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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32화 (32/250)

032화 주성진의 사업계획

강설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무공을 익힌 장점을 십분 살리겠다는 말은 굉장히 타당한 말 같긴 합니다. 한데 그 뒷말은 좀 아리송하군요, 휘주 상단을 제일 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말인가요?"

성진은 미리 생각했던 말을 꺼냈다.

"하하. 우선은 몸집을 불려야 대등한 싸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지요. 괜한 싸움을 걸었다가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습니다."

"휴,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그걸로는 저희 아버지의 흥미를 돋울 수는 없어요. 저더러 당장 시집가라고 할 수 있다니까요."

성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천화각의 각주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자, 제 얘기를 찬찬히 들어봐 주십시오, 저희가 성장한다면 그 반대로 상권이 위축되는 곳이 반드시 있겠지요?"

"그런데요?"

"저희와의 싸움에서 패한 세력이 살길을 찾고자 제3의 영역을 넘본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되면 기존의 세력과 충돌이 일어나겠지요. 여기서 기존의 세력이란 휘주 상단이 될 수 있지요."

강설주는 그제야 성진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뭐예요, 전쟁에 패한 패잔병들이 살길을 찾아 도망쳐서 다른 곳을 약탈한다는 말이네요. 뭐 약탈할지 되레 전멸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피 터지게 싸우겠군요."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 직접 휘주 상단에 타격을 주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휘주 상단을 타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병법서에 나오는 성동격서, 이이제이의 전략과 비슷한 것이 되는군요."

그 순간 강설현이 눈을 반짝이며 끼어들었다.

"잘 알겠는데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주세요."

주성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에이, 피곤하게 끼어들긴, 뭐로 예를 드나, 아 그것!'

"상단 중에는 다른 사업에 치중하면서 관의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상단이 있을 거예요. 그런 상단에 타격을 준다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관의 입찰에 참여할 거랍니다. 그러면 새로운 상단의 참전으로 입찰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고 이는 결국 휘주 상단의 약화를 초래하겠지요."

"……."

"이건 어디까지 예이니 도식화해서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휘주 상단을 공략할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강설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알겠어요, 그래도 뭔가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워요."

성진은 잠시 염두를 굴리다 내심 희희낙락했다. 좋은 생각이 떠오는 거였다.

'잘되었어. 언젠가 아버님이 남겨주신 내 재산을 확인하러 장안에 가려고 했는데, 조선에서 빨리 일을 보고 난 뒤에 몰래 장안으로 간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난 여전히 조선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을 테니, 일정을 엿가락처럼 늘린다면, 히히…….'

"휘주 상단이 홍삼 무역을 활발히 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그 부분을 지그시 좀 눌러놓겠습니다."

전생에 성진이 휘주 상단에서 주로 해왔던 게 조선과의 홍삼 무역이었다.

강설주도 휘주 상단이 홍삼 교역을 활발히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질 좋은 비단을 들고 직접 조선에 가서 교역하도록 하지요. 간 김에 백두산에도 가보고요."

"백두산?"

성진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장백산맥의 최고봉을 조선에선 백두산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장백산이라 부르고 있지만요."

"거긴 뜬금없이 왜요?"

"아. 장백산은 예로부터 신성한 곳이라 귀한 약초가 많이 자라고 있어요. 유능한 심마니를 수소문한다면 좋은 약초를 싼값에 대량으로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성진은 수령 200년 이상인 장뇌삼을 구할 생각이었다. 그것만 있으면 내공 손실 없이도 신천단을 제조할 수 있었다. 하나 그것에 목매고 싶은 건 아니었다. 시간을 단축해서 빨리 섬서 장안으로 가야 했기에…….

강설주는 성진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믿기지 않는다.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가 어찌 아는 게 저리 많을까…….'

"갑자기 약초는 구해서 어찌하려고요?"

성진은 살포시 미소를 띠었다.

'뭐 이런 게 선의의 거짓말 아니겠어, 흐흐.'

"누가 필요한 약초가 있는데 잘 구할 수가 없대요. 그래서 장백산에 가서 직접 구해달라 하네요, 구해주면 요긴한 환약을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하네요."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하, 부탁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그리고요, 실은 제가 약재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조선에 가는 김에 장백산에 가보려는 거예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장백산에서 나는 약초들은 중원에서 비싼 값에 팔려나가고 있답니다."

그 순간 강설현이 또 끼어들었다.

"그 환약의 용처가 어디인데요?"

성진은 중간에 말이 끊기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이 여자가…….'

"그건 말이죠, 상처나 염증 그리고 몸의 독소를 치유하는 데는 특효가 있는 약이래요. 아, 나중에 각주님께 제가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강설주가 고개를 흔들었다.

"음, 아버지는 신뢰하는 약만 취급하는데요."

"하하, 그거야 시험에 보면 되죠. 비무관에서 비무하다 다친 사람에게 시험을 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건 그렇고 이제 총무련 무림대회도 끝났고 슬슬 저희 비무관에도 사람들이 모여들 테니 오늘 논의한 일을 재빨리 아버지께 재가받아야겠어요. 그리고 저희 후임도 요청하고요."

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게 하시지요, 한데 완전히 천화각의 일에서 손을 떼실 겁니까?"

"호호, 그럼요. 저희 세 자매가 성심성의껏 주 대행수를 도와야 하지 않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제가 조선에 가더라도 잘 부탁드립니다."

"……."

"아, 바다 건너 조선은 저 혼자 가는 게 좋을 듯하군요."

그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대답을 유보하고 있었다. 그 순간 총관이 나서서 쐐기를 박았다.

"맞다, 주 대행수의 생각이 옳아, 너희들은 안 돼!"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고 성진은 저번부터 궁금한 게 생각났다.

"저, 천화각에 비무하러 오는 사람들의 출신은 대부분 정파 출신인가요?"

"저희가 굳이 출신을 가리진 않는데 천화각이 세워진 3곳 모두 정파가 우세한 지역이라서 아무래도 그쪽 출신들이 많답니다."

"그렇다 해도 9파 일방이나 5대 세가 출신은 잘 없겠지요?"

강설주가 고개를 끄떡였다.

"네, 간혹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중소 문파나 일인 전승의 무인들이지요."

"아, 그렇군요, 저 혹시 무관 출신도 무림인으로 볼 수 있나요?"

"글쎄요, 본인이 무림인라고 생각하면 무림인이겠지요. 호호."

"……."

천화각에서 대화를 마친 성진은 빠르게 거처로 돌아왔다.

'앞으로 바빠질 텐데 그동안 밀린 일을 마무리 지어야겠군. 우선은 지난 일부터 정리를 하자.'

성진은 웬만한 일이 아니면 자신을 절대 부르지 말라고 당부하며 방에 틀어박혀 그가 들고 온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성진의 눈에 들어온 건 두 번째 금고에서 꺼낸 것들이었다.

대부분은 전표와 귀금속이었지만 다른 게 두 개 있었다. 성진은 우선 흰 봉투를 꺼내 들었다.

'음, 이거 서신이군, 중요한 내용인가……?'

성진은 서신을 펼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놈들이 관청에도 손을 뻗쳤구나.'

성진이 본건, 관의 주요 인물을 매수해 정보를 캐내라는 거였다.

지령을 다 읽은 성진은 혀를 끌끌 찼다.

'허허, 수적 놈들이 이곳의 군선과 관선들의 동향을 빠짐없이 알고 있겠구나.'

군선의 경로를 미리 안다면 군선의 출현을 미리 대비할 수 있었고, 관선들의 동향을 안다는 건 여차하면 관선까지도 습격할 수 있었다.

여하튼 성진에게도 수적들의 준동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래도 떠나기 전 마지막에 자신에 한 일을 떠오르며 웃음을 지었다.

'후후, 군산채와 안 좋았던 사이가 더 벌어지겠지…….'

다음으로 꺼내든 건 고급비단에 싸인 뭔가였다. 펼치고 보니 하수오였다.

'이거 하수오다! 크기로 보아 굉장히 오래되었을 것 같은데, 적어도 수령이 백 년은 훨씬 지났어……. 나중에 반드시 정밀 감정을 받아봐야겠다.'

주성진은 전생의 경험으로 나름 판단한 거였다.

마지막으로 바라본 건 명검이었다. 이번 일의 시발점이었던…….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자 물결치는 문양이 성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하하, 좋구나, 하지만 이건…….'

성진은 명검이 당장 갖고 싶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검의 주인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자. 그가 검을 원한다면 미련 없이 돌려주자고.'

명검을 다시 천에 둘둘 말은 성진은 펼쳐놓았던 물건들을 새로 장만한 대형금고에 집어넣었다.

잠시 후, 금고문을 잠근 성진은 그전에 금고에서 꺼낸 책자를 기대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음, 어르신이 선물로 준 것이니 분명 하찮은 것은 아닐 것이야.'

책을 펼치자 먹물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이건! 어르신이 직접 쓰신 거구나, 이렇게 고마울 때가, 고생하셨겠는데.'

한데 책 사이에 곱게 접은 서신이 끼어 있었다.

[무림맹에서 타 문파의 분석을 하다 기억에 남는 무공이라 적었네, 다만 독문 내공은 없고 한 가지만 빼고 구결과 간결한 초식만 있는 것이라 망설였지만, 무공의 위력이 심상치 않아 보여. 하여 이대로 묻히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자네에게 전달하네. 내가 연구한 바로는 독문 심공만큼이야 못하겠지만 타 내공과도 그럭저럭 상생이 맞을 것 같아, 만일 자네의 내공심법과 상생이 맞지 않는다면 즉시 익히길 중단하길 바라네.]

성진은 서신을 읽고 난 후 책을 펼쳐 들어 속독했다.

책 속에는 검법인 천산검해, 장법인 천산장, 지풍인 천산지 그리고 신법인 천산풍과 보법인 천산보가 들어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초식은 복잡하지 않았다. 보법인 천산보를 제외하면…….

하지만 성진은 보자마자 초상승의 무공임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하하, 왜 초식이 간결한지 알겠어. 이건 책에서 본 깨달음의 무학이 틀림없다고!'

상승무공은 초식 속의 오의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그저 평범한 무공보다 못하다는 게 정설로 받아지고 있었다.

또한, 상승무공의 이면에는 상승 내공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되었다.

'다행히 내공 활용의 구결이 남아 있으니 기운을 인도하는 건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과연 나의 내공과 결이 비슷할지, 고것이 잘 모르겠구나.'

성진은 무공 명마다 천산이라는 말이 공통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아 무공의 연원이 천산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성진을 우선 장력이 발출되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정신을 집중한 성진은 구결을 암송하고 자신의 내공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우뚝 선 상태에서 허리를 약간 앞으로 내밀고, 이어 오른쪽 겨드랑이 밑에서 손바닥을 모았다가 서서히 오른쪽 손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지금 그가 표적으로 하는 것은 하나의 의자였는데, 거리가 대략 1장 남짓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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