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상인-39화 (39/250)

039화 주성진 구주상단의 상단주가 되다

"제 말은 추후도 거짓이 없는 사실입니다, 이 일은 개방의 전서구를 통해 빨리 알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 개방의 전서구는 제가 섭외할 테니까요. 사용 비용도 같이… 그리고요. 편지에 이 말을 덧붙이세요, 휘주 상단과 거래하지 않아도 될 거래처를 확보했다고요,"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그 말은 저희와 계속 거래를 하겠다는 말씀인가요? 단발성이 아니고."

"그럼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어음이 아닌 현금을 지급할 테니까요."

유비환이 묻고자 하는 말을 주성진은 먼저 해버렸다. 그는 다 좋은데 주성진의 재력을 미심쩍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아, 그러시다면야 저야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신 현금 결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꼭 해드리겠습니다."

"하하, 어련히 알아서 잘해주시겠지요. 그런데 무공은 어떻게 배웠나요?"

그는 겸연쩍은 얼굴로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이거 주 대행수님 앞에서 부끄럽습니다만 제가 가전 무공을 좀 익혔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장사에 오게 된 건 비단도 팔 겸 천화각에서 제 무공을 평가받고 싶어서였습니다."

"……."

"제가 돌아가는 일정이 빠듯해서 이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주 대행수님이 저의 고민을 해결해 주신 거지요. 덕분에 시간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주성진은 손을 내저었다.

"하하, 저야말로 신세를 졌습니다. 그놈들이 사기를 친 것도 모르고 기분 나쁘게 집으로 돌아갈 뻔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가업을 이어받으셔야 하는 몸이신데 직접 장사를 다니는 이유가 있겠지요?"

"그게 저의 집안의 전통입니다. 서른 살 이전에는 반드시 비단을 팔러 중원 각지를 돌아다녀야 한답니다."

주성진은 그와 그의 집안에 대한 믿음이 한결 높아졌다.

"그렇군요,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제 생각엔 참 좋은 전통 같습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한데 주 대행수님은 언제 장사를 배우셨나요? 무공을 익히기도 빠듯하셨을 것 같은데."

주성진은 잠시 숨을 골랐다.

'언제 배우긴, 전생에 배웠지…….'

"하하. 제겐 좋은 선생 분들이 있습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그가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비단을 중원은 물론 외국에도 팔 작정입니다."

그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럼 국제 무역을 하시겠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요, 제가 외국어를 좀 합니다. 특히 조선어는 능숙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하."

"천재시군요."

주성진은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천화각에 갈 거면 저와 같이 가시지요. 저도 그곳에 볼일이 있답니다. 아 그 전에 편지를 작성해주세요. 내용을 깨알같이 적어서 말입니다."

반 시진 후 유비환을 천화각에 안내해준 주성진은 천화각의 총관과 삼선녀를 따로 만나고 있었다.

주성진은 그들을 보며 물었다,

"아직 천화각 각주님으로부터는 연락이 오지 않았겠지요?"

"아마 2, 3일 후에는 전서구가 당도할까 싶네."

총관의 말에 고개를 끄떡인 주성진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주성진이 무슨 말을 하려나 몹시 궁금한 표정들이었다.

주성진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상단을 발족하려 합니다. 무슨 상단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구주상단으로 할까 합니다. 중원 전체를 아우른다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습니다."

"음, 괜찮군, 한데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자네가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모든 일을 혼자 다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구하려고요. 그건 뭐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마음에 들 인재가 있을지는 저도 확신하진 못하겠습니다."

"이해한다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

그 순간 강설주가 입을 열었다.

"상단을 만드는 건 좀 이른 것 아닌가요?"

"헤헤. 이제 말씀 놓으시지요."

"호호, 좋아 동생."

"저도 급하게 추진할 건 아닌데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질 좋은 사천 비단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성진은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그렇게 된 거랍니다."

"호호, 동생은 능력도 좋아."

"네. 일단 비단이 확보된다면 조선과 무역하는 교두보는 마련된 셈이지요. 그래서 늦어도 두 달 전에는 제가 여기 일을 마무리 짓고 직접 사천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비단을 사러 말이죠."

그 순간 강설현이 끼어들었다.

"다 좋은데 돈은 있는 거야?"

주성진은 웃으며 되물었다.

"왜 돈이 없으면 좀 융통해 주려고?"

"그야… 돈 대신 비급을 줄 수 있지."

"빨리 줘."

"뭐야 돈도 없이 일을 진행했단 말이야?"

주성진은 정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건 아니야. 그러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하."

"건달들을 몰아내더니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모양이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앞으로의 일이나 논의하자니까."

그러면서 주성진은 좌중을 돌아보았다.

"아 제가 약포 사업에도 발을 담갔습니다. 물론 제가 주 역할은 아니고요, 지분으로 참여했답니다."

강설주가 주성진을 살짝 째려보며 말했다.

"호호, 재주도 좋아, 언제 또 일을 벌였데……. 한데 말이야, 너무 막 벌리는 거 아냐? 우리와 사전에 협의했으면 좋을 텐데……."

"사후 협의라는 것도 있지요, 오늘처럼……. 아니면 제 밑으로 들어오십시오. 그러면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성진의 말은 즉흥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삼선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으로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거였다.

그러자 그녀가 흔쾌히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 대신 어디 갈 때 무조건 날 동행시켜줘, 조선도 마찬가지고. 그러면 밑에서 일할게."

그러자 총관이 송충이 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거, 저번에 다 끝난 이야기 아니었나?"

"제가 직접 아버지께 허락을 구하겠어요. 음, 사실 제가 이 문제로 며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저도 이 기회에 대외무역을 배워두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정차 미래에 천화각이라고 대외무역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음, 내 말이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 순간 강설현과 강설진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께 허락을 받아내겠어.'

'나도 반드시 허락을 받을 거야.'

주성진은 그녀들의 표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뭐, 다다익선이지, 내가 좀 귀찮아지겠지만 그건 내가 감수할 문제고, 어쨌든 현재로선 그녀들이 가장 듬직한 우군이니까.'

* ? ? * ? ? *

3개월 후 주성진은 정식으로 구주상단의 상단주가 되었다.

주성진은 본인이 상단주로 취임함에 따라 장칠과 감전동 그리고 삼선녀를 모두 대행수로 임명했다.

그 전에 삼선녀는 모두 부친의 허락이 떨어졌다.

더 나아가 그녀의 부친은 모용세가의 눈치보다는 딸들의 안전이 중요하다며 모용세가의 무공을 사용함은 물론 얼굴도 내공 소모를 유발하는 역용을 못 하게 했다.

구주상단의 현판식이 있었던 다음 날, 날씨는 청명하고 화창했다,

주성진은 사천으로 떠나기 전 배웅 나온 식솔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한 후에 그의 사제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한 달 전에 형산에서 하산했는데 주성진이 사부의 허락을 얻어 불러들인 거였다.

그 허락이 떨어진 이면에는 주성진이 보낸 은자 이천 냥이 큰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여기 잘 부탁한다. 그리고 천화각 권중달 교관님과 잘 이야기가 되었으니 꼭 그분에게 초식을 배우고 익히도록 해라."

그러자 막내 사제인 진한수가 씩씩하게 말한다.

"네, 잘 알겠습니다. 사형. 그분이 비록 숭산파 출신이긴 하지만 예부터 형산파와 숭산파는 사이가 좋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존장의 예우로 모실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녀석, 말 하나는 청산유수네."

그 순간 옆에 있던 바로 밑 사제인 양찬기가 입을 열었다.

"사형, 무사히 건강하게 잘 다녀오십시오, 돈보다 귀한 게 사람 목숨이니까요."

"그래, 고맙다."

잠시 후 상단 식솔들에게 손을 흔든 성진은 감전동과 함께 길을 나섰다.

그들은 사천 성도 유가장에 비단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주성진은 말을 타고 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닌 3개월을 잠시 회상했다.

노파 연화랑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제방 공사도 감독했다.

그뿐이랴, 상단의 새 식구가 될 사람을 구하고 직접 돌산에 가서 제방에 쓰일 석재를 깎았다.

주성진의 얼굴에 가느다란 미소가 어린다.

'거참 내공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내공이 오히려 늘어났네. 아마 취구환의 약효가 몸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0년 치 내공을 장뇌삼을 키우느라 소모했는데 오히려 내공이 늘어난 거였다. 그는 신공단을 먹지도 않았었다.

그 대신 5년 치 내공을 올려주는 신공단 7개를 만들어 둘은 사제에게, 하나는 감전동에게 그리고 셋은 삼선녀에게 각각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개를 보관 중인데 이마저도 오늘 없어질 확률이 높았다.

주성진의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정민아가 과연 나타날까? 뭐,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데, 어쨌든 연화랑 어르신의 애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는 없었어…….'

단전을 치유한 연화랑은 가판 장사를 접고 주성진의 상단에 고문 자격으로 전격 합류했다.

그즈음에 연화랑에게 무언의 부탁을 받은 주성진은 생각 끝에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바로 정민아에게 이번 사천행에 호위로서 임시동행을 한다면 신공단 1개를 주겠노라고 말한 거였다.

만일 그녀가 수락한다면 자연스레 또 다른 고수를 한 명을 얻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녀가 화산에 있던 그녀의 사부를 장사로 불러왔기에…….

일각 후 주성진과 감전동은 장사표국이 눈앞에 보이자 달리던 말의 고삐를 당겼다.

"워워워……."

장사표국은 그다지 큰 표국은 아니지만, 유서 깊은 표국이었다.

이번에 장사 표국이 사천 성도로 표물을 운송하는데 그들과 동행했다가 되돌아오는 길에 비단을 싣고 올 예정이었다.

그렇게 그들과 계약을 맺는 성진이지만 성진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중에 장사표국을 돈을 주고 매입할 의사를 품고 있었다.

물론 될지 안 될지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직접 표국을 창립, 운영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걸리고 더구나 장사표국에는 무시 못 할 고수가 대표 표두로 일하고 이었었다.

때문에 우선은 그렇게 추진하기로 마음먹은 거였다.

장사 표국의 대표 표두는 처음엔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감전동이 그를 알아보고는 귀띔을 해줘서 알게 되었다.

그는 한때는 잘나가는 낭인이었는데 가정을 꾸미면서 장사표국에 자리 잡게 된 거였다.

그 순간 김남선이 누군가를 보더니 놀라운 표정으로 옆의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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