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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56화 (56/250)

056화 급변하는 상황 (3)

'딱 한 번만 막자, 그러면 저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어!'

"야아합!"

순간 그가 얼마나 용을 썼는지 그의 수염이 뻣뻣이 일어선 채 부르르 떨렸고,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이마에 힘줄이 툭툭 솟구쳐 올랐다.

바로 이때, 주성진의 검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꽝……!

검과 도가 부딪혔는데 때아닌 폭음이 터져 나왔다.

"으윽!"

그가 충격에 신음을 흘린다.

우두머리는 어떡하던 있는 힘껏 버티며 주성진의 검을 떨쳐 내려고 했다.

하나 그 순간 그는 주성진의 가느다란 미소를 보지 못했다.

'흥, 어디서 얕은 수법을, 넌 도망치지 못해. 내가 말까지 못 움직이게 만들 테니까.'

주성진이 내력을 증강하자 엄청난 압력이 적의 우두머리에게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으으으……."

그는 팔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압력은 고스란히 그를 거쳐 말에게도 전달되고 있었다.

"히이잉. 히이잉!"

말까지 힘들어 울음을 터뜨리자 성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검으로 상대를 짓누르고 있다 보니 애써 경공을 펼칠 일도 없다.

'다, 됐다. 항복하라고 해야겠어.'

그렇게 성진이 입을 뗀 순간.

'어어.'

추가로 내공을 끌어 올리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그의 손으로 내공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성진은 예기치 못한 일에 그만 얼굴을 찌푸려 버렸다.

'아니 어떻게 된 일이야, 혹 그것 때문인가…….'

그렇게 된 건 성진의 추측대로 경공으로 분산되었던 내공이 일제히 검으로 몰려온 탓이었다.

삽시간에 성진의 내공이 몰아쳐 오자 상대의 도가 부러질 듯 휘청거렸다.

그리고는 그만,

찌지직…….

'헉…….'

우두머리의 눈이 한껏 치켜 올라갔다. 자신의 도가 단숨에 갈라진 것이다.

"아아. 안 돼!"

절규하는 우두머리의 모습을 본 주성진은 급히 검을 거두려 했다.

하나 이미 그때는 상대의 도를 뚫고 들어간 자신의 검이 그의 머리에 닿아 있었다.

퍽…….

'이런 젠장, 내 검이 너무 날카로워!'

급히 내공을 거둔 상태임에도 검의 날카로움이 그의 머리를 반쯤 쪼개버렸다.

순간, 비릿한 냄새가 주성진의 후각으로 밀려들었다. 그리고,

쿵…….

그가 말 위에서 떨어졌다. 보나 안 보나 즉사였다.

지면에 내려온 주성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러다 손에 피가 마르지 않는 날이 없겠어, 쯧쯧. 아, 아니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성진은 급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하나 주변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아무도 없네.'

성진은 그 즉시 귀를 활짝 열었다.

"으으음."

"으으음……."

좀 떨어진 곳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의 신음이 간간이 들려오긴 하는데, 말 울음소리나 싸우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음, 말을 탄 자들은 완전히 사라졌구나.'

주성진은 그들을 추격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야. 뚱보 놈을 데리고 가야 할 테니까. 그래 한번 가보자, 뭐 만일 멀리 갔다면 깨끗이 포기하고.'

성진으로서도 기다리는 일행이 있기에 무작정 그들을 추격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히이이잉…….

말의 울음소리가 구슬프다. 말은 여전히 시신 앞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저놈 가지 않았구나,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같은데. 그래 아무리 급해도 시신은 묻어주는 게 최소한의 도리이지.'

잠시 후 주성진은 그를 묻어주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잘 가시오, 극락왕생하길…….'

급조한 무덤에서 뒤돌아선 주성진은 빠르게 주변의 말발굽 자리를 살폈다.

그리곤 갈 방향을 정했다.

'왼쪽 비탈길로 가자. 흔적 대부분이 그쪽으로 이어졌으니까.'

성진은 땅을 힘껏 박차며 신형을 띄웠다,

쉬이익…….

달그락, 달그락…….

'어!'

성진을 따라 죽은 자의 말이 쫓아왔다.

'뭐야, 저 녀석! 가만 말의 후각이 뛰어나잖아.'

성진이 경공을 멈추자 달려오는 말도 따라 멈춘다.

쿠구구…….

말은 코를 벌렁거리며 콧김을 쏟아낸다. 성진은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너. 앞으로 내 말 잘 들을 거지?"

쿠구구…….

얌전한 새색시처럼 순종적이다. 아마도 성진을 새로운 주인으로 택한 모양이었다.

'녀석…….'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앞발을 높이 치켜뜨며 성진을 공격했던 말이었다.

'그 참…….'

성진은 묘한 감흥을 느끼며 말에 올라탔다.

"자, 가자! 녀석아, 내 친구들을 찾아야 한다, 알겠지?"

성진은 말이 자신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한다고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말의 흔적을 추격한다는 걸, 이 녀석도 곧 알게 될 거야.'

"이랴, 가자!"

성진을 태운 말은 빠르게 언덕을 내려갔다. 그리곤 곧장 관도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간에 다른 쪽으로 이어진 흔적은 깨끗이 무시했다.

'허허, 이 녀석 명마일세, 역시 말하면 북방의 말이 최고지. 나중에 나도 말 장사를 해볼까나…….'

성진은 씩 웃었다.

그는 말의 고삐를 쥐고 있지만, 자신이 생각한 방향과 다르지 않기에 그냥 말이 달리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 이에 말은 더욱 신이 난 듯 속도를 높인다.

아직은 밤중이라 주변의 경물이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관도 옆의 나무들이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반 시진을 더 달렸을까? 말이 소리 높여 울부짖는다.

히이이잉…….

그러자 앞쪽 어딘가에서 이에 호응하듯 말들이 따라 울부짖기 시작했다.

히이이잉, 히이이잉…….'

성진은 말의 갈기를 비비듯 살포시 쓰다듬었다.

"빨리 가자, 너의 친구들이 떠나기 전에…….'

아마도 말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로 보아, 앞선 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았다.

달그락, 달그락…….

한편 말 한 마리가 다가오자 휴식을 취하는 자들은 일제히 초긴장 상태로 어둠 속을 주시했다.

그 순간 땀을 한 바가지로 흘리며 얼굴을 닦고 있던 자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빠르게 입을 놀렸다.

"어이, 부단장, 누가 다가오고 있는데, 이리 넋 놓고 있을 건가……."

그러자 얼굴에 큰 점이 있는 자가 뚱하게 답한다.

"단장님일 줄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려 보시죠. 그리고요, 주변을 보세요. 제 동생들이 잔뜩 경계하고 있잖아요."

"음… 한데 만일 아니면 어쩌려고!"

그러자 부단주가 목에 핏대를 울린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상단주님 때문에 말이 퍼졌잖아요."

"그깟 내 무게와 짐을 못 견디는 게 무슨 말이냐고, 그리고 말이야 자네 말투가 아주 짧은데."

"아, 그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상단주님을 태운 말이 지금껏 전속력으로 달려온 걸 생각하셔야지요. 그리고 짐은 저희가 맡겠다고 누차 말씀드렸습니다만."

증초익은 의심이 많은 자였다. 절대 자신의 짐을 다른 자에게 함부로 맡길 위인이 아니었다.

'흥, 내가 네놈들을 어떻게 믿고. 돌아가기만 해봐라, 건방진 네놈들을 다 잘라버릴 것이다.'

그들이 투덕거리는 사이 말을 탄 성진이 나타났다.

"하하, 멀리 못 가셨네, 다들 여기 있었군……."

성진이 나타나자 다들 쥐 죽은 듯 성진을 노려보았다. 한데 달빛에 성진의 얼굴 윤곽이 나타나자 그들의 동공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니 당신은?"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증초익 상단주였다.

"후후, 우리 구면이죠? 증 상단주라 했던가……."

"당신이 어찌 여길?"

"왜 왔겠소? 내가 할 일이 없어서 한밤중에 여길 왔겠소이까?"

증초익이 눈알을 대굴대굴 굴린다. 그는 상인의 감각으로 성진에게 몹시 위험한 기운을 느꼈다,

그는 재빠르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한데 호위단의 표정이 이상하다. 어찌 보면 슬픈 표정인 것 같고 어찌 보면 분노하는 표정 같았다,

그 순간 부단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단장의 말을 타고 온 성진을 보며 단장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

"으음, 단장님은 어떻게 되었소?"

"내가 잘 묻어주었소이다."

부단장은 슬픔을 억누르며 다시 물었다.

"그럼 정정당당한 시합이었소?"

주성진은 그가 왜 그리 묻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왜 묻지? 그럼 정정당당하지 않으면! 뭐 내가 비겁한 술수라도 썼다는 것인가?'

"굳이 따지자면 내가 불리했소. 그는 말을 타고 있었고, 나는 아니었으니까……."

"음……."

"하하 비록 적이었지만 그는 대단했소. 그의 투지와 기마술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소이다."

그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대는 중원 무림의 고수요?"

"무공을 익혔지만, 본업은 상인이오. 아직은 미약하지만, 상단을 꾸리고 있소이다. 그리고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이유는……."

주성진은 순간 생각을 가다듬었다.

'우연히 온 것처럼 꾸며서 말해야겠다. 처음부터 미행했다고 하면 좀 그러니까.'

"사실 내가 긴급한 볼일이 있어 고갯길을 오르다가 언덕 주막에서 그대들을 발견했소. 한데 뭐, 변발한 댁들보다도 더 눈에 띄는 자가 있더라고……."

그러면서 성진은 증초익을 바라보았다. 상대 부단주는 이해한다는 듯 살짝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러다 두 상인이 말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소. 몹시 나쁜 짓을 꾸미고 있더이다. 해서 상도의에 어긋나는 두 상인을 혼내주려고 했었는데, 제3의 인물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일이 꼬여버렸소."

"……."

"잠시 관망하다 제3의 인물들이 육선문 소속의 포쾌임을 알고 그들을 구하려 나선다는 것이, 결국은 그대의 단주와 대결하게 된 것이오."

"……."

"그리고 그 이후는 보시다시피 내가 여기에 와 있소이다. 저 뚱보 녀석을 잡으려고 말이오. 자 나는 할 말을 다 했소, 이제 어쩔 것이오? 대결을 원한다면 나도 주저하지 않을 거요."

그러자 그가 손을 들었다.

"잠시 내 동생들과 이야기 좀 하겠소이다."

순간 증초익이 다급하게 나섰다.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된 지 오래였다.

"부단주! 내가 보수를 두둑하게 올려줄 테니 제발 날 구해주시오. 그리고 어……."

쉬이익.

순간 희뿌연 그림자가 바람처럼 나타나더니 그의 목을 쳐 기절시켰다.

"미안하지만 푹 주무시오."

희뿌연 그림자는 바로 주성진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호위 단원들과 이야기를 마친 부단주가 나타났다. 그는 증초익이 기절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음, 그대에게 요청할 것이 있소이다. 만일 우리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저자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대와 맞서 싸우겠소. 이기면 이겨서 좋고, 져도 저승에서 형님을 만날 수 있으니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소이다."

"허허. 이거야 원, 요구가 반 협박이구려. 그래 요구 조건이 뭐요?"

그 순간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음, 그게… 그게 말이요 사실 우리가 돈이 좀 필요하다오. 그래서 내키지 않은 저자의 호위로 일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그 일도 못 하게 될 것 같소이다. 해서 말인데 저자의 품속과 짐을 뒤져서 돈 되는 것을 가져가고 싶소이다."

"……."

"물론 다 가지겠다는 건 아니오. 삼 분의 일은 그대에게 주겠소이다. 대신 저 뚱보 녀석은 데리고 가도 좋소."

주성진은 그의 말을 듣고 생각난 게 있었다.

'맞아, 밀염상에게 계약금을 지급한다고 했었지. 아마 큰돈일 거야.'

그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만일 전표가 보통 전표가 아니라 특별전표라면…….'

증초익이 만일 계약금을 특별전표로 지급한다면 문제가 있었다.

'일단 보기나 하자, 그러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아,'

"알겠소, 자, 지금부터 신사협정이요. 서로 공격하지 말기로!"

"하늘에 맹세하겠소."

"에이, 그걸로는 불충분하고 당신의 부하들을 뒤로 물리시오."

"하하, 그리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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