….'

그가 빠르게 주성진에게 다가간다.

그 순간, 목구멍을 타고 주성진의 뱃속으로 들어간 마령단의 기운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외부에 비릿한 내음이 퍼지는가 싶더니 금세 청아한 향이 성진의 주변을 맴돌았다.

'아아, 좋은 냄새…….'

주성진은 상대가 다가오는 걸 보고 급한 대로 속성으로 내공심법을 돌려 마령단의 기운을 흡수하려 했다.

'어. 저절로 알아서 가는데…….'

따로 진기도인을 할 필요가 없었다. 마령단은 사람의 생기를 뽑아 만든 것이라 일종의 선천진기였다.

성진은 어렴풋이 그 상황을 짐작했다.

'그렇구나, 어! 이건 또 어떻게……?'

뭐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고갈되었다고 생각한 몸속의 진기들이 갑자기 활성화되었다.

'뭐야. 고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 그런 건 아니었어. 아마 독의 작용 때문에 억눌러져 있었던 모양인데 마령단으로 인해 촉발된 모양이야."

삽시간에 공력이 불어나자 주성진은 주체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원래의 최고 공력엔 살짝 못 미치는 감이 있지만, 좀 전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가자! 이제 공력도 빵빵한데 저놈에게 당할 순 없지!'

물러나기 급급한 주성진이 갑자기 달려오자 당청균은 의아해한다.

그러다 금세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저놈이 뒈지려고 환장했군, 그래 자살한다면 말리지 않으마.'

야무지게 독검을 꼬나쥔 당청균은 주저 없이 앞으로 몸을 날린다.

주성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흥, 이제부터는 다를 것이다.'

순간 주성진의 검에 짙은 바다색의 강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두툼한 강기가 검을 감싸자, 주성진이 마치 검이 아닌 커다란 대도를 든 것처럼 보였다.

'뭐야, 저거! 최후의 발악인가…….'

승리에 도취한 당청균은 이를 무시하고 강하게 검을 내리쳤다. 주성진도 이에 질세라 조금의 멈칫함도 없이 상대의 검을 마주해 갔다.

꽝!

"헉……."

당청균은 경악했다, 바로 전까지 승리를 자신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자신의 독검을 두텁게 둘러싸고 있는 먹빛 검기가 갈라지고 있었다.

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검을 빼지 않았다면 자신의 검이 부러진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몸이 두 조각이 날 뻔했다.

그는 바로 전 상황을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하다.

'하… 저놈에게 숨겨둔 수가 있었나? 아, 그렇지 저놈이 좀 전 뭘 처먹었어. 그래. 필시 내력폭증단일 것이야.'

그렇지 않고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청균은 주성진이 내력폭증단을 먹었다고 확신했다.

내력폭증단은 일시에 몸을 활성화키나 선천진기를 끌어다 섰기에 그 후유증이 대단했고, 그리 오래 가지도 않았다.

'흐흐. 조금만 지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물흐물해지겠지.'

당청균은 뒤로 열 보를 물러나 성진을 바라보았다. 머리는 산발하고 옷은 너덜너덜하다.

'그러면 그렇지… 어쨌든 대단한 놈임은 틀림없어, 이대로 성장한다면 무림 최고수의 반열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겠지. 하나 넌 나를 만나지 않아서야 했어.'

한편 성진은 계속 기운을 검에다 불어넣고 있었다.

우우응!

성진의 검이 검명을 토해 냈다.

'그래 이제 끝내자,'

완연하게 자신감을 회복한 성진은 신형을 띄웠다. 검에서 뻗어 나온 광채가 눈부시다.

부아앙!

성진은 검을 크게 휘두르며 당청균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당청균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저놈이 최후의 공격을 감행하는 모양이군. 이놈아, 내가 너의 의도에 맞춰줄 것 같나. 시간은 내편인데…….'

당청균은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났다.

그의 후진을 막고 있던 탁자와 의자가 그의 몸에 닿기 전에 모조리 맥없이 튕겨 나간다.

텅, 텅…….

주성진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전의를 다지고 있었다.

'여전히 그의 기세가 대단하긴 대단하군, 하나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마!'

성진은 빠르게 경공을 펼쳤다. 순식간에 그의 신형이 수없이 늘어나자,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주성진의 빠른 경공에 당청균은 더욱 빠르게 자신의 신형을 뒤로 물렸다.

그 순간, 건물의 벽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퍽…….

이는 당청균의 신형이 음식점의 외벽에 부딪혀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는 그대로 외벽을 부숴버리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나 그 일로 인해 다소 동작이 주춤거렸다.

'잘 되었군.'

순식간에 간극을 좁힌 성진은 검을 쥔 손을 머리 뒤로 젖혔다.

'이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비검술을 펼칠 수 있을 거야.'

"야아합!"

성진의 기합 소리와 함께 성진의 검이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쉬이익…….

당청균은 막 건물을 벗어나려다,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에 두 눈을 치켜떴다.

그 순간 그의 두 눈에 뭔가가 번쩍하고 허공에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어, 어디 갔지……?'

사실은 성진의 검이 당청균의 시선을 벗어나 위로 솟구친 거였다.

'음, 느낌이 안 좋아…….'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그가 황급히 몸을 피하려 했다.

주성진은 그런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 와중에 성진의 손은 진기로 검을 조정하느라 허공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후후, 내가 더 빠를걸,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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