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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51화 (51/250)

051화 감찰관 이무송과의 대화

그렇게 세 사람은 주변의 시선을 무시하고 걸어갔다.

그러자 이무송이 있던 자리에 있던 중년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새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서 와요. 난 이이의 부인이자 총무련 감찰관인 장보옥이에요."

주성진과 강설현은 곧바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주성진은 그냥 고개를 숙였고, 강설현은 무림의 관례대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포권했다.

"하하. 반갑습니다, 주성진이라 합니다."

"처음 봬요, 강설현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호호."

간단한 상견례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무송이 말문을 열었다.

"그래, 주성진 소협은 소속이 어떻게 되오? 아 그 전에 아까 저잣거리의 공터에서 그대를 봤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소이다. 처음부터 본 건 아니고 막 우리가 굉음을 듣고 도착했을 때는 그대가 공중으로 날아오른 직후였소, 정확히는 그대의 등을 봤다고나 할까."

"……."

"곧바로 그대를 추적하려 했는데 그만 우리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와서 한 박자 늦고 말았소이다. 사람들을 피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그대가 사라진 방향으로 경공을 펼쳤소만, 뭐 흔적 없는 허공에서 그대를 찾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웠소, 허허."

"……."

"한데 그랬는데 말이오, 우연히 여기에 들렀다가 그대를 보게 된 거였소. 그대가 입은 옷이며 뒷모습이 영락없었소. 곧바로 우리 부부가 그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때마침 여기 이 예쁜 아가씨가 나타나서 잠시 관망하고 있었소이다."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음, 그렇게 된 것이군.'

그러고 보니 주성진도 그들에게 할 말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혈교에 관한 이야기였다.

공공문의 제자가 개방에 이 사실을 알린다고는 했지만 바로 눈앞에서 총무련의 인사를 만난 이상 그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강설현이 주성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도 주성진의 행적이 궁금하던 차였다.

"오을 어찌 된 일인지 빨리 말해라, 나도 궁금하다고."

주성진은 언제나 그렇듯 뺄 것은 빼고 자신의 신분을 포함해 오늘 벌어진 일을 간추려서 말하기 시작했다.

"……. 뭐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야기 말엽에 혈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세 사람의 안색이 침중하게 변해갔다.

콧잔등을 잔뜩 찡그리던 이무송이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허허 이거 참, 한동안 조용하던 무림에 평지풍파가 일어날 모양이요. 안 그래도 요즘 여기저기서 산적 떼와 수적 떼가 기승을 부려서 타격대를 조직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혈교라… 음, 돌아가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생겼구려."

"하오면 타격대는 언제부터 활동하는 겁니까?"

"음, 그건 대외비라 말할 순 없으니 이해하시오. 어쨌든, 이 일을 련주님께 빨리 알려야겠소. 아울러 그대가 이번 일에 큰 공을 세웠으니 련주님의 감사패가 그대에게 보내질 것이오."

성진은 그의 이야기를 듣자 반색했다.

총무련 련주의 감사패를 사무실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해두면 방문자들이 그를 우러러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와, 대단한 사람이네 하고.

"하하, 이거 영광이군요. 한데요, 실은 공공문의 제자가 개방에 알린다고 했긴 했는데……."

이무송은 손을 흔들었다.

"그건 그거고 우리도 책무가 있으니 따로 련주님을 뵙고 보고해야겠소. 원래는 우리 부부가 비공식적으로 당가 가주의 회갑연에 가려 했었는데……."

그 순간 그의 부인이 끼어들었다.

"뭐 어쨌든 사천 땅을 조금이나마 밟아봤으니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래도 여보,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 돌아가도록 해요."

"그럽시다."

이무송은 다시 고개를 돌려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한데 말이오, 그대가 대상인이 되려 한다니, 상당히 놀라운 일이구려. 기나긴 무림사에 그대와 같은 인물을 뽑는다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거요. 아무튼 큰 뜻을 품었으니 크게 성공하길 바라겠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무송은 흐뭇한 표정을 짓다가 돌연 엉덩이를 불에 덴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저기 미안한데 죽은 그자가 사용한 무공을 상세히 설명 좀 해줄 수 있겠소?"

"상세히 말입니까?"

주성진은 내심 내키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하다 보면 내 무공까지 다 드러나겠는데, 안 되지 그건. 음 상대가 저리 부탁하니 거절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되도록 간략하게 말해야겠다. 답답하면 물어보겠지…….'

"네, 그리하지요."

주성진은 세 사람에게 죽은 자가 펼친 무공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자는 장력이 장기인 것 같았습니다. 저와 상대할 때 줄곧 오른손만 사용했거든요. 그가 공력을 돋우자 그의 장심에서 붉은 기운이 솟구쳐 나오더니 곧장 형상화되었어요. 마치 붉은 구슬을 저에게 빠르게 집어 던지는 것처럼 말이죠."

"얼마나 신속하게 뻗어 나왔소이까, 그러니까 반응속도를 묻는 것이오."

"곧장 뻗어 나오던데요. 충분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꽤 위험할 것 같더라고요. 최소 1장 정도는 되어야 맞대응할 수 있을 것 같던데요."

주성진은 속으로 아차차 했다.

'이런 두 번째 건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쯧쯧.'

아니나 다를까 아무송은 기가 찬 듯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1장이 길다는 뜻으로 한 말이오? 내 생각에 그 정도 거리면 피하기도 벅찰 것 같은데."

"아니죠, 내공을 미리 끌어올려 모으고 있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요. 물론 힘의 열세로 밀릴 수는 있겠지만요. 아, 그리고 제 말을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상대가 기습한 경우는 별개입니다. 제가 말한 건 그의 공격을 미리 읽고 대비하고 있을 때를 말한 것이랍니다."

"주 상단주, 내공을 미리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시오?"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무슨 문제가 있나?'

"그냥 말 그대로 아닙니까?"

"하하. 말 그대로는 맞소.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왜냐 단전을 벗어난 내공을 축적하려면 혈관이 질기고 굵어야 하오. 말하자면 기가 운행하는 통로가 넓어야 한다는 뜻이요."

"……."

"내가 생각하기에 그대가 기연을 맞이했다 하더라고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 이상, 그런 경지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소이다. 만약 그대가 나이가 많았다면 얼굴까지 젊어졌을 텐데 그러지는 않은 것 같고……."

사실 주성진은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 그의 나이를 말해주었었다.

"……."

"음, 하여튼 혈광기를 펼친 그를 이긴 거로 보아선 그대는 절정에 다다른 건 분명하오. 죽은 그자도 절정의 고수일 것이고."

성진은 그의 말에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경청했다.

'내가 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건 아는 사실이고, 죽은 그자가 펼친 장법이 혈광기인가 보군. 하지만 내가 단박에 환골탈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아마 천천히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을 거야.'

어쨌든 자신도 잘 모르는 일을 가지고 그와 갑론을박하기 싫었다.

그 순간 그의 말이 이어졌다.

"음, 한데 그대는 누구의 진전을 이었소?"

주성진은 그의 기습적인 질문에 내심 고개를 가로저었다.

'쯧, 이럴 줄 알았어.'

"죄송하지만 그건 곤란한데요,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하시지요."

"하하,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하지만 말이요, 그대의 무공이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요. 왜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지 않소, 조만간 가는 곳마다 많은 이들이 그대를 주시하고 분석할 것이오."

성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할 수 없죠. 한데 사람들이 그렇게 할 일이 없나 봅니다. 저는 상인의 길을 가는 사람인데 왜 저를 주시한다는 건지……."

"하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소. 지금이야 그대가 상인의 길을 간다지만 그건 또 모르지……."

"뭐. 알겠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갈대 같다고 하는 것 같은데 제가 꽉 붙들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주성진은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싶은데 그는 그런 생각이 없나 보였다.

"주 상단주, 내가 적포문의 외당주와의 대결은 직접 보지 못했으나 그대의 경공 실력만큼은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아주 대단하더이다. 하하."

주성진은 손을 흔들었다.

"과찬이십니다. 저보다 뛰어난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이보우, 지나친 겸손은 도리어 실례가 된다는 걸 모르오, 적당히 하시구려. 나보다 경공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자꾸 그러면 내가 도리어 기분이 나빠진다오. 나도 한 경공 하는 사람인데……."

"……."

"그건 그렇고, 형산파에 얽힌 비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일화인데, 그래 형산파는 과거의 무공을 복원한 거요?"

"그게, 일부만 복원했습니다만 계속 노력 중입니다. 저, 그리고 다시 한번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저의 무공에 대해 궁금한 건 잘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깊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주성진은 정중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총무련의 고위급이 아니라면 그렇게 할 이유도 없었다.

"하하. 알겠소, 그러면 그건 이쯤에서 하고, 우리 말 나온 김에 잠시 일반 무공에 관해 이야기해보면 어떻겠소?"

그러자 그의 옆, 이무성의 부인이 그의 팔뚝을 꼬집었다.

"여보, 인제 그만하세요."

"왜 그래 당신? 오랜만에 젊은 사람의 생각도 들어봅시다."

그는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단 짧게 하시지요."

이무성은 눈빛을 빛내며 주성진을 바라보다 다시 강설현에게도 눈을 돌렸다.

"강 소저도 할 말 있으면 언제든지 하시오."

"네, 그럴게요. 다만 그전에 열심히 듣겠습니다. 호호."

"그럼 그리하고, 주 상단주는 무공이 강해지려면 제일 먼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주성진은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강해지려면? 음, 간단하면서도 심도 있는 질문 같긴 한데… 에이 뭐 이런 거엔 정답이 있겠어!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를 텐데.'

주성진은 가장 먼저 떠오는 생각을 입 밖으로 드러냈다.

"그야 내공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

말하고 나니 평범하다. 그래도 그게 제일 먼저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이었다.

"하하. 내공을 키운다. 뭐 틀린 말이라고 볼 순 없지만 난 그전에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무게감 있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성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음가짐이라… 뭐 그것도.'

"간단하오. 그것은 바로 한계를 두지 않는 거외다."

그는 주성진의 머릿속에 각인이라도 시켜 놓으려는 듯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한계를 두지 않는 다고요?"

"그렇소.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을 때 끝없이 강해질 수 있소이다. 그런 차원에서 주 상단주는 복 받은 것이오. 보통 문파의 제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오."

주성진은 그가 말한 의도를 알 것 같았다.

'뭐야, 기분 좋은 것 같으면서도 이 찝찝함은. 결국 그는 형산파는 별 볼 일 없는 문파라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이고, 난 개천에서 용 난 돌연변이 같은 존재라는 거잖아. 뭐 사실이긴 하지만, 형산파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

"……."

"가까이는 사형제나 사부가 될 것이고, 설령 그보다 높다 해도 결국은 문파에서 가장 우러러보는 사람을 넘지 못하지. 그게 문파의 시조가 될 수도 있고 당대의 장문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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