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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30화 (30/250)

030화 고리대금업자와 대결하다

"저 혹시, 신천단 20개를 한꺼번에 투입해서 신공단 한 개를 만들 수는 없나요? 그러면 10년 치 내공이……."

"호호, 자네가 그걸 물을 줄 알았네,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네, 5년이 한계야."

어느새 눈물을 닦고 말없이 경청하던 정민아는 주성진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어리석다고 느끼고 있었다.

'나라면 절대 바꾸지 않을 거야, 무인에게 내공이 생명이거늘! 물론 할머니는 절반은 회복할 방법이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그것도 가봐야 아는 거지. 입증된 건 아니니까.'

그녀는 화산파에서 받은 교육의 영향으로 여전히 마교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비단 화산파만 그런 건 아니라 대부분의 정파가 거기서 거기였다.

그렇지만 성진은 전생에 상인 출신이라 그런 부분에서의 자유로운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노파에 대한 신뢰와 별개로.

"네, 그렇군요, 한데 약재는 마련해 놓으셨습니까?"

"아는 약재상이 있네, 거기에 부탁하면 된다네. 약재상의 주인은 원래 유명한 의원 출신인데 의원보다는 사업에 관심이 많아, 아마 자네하고 죽이 잘 맞을 걸세."

"아, 그렇군요, 나중에 소개해 주십시오."

노파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지."

"그럼 약재가 준비되는 데 어느 정도 걸릴까요?"

"대략 한 달쯤. 그리고 자네 요즘 여러 일을 벌이는 것 같은데 돈 아끼지 말고 사람을 많이 부리게나."

성진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요, 그리할 겁니다."

그 순간 노파가 품속에서 책자를 꺼냈다.

"선물일세. 심심할 때 보게나."

"아이코 고맙습니다."

"자네가 내 청을 들어주어서 주는 거야, 호호."

노파는 일이 잘 마무리되자 기분이 좋았다.

"자, 그럼 우린 가겠네."

"아, 문 앞까지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정민아는 화산에 서신을 쓰기로 했다.

'뭐, 할머니가 아프다고 한다면, 1년 정도는 호호…….'

그녀는 이후의 결과가 몹시 궁금했다.

'혹시 알아, 나도 내공을 늘릴 수 있을지…….'

* ? ? * ? ? *

쉬이익!

주성진은 검은 무복에 복면을 뒤집어쓴 채 가볍게 담을 넘었다. 그가 월담을 한 곳은 다름 아닌 고리대금업자의 집이었다.

그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고리대금업자는 별도의 사무실 없이 집을 사무실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조용하군.'

주변을 살핀 성진은 여러 채의 건물 중 가장 큰 건물로 다가갔다.

'놈이 여기에 있겠지? 뭐, 들킬 것을 각오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주성진은 조심스럽게 문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안에서 걸어 잠갔군.'

주성진은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모든 창문이 다 잠겼어, 밤이라 하지만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 말이야.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착…….

건물의 지붕 위에 올라간 성진은 소음을 극도로 죽이며 기왓장을 들춰내기 시작했다.

그리곤 기와를 받치는 나무를 잘라 안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구멍을 내었다.

구멍 아래에 비치는 광경은 넓은 거실이었다. 기다란 탁자와 의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평상시 그가 사무를 보는 장소 같았다,

사뿐히 거실의 나무 바닥에 착지한 성진은 청력을 집중해 주변의 방을 하나하나를 열었다.

'이거 이상한데.'

내부에는 거실 외에 방이 세 개 있었는데 안에는 전혀 사람이 없고 그저 텅 빈 침대만이 놓여 있었다.

'혹 지하실이 있는 건 아닐까? 구린 놈일수록 숨기는 게 많을 테니까.'

성진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몸을 눕혀 귀를 갖다 댔다.

두 번째 방까진 아무 기척이 없었으나 마지막 방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 자식, 아래에서 방사를 치르는 모양이군. 어딘가에 내려가는 입구가 있을 텐데."

성진은 방안을 요모조모 살피다 돌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침대를 들어 올렸다.

'옳거니, 느낌이 들어맞았어.'

잠시 후, 그다지 가볍다고 볼 순 없으나 침대가 위로 들렸고 그 아래에 계단이 놓여 있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간 성진은 그만 눈살을 찌푸렸다.

넓은 지하 공간 끝 쪽, 엷은 휘장이 처져 있는 곳에서 여인의 도드라진 신음이 들려온 것이다.

한데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이 자식이…….'

성진은 기척을 죽이며 휘장으로 미끄러져 갔다. 발이 지면에 닿을락 말락 했다.

도둑고양이처럼 휘장으로 다가간 성진이 휘장을 연 순간 벌거벗은 사내가 갑자기 단검을 집어던졌다.

쉬익!

'헉!'

아슬아슬하게 단검을 피한 성진은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두 여인이 흰 천으로 몸을 가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 자식 내가 들어온 걸 알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날 속이려 거짓으로 신음을…….'

필시 방사를 치르다 성진의 기척을 눈치챈 게 틀림없었다.

'음 무언가 장치가 있는 모양이야.'

회심의 일격이 실패로 들어가자 상대가 눈알을 부라렸다.

"너 이 새끼! 누구냐?"

"나! 동정채에서 보낸 자객이다. 네놈이 딴마음을 품고 있다길래 처치하러 왔지……."

경금철의 눈알이 뱅글뱅글 돌아간다.

'저놈이 날 떠보려고 하는 거야, 이간질하려고!'

한편으론 자신의 신분이 탄로 나자 걱정이 앞선다.

'도대체 누가 저놈을 보낸 거지?'

짧은 순간 적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천화각, 개방, 흑룡문, 수군.

'아니야 그들이 왜 살수를! 직접 쳐들어왔겠지. 혹 그렇다면!'

순간 그의 얼굴에서 적개심이 불타올랐다.

'그렇군, 군산채!'

군산채는 예부터 동정호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수적 집단이었다.

둘 다 장강 6로채 소속이지만 그들은 서로 경원시하는 사이였다.

'맞아, 그놈들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지, 이 쳐 죽일 놈들!'

"너 이 새끼! 군산채에서 보냈지?"

성진은 빙긋이 웃었다.

'어쨌든 저놈이 동정채의 수적이 맞기는 맞는가 보군, 군산채를 들먹이는 걸 보면.'

"하하, 아니라니까, 난 동정채에서 보냈다고!"

"이 새끼, 껍데기를 홀라당 까버릴 거다!"

순간 그가 느닷없이 몸을 띄웠다.

"죽엇!"

몸이 붕 뜬 상태에서 휘장을 찢어발기고 날아온 그가 성진의 가슴팍을 할퀴려 들었다.

쉬익!

성진이 몸을 틀어 비틀자 그의 우수가 흐릿해지더니 4개의 손이 동시에 뻗어 나왔다.

성진은 그가 고수임을 알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개방 분타주의 말이 옳았군, 빠르고 변화가 많은 움직임이야. 조금의 방심도 허용해선 안 돼!'

그 순간, 마치 4개의 손이 성진의 양어깨와 가슴 그리고 목덜미를 한꺼번에 꿰뚫듯 짓쳐 들었다. 그의 이 한 수는 갑작스럽고도 다분히 위력적이어서, 미리 알고 있더라도 방비하기 힘들 것 같았다.

성진은 피하기 힘듦을 알고 거세게 우수를 흔들었다.

그의 공격이 금나수법이라면 성진의 방어도 금나수법이었다. 성진의 투박한 손이 환영을 일으키자 네 개의 손바람이 거세게 일어났다.

퍼버벅, 퍽 퍽…….

'이이이, 보통내기가 아니야.'

성진의 벼락같은 수에 그의 공격이 모조리 차단되자 그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렇다면! 흐흐.'

그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이번에는 섬전처럼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죽어!'

휘이익!

그의 주먹에서 뻗어 나온 권경이 심상치 않았다. 권에서 뻗어 나온 풍압에 성진의 얼굴이 따끔거리기 시작한다.

'위력적인 주먹이구나!'

성진은 긴장하며 공력을 끌어 올렸다.

'주먹에는 주먹으로.'

성진은 오른 주먹을 말아 쥐며 앞으로 쭉 내 뻗었다.

'온다!'

퍽!

'막았다, 엇!'

미소 짓던 성진의 얼굴이 급변했다.

'제길 속았구나!'

상대는 성진과 부딪치면서 힘을 뺀 거였다. 성진은 앞으로 기우는 몸을 가까스로 정지시켰다.

'휴…….'

하마터면 몸이 앞으로 쏠릴 뻔했다.

그 순간 상대의 신형이 한껏 젖혀지더니 그 반동으로 허깨비처럼 성진의 앞으로 쏘아져 왔다.

쉬익!

그는 성진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역시 경험이 많고 노련한 자였다.

성진은 다급해졌다.

'이 자식이!'

성진은 급히 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진기가 허리, 흉부, 견부를 지나 우수에 가득 찬다.

이때 상대의 우수에는 무려 여섯 개의 환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순간 뭔가가 주성진의 뇌리를 스쳐 갔다.

'후후 좋아, 나도 똑같이 하는 거야, 당해봐라, 자식아!'

주성진은 언젠간 책에서 사량발천근의 수법을 본 적이 있었다.

사량발천근은 적은 힘으로 큰 힘에 대항한다는 원리였다.

다시 말해 다가온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상대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퉁겨내는 기법이었다.

가령 움직이는 소를 코뚜레로 잡아당기면 별 힘들이지 않고도 소를 끌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원리 때문이었다.

"야아합!"

성진은 애써 힘든 표정을 지으며 연속적으로 지력을 뽑아냈다.

펑, 펑, 펑……!

상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놈! 이제 끝이다.'

상대는 자신의 경력이 주성진의 지력을 모조리 격파하고 앞으로 뻗어나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헉!'

주성진의 신형이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마치 안개가 스르륵 대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내 꾀에 내가 당하다니!'

끼이익!

그는 급히 나아가던 신형을 멈추려 했다. 바닥에 닿은 그의 맨발이 마찰에 찢겨나갔다.

"으으윽!"

그가 신음을 내뿜는 순간 그의 뒤쪽에서 슬그머니 성진이 나타났다.

'가랏!'

성진은 강하게 그의 엉덩이를 아래에서 위로 걷어찼다. 상대가 낌새를 느꼈을 때는 이미 성진의 발이 그의 궁둥이에 닿아 있었다.

우두둑!

"칵……."

그의 골반이 모조리 부서져 나가며 그의 신형이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

꽝!

쿵!

그는 천장에 부딪히면서 땅바닥으로 추락했고, 잠시 사지를 바둥거리다 늘어져 버렸다.

'죽었군, 첫 살인인가…….'

"아아악!"

순간, 유혈이 낭자한 모습을 보며 두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성진은 바들바들 두려움에 떠는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그녀들은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그때, 이불로 몸을 가린 여인 하나가 필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살려주세요, 저흰 빚에 팔린 신세랍니다."

성진은 그녀가 한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일단은 다행스러웠다. 만일 그녀들이 죽은 자와 같은 일행이라면 두 구의 시체가 더 늘어났을 거였다.

"정말이오! 만일 거짓이라면……!"

"흑흑, 정말입니다.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고 전 저놈의 노리개가 되었어요, 못 미더우시면 증거가 있습니다."

"증거가 있다고요?"

그녀가 울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신체 포기각서가 있어요, 제 이름과 손도장이 찍힌… 흑흑."

"돈은 부친이 빌렸다고 하지 않았소, 한데 채무자의 신체 포기각서에 왜 그대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이오?"

"죽은 저자가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이미 집은 다른 곳에 저당을 잡혔기에 따로 담보될 만한 게 없었습니다. 해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흑흑."

성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딸을 팔아, 그 정도로 급했단 말인가…….'

"그게 어디에 있소?"

"금고에 들어 있어요. 금고는 바로 이 침대 속에 있고요."

성진은 씩 웃었다.

'허허, 이번에도 또 침대구나.'

한편으론 그녀가 어떻게 알아냈는지가 궁금했다.

"어떻게 그걸 알았소?"

그건 저희가 잠시 지하창고에 갇혀 있었거든요. 그곳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음… 그 외 다른 건 본 게 없소?"

"저희와 처지가 비슷한 여인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후유, 다른 곳으로 팔려나간 게 분명해.'

안타까웠다, 그 순간 강한 소명 의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거 하늘의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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